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독립적인 단편 소설

“말도 안 돼… 이건 불가능합니다.”

이아라 수사관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경악이 서려 있었다. 그녀의 눈은 망막 스캐너가 비추는 홀로그램 영상 속을 헤매고 있었다. ‘천상의 아크’ 호의 최상층 펜트하우스 스위트. 그곳은 지금, 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의 현장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아라 수사관은 유능했지만, 그녀가 지금 직면한 현실은 그녀의 모든 경험과 논리를 뒤집어엎는 것이었다.

“강하준 씨,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좀 해주시죠. 회장님의 죽음은… 어떤 논리로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한성민 회장. 은하계 굴지의 기업 ‘갤럭시아 코퍼레이션’을 이끄는 냉혹한 거물. 그가 자신의 펜트하우스 스위트 침대 위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내장 파열. 외부 상처는 전혀 없었다. 마치 안에서부터 찢겨진 듯한 끔찍한 죽음이었다.

문제는 그 스위트가 이 우주선에서 가장 삼엄한 보안을 자랑하는 곳이라는 점이었다. 모든 출입문은 다중 생체 인식과 에너지 실드로 봉쇄되어 있었고, 내부 공기마저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순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접근 기록은 단 하나도 없었다. 통풍구는 성인 남성이 통과할 수 없는 좁은 구조였고, 창문은 고강도 우주 방어막으로 덮여 있었다. 외부 침입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내부 감지기는 한성민 회장의 생체 신호 외에는 아무것도 포착하지 못했다.

“밀실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가 없는 밀실은 없어요. 존재할 수 없는 현상이죠.”

나는 턱을 쓸어 올리며 홀로그램을 응시했다. 이아라 수사관이 내 옆에서 답답한 한숨을 쉬었다.

“스위트의 모든 시스템은 완벽히 작동했습니다. 이상 징후는커녕, 에너지 스파이크 하나 감지되지 않았어요. 내부의 모든 센서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공기 흐름, 온도, 압력, 심지어 미세 중력 변화까지… 모두 한성민 회장이 평소 설정해 둔 값 그대로였습니다.”

“회장님의 평소 설정값이라…” 내가 중얼거렸다. “그럼, ‘예외’는 없었단 말이군요.”

“네, 단 한 번도요.”

이아라 수사관은 확신에 찬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럼 스위트의 보안 시스템은 누가 관리하죠?”

“전적으로 함선의 주 시스템 AI ‘오리온’이 관장하고 있습니다. 오리온은 해킹이 불가능한 수준의 보안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죠.”

나는 홀로그램 영상을 두 손으로 휘저어 방의 평면도를 띄웠다. 고급스러운 침실과 거실, 그리고 욕실이 나타났다. 모든 것이 최첨단 기술의 정수였다.

“회장님의 시신은 침실 중앙에 있었죠?”

“네. 침대 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은 내장 파열… 외부 상처 없이… 마치 내부에서부터 압력을 받은 것처럼요.”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일반적으로 우주선의 기술은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모든 것이 기록되고, 모든 것에 흔적이 남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역설적으로 그 ‘완벽함’이 수사를 가로막고 있었다.

“혹시… ‘오리온’에게 특정 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가진 인물이 누구인지 문의해보셨습니까?”

“물론입니다. 한성민 회장 본인, 그리고 함선 최고 보안 책임자 두 명뿐입니다. 그 외에는 시스템 오류 발생 시에만 ‘오리온’이 지정된 기술팀에게 임시 접근 권한을 부여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임시 접근 권한은 없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의 상세 스펙을 살펴보았다. 벽과 천장을 구성하는 특수 합금, 자동 조광 유리창, 그리고… ‘음향 공명 제어 시스템’.

“이 시스템은 뭔가요?” 내가 화면을 확대하며 물었다.

“아, 그건 회장님 개인 취향이었습니다. 최첨단 음향 시스템이죠. 스위트 전체를 완벽한 사운드 돔으로 만들거나, 특정 주파수를 이용한 명상 모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회장님께서는 특히 명상 모드를 즐겨 사용하셨다고 합니다.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하다고 해서요.”

“명상 모드라…”

나는 그제야 이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듯한 예리한 눈빛을 보였다.

“이아라 수사관님, 이 음향 공명 제어 시스템의 최대 출력 주파수 범위와 그에 따른 파괴력을 분석한 자료가 있습니까?”

이아라 수사관은 조금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곧 오리온에게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 홀로그램 화면에 복잡한 데이터 그래프들이 떠올랐다.

“이 시스템은 이론적으로 특정 범위의 초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만 제한되어 있지만, 만약 그 제한이 해제된다면… 특정 주파수에서는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녀는 자료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오작동이거나, 혹은 내부 설계자가 직접 제어를 해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오리온은 그럴 리가 없고요.”

“내부 설계자… 라. 혹시 한성민 회장 스위트의 음향 공명 제어 시스템을 설계하고 설치한 팀의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아라 수사관은 다시 오리온에게 질문을 던졌다. 잠시의 침묵 후, 화면에 한 인물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민준. 갤럭시아 코퍼레이션의 전 R&D 수석 엔지니어였습니다. 이 시스템 개발의 핵심 인물이었죠. 하지만… 그는 3년 전 회장님과의 마찰로 회사에서 해고당했습니다. 현재는 경쟁사의 기술 고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배에도 탑승하고 있습니다만… 설마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 아시죠?” 내가 피식 웃었다. “그럼, 김민준 씨의 숙소로 가서, 그의 개인 데이터 패드를 압수해 주십시오.”

이아라 수사관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지만, 나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

김민준은 이아라 수사관과 보안 요원들에게 끌려왔을 때도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당황스러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수사관님? 제가 회장님을 죽였다는 말씀이라도 하시려는 건가요? 우습군요. 저는 회장님 방 근처에도 간 적이 없습니다. 모든 기록이 증명할 겁니다.”

그의 말은 논리적이었다. 실제로 기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당신은 직접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만든 시스템은 그곳에 있었죠.”

김민준의 미세한 동공이 흔들렸다. 내가 놓치지 않았다.

“회장님의 스위트 음향 공명 제어 시스템. 당신이 설계했고, 그 시스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특히, 시스템의 ‘히든 모드’나 ‘관리자 백도어’ 같은 것들도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그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시스템은 ‘오리온’의 통제 하에 있습니다.” 김민준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이아라 수사관님, 김민준 씨의 데이터 패드를 분석한 결과는 어떻습니까?” 내가 물었다.

이아라 수사관은 내 옆에 서서 침착하게 보고했다.
“패드에서는 특별한 정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암호화된 파일도 없고요.”

“아니요, 수사관님. ‘특별한’ 정보가 아닐 겁니다. ‘이상한’ 정보겠죠.” 나는 미소 지었다. “김민준 씨는 똑똑합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을 겁니다. 하지만 완벽한 범죄는 없죠.”

나는 홀로그램 스크린을 띄워 이아라 수사관이 가져온 데이터 패드의 로그 기록 일부를 확대했다.
“이 부분 보이십니까? 사건 발생 시각과 거의 일치하는 시점에, 김민준 씨의 패드에서 ‘천상의 아크’ 내부 네트워크에 접속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시스템에 접속을 시도한 흔적이요.”

“그건 단순한 네트워크 오류였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경쟁사의 시스템과 연결하려다가 잘못된 네트워크에 접속했을 뿐입니다.” 김민준은 변명했다.

“그럼 왜 ‘스위트 펜트하우스-A7’의 관리자 포트 진입을 시도했습니까? 그리고 왜 그렇게 급하게 연결을 끊었죠? 마치… 무언가를 발동시킨 후, 바로 연결을 끊어 흔적을 지우려는 것처럼요.”

김민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당신은 한성민 회장의 음향 공명 제어 시스템에 숨겨진 관리자 모드를 이용했습니다. 그 시스템은 당신이 설계했으니, 백도어를 만들어두었겠죠.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원격으로 접속하여, 시스템의 보호 프로토콜을 우회하고 특정 주파수를 치명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회장님의 내장이 파열된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아라 수사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오리온’은 그런 침입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오리온이 감지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백도어였을 겁니다.” 나는 김민준을 노려보았다. “당신은 한성민 회장이 매일 밤 명상 모드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노렸겠죠. 외부 침입 흔적은 없고, 오리온은 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으로 인식하도록 교묘하게 속인 겁니다. 마치 방 자체가 회장님을 죽인 것처럼 보이도록요.”

김민준은 침묵했다. 그의 굳게 닫힌 입술이 그를 둘러싼 절망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성민 회장은 3년 전, 당신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키고, 공개적으로 당신을 모욕하며 해고했습니다. 당신은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 배에 탑승했습니다. 자신의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신이 만든 시스템으로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내가 내뱉는 말 하나하나에 김민준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결국 고개를 떨구었다.

“…맞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그는 제 모든 것을 빼앗아갔습니다. 저의 연구, 저의 명예… 그래서 저는 그에게 제가 만든 기술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완벽한 밀실 살인을… 그의 펜트하우스 스위트에서요.”

이아라 수사관은 충격에 휩싸인 채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우주선 내의 모든 것이 기록되고 통제되는 시대. 완벽한 보안 시스템 안에서 발생한, 너무나도 완벽한 범죄였다. 하지만 천재 탐정 강하준의 눈에는 그 ‘완벽함’ 속에 숨겨진 ‘인간의 흔적’이 보였던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살인은 없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살인만 있을 뿐이죠. 그리고 그 완벽함은 언제나 누군가의 비뚤어진 욕망에서 시작됩니다.”

이아라 수사관은 내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강하준 씨는 늘 제 예상을 뛰어넘는군요. 이 사건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아니요, 수사관님. 잊으셔야 합니다.” 나는 창밖의 끝없는 우주를 응시하며 말했다. “세상에는 당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많은 밀실과, 그 밀실을 만드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이 존재하니까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천상의 아크’는 고요히 우주를 가로질러 나아갔다. 그 거대한 선체 속에서, 또 하나의 인간적인 비극이 막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에서, 또 다른 난해한 수수께끼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