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도시 무인의 불청객

강휘는 고층 아파트의 18층에 자리한 자신의 보금자리를 언제나 아늑한 은신처로 여겼다. 회색빛 도시의 스카이라인 속에서도 그의 집은 고요하고, 때로는 평화롭기까지 했다. 닳고 닳은 무협 소설처럼, 강호의 풍파를 등진 무인이 강가에 초가집을 짓고 사는 격이랄까. 다만 그 강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인 도시의 강일 뿐이었다.

고요는 그의 오랜 친구였다. 그는 고요 속에서 수련했고, 고요 속에서 휴식했다. 그러나 그 고요는 지난 몇 주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다 잠시 눈을 붙이고 깨어나면, 분명 반듯하게 놓여 있던 책이 뒤틀려 있거나, 컵이 제자리를 벗어나 식탁 한쪽으로 밀려 있었다. 피곤해서 착각했으려니 했다.

어느 날은 거실에 앉아 가볍게 심법을 운용하며 내공을 다스리는데, 주방 쪽에서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휘는 눈을 떴다.
“뭐지?”
시간은 새벽 두 시를 훌쩍 넘긴 시각. 윗집이나 아랫집에서 나는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선명하고, 그의 집에 딱 붙어 있는 듯했다. 부엌으로 가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컵도 접시도 제자리에 그대로였다.

며칠 후, 사건은 더욱 뚜렷해졌다. 출근 준비를 위해 욕실로 들어선 강휘는 거울을 보고 흠칫했다. 거울 한가운데에 손가락으로 문댄 듯한 희미한 얼룩이 있었다. 마치 누가 손바닥으로 훑고 간 것처럼.
“이게 뭐야?”
그는 어젯밤 분명 깨끗하게 닦아두었다고 확신했다. 뭔가 찜찜했지만, 일단 물로 닦아냈다.

저녁이었다. 늦은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막 침대에 앉으려던 참이었다. ‘쾅!’
강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분명 침실 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그는 문을 활짝 열어두고 들어왔었다. 마치 누가 걷어차기라도 한 듯 쾅 하고 닫힌 문은, 그의 눈앞에서 천천히, 마치 숨을 쉬듯 다시 스르륵 열렸다.

등골에 한기가 스쳤다. 단순한 현상이 아니었다. 그는 오랜 수련으로 단련된 오감 외에, 미세한 기운의 흐름을 감지하는 육감에 가까운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 그의 집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살기(殺氣)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온화한 기운도 아니었다. 기이하고, 불쾌하며, 끈적거리는 듯한 음기(陰氣)가 집안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강휘는 낮게 읊조렸다. 그는 더 이상 이 현상을 무시할 수 없었다. 침대에 앉는 대신, 그는 방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숨을 고르며 자세를 잡았다. 수련 시에 잡는 기본 태세였다. 온몸의 기혈이 고르게 순환하는 것을 느끼며, 그는 의식을 확장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의 흐름을 읽기 시작했다.

집안 곳곳에 음기가 옅게 깔려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한 한 지점이 느껴졌다. 바로 거실 한가운데, 테이블이 놓인 자리였다.
강휘는 천천히 거실로 향했다. 거실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마치 흐린 안개처럼 음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테이블 위에 놓인 조화(造花)의 꽃잎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창문은 닫혀 있었다. 바람 한 점 없었다.

“네 정체가 뭐냐.”
강휘가 나직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불쾌감과 함께, 오랜 무인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특유의 압도적인 기세가 담겨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유리잔이 흔들리더니, 옆으로 ‘쨍그랑!’ 하고 떨어져 깨졌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이어서 그 옆에 있던 리모컨이 붕 하고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강휘의 머리맡을 스쳐 벽에 부딪혔다.

“흥!”
강휘는 가볍게 몸을 틀어 리모컨을 피했다. 그의 경공술은 좁은 아파트 공간에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발현되었다. 그가 서 있는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상체만 살짝 비틀었을 뿐인데, 날아오는 물체를 회피해낸 것이다.

그때였다. 거실의 모든 전등이 ‘파바박!’ 하고 동시에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전등이 깜빡이는 사이사이, 강휘는 희미한 형체를 언뜻 본 것 같기도 했다. 아니, 환각이었을까.

“단순히 물건을 던지는 수준은 아닌 모양이군.”
강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대련하는 상대는 언제나 실체 있는 존재였다. 허공에 떠다니는 기운 덩어리와의 싸움은 그의 경험상 전례 없는 일이었다.

갑자기 천장 에어컨이 ‘위잉-‘ 하고 작동하기 시작했다. 한겨울에 난데없는 에어컨 바람은 집안의 기온을 순식간에 차갑게 식혔다. 이어서 TV가 스스로 켜지더니, 화면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채, 오직 ‘쉬이이이익…’ 하는 백색 잡음만 가득했다.
그 백색 잡음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마치 어린아이의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돌아…와…”
웅얼거리는 듯, 중얼거리는 듯, 한숨 쉬는 듯한 소리였다.

강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현상이 단순한 물리적 장난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네가 원하는 게 뭐냐.”
그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다.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이 그의 발에 밟혀 ‘자그락’ 소리를 냈다.

그러자 백색 잡음 속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돌아와… 돌아와야 해…!”
그리고는 갑자기 TV 화면이 꺼지더니, 거실 벽면 전체가 핏빛으로 물드는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벽에 걸린 시계가 갑자기 옆으로 기울어지더니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이 났다. 그 순간, 벽에서 끈적한 검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치 오래된 피처럼 짙은 검은색이었다.

강휘는 무언가를 직감했다. 이 기이한 현상들은, 단순히 그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었다.
“돌아오라고? 무엇을?”
그가 손을 들어 검은 액체가 흐르는 벽을 향해 뻗었다. 그의 손끝에서 희미한 내공이 흘러나왔다. 기운과 기운이 부딪히는 순간, 검은 액체가 흐르던 벽에서 ‘쉬이이익!’ 하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치 어린아이가 손가락을 베었을 때 내는 것 같은, 짧고 강렬한 고통의 비명이었다.

“크윽!”
강휘는 순간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의 손을 타고 들어온 음기가 온몸의 기혈을 역류시키려 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내공으로 그 음기를 밀어냈다. 그의 손끝에서 푸른색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벽을 향해 쏘아졌다.

‘콰앙!’
작은 폭발음과 함께 벽의 검은 액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에어컨과 TV도 동시에 꺼졌다. 집안은 다시 깊은 정적에 잠겼다. 깨진 유리 조각들과 바닥에 흩어진 리모컨만이 방금 전의 소란스러움을 증명하고 있었다.

강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지만,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는 확실히 알아차렸다. 이것은 단순한 폴터가이스트가 아니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진, 혹은 특정한 감정에 묶인 존재였다.

“돌아와야 해라….”
강휘는 벽을 응시했다. 벽에는 검은 흔적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그의 직감은 외치고 있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 ‘돌아와야 하는 것’이 무엇이든, 이 괴이한 손님은 결코 강휘를 이 고층 아파트에 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휘는 창밖을 내다봤다. 불빛으로 가득한 도시의 야경은 언제나처럼 화려했지만, 그의 눈에는 이제 그 모든 빛 속에서 감춰진 또 다른 어둠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그의 고요는 완전히 깨졌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신의 공간을 침범한 불청객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만 했다. 그의 손이 굳게 쥐어졌다. 그의 내공은 다시 평온하게 순환하고 있었다. 다만, 그 평온함 속에는 이제 싸움의 굳건한 의지가 스며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