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균열】**

민준은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고요한 거실은 쥐 죽은 듯 잠들어 있었다. 아니, 잠든 척하고 있었다. 그는 불안하게 시선을 천장으로 향했다. 매번 이 시간만 되면 시작되는 기이한 현상들은, 이미 그의 일상을 갉아먹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피로가 턱밑까지 차올라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며칠째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엔 단순한 착각인 줄 알았다. 물컵이 저절로 제자리를 벗어나 있다거나, 분명 닫아놓은 창문이 미세하게 열려 있는 정도. 하지만 현상은 갈수록 노골적이고, 기괴해져 갔다.

어제는 퇴근하고 돌아오니 신발 한 짝이 현관 저 멀리 주방 한복판에 떨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집어 던진 것처럼. 그것도 현관에 있어야 할 것이. 이사를 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새 아파트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덜컹!

순간, 주방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민준의 심장이 발끝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주방은 어두웠다. 식탁 위에는 그가 먹다 남긴 컵라면 용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뭐… 뭐야.”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 시야가 좁아지고, 귀는 예민해졌다. 공기마저 얼어붙는 것 같았다.

덜컥! 덜커억!

이번에는 확실했다. 소리는 냉장고 쪽에서 나는 것이 분명했다. 민준은 손에 땀을 쥐었다. 누가 침입한 건가? 하지만 문은 분명히 잠겨 있었다. 그는 벽에 기대어 있던 골프채를 움켜쥐었다. 손잡이가 땀으로 축축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주방으로 향했다. 어둠 속, 냉장고 문이 희미하게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숨 쉬는 것처럼.

“누구야? 거기 누구 있어!”

민준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기대만큼 단단하지 못하고 불안하게 떨렸다. 대답은 없었다. 다만 냉장고 문이 닫히는 ‘철컥’ 소리만이 그의 귀청을 찢을 듯 울렸다. 그리고 냉장고 문이 닫히자마자, 불현듯 실내의 모든 불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거실 등, 주방 등, 심지어 복도 센서 등까지.

따다닥! 따다닥!

전기가 합선된 것처럼 격렬하게 깜빡였다.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민준은 환각을 보는 듯했다. 흐릿한 잔상들이 벽과 바닥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마치 수많은 그림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그때였다. 거실 한가운데에 놓여 있던 작은 화병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민준의 눈은 경악으로 크게 뜨였다. 화병은 천장까지 솟구치더니,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쥐어진 것처럼 잠시 허공에 멈춰 있었다.

“거짓말….”

민준은 뒷걸음질 쳤다. 현실감이 사라지고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 화병은 천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조준이라도 하듯, 그의 머리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날아왔다.

콰아앙!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화병은 정확히 그가 서 있던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물이 흘러내렸다. 차가운 물이 그의 뺨을 스쳤다.

민준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았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이건 더 이상 착각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장난도 아니었다. 명백한… 공격이었다.

그때, 화병이 박살 난 벽 한가운데에서 섬뜩한 균열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실금처럼 가늘던 균열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빠르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뻗어가며 벽 전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그 균열들 사이로, 검붉은 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 박동처럼, 움찔거리는 빛이었다.

벽 속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웅얼거리는 속삭임 같기도 하고,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듯한 둔탁한 진동 같기도 했다. 소리는 점점 커졌다. 벽 전체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듯했다.

민준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저건 단순한 벽이 아니었다. 그의 아파트 벽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아니, 숨 쉬는 것처럼 보였다.

균열은 점점 더 벌어졌다. 시멘트 조각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마침내, 벽 한가운데가 크게 벌어지며, 어둠 속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멍이 드러났다.

그 구멍은 그의 아파트 벽 뒤편이어야 할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칠흑 같은 동굴의 입구와 같았다. 아파트의 깔끔한 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괴하고 원시적인 공간이었다. 구멍 안쪽에서는 습하고 끈적한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벽이 깜빡일 때마다 보였던 그 검붉은 빛과는 다른, 섬뜩할 정도로 영롱한 보랏빛이었다.

보랏빛은 구멍의 안쪽 깊숙한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내뿜는 빛처럼, 희미하게 파동치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민준은 무언가를 보았다. 불규칙하게 솟아오른 기둥들,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점액질 같은 강.

이곳은… 그의 아파트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익숙했던 벽이 찢어지고, 그 너머에 전혀 다른 차원의, 알 수 없는 던전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낮은 울림이 흘러나왔다.

“…….”

민준은 말을 잃었다. 그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울렸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그의 등 뒤는 단단한 벽이 막고 있었다. 그의 앞은… 지옥의 입구 같았다.
어느새 아파트 전체를 가득 채운 기괴한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곰팡이와 썩은 철이 뒤섞인 듯한 역한 냄새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구멍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보랏빛이 그의 얼굴을 섬뜩하게 물들였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기괴한 현상들의 근원이 저 안에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에게 남은 선택은 단 하나뿐이었다.
저 구멍 속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
이 기괴한 던전의 탐험은, 지금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