무협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제1장. 나락의 맹세**

차가운 돌바닥이 등골을 시리게 파고들었다. 온몸의 근육은 갈기갈기 찢긴 듯 아우성쳤고, 폐는 매 순간 뜨거운 쇳물을 들이붓는 것 같았다. 강혁은 간신히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에 비친 것은 거친 절벽과 먹구름에 가려진 하늘, 그리고 제 몸에서 흘러나와 돌 틈을 붉게 물들이는 피웅덩이였다.

“커헉…!”

핏덩이가 기침과 함께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비명 같은 고통이 전신을 휩쓸었다. 그의 왼편 갈비뼈 아래로는 시커먼 상처가 깊게 패여 있었다. 분명 그자의 비수가 꿰뚫고 지나간 자리였다. 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파열된 고통이 아니었다. 심장이 찢기는 듯한, 영혼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고통이 그를 잠식했다.

백무진.

그 이름이 떠오르자마자, 차가운 절벽의 한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함께 피를 나눈 형제이자, 목숨을 걸고 등 뒤를 맡겼던 벗. 열 살 때부터 함께 수련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유일한 존재. 그가… 그가 자신을 이곳으로 내던졌다.

*“미안하다, 강혁. 하지만 살아남는 건 나여야만 해.”*

낮게 속삭이던 목소리는 지옥에서 들려오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등 뒤로 날아들던 차가운 강철의 감촉, 그리고 그와 함께 등에 박히던 칼날. 강혁은 믿을 수 없었다. 감히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배신이었다. 그 순간, 그의 세상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백무진의 푸른 눈동자 속에는 미안함 대신 섬뜩할 만큼 차가운 결의만이 가득했다. 그의 손에 들린 비수가 심장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 때, 강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한 채, 추락하는 자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크으으…”

이를 악물자 핏줄이 섰다. 배신감과 고통이 뒤섞여 심장을 쥐어뜯는 듯했다. 어찌하여? 어찌하여 그리도 잔인할 수 있었는가? 우리가 나누었던 수많은 맹세들은 그저 허울뿐이었단 말인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지가 마비될 것 같은 추위 속에서 강혁은 천천히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잊지 않으리라. 이 치욕, 이 고통.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으리라. 죽음의 문턱에서 기어 나와, 피로 얼룩진 복수를 시작하리라.

절벽 아래는 짐승들의 은신처였다. 희미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쳤다. 육식 짐승의 굶주린 눈빛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드러낸 그림자가 서서히 강혁에게 다가왔다.

“큭… 덤벼라…”

목소리는 찢어질 듯 갈라졌으나, 그 속에는 강렬한 투지가 서려 있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백무진의 손에 죽지 못할망정, 짐승들의 밥이 되지는 않으리라.

강혁은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오른손으로 절벽의 거친 바위를 짚었다. 손바닥이 까져 피가 흘렀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온몸이 피와 고통으로 범벅되어, 작은 상처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가오는 짐승은 굶주린 늑대 무리였다. 최소 열 마리는 넘어 보이는 검은 그림자들이 그를 포위했다. 늑대들은 영리하게도 강혁의 부상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한 놈이 앞발을 긁으며 으르렁거렸다.

“개… 같은 놈들…!”

강혁은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마지막 남은 내공을 끌어모았다. 심장에서 끌어올린 기운이 손끝으로 향했다. ‘비홍검법(飛虹劍法)’의 첫 번째 초식, ‘잔월(殘月)’.

검이 없었으므로, 그의 손가락이 검이 되었다. 비틀거리는 몸으로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갈랐다.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미약한 검기가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절벽의 습한 공기를 가르며, 잔월의 궤적이 늑대 한 마리의 목을 스쳤다.

“크아앙!”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늑대가 쓰러졌다.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강혁의 살기에 놀란 늑대 무리는 잠시 주춤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혁은 온 힘을 다해 다른 늑대를 발로 걷어찼다. 부러진 갈비뼈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분노가 그의 생명력을 지탱하는 듯했다. 백무진에 대한 증오가 그를 살아 숨 쉬게 했다. 짐승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강혁은 필사적으로 절벽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상처를 입은 몸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죽을 수 없었다. 죽음은 허락되지 않았다.

간신히 늑대들을 따돌리고 비좁은 바위 틈에 몸을 숨겼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자, 손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축축한 바위 표면에는 끈적한 이끼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깊은 동굴 입구가 희미하게 보였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그를 이끌었다.

동굴 안은 더욱 어둡고 습했다. 몇 걸음 옮기자 차가운 기운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강혁은 더 이상 걸을 힘이 없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저앉는 순간, 온몸에 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이 다시 한번 밀려왔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어두운 동굴을 채웠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의식이 희미해지고, 정신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대로… 끝인가?’*

아니.

*‘백무진… 널 두고… 내가… 죽을 수는… 없어.’*

그는 이를 악물었다. 쓰러지는 순간에도,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선명했다.

복수.

백무진, 너는 나를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이 나락이 바로 너를 파멸로 이끌 맹세의 땅이 될 것이다.

강혁은 핏기 없는 얼굴로 하늘 없는 동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절망으로 가득 차지 않았다. 그곳에는 얼어붙은 증오와 살의만이 섬뜩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백무진… 너의 목숨은 이제… 내 것이다.”

차가운 동굴 속, 피 묻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강혁은 차갑게 읊조렸다. 복수의 맹세는 그의 심장에 깊게 박혔고, 이제 막 피어난 차가운 불꽃은 그의 모든 것을 태워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살아남아야 한다. 오직 그를 위해. 그날, 나락의 끝에서 새로운 괴물이 태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