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철의 숨결: 잿빛 도시의 생존자

**1화: 찢어진 하늘 아래**

회색 먼지가 끝없이 흩날리는 지평선 너머로, 찢어진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앙상한 이빨처럼 솟아 있었다. 한때 번영을 자랑했던 도시의 잔해들은 이제 거대한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지훈은 낡은 방진 마스크를 고쳐 썼다. 렌즈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언제나 그랬듯 뿌옇고, 절망적이었다.

“젠장, 오늘도 아무것도 없네.”

그의 중얼거림은 마스크 속으로 희미하게 흩어졌다. 찢어진 배낭을 움켜쥔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며칠째 수확이 없었다. 물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비상식량은 어제부로 완전히 동났다. 발밑에 밟히는 자갈들이 자박거리는 소리만이 끈질기게 그의 귀를 따라왔다.

회색 도시의 구역 7은 언제나 위험했다. 다른 생존자들이 거의 발을 들이지 않는 곳. 그만큼 먹을 것이나 쓸 만한 물건이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곳을 제 영역으로 삼은 ‘그것들’의 활동 범위이기도 했다. 지훈은 허리춤에 찬 낡은 금속 파이프를 무의식적으로 만져보았다. 녹이 슬고 닳았지만, 그의 목숨을 여러 번 구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오랜 주거용 건물들의 잔해가 빽빽하게 늘어선 골목을 굽이굽이 지났다. 한때는 화려했을 로비,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을 놀이터, 누군가의 꿈이 피어났을 작은 서점… 모든 것이 잿더미 속에 파묻혀 있었다. 벽에는 낙서처럼 긁힌 “살아남아라”라는 글귀가 먼지 속에 희미하게 보였다. 허망한 구호였다.

한참을 헤매던 지훈의 시선이 한 건물에 멈췄다. 다른 건물들보다 비교적 온전한 형태를 유지한 채 서 있는 10층 남짓의 상업 지구 건물이었다. ‘알파 연구소’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연구소 건물이라면, 어쩌면… 에너지 셀이나 하다못해 쓸 만한 의료품이라도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이 그의 가슴을 스쳤다. 이런 희망은 언제나 허무하게 부서지기 마련이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건물의 출입구는 이미 파괴되어 잔해가 널브러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발을 들였다. 바깥의 흙먼지 섞인 바람과는 달리, 안쪽은 썩은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답답한 공기가 가득했다.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듯했지만, 건물 천장의 깨진 틈으로 몇 가닥의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춤을 추고 있었다.

지훈은 손전등을 꺼내 들었다. 희미한 불빛이 주변을 비추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연구 장비들과 알 수 없는 액체가 말라붙은 바닥이 드러났다.

“빌어먹을, 이건 또 뭐야.”

한때 깨끗했을 것으로 보이는 유리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무언가에 의해 잔인하게 파괴된 흔적이었다. 지훈은 발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복도를 따라 걸었다. 복도 끝, 가장 깊숙한 곳에 ‘전력 제어실’이라고 적힌 팻말이 보였다. 그의 심장이 갑자기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전력 제어실이라면, 예비 에너지 셀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문을 여는 순간, 삐걱거리는 금속음이 정적을 갈랐다. 안은 복도보다 훨씬 어두웠다. 지훈은 손전등을 들어 내부를 훑었다. 낡은 제어반과 텅 비어 있는 거대한 배터리 칸들이 보였다. 실망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역시나….”

그때였다.
지훈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금속이 긁히는 듯한 소리가 벽 너머에서 들려왔다. 마치 날카로운 발톱이 콘크리트 바닥을 긁는 듯한 소리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파이프를 고쳐 잡았다. 마스크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젠장, 여기까지 따라온 건가?’

그것들이었다. 잿빛 도시의 가장 밑바닥에서 기생하는, 변형된 생명체들. 사람들은 그들을 ‘그림자 사냥꾼’이라고 불렀다. 빛을 싫어하고, 소리에 민감하며, 집단으로 사냥하는 잔인한 포식자들.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지훈은 재빨리 제어실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철제 캐비닛 뒤에 웅크려 앉아 숨을 죽였다. 이 방 안에 혹시라도 아직 살아있는 에너지 셀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어야 했다. 아니, 그전에 살아남아야 했다.

철컥, 철컥.
기괴한 발소리가 문턱을 넘는 소리가 들렸다. 손전등 불빛을 껐다. 완전히 암흑 속으로 파묻힌 공간에서, 그의 귀는 모든 소리에 집중했다. 두 마리… 아니, 세 마리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크기는 작지만, 빠른 움직임과 날카로운 이빨, 발톱을 가진 녀석들이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방 안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 느껴졌다. 지훈은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것을 억누르며, 벽에 기대어 몸을 더욱 움츠렸다.
한 마리가 그의 은신처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끈적한 체액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훈은 파이프를 꽉 움켜쥐었다. 망설이는 순간, 모든 것이 끝장날 터였다.

쿵!
갑자기 발소리가 멈추는가 싶더니, 캐비닛 위로 날카로운 발톱이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녀석이 그의 존재를 알아챈 것이 분명했다.

“크르르르…”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지훈은 더 이상 숨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

그는 격렬한 기합과 함께 캐비닛 뒤에서 뛰쳐나왔다. 손에 든 파이프를 휘둘러 가장 가까이 있던 그림자 사냥꾼의 머리를 강타했다. 쨍그랑! 녀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하지만 곧바로 다른 두 마리가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지훈은 능숙하게 파이프를 휘둘러 공격을 막아냈다.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그는 몸을 숙여 한 마리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후, 무자비하게 파이프를 휘둘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이 경련했다.

남은 한 마리는 더욱 광포하게 달려들었다. 지훈은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손전등 불빛이 켜진 채 바닥에 떨어져 불안정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 불빛이 순간적으로 방 한쪽 구석을 비췄다.
낡은 제어반 옆, 바닥에 뒹굴고 있는 작은 상자.
그 안에 분명했다. 붉은색 비상용 스티커가 붙어 있는 에너지 셀 여러 개가!

지훈은 순간적인 기회를 노렸다. 달려드는 그림자 사냥꾼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하며, 전력 제어반을 발로 걷어찼다. 쾅! 낡은 제어반이 무너지며 스파크가 튀었다. 그 순간, 그림자 사냥꾼이 잠시 주춤했다. 지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상자 쪽으로 몸을 던졌다.

“잡았다!”

그는 상자를 움켜쥐었다. 그림자 사냥꾼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달려들었다. 지훈은 상자를 배낭에 쑤셔 넣으며 황급히 문 쪽으로 달렸다. 뒤에서 끈질기게 추격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젠장, 젠장!”

필사적으로 뛰었다. 낡은 건물 잔해가 무너질 듯 진동했다. 지훈은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뿌연 먼지 속에 몸을 던져 최대한 멀리 달렸다. 뒤에서 들리던 그림자 사냥꾼의 울음소리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간신히 그의 임시 은신처, 버려진 지하철 역 플랫폼으로 돌아왔을 때, 지훈은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마스크를 벗어 던지자 차가운 지하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왔다. 그의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배낭을 열고 상자 안의 에너지 셀을 꺼냈다. 투명한 케이스 안에 담긴 푸른빛의 코어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겨우 살아남았다. 겨우… 이걸로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지훈은 흐느적거리는 몸을 이끌고 작은 간이 침대에 기어올랐다. 흐릿한 정신으로 에너지 셀을 충전기에 꽂았다. 윙-하는 낮은 소리와 함께 그의 작은 은신처에 약하지만 따스한 빛이 퍼졌다.

그때였다.
지하철 터널 저편, 어둠 속에서 무언가 기괴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한 잔해 붕괴 소리가 아니었다. 불규칙적이고, 둔탁하며,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였다.

지훈의 심장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세워 터널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희미한 불빛조차 닿지 않는 저 너머에서,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이것은… 그림자 사냥꾼과는 다른 종류의 소리였다.

그는 문득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구역 7은… 단순히 그림자 사냥꾼만의 영역이 아니었다.

지훈의 얼굴에 공포가 스쳤다. 그는 겨우 찾은 에너지 셀을 든 채,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터널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