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404호의 심연

**[시작]**

**#1. 도시의 밤 풍경**

[장면 묘사]
밤이 깊은 도시. 수많은 고층 아파트들이 거대한 벽처럼 솟아 있다. 그중 한 아파트의 중간층, ‘404호’라고 쓰인 문패가 희미하게 보이는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창문 너머로는 도시의 번잡한 네온사인이 마치 아파트 유리에 달라붙은 핏자국처럼 번져 보인다. 고요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텍스트/내레이션]
익숙하고도 차가운 도시의 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문득 깨닫지 못한다.
익숙함이 균열되기 시작할 때,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이진우 역시, 그때까지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자신의 ‘평범한’ 삶이 껍데기뿐이었다는 것을.

**#2. 진우의 거실**

[장면 묘사]
오피스텔 특유의 미니멀하지만 어딘가 텅 비어 보이는 거실. 늦은 시각, 서른 언저리의 남자, 이진우가 소파에 축 늘어져 앉아 TV를 보고 있다. 셔츠는 구겨져 있고, 넥타이는 풀어헤쳐져 있다. 얼굴엔 피곤과 함께 약간의 짜증이 엿보인다. 탁자 위에는 마시다 남은 캔맥주와 과자 봉지가 놓여있다. TV에서는 의미 없는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진우** (나직하게, 독백)
하아… 오늘도 야근이라니. 이러다 몸 안에 있는 장기들이 파업 선언하겠어.

[효과음]
TV 웅얼거리는 소리, 억지스러운 연예인 웃음소리

[장면 묘사]
진우가 탁자 위 맥주 캔을 집어 든다. 늘 손 닿는 곳에 두던 TV 리모컨이 살짝 옆으로 밀려나 있다. 진우는 대수롭지 않게 손으로 툭 쳐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이진우** (독백)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아니면 내가 무의식중에 발로 건드렸나.

**#3. 거실의 어둠**

[장면 묘사]
새벽이 가까워진 시간. 진우는 소파에 기댄 채 잠들어 버렸다. TV는 여전히 켜져 있지만, 화면에서는 이제 밤 풍경을 담은 잔잔한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다. 거실의 불은 꺼져 있고, TV 빛만이 희미하게 방 안을 비춘다.

[효과음]
TV 잔잔한 배경음악, 빗소리 (창밖에서)

[장면 묘사]
어둠 속에서, 탁자 위에 놓여있던 빈 맥주 캔이 아주 미세하게, 스스로 움직이더니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쨍그랑하는 소리 대신, “흐으읍… 덜커덕…” 하는 둔탁하고 불쾌한 소리가 난다. 진우는 잠결에 미동도 없다.

[효과음]
흐으읍… (캔이 끌리는 듯한 소리) 덜커덕… (캔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예상보다 조용하게)

**#4. 진우의 침실**

[장면 묘사]
진우가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침실은 완벽한 어둠에 잠겨 있고, 창문 밖 도시의 불빛이 희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공기는 묘하게 차갑게 느껴진다.

[효과음]
빗소리,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도시의 소음

[장면 묘사]
갑자기, 침대 옆 협탁 스탠드의 전구가 “팟! 팟! 팟!”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하게 깜빡이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번개처럼 터지는 빛이 진우의 눈을 찌른다. 그의 눈이 번쩍 뜨인다. 진우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진우** (졸린 목소리로, 짜증 섞인)
아… 뭐야…? 정전인가?

[효과음]
팟! 팟! 팟! (전구 깜빡이는 소리, 매우 신경질적으로)

[장면 묘사]
전구는 몇 번 더 깜빡이더니 이내 거짓말처럼 정상으로 돌아온다. 진우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허탈한 한숨을 내쉰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듯한 묘한 한기를 느낀다.

**이진우** (독백)
고장 났나… 낡았으니 그럴 수도 있지. 오래 썼으니.

[장면 묘사]
다시 잠들려던 찰나, 침대 발치 쪽 벽에서 “드르륵… 드르륵… 흐으읍… 삭…” 하는 불규칙하고 긁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마치 날카로운 손톱으로 벽지를 찢는 소리 같다. 진우는 숨을 멈춘다. 온 신경을 벽에 집중한다.

**이진우** (작게, 공포가 섞인)
…쥐인가? 이 고층 아파트에? 설마.

[효과음]
드르륵… 드르륵… 흐으읍… 삭… (벽을 긁는 소리, 점점 가까워지는 듯)

[장면 묘사]
소리는 이내 뚝 멈춘다. 고요함이 다시 침실을 지배한다. 진우는 불쾌하고 섬뜩한 기분으로 이를 악물고 다시 눈을 감는다. 잠이 달아났다.

**#5. 다음 날 아침, 진우의 욕실**

[장면 묘사]
진우가 거울 앞에서 칫솔질을 하고 있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수면 부족으로 푸석푸석하고 눈 밑은 거무스름하다. 어딘가 피폐해진 모습.

[효과음]
치카치카 (칫솔질 소리), 쏴아아 (흐르는 물 소리)

[장면 묘사]
세면대 수도꼭지에서 물이 “똑… 똑…” 하고 불규칙하게 떨어지고 있다. 진우는 어제 밤의 기억에 짜증이 나서 수도꼭지를 꽉 잠근다. 소리가 멈춘다. 하지만 잠그는 순간, 어딘가 다른 곳에서 “똑… 똑…” 하는 물방울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진우는 다시 수도꼭지를 확인한다. 완벽하게 잠겨 있다.

**이진우** (독백)
점점 낡아가는군, 이 아파트도. 아니면 내 귀가 낡아가는 건가.

[장면 묘사]
진우가 세면대에서 고개를 드는 순간, 거울 속 그의 뒤편, 닫혀있던 욕실 문이 아주 천천히, “끼이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살짝 열린다. 틈 사이로 어두운 공간이 보인다. 진우는 순간 거울 속 문에 시선을 고정한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효과음]
끼이이이익… (문 열리는 소리, 소름 끼치게 길고 느리게)

**이진우** (독백, 당황과 공포가 뒤섞인)
내가… 문을 닫지 않았던가? 분명히 닫았는데…

[장면 묘사]
진우가 홀린 듯 뒤를 돌아본다. 문은 다시 닫혀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처음부터 굳게 닫혀있던 것처럼. 그의 얼굴에 미묘하고 섬뜩한 불안감이 스친다. 등골이 오싹하다.

**#6. 진우의 현관**

[장면 묘사]
진우가 출근 준비를 위해 현관에서 구두를 신고 있다. 벽에 걸린 열쇠고리에는 차 키와 현관문 키가 함께 걸려 있어야 하는데, 현관문 키가 보이지 않는다.

**이진우** (짜증 가득)
어? 내 키 어디 갔어? 아침부터 또.

[장면 묘사]
진우가 가방을 뒤지고, 주머니를 뒤진다. 어제 입었던 옷 주머니까지 확인하지만, 키는 어디에도 없다. 피곤과 함께 짜증이 극에 달한다.

**이진우** (독백)
설마 어제 술 마시고 어딘가 흘린 건 아니겠지. 기억도 없는데.

[장면 묘사]
진우가 현관을 벗어나 거실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그의 시선이 문득 바닥으로 향한다. 그의 발 바로 앞에, 현관문 키가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떨어져 있다. 마치 누군가 그곳에 놓아둔 것처럼.

**이진우** (경악한 표정, 눈이 휘둥그레진다)
…말도 안 돼. 내가 여기까지 들고 왔다고?

[장면 묘사]
진우가 엉거주춤 키를 줍는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이 모든 게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잦고, 너무 기묘하다.

**#7. 회사 휴게실**

[장면 묘사]
회사 휴게실. 진우가 창백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며 동료 김민지(Kim Minji)와 통화 중이다. 민지의 목소리는 활기차고 밝다.

**김민지** (전화 너머, 밝게)
진우 씨, 지난번에 맡긴 자료는 잘 돼가나요? 곧 마감이라서 제가 초조해서요!

**이진우** (피곤하고 불안정한 목소리)
아, 민지 씨. 그럼요, 거의 다 됐어요. 근데…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김민지** (호기심 가득)
네? 뭐요? 혹시 주말에 같이 갈 맛집이라도 찾았어요? 저 이번에 새로 오픈한 파스타 집 가보고 싶었는데!

**이진우** (머뭇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아니… 그게 아니라. 혹시 아파트에서, 가끔 이상한 일 겪어본 적 있어요? 뭐… 물건이 저절로 움직인다거나, 없던 소리가 난다거나…

**김민지** (웃음소리, 경쾌하게)
푸하하! 진우 씨, 귀신이라도 봤어요? 밤늦게까지 야근하더니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봐요. 제가 이 근처 아파트 살지만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진우 씨 정신이 번쩍 들게 제가 맛있는 거라도 사드릴까요?

**이진우** (작게 한숨, 체념한 듯)
하긴… 그렇겠죠. 됐어요. 그냥 제가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김민지** (걱정스럽게)
네! 얼른 가서 쉬세요. 건강이 최고죠! 야근 좀 줄이시고요!

[효과음]
뚜- (전화 끊는 소리)

[장면 묘사]
진우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내다본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감과 함께 깊은 회의감이 서려 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고립감.

**이진우** (독백)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정말… 그런 걸까.

**#8. 아파트 복도, 그리고 어둠**

[장면 묘사]
밤이 깊었다. 진우가 회사에서 돌아와 자신의 404호 현관 앞에 섰다. 복도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지만, 그의 문 앞만은 어쩐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문 전체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효과음]
띠릭띠릭 (도어록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진우의 심장 소리가 조금씩 커진다)

[장면 묘사]
진우가 손을 뻗어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른다. “띠리리릭, 띠리링” 하는 익숙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야 하는데, 도어록이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킨다. “삐… 삐… 삐…” 하는 경고음이 불규칙하고 신경질적으로 울리기 시작한다.

[효과음]
삐… 삐… 삐… (도어록 경고음, 점점 더 빠르고 불쾌하게)

**이진우** (당황과 짜증, 목소리가 높아진다)
뭐야?! 왜 이러는 거야 또! 비밀번호가 틀렸을 리가 없는데!

[장면 묘사]
진우가 몇 번이고 다시 비밀번호를 누르지만, 도어록은 계속 경고음을 내뱉는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고,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린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오싹한 느낌이 엄습한다.

[효과음]
삐… 삐… 삐… (점점 더 빠르고 시끄럽게, 비명처럼 들린다)
두근… 두근… 두근… (진우의 심장 박동 소리)

[장면 묘사]
그 순간, 아파트 복도 전체의 불이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꺼진다. 사방이 순식간에 완벽한 어둠에 잠긴다. 복도 비상등마저 들어오지 않는다. 진우는 얼어붙는다. 숨소리마저 멈춘다.

[효과음]
팟! (복도 불 꺼지는 소리)
(완벽한 침묵. 진우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린다.)

**#9. 404호 현관문 앞, 심연 속으로**

[장면 묘사]
완전한 어둠 속. 진우의 심장이 격렬하게, 너무나 크게 두근거린다. 복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심연이다.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습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효과음]
두근… 두근… (심장 박동 소리, 고막을 때릴 듯 크게)
스스슥… (아주 미세하게, 어둠 속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소리)

**이진우** (목소리가 떨린다, 공포에 질려)
누구… 누구 없어요…? 여… 여기 불 좀…

[장면 묘사]
그때, 굳게 닫혀있던 404호 현관문이 “끼이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아주 천천히, 저절로 열리기 시작한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어둠이 복도의 어둠보다 더 짙고, 더 차갑고, 더 깊은 심연처럼 느껴진다. 그 틈새에서 스멀스멀 기분 나쁜 냉기가 흘러나온다.

[효과음]
끼이이이이익… (현관문 열리는 소리, 매우 느리고 섬뜩하게. 비명처럼 느껴진다.)
쉬이이이…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 소리, 환청처럼 귓가를 간지럽힌다.)

[장면 묘사]
문이 반쯤 열리자, 그 짙은 어둠 속에서 스멀스멀 검은 그림자가 기어 나온다. 형체는 불분명하지만, 진우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자신이 아니다’는 것을 안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듯한 싸늘한 기운이 진우의 온몸을 덮친다. 공포가 목구멍을 틀어막는다.

**이진우** (숨 막히는 소리, 공포에 질려)
흐읍…!!

[장면 묘사]
그림자가 진우를 향해 거대한 팔을 뻗는 듯한 동작을 취한다. 차가운 기운이 진우의 뺨을 스치는 듯한 섬뜩한 느낌에, 진우는 뒷걸음질 치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 그림자는 마치 그를 집어삼키려는 듯, 더욱 진하게 뻗어온다.

**이진우** (공포에 질린 비명, 목이 찢어져라)
안… 안 돼…!!! 으아아아악!!!

[효과음]
스아아악… (그림자가 진우에게 뻗어오는 소리, 소름 끼치게 섬뜩하다)
(진우의 비명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운다.)

[텍스트/내레이션]
그날 밤, 이진우는 마침내 깨달았다.
자신의 ‘평범한’ 아파트 404호가 더 이상 그의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의 집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곳은, 그를 기다리는 심연의 아가리였다.

[장면 묘사]
진우가 공포에 질려 바닥에 엎드려 경련하고 있다. 열린 404호 현관문 너머로 짙은 어둠이 아가리처럼 벌어져 있고, 그 안에서 알 수 없는 기척이 꿈틀거린다. 복도 불은 여전히 꺼져 있고, 진우의 비명소리는 이내 어둠 속에 잠식된다.

**[에피소드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