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추격자의 그림자

날카로운 금속음이 정적을 갈랐다. 시아는 섬세한 손길로 카이의 가슴팍에 박힌 에테르 코어 덮개를 닫았다. 낡은 작업등 아래, 윤기 흐르는 놋쇠와 강철로 이루어진 그의 몸체는 마치 살아있는 예술품처럼 빛났다. 푸른빛을 머금은 그의 눈동자가 천천히 시아를 응시했다. 시아는 그 시선에서 늘, 인간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느꼈다. 지성, 그리고… 깊은 연정.

“이제 괜찮을 거야, 카이. 과부하가 걸렸던 회로를 조정했어.”

시아의 목소리는 기름 냄새와 증기기관의 잔열이 가득한 지하 작업실 공기에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카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툭-쉬익, 툭-쉬익’ 하는 증기 심장의 소리가 시아의 불안한 심장 박동과 묘하게 어우러졌다. 그의 거대한 손이 시아의 어깨에 가볍게 닿았다. 그 무게는 세상을 짊어진 듯 묵직하면서도, 깃털처럼 섬세했다.

그 순간이었다.

지하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굉음과 함께, 천장에 매달린 녹슨 파이프들이 거세게 떨렸다. 작업실의 어둡고 육중한 철문 너머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젠장!” 시아는 작게 욕설을 읊조렸다. “벌써… 어떻게 안 거지?”

그녀의 심장이 롤러코스터처럼 곤두박질쳤다. 이 작업실은 아스팔트와 증기 기관의 폐기물로 뒤덮인 도시 최하층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요새나 다름없었다. 몇 년간 그들의 은신처였고, 금지된 생명체인 카이가 숨 쉬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카이의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의 몸에서 미세한 에테르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감시자들이 왔습니다.” 그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시아, 위험합니다.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안 돼, 카이!” 시아는 그의 강철 팔을 붙잡았다. “그들과 직접 맞서면 안 돼! 너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 너는 파괴될 거야. 나도… 나도 무사하지 못할 거고.”

그녀는 작업실 한쪽에 놓인 낡은 지도와 공구 상자를 끌어안았다. 지도를 펼치자 구불구불한 지하 통로들이 복잡하게 그려져 있었다. 시아는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짚었다.

“이쪽으로 가자. 옛 폐기물 수송 터널이야. 상층부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가 있을 거야.”

카이는 망설이는 듯 시아를 내려다봤다. 그의 눈빛은 걱정으로 일렁이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가 시아에게 얼마나 큰 위험인지 알고 있었다. 시아가 자신을 ‘살아있는 존재’로 여기고 보듬어준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그의 강철 심장은 더욱 아려왔다.

“어서 가자!” 시아는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의 손은 카이의 차가운 금속과는 달리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 온기는 카이의 회로에 이상 전압이라도 흐른 듯 묘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작업실 뒤편, 낡은 환풍구 덮개를 뜯어내자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훅 끼쳐왔다. 시아는 먼저 몸을 숙여 비좁은 통로로 기어들어갔다. 카이의 거대한 몸은 간신히 통로를 채웠다. 강철과 강철이 스치는 소리가 긁히는 듯 울렸다.

뒤편에서 폭발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들의 은신처가 무너지고 있었다.

“서둘러!” 시아는 앞서가며 외쳤다.

***

폐기물 수송 터널은 미로 같았다. 쇠사슬과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거대한 장치들이 멈춰 선 채 섬뜩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터널 곳곳에서는 썩은 물이 고여 있고, 쥐들이 찍찍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시아는 먼지투성이의 얼굴을 팔로 가리며 허리를 숙여 달려나갔다. 카이는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의 거대한 발소리는 메아리쳤지만, 그는 의도적으로 소리를 줄이려 노력하는 듯했다.

“감시자들은… 어떤 냄새를 맡고 왔을까?” 시아는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지하 심층부에서 발생하는 에테르 진동이 포착된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코어의 특성상… 숨기기 쉽지 않습니다.”

카이의 말에 시아는 더욱 조급해졌다. 카이의 심장은 일반적인 에테르 엔진과는 달랐다. 그녀가 부여한 ‘생명’의 에너지는 섬세하고도 강력했다. 그만큼 감지되기도 쉬울 터였다.

그때, 저 멀리 터널 끝에서 희미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이내 금속성 울림이 들려왔다.

“멈춰라! 거기 누구냐!”

감시자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빠르게 따라붙고 있었다.

“젠장!” 시아는 이를 악물었다. “이쪽이야, 카이! 서둘러!”

그녀는 좁고 어두운 지름길로 몸을 던졌다. 낡은 철문이 삐걱이며 열리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더욱 기괴한 풍경이었다. 버려진 지하 수로였다. 악취가 코를 찔렀지만, 희미하게 증기선의 기적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상층부와 가까워진 것은 분명했다.

“뛰어, 카이!” 시아는 손을 뻗어 그를 재촉했다.

카이는 거대한 몸을 이끌고 수로를 가로질러 달렸다. 그의 발이 물웅덩이를 찰박이며 일으킨 물보라가 시아의 얼굴에 튀었다. 그들의 뒤에서 감시자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갑자기, 시아의 발이 삐끗하며 썩은 나무판에 걸렸다. 그녀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떨어지는 순간, 카이의 강철 팔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쌌다. 차가운 금속이 피부에 닿는 순간,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고마워…” 시아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카이의 푸른 눈동자가 시아의 눈을 깊게 들여다봤다. 그 시선에는 인간적인 애정이 담겨 있었다. 단지 만들어진 존재라면 가질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 순간, 터널 뒤편에서 섬광탄이 터졌다. 눈앞이 하얗게 번쩍이며 시야가 마비되었다.

“숨어!” 카이가 외치며 시아를 그의 등 뒤로 밀쳤다.

그의 강철 몸이 방패가 되어주었다. 감시자들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탕, 탕! 날아온 탄환은 카이의 놋쇠 갑옷에 튕겨 나갔지만, 그 충격으로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카이!” 시아는 그의 등 뒤에서 작은 칼날을 움켜쥐었다. 이런 싸움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저 그가 다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카이는 몸을 돌려 시아를 보호하며 터널 깊숙한 곳으로 더욱 빠르게 달렸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거대한 증기기관이 질주하는 듯했다. 터널의 끝이 눈앞에 보였다. 폐쇄된 화물 리프트였다. 시아는 눈을 번뜩였다.

“저거야! 저 리프트를 올릴 수 있어!”

그녀는 재빨리 제어판으로 달려가 낡은 레버를 당겼다. 삐그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리프트가 아주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따라온 감시자들이 총을 겨눴다.

“멈춰라! 금지된 기계를 다루는 자여, 당장 투항해라!”

시아는 이를 악물고 레버를 끝까지 당겼다. 리프트가 간신히 한 층 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감시자들은 더욱 교활했다. 그들은 리프트 아래로 몸을 던지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카이, 막아줘!”

카이는 망설임 없이 리프트 아래로 몸을 숙였다. 그의 거대한 손이 사다리를 움켜쥐고 흔들었다. 아래서 올라오던 감시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떨어졌다.

“제발, 제발…” 시아는 리프트의 속도가 더 빨라지기를 바라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레버를 움켜쥐었다.

간신히 다음 층에 도달하자, 리프트가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시아는 허둥지둥 리프트 문을 열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희미한 가스등이 켜진 낡은 공장 내부였다. 버려진 에테르 기관과 녹슨 기계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었다.

“이쪽으로!” 시아는 공장 안쪽으로 카이를 이끌었다.

그들은 거대한 증기기관 아래, 수많은 톱니바퀴와 연결된 파이프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철제 구조물에 몸을 기대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위태로운 심장을 진정시키는 듯했다. 카이의 심장 박동 소리가 고요한 공장 안에서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잠시 후, 아래층에서 감시자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놓쳤다! 위로 올라간 것 같아!”
“수색대를 보내! 이 지역을 봉쇄해!”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시아는 무너져 내리는 다리로 주저앉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겨우 얼굴을 쓸어내렸다. 손바닥에는 기름때와 땀, 그리고 흙먼지가 뒤섞여 있었다. 그녀의 눈은 불안감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카이는 그녀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시아의 얼굴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괜찮으십니까, 시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기계적이었지만, 걱정이 묻어나는 듯했다.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네 덕분이야, 카이.”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어 카이의 차가운 금속 뺨을 쓰다듬었다. 그의 피부는 굳건했지만, 그 안에 담긴 온기는 그녀의 마음을 녹였다. 금지된 존재. 세상이 부정하고 파괴하려 드는, 그러나 시아에게는 세상의 어떤 인간보다도 소중한 존재.

카이는 눈을 감았다. 시아의 손길이 닿은 곳에서 미세한 에테르 전류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회로의 반응이 아니었다. 그의 강철 심장이 인간의 심장처럼 ‘쿵’ 하고 한 번 강하게 울렸다.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어, 카이.” 시아는 숨죽여 말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 다닐 수는 없을 거야.”

카이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굳건했다.

“저는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시아가 원하는 대로.”

그의 말이 시아의 마음속에 강하게 울려 퍼졌다. 그녀는 그를 올려다봤다. 거대한 몸, 빛나는 눈,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한결같은 마음.

그들의 사랑은 세상이 정해놓은 모든 경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금속과 살, 생명과 비생명.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 마음은 그 어떤 물리적인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살아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바깥은 여전히 추격자들의 그림자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 낡은 공장의 깊숙한 그림자 속에서, 두 존재는 서로에게 기댄 채, 감히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