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죽어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라는 가끔 그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삭막한 강철 복도를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선체 속에서 울려 퍼지는 낡은 금속의 비명 소리가 마치 저 멀리서 생명을 다한 행성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것처럼 들렸다. 거대한 우주를 부유하는 강철 고래, 한때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이 콜로니선은 이제 그저 거대한 무덤일 뿐이었다.
“누나, 정말 저 안쪽에 뭐가 있을까?”
준이 세라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그의 작은 손에 들린 낡은 홀로그램 패드는 미약한 빛을 발하며 복도의 어둠을 일시적으로 몰아냈다. 홀로그램 속에는 희미하게 스케치된 거대한 함선의 내부 지도가 떠 있었다. 현재 그들이 위치한 곳은 ‘구획 7-델타’, 한때는 식량 저장고였으나 지금은 아무도 발을 들이려 하지 않는 심부였다.
“있어야지, 준. 뭐라도.”
세라는 짧게 대답하며 망가진 전술 조명등을 들어 올렸다. 조명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녹슨 파이프와 곰팡이 핀 벽을 비췄다. 공기는 묵은 먼지와 금속 냄새, 그리고 어딘가 축축한 습기로 가득했다. 그녀의 눈은 끊임없이 주변을 훑었다. 이곳은 강철 고래의 가장자리에 있는 ‘생존 구역’과는 너무도 달랐다. 생존 구역은 그나마 정화된 공기가 흐르고, 발전기의 웅웅거림이 위안을 주지만, 이곳은 그 어떤 생명체의 흔적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간* 생명체의 흔적은 없었다.
“이쪽이야.”
세라는 어깨에 메고 있던 낡은 배낭을 고쳐 매고, 녹슨 방화문 너머의 어둠 속으로 발을 디뎠다. 준이 망설이며 뒤를 따랐다. 그의 발걸음 소리는 세라의 것보다 훨씬 더 불안정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식량. 며칠 전, 생존 구역의 배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공지가 있었다. 강철 고래의 동력원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는 징조였다. 언제까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세라는 준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이 잊혀진 구획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들은 미로 같은 복도를 한참 동안 헤쳐 나갔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알 수 없는 금속음이 고요를 갈랐다. 세라는 허리춤에 찬 에너지 권총의 손잡이를 단단히 쥐었다. 고작 다섯 발짜리 탄창.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여긴… 정말 아무것도 없어.”
준이 실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홀로그램 패드에 표시된 지점, 즉 ‘주요 저장고’라는 표식이 붙은 문 앞이었다. 문은 반쯤 부서져 있었고, 그 너머는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세라는 문틈으로 조명등을 비춰 보았다. 흙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지만, 창고는 확실히 비어 있었다. 아마도 오래전, 강철 고래의 마지막 기능인들이 이곳의 물품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겼을 것이다.
“젠장.”
세라의 입에서 낮은 욕설이 터져 나왔다. 헛걸음이었다. 준의 어깨가 축 처지는 것을 보며 그녀는 속이 쓰렸다. 이대로 돌아가면… 다음 식량 배급일까지 그들은 겨우 허기를 면할 정도의 비상 식량만으로 버텨야 했다.
그때였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쓰으윽… 쓰으윽…
작은 소리였지만, 이 고요한 공간에서는 천둥처럼 크게 울렸다. 세라는 본능적으로 준을 자신의 뒤로 밀쳐냈다.
“누나…?”
준의 목소리에 공포가 스며 있었다.
“조용히 해.”
세라는 에너지 권총을 빼어 들고 어둠 속을 겨냥했다. 빛이 닿지 않는 저편, 복도 끝의 그림자 속에서 소리가 반복되었다. 마치 무언가 질척이는 것을 끌고 가는 듯한, 혹은 거대한 발톱으로 벽을 긁는 듯한 소리.
강철 고래 안에는 ‘그림자 사냥꾼’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있었다. 강철 고래의 생명 유지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변이된 생명체들. 빛을 싫어하고, 소리에 민감하며, 인간의 온기를 추적하는 사냥꾼들.
세라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이 구획은 사냥꾼들이 주로 서식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안전한 곳도 아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한 발짝 내딛었다. 공기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섬뜩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갑자기, 복도 끝의 어둠 속에서 두 개의 작은 점이 번뜩였다. 붉은색, 마치 꺼져가는 행성의 핵처럼.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거대한 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 앙상한 팔다리, 굽은 등, 그리고 빛을 흡수하는 듯한 검은 피부. 그것은 그림자 사냥꾼이었다. 일반적인 사냥꾼보다 훨씬 크고, 훨씬 더… 악의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이 배의 모든 폐허와 절망이 형태를 갖춘 듯한 모습이었다.
“도망쳐, 준!”
세라는 소리쳤다. 그녀는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 에너지 탄환이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사냥꾼의 어깨에 맞았는지,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잠시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사냥꾼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세라에게 달려들었다. 세라는 준의 팔을 잡고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저장고 문으로! 빨리!”
그들은 방금 지나쳤던 비어 있는 저장고 문으로 향했다. 저장고는 비어 있었지만, 내부 공간은 꽤 넓었다. 좁은 복도보다는 도망치기 용이할 것이었다.
쾅! 쾅! 쾅!
사냥꾼의 거친 발소리가 그들의 등 뒤를 쫓았다. 날카로운 발톱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했다. 세라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준의 작은 몸이 흔들리며 간신히 그녀의 속도를 따라왔다.
겨우 저장고 안으로 몸을 던졌다. 세라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에너지 권총을 마저 발사했다. 두 발이 더 튀어나갔고, 하나는 사냥꾼의 다리에 맞은 듯했다. 사냥꾼이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을 내뱉으며 잠시 주춤거렸다.
그 찰나의 순간, 세라는 부서진 문을 향해 발로 차듯 달려가 반쯤 열린 부분을 힘껏 밀었다. 낡은 금속이 비명을 지르며 닫히는가 싶더니, 문틈이 겨우 사냥꾼의 거대한 몸집이 통과할 수 없을 만큼 좁아졌다.
콰앙!
사냥꾼이 문에 부딪혔다. 낡은 문이 크게 흔들렸지만, 다행히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았다.
세라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잠그는 오래된 장치를 찾아냈다. 힘겹게 레버를 돌리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낡은 강철 문이 굳게 잠겼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가 차단되었다.
준은 벽에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누나… 우리… 죽는 줄 알았어.”
세라는 준에게 다가가 그를 품에 안았다. 준의 작은 몸이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다독였다. 그녀 자신도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듯했지만, 준 앞에서는 강해야 했다.
“괜찮아, 준. 괜찮아. 이제 안전해.”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들은 안전했다. 겨우. 이 텅 빈 저장고 안에서. 식량도, 물도,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세라는 어둠 속에 잠긴 저장고를 바라보았다. 희미하게 들어오는 조명등 불빛이 거대한 강철 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다. 그들의 등 뒤에는 괴물이 있었고,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누나, 우린… 언제쯤 이 강철 고래에서 나갈 수 있을까?”
준의 작은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순진하고도 아픈 질문이었다.
세라는 준을 더욱 강하게 안았다. 그녀의 눈은 어둠 저편, 강철 고래의 차가운 벽 너머에 있을 미지의 우주를 응시했다. 그곳에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이 있을까? 아니, 그곳은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살아남는 것 외에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녀는 준의 귓가에 속삭였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 거짓말만이 그들을 살게 하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강철 고래가 죽어가는 소리는, 오늘도 그녀의 심장 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맞서, 그녀는 기어이 살아남아야 했다. 사랑하는 이 작은 존재를 위해서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