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사이버펑크 복수극: 그림자 속의 칼날

**장면 1. 네오서울, 밤. 카이의 은신처.**

어둠이 짙게 깔린 네오서울의 빈민가, 낡은 건물의 최상층. 온갖 전선과 스크린이 뒤엉킨 좁은 공간에서, 카이의 푸른색 인공 안구가 쉴 새 없이 번뜩였다. 거대한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그 안에 우뚝 솟은 ‘블러드 스카이 타워’의 붉은 네온사인이 그의 시야에 잡혔다. 타워의 꼭대기에서는 화려한 조명 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저곳은 친구였던, 아니, 친구인 줄 알았던 ‘진’의 본거지였다.

**카이 (내레이션)**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
…진.

수십 개의 홀로그램 스크린에선 ‘진’의 얼굴이 여러 각도로 확대되어 있었다. 자신만만한 미소, 거만한 눈빛. 지금 그는 네오서울의 가장 영향력 있는 거대 기업 ‘오메가 코프’의 젊은 CEO였다.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보이는 완벽한 삶. 그리고 그 모든 건 카이의 피와 땀, 그리고 짓밟힌 영혼 위에서 세워진 것이었다.

카이의 손가락이 스크린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그의 왼쪽 팔은 온통 검고 매끄러운 사이버네틱스 의수였다. 과거의 상처가 남긴 흔적이었다. 그의 등 뒤에서는 낡은 환풍기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습한 공기를 겨우 밀어냈다.

**카이 (내레이션)**
3년 전, 나는 네가 건넨 잔에 든 것이 독약인 줄도 모르고 마셨지. 내 모든 걸 걸었던 연구, 꿈, 그리고 미래… 너는 그걸 송두리째 빼앗아갔어. 나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고, 네오서울의 가장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지.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네가 준 그 독이 날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어. 이젠 내 차례다, 진.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하나하나, 철저하게 부숴버릴 차례.

스크린 중 하나에서 뉴스 앵커의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뉴스 앵커 (음성)**
“…오늘 저녁, 오메가 코프의 진 CEO는 신기술 ‘뉴로링크 넷’의 공개 기념 자선 갈라를 블러드 스카이 타워 최상층에서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는 네오서울의 모든 엘리트 계층이 참석하는 최대 규모의 연례 행사로…”

카이의 푸른 안구가 섬뜩하게 빛났다. ‘뉴로링크 넷’. 그것은 한때 카이와 진, 두 사람이 함께 꿈꾸던 차세대 신경망 기술이었다. 진은 카이의 연구를 강탈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를 등록한 뒤, 오메가 코프의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이 기술을 완성시켰다.

**카이**
뉴로링크 넷… 내 것이었어. 네가 감히 내 이름을 도용해서 만든 그 망할 기술로, 지금 이 순간에도 네 명성을 쌓고 있다고?

그의 주먹이 무의식중에 책상을 내리쳤다. 쿵! 둔탁한 금속음이 울렸다.

**카이 (내레이션)**
아니, 그건 네 것이 아니야. 단 한 조각도.

**삐빅-**
갑자기 통신 알림음이 울렸다. 스크린 하나가 바뀌며, 어두운 후드 티를 입은 젊은 여성의 얼굴이 나타났다. 레나였다. 카이의 유일한 조력자. 그녀는 네오서울의 가장 깊은 곳, 이른바 ‘데이터의 그림자’ 속에서 활동하는 베테랑 해커였다.

**레나**
(피곤한 목소리)
카이, 드디어 연락했네. 네 감청망으로 블러드 스카이 타워 내부의 모든 회선을 들쑤시고 다녔더라? 무슨 꿍꿍이야? 위험한 짓 그만하고 얌전히 지내는 게…

**카이**
(날카롭게)
얌전히? 네가 말한 ‘얌전히’가 뭔데? 진에게 모든 걸 빼앗기고 빈민가에서 비참하게 살라는 말이라도 하려는 거야?

**레나**
(한숨)
하아… 그래. 내가 괜한 말을 했군. 어쨌든, 네가 뭘 노리는지는 대충 알겠어. 오늘 진이 주최하는 갈라 행사 말이지?

**카이**
정확해. 그곳의 메인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줘. 뉴로링크 넷의 핵심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그 서버에 연결된 모든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장악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줘.

**레나**
(눈살을 찌푸리며)
미쳤어? 블러드 스카이 타워는 네오서울에서 가장 견고한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곳이야. 오메가 코프의 최정예 사이버 보안팀이 24시간 감시하고 있어. 내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카이**
네 실력은 내가 잘 알고 있어. 진도 너의 재능을 탐냈었지. 하지만 넌 끝까지 내 옆에 남았고. 난 네가 해낼 거라고 믿어.

레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과거, 그녀 역시 진의 유혹을 뿌리치고 카이를 도왔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레나**
젠장. 알았어. 죽을 각오로 해볼게. 하지만 딱 한 번뿐이야. 한 번 실패하면, 너도 나도 끝장이야. 진은 널 살려두지 않을 거야.

**카이**
(싸늘하게 웃으며)
날 죽이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정보를 넘겨줘.

레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식간에 복잡한 코드들이 담긴 데이터 파일을 전송했다.

**레나**
메인 서버 접속 포트는 열어놨어. 하지만 장악까지는 쉽지 않을 거야. 아마 갈라 행사가 시작되고, 진이 연설을 할 때 보안이 잠시 흐트러질 수도 있어. 그때를 노려. 행운을 빌어, 카이. 꼭 살아서 돌아와.

통신이 끊겼다. 카이는 레나가 보내준 데이터를 자신의 뇌에 직결된 인터페이스 포트로 다운로드했다. 차가운 금속이 그의 관자놀이에 꽂히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카이 (내레이션)**
살아서 돌아오든, 죽음을 맞든… 진, 너는 오늘 밤부터 지옥을 보게 될 거야.

**장면 2. 블러드 스카이 타워 최상층. 갈라 행사.**

블러드 스카이 타워의 최상층은 화려한 빛과 음악, 그리고 값비싼 향수 냄새로 가득했다. 네오서울의 거물들이 잔을 부딪히며 웃고 떠들었다. 중앙 홀에는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곧 진의 연설이 시작될 참이었다.

**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모두들,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드디어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순간이 왔습니다!

진은 무대 위로 올라섰다. 그의 등 뒤로, 방금 전 카이가 보았던 ‘뉴로링크 넷’의 로고가 찬란하게 빛났다. 군중은 환호했고, 진은 그들의 찬사를 즐기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진 (내레이션)**
(카이의 과거 회상 음성 – 울리는 듯한 목소리)
“카이, 우리의 기술은 세상을 바꿀 거야. 인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거라고!”
“응, 진. 함께라면 불가능은 없을 거야.”
“그래, 친구! 우리는 영원히 함께 갈 거야!”

그들의 젊고 순수했던 모습이 카이의 뇌리에서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곧, 진이 그에게 내밀었던 싸늘한 눈빛, 비열한 미소로 대체되었다.

**진**
(마이크를 들고)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서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뉴로링크 넷’은 인류의 지성 발전의 새 지평을 열 것이며, 우리가 꿈꾸던 완전한 연결 사회를 실현할 것입니다! 우리의 기술은…

그때였다.

**SFX:** (전자음이 튀는 소리, 지직거리는 소리)

갑자기 메인 홀의 모든 홀로그램 스크린이 지지직거리기 시작했다. 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
(당황하며)
무슨 일이지? 시스템 문제인가? 보안팀! 당장 확인해!

관중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진의 연설은 끊겼고, 그의 자신감 넘치던 표정이 불안으로 물들었다.

**장면 3. 카이의 은신처.**

카이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선 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메인 서버의 방화벽이 생각보다 견고했지만, 레나가 열어준 틈은 충분했다.

**카이**
(이를 악물고)
뚫어… 뚫어!

**SFX:** (경고음, 시스템 오류음)

스크린에서 온갖 경고 메시지가 떴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오메가 코프의 보안팀이 카이의 침입을 감지하고 반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였다.

**카이 (내레이션)**
온몸의 감각이 디지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비트가 내 혈관을 타고 흐르고, 코드가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난 지금, 나의 복수심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SFX:** (경고음 격화, 메인 서버가 뚫리는 굉음)

**카이**
(숨을 헐떡이며)
됐다…! 장악 완료!

카이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빠르게 특정 파일을 찾아내어 메인 홀의 모든 스크린에 강제 전송 명령을 내렸다.

**장면 4. 블러드 스카이 타워 최상층. 갈라 행사.**

혼란에 빠져 있던 메인 홀의 스크린들이 다시 정렬되기 시작했다. 진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진**
(마이크를 잡으려 하며)
여러분, 잠시 시스템 오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모든 스크린에 충격적인 영상이 송출되었다.

**스크린 속 영상 (화면):**
낡은 연구실. 젊은 시절의 카이와 진이 열정적으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진 (영상 속 음성):** “이거 봐, 카이! 우리가 해냈어! 드디어 신경망의 핵심 코드를 찾았어!”
**카이 (영상 속 음성):** “진, 우리가 이걸 완성하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야!”

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군중은 웅성거렸다. 저건 진이 절대 외부에 노출되기를 원치 않던, 카이와의 공동 연구 자료들이었다. 심지어 날짜와 시간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스크린 속 영상 (화면 전환):**
영상은 갑자기 싸늘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멍하니 주저앉은 카이의 모습. 그 앞에 선 진이 비열하게 웃으며 서류를 낚아채고 있었다.
**진 (영상 속 음성 – 차갑게 비웃는 목소리):** “미안하다, 카이. 네 연구는 이제 내 거야. 너 같은 실패자가 이런 기술을 독점하게 둘 순 없지. 아, 그리고 네 모든 신용 기록은 이미 파기될 거야. 넌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카이 (영상 속 음성 – 고통에 찬 신음):** “진… 어떻게…?”

진의 표정은 경악을 넘어 공포로 변했다. 그의 과거, 모든 범죄가 담긴 생생한 증거 영상이 블러드 스카이 타워의 모든 스크린에 송출되고 있었다. 관중들은 경악했고, 웅성거림은 순식간에 분노와 비난으로 바뀌었다.

**관중 1**
“저게 뭐야? 진 CEO의 과거라고?”

**관중 2**
“저 연구, 원래 진의 것이 아니었어? 사기꾼이었잖아!”

**관중 3**
“뉴로링크 넷이… 도둑질한 기술이었다고?!”

진은 무대 위에서 얼어붙었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떨렸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진**
(떨리는 목소리로)
이건… 조작이야! 전부 조작된 영상이라고!

그의 외침은 분노한 군중의 비난 속에 묻혔다. 오메가 코프의 보안팀이 뒤늦게 영상을 차단하려 했지만, 카이가 심어놓은 백도어 때문에 쉽지 않았다. 영상은 수 분간 송출되며, 진의 모든 것을 산산조각 냈다.

**장면 5. 카이의 은신처.**

카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블러드 스카이 타워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진의 연설은 파탄 났고, 그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카이 (내레이션)**
진은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그는 그저 이것을 익명의 해커가 벌인 사이버 테러쯤으로 생각하겠지. 하지만 곧 알게 될 거야. 자신을 지옥으로 끌어내릴 자가 누구인지.

카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사이버네틱스 의수에서 푸른 빛이 깜빡였다.

**카이**
이건 시작에 불과해, 진. 네가 내게 했던 짓, 그 고통을 그대로 돌려줄게.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내가 하나씩 빼앗아 갈 거야.

그는 창밖의 네오서울 야경을 응시했다. 무너져가는 블러드 스카이 타워의 불빛이 그의 푸른 인공 안구에 비쳤다.

**카이 (내레이션)**
나는 그림자 속에 숨은 칼날이다. 네가 가장 믿었던 친구가, 이제 너의 가장 큰 악몽이 될 것이다. 나의 복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SFX:** (빗소리가 거세지는 소리, 사이버네틱스 의수의 기계음)


**에피소드 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