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심연의 조각

**작가:** [당신의 이름]

**[장면 #1] 심우주, 아레스 호 함교**

(광활한 우주 공간이 함교의 전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다. 수많은 별들이 점처럼 박혀 있고, 저 멀리 푸른빛과 붉은빛이 섞인 거대한 성운이 희미하게 보인다. 함교 내부는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 은은한 조명 아래, 여러 모니터들이 깜빡인다. 선장 김태우는 함장석에 앉아 미간을 찌푸린 채 태블릿을 보고 있고, 항해사 박준영은 조타석에서 홀로그램 지도를 조작하고 있다. 부선장 이지혜는 옆자리에서 데이터 분석에 몰두 중이다.)

**박준영:** (하품하며 스트레칭을 한다) 아, 이쪽 섹터는 언제나 지루하네요. 벌써 일주일째 특별한 이벤트 없이 평화롭기만 합니다. 선장님, 이대로면 목표 지점까지 이틀은 더 걸리겠는데요?

**김태우:** (태블릿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지루하다는 건,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지. 준영. 방심하지 마. 우주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하니까.

**이지혜:**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래도 이 섹터는 다른 구역에 비해 미지의 현상 보고가 현저히 적은 편이죠. 대규모 성간 물질 구름을 지나면, 다시 특이점 관측이 늘어날 겁니다. 그때까진 느긋하게 데이터 정리를… 으음?

**(이지혜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춘다. 그녀의 모니터에 갑자기 붉은 경고창이 깜빡이기 시작한다. 주파수 스캔 그래프가 불안정하게 춤추고 있다.)**

**김태우:** (태블릿을 내려놓고 고개를 든다) 무슨 일이지, 이 부선장?

**이지혜:** (미간을 찌푸리며) 이상하네요. 감지 범위 밖에서 약한 주파수 교란이 잡힙니다. 이 정도의 교란이라면… 근처에 대규모 소행성 군락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스캔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박준영:** 소행성 군락이요? 제가 방금 전 섹터 스캔을 마쳤는데, 이 근방은 거의 비어있는 공간이었습니다만…

**김태우:** (자리에서 일어나 이지혜의 모니터로 다가선다) 더 자세히 스캔해 봐. 혹시 미처 감지하지 못한 암흑 물질이라도 있나.

**이지혜:**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스캔 범위를 확장한다) 최대 범위 확장… 음… 여전히 특정 지점에서만 미약한 간섭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지점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그녀의 표정이 굳어진다) 잠시만요. 좌표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박준영:** 움직인다고요? 유성이라도 되는 겁니까?

**이지혜:** 아뇨, 단순히 이동하는 게 아닙니다. 이 주파수,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증폭했다가 다시 줄어들어요. 마치… 뭔가가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함교의 정적. 김태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박준영은 어쩐지 불안한 듯 침을 꿀꺽 삼킨다.)**

**[장면 #2] 아레스 호 탐사정 격납고**

(아레스 호의 거대한 격납고. 최첨단 탐사정 ‘헤르메스’가 정비 중이다. 엔지니어 최민서가 로봇 팔을 이용해 탐사정 외피를 점검하고 있다. 김태우, 이지혜, 박준영이 격납고의 통제실에서 헤르메스를 지켜보고 있다.)

**김태우:** 저 미확인 신호의 근원을 밝혀야 한다. 혜성이나 유성이라면 단순히 지나칠 일이지만, 패턴을 가진 신호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최민서, 헤르메스 준비는 됐나?

**최민서:** (격납고 아래에서 올라오며 손에 묻은 기름때를 닦는다) 완료됐습니다, 선장님. 센서 출력 최대, 에너지 효율 최적화. 심지어 우주먼지까지 닦아놨습니다.

**박준영:** (왠지 모르게 불안한 목소리로) 꼭 사람이 타야 하는 건가요? 무인 원격 조종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이지혜:** (박준영을 보며) 무인 탐사정은 이미 내보냈어. 하지만 그쪽에서는 간섭이 너무 심해서 정확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지. 게다가 저 주파수, 비표준적인 변이율이 너무 높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고, 샘플을 채취하는 게 가장 정확할 거야.

**김태우:** 안전에 최선을 기할 거다. 박준영, 자네가 동행해라. 지혜는 여기서 데이터 분석을 총괄하고. 민서는 헤르메스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라.

**박준영:** (놀란 눈으로) 제가요?! 저… 저도 여기서…

**김태우:** (단호하게) 자네가 항해와 조종에 가장 능숙해. 헤르메스는 섬세한 기동이 필요할 거야. 이지혜 부선장, 준영의 안전은 자네가 책임진다.

**이지혜:** (고개를 끄덕인다) 걱정 마, 준영.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박준영은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이내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이지혜는 장비를 점검하며 헤르메스에 탑승할 준비를 한다. 최민서는 통제실 스크린을 띄워 탐사정 발사 준비를 한다.)**

**[장면 #3] 심우주, 미지의 성운 근처**

(탐사정 헤르메스가 푸른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성운 속으로 천천히 진입한다. 성운 내부에는 예상했던 소행성이나 운석 대신, 마치 거대한 유기체가 숨 쉬는 듯한 뿌연 가스만 가득하다. 헤르메스 내부. 이지혜는 조종석에 앉아 전방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고, 박준영은 보조석에서 주변 스캔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이지혜:** (무전) 아레스 호, 여기 헤르메스. 성운 진입 완료. 시야 확보가 어려워. 레이더 스캔 범위는?

**최민서 (무전):** (지지직거리는 잡음 속에서) 헤르메스, 여기 아레스 호. 간섭이 심합니다. 내부 레이더는 거의 먹통이에요! 이 부선장님, 조심하세요.

**박준영:** (좌우를 둘러보며) 우와… 진짜 아무것도 없네요. 그런데 이 기분… 묘하게 불쾌합니다. 뭔가… 공기가 달라요.

**이지혜:** 우주에 공기가 어디 있어. (피식 웃지만, 그녀의 표정도 굳어있다) 이 성운, 분명 뭔가 있어. 감지되지는 않지만, 강력한 에너지 반응이 스캔되고 있어. 민서, 그 신호의 근원지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나?

**최민서 (무전):** 아뇨! 방금 전부터… 고정되어 있습니다. 정확히 성운의 중심부예요!

**이지혜:** 찾았다. (조종간을 미세하게 움직여 헤르메스의 방향을 바꾼다) 준영, 전방 스캔 집중해 줘. 시야가 확보되는 대로, 그 물체를 찾아야 해.

**(헤르메스가 성운 깊숙이 들어갈수록, 주변의 가스는 더욱 짙어지고, 알 수 없는 낮은 진동이 탐사정 전체를 울린다. 박준영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이지혜는 침착하게 조종간을 잡고 있지만,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다.)**

**박준영:** 저… 저게 뭡니까?!

**(박준영의 손가락이 전방 스크린의 한 지점을 가리킨다. 희미한 성운의 가스 너머로, 믿을 수 없는 형태의 그림자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마치 거대한 불규칙한 조각상처럼, 주변의 공간을 왜곡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검고 매끄러운 표면은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고, 오히려 빛을 빨아들이는 듯하다. 그 형체는 어떤 기하학적인 규칙도 따르지 않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듯한 기이한 인상을 준다.)**

**이지혜:** (숨을 들이켠다) 세상에…

**(정체불명의 유물은 헤르메스보다 훨씬 거대하다. 단순히 거대한 것을 넘어, 보는 이의 지각 자체를 혼란시키는 듯한 위압감을 뿜어낸다. 표면에는 어떤 문양도, 연결 부위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매끄럽고 어두운, 하지만 미묘하게 꿈틀거리는 듯한 표면만이 존재한다.)**

**[장면 #4] 아레스 호 함교 및 헤르메스 내부**

(아레스 호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 헤르메스에서 전송되는 영상이 송출된다. 유물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자, 함교 내부는 침묵에 휩싸인다. 김태우 선장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 광경을 응시한다. 최민서는 경악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김태우:** (낮은 목소리로) 저게… 저게 도대체…

**이지혜 (무전):** (떨리는 목소리) 아레스 호, 여기 헤르메스. 미확인 유물에 접근 중. 육안으로 확인 결과… 이건 우리가 아는 어떤 물질과도 달라요. 스캔 데이터가… 말 그대로 찢겨져 나갑니다. 제대로 된 값을 읽을 수가 없어요.

**박준영:** (떨리는 손으로 헤르메스 창문 밖을 가리킨다) 선장님, 부선장님! 저것 좀 보세요!

**(유물의 표면에서 미세한 빛의 파동이 일기 시작한다. 마치 유물의 내부에서 맥동하는 생명체라도 있는 것처럼. 그 파동은 성운의 가스를 미묘하게 흔들고, 헤르메스 내부의 조명조차 깜빡이게 만든다. 낮은 주파수의 진동이 점점 더 강렬해진다.)**

**이지혜:** (눈을 가늘게 뜬다) 이건… 에너지 반응이 아니야. 이건…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헤르메스의 센서가 미친 듯이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한다. 조종석의 모니터들이 파직거리며 오류 메시지를 띄운다. 박준영은 겁에 질린 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박준영:** 머리가… 머리가 너무 아파요! 뭔가 속삭이는 것 같아요! 귓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이지혜:** (자신도 두통을 느끼는 듯 한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이… 이 진동… 청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준영, 진정해! 이건 물리적인 현상이…

**(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파동이 더욱 강해진다. 동시에 헤르메스 내부의 홀로그램 지도가 왜곡되고,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서도 영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김태우:** (최민서에게) 민서! 헤르메스와의 통신 상태는?!

**최민서:** (당황한 채 키보드를 두드린다) 계속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주파수 간섭이 너무 심해서… 전력도 불안정해요!

**이지혜:** (비틀거리는 손으로 조종간을 잡으려 하지만, 이미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듯하다. 그녀의 눈은 유물에 홀린 듯 고정되어 있다) …보인다… 보이지 않는… 형태들이… 겹쳐져… 흐느적거리는…

**박준영:**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안 돼! 다가오고 있어! 뭔가가… 뭔가가 우리를 보고 있어!

**(유물의 검은 표면에서 섬뜩한 기하학적 문양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것은 단순히 새겨진 문양이 아니라, 유물 그 자체의 표면이 변형되며 나타나는 생체적인 무늬처럼 보인다. 동시에 탐사정 내부의 조명이 완전히 꺼지고, 오직 유물에서 새어 나오는 기이한 빛만이 내부를 비춘다. 박준영은 비명을 지르며 좌석 아래로 몸을 웅크리고, 이지혜는 눈을 감은 채 알 수 없는 환영에 시달리는 듯하다.)**

**김태우:** (결심한 듯 마이크를 움켜쥔다) 헤르메스, 즉시 철수! 당장 그곳에서 벗어나! 이지혜, 준영! 들리면 대답해!

**(하지만 헤르메스에서는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박준영의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려올 뿐이다. 유물의 표면에서 솟아오르는 기하학적 무늬는 점차 복잡해지며, 마치 거대한 눈이 뜨이는 것처럼 보인다. 아레스 호의 메인 스크린은 완전히 잡음으로 뒤덮이며 끊긴다. 함교는 암전되고, 김태우의 얼굴에 절망과 공포가 뒤섞인다.)**

**(검은 화면. 낮은, 웅웅거리는 진동음이 길게 울려 퍼진다.)**

**-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