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금지된 연가(戀歌)

**1화: 톱니바퀴 속 속삭임**

공기는 가열된 황동의 비릿한 내음과 무수한 증기 엔진이 내뿜는 끈적한 열기로 가득했다. 머리 위로는 거대한 메트로폴리스의 톱니바퀴들이 쉼 없이 삐걱이며 돌아갔다. 그 소리는 도시를 지배하는 산업의 영원한 교향곡이자, 이곳 주민들을 끊임없는 리듬 속으로 길들이는 자장가였다. 스모그는 붉은 석양마저 집어삼켜버린 지 오래였다. 인공광만이 뿌연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며 도시의 윤곽을 겨우 드러냈다.

카이아는 좁고 기름때 묻은 작업실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온몸에 땀이 밴 작업복은 이미 여러 번 덧대 기운 흔적이 역력했지만, 그녀의 눈빛만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낡은 작업등의 희미한 불빛 아래,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정교한 시계 부품보다도 섬세하게 움직였다.

테이블 위에는 아직 미완성인 ‘공중 항해 모형’이 놓여 있었다. 증기압으로 움직이는 작은 날개들과 복잡하게 얽힌 태엽들이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기묘한 박동을 내뿜었다. 이 모형은 그녀의 유일한 낙이자, 답답한 도시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젠장, 또 여기서 걸리잖아.”

카이아는 핀셋을 내려놓고 투박한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완벽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증기 엔진의 핵심 부품이 자꾸만 미세하게 어긋났다. 아무리 조정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의 노력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벽에 기대섰다. 작업실 창밖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회색빛 지붕들과 연기를 뿜어내는 거대한 굴뚝들이 보였다. 그 너머, 도시의 빛조차 닿지 않는 어둠 속에 ‘영혼의 숲’이라 불리는 미지의 영역이 있었다. 인간들은 그곳을 두려워했고, 동시에 경멸했다. ‘원시적인 야만인’들이 사는 곳이자, 도시의 질서를 해치는 ‘불경한 마법’이 스며든 곳이라고 믿었다.

카이아는 어릴 때부터 그 숲에 대한 기이한 전설들을 들어왔다. 밤이면 숲 속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오고, 그 빛을 따라가면 길을 잃거나 영혼을 빼앗긴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녀는 늘 생각했다. *과연 정말 그럴까? 이 모든 기계 문명이 시작되기 전, 그 숲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불현듯, 작업실 한구석에서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카이아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낡은 환풍구 덮개가 떨어져 있었다. 환풍구 안쪽은 좁고 어두웠지만, 어딘가로 이어지는 통로인 듯했다. 그녀의 작업실은 도시의 가장자리, 과거에는 쓰레기 처리장이었던 지하 구역과 연결된 건물에 있었다.

“쥐새끼라도 들어왔나.”

그녀는 공구 상자에서 렌치를 꺼내 들고 조심스럽게 환풍구에 다가갔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을 보았다. 쥐의 눈과는 달랐다. 너무나도 부드럽고, 영롱한 빛이었다. 마치 밤하늘의 별 조각이 땅에 떨어진 것 같았다.

카이아는 숨을 죽였다. 어릴 적 전설이 떠올랐다. *영혼의 숲에서 온 빛.*

호기심이 두려움을 압도했다. 그녀는 렌치를 든 손을 뻗어 환풍구 안쪽을 더듬었다. 그리고 그곳에 닿은 것은 딱딱한 금속이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결이었다.

동시에, 환풍구 안에서 얕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인간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듯, 혹은 작은 새가 지저귀는 듯한, 그러나 고통이 뒤섞인 소리였다.

“누구… 누구세요?”

카이아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환풍구를 따라 몸을 굽혔다. 좁은 통로를 기어가자,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이윽고 시야가 조금 트이는 곳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곳은 도시의 하수구와 연결된, 버려진 지하 공간이었다. 거대한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고, 녹슨 기계 부품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웅크린 채 쓰러져 있는 존재가 있었다.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피부는 푸른빛과 녹색빛이 오묘하게 섞여 있었고, 얇은 막처럼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길게 늘어져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로 마치 숲 속 이끼처럼 반짝이는 작은 조각들이 박혀 있었다. 날카롭게 뻗은 귓바퀴와 가는 눈매는 인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무엇보다 그의 왼쪽 어깨에서는 톱니바퀴 조각이 깊숙이 박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피조차도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듯했다.

‘루메족.’ 카이아의 머릿속에 그 이름이 번개처럼 스쳤다.

전설 속에만 존재한다고 여겨지던, 영혼의 숲의 존재.

그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뒤틀고 있었다. 그의 눈은 감겨 있었지만, 미세한 떨림이 그가 살아있음을 알렸다.

카이아는 본능적으로 그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이내 발이 얼어붙었다.

*잡아. 저건 위험한 존재야. 도시의 질서를 위협하는 야만인이라고. 신고해야 해.*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도시의 법률은 명확했다. ‘숲의 존재’를 발견하면 즉시 ‘감시단’에 보고하고, 그들은 가차 없이 그들을 제거하거나, 연구라는 명목으로 해부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 감시단에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어깨에 박힌 톱니바퀴 조각을 본 순간, 그녀의 마음은 요동쳤다. 그건 분명 도시의 기계 부품이었다. 도시가 숲의 존재를 상처 입힌 증거.

그녀는 손에 든 렌치를 떨어뜨렸다. 쨍그랑, 하는 소리가 차가운 지하 공간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루메족 남자의 눈이 번쩍 뜨였다.

두려움과 경계심이 가득한, 마치 야생동물의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묘한 슬픔과 체념 같은 것이 깃들어 있었다.

그의 시선이 카이아에게 닿았다. 푸른빛이 감도는 그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또렷하게 그녀를 응시했다.

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

이 남자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가 그녀를 공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카이아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눈빛에서, 그녀는 야만성 대신, 깊은 상처와 이해하기 힘든 감정을 읽었다.

“다… 다쳤어요?” 카이아는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카이아의 눈을 피하지 않고 노려볼 뿐이었다. 그의 온몸에서 희미한 빛이 더욱 강하게 깜빡였다. 마치 위험을 알리는 경고등처럼.

“난… 해치지 않아요.” 카이아는 조심스럽게 한 발짝 다가갔다.

그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이를 악물었다. 상처는 생각보다 깊어 보였다.

카이아는 잠시 망설였다. 이 남자를 돕는 것은 도시의 모든 법과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였다. 그녀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차가운 강철과 증기 속에서 그녀의 심장이 전례 없는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작업실로 돌아가 응급 도구를 챙겨왔다. 소독약과 거즈, 그리고 몇몇 정교한 수술 도구들이었다. 그가 도망갈 것을 대비해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다시 지하 공간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움직일 힘조차 없는 듯했다.

카이아는 무릎을 꿇고 앉아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에 박힌 톱니바퀴 조각을 살펴보았다.

“이건… 깊이 박혔네요. 아프겠지만… 빼내야 해요.”

그녀는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경계심이 서려 있었지만, 이제는 희미한 희망의 빛도 보였다.

카이아는 그의 상처 부위를 조심스럽게 소독했다. 차가운 소독액이 닿자 그가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그의 피부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더욱 강렬하게 명멸했다.

“조금만 참아요. 금방 끝날 거예요.” 그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리고는 핀셋을 들어 톱니바퀴 조각을 잡았다. 철컥, 하는 금속 소리가 났다.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카이아는 그의 팔을 잡아주었다. 그의 피부는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서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푸른빛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톱니바퀴 조각을 힘껏 잡아당겼다.

“으윽…!”

조각이 빠져나오는 순간, 그의 몸이 크게 경련했다. 선명한 붉은 피가 터져 나왔지만, 그 피는 땅에 닿기 전부터 신기하게도 투명한 녹색빛을 띠는 액체로 변했다. 마치 식물의 수액 같았다.

카이아는 놀랐지만, 이내 침착하게 지혈을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롱한 빛이 그녀의 손길에 반응하듯 더욱 강해졌다.

지혈이 끝나고 붕대를 감는 동안, 그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 푸른 눈동자에는 이제 경계심보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혼란, 그리고… 궁금증?

“이제 괜찮을 거예요.” 카이아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하지만 며칠 동안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이 상처는… 생각보다 깊어요.”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손이, 아주 천천히, 카이아의 손목을 향해 움직였다.

카이아는 얼어붙었다. 그의 손길이 닿을까 봐 두려웠지만, 동시에 그녀의 심장은 폭주하듯 뛰었다.

그의 길고 섬세한 손가락이 카이아의 손목에 닿았다. 차갑고도 따뜻한, 알 수 없는 감촉이었다. 그의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와 그녀의 피부 위로 스며드는 듯했다.

그리고 그때, 카이아의 머릿속에서 강렬한 환영이 스쳐 지나갔다.

울창한 숲, 높고 푸른 나무들, 그 사이를 흐르는 수정 같은 강물. 기계음 대신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평화로운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빛나는 피부를 가진 수많은 루메족들. 그들의 얼굴에는 근심 대신 순수한 미소가 피어 있었다. 그러나 그 환영은 이내 붉은 불길과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굉음과 함께 숲이 무너지고, 빛나던 존재들이 비명과 함께 쓰러져 갔다.

카이아는 숨을 헐떡이며 몸을 뒤로 뺐다.

“이건… 대체 뭐죠?”

그의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처럼 변해 있었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그대… 도시의… 아이… 어찌… 여기에…”

낮고 쉰 목소리였다. 인간의 언어와는 달랐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직접 와닿는 듯한 기묘한 울림이 있었다.

카이아는 혼란스러웠다. 그가 그녀에게 보여준 환영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의 기억인가, 아니면 그의 종족의 과거인가?

“당신은… 무엇을 본 거죠?” 카이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카이아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슬픔과 체념, 그리고 미지의 희망이 뒤섞인 듯한 미소였다.

“…너는… 우리의… 노래를… 들었는가…”

그의 말과 함께, 지하 공간을 감싸던 차가운 공기가 미세하게 변하는 것을 카이아는 느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더욱 강렬하게 깜빡였다.

카이아는 자신이 지금 어떤 금기를 깨트렸는지, 그리고 이 만남이 앞으로 그녀의 삶에 어떤 폭풍을 몰고 올지 직감했다.

도시의 톱니바퀴와 영혼의 숲의 숨결이, 금지된 방식으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알 수 없는 이끌림이 뒤섞여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이것은 시작이었다. 차가운 증기와 강철로 만들어진 도시에서 피어난, 가장 위험하고 아름다운 연가의 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