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Chapter 1: 균열]**

미나의 하루는 언제나 시계처럼 정확했다. 오전 7시 알람과 함께 눈을 뜨고, 출근 준비를 마치면 갓 내린 커피 한 잔으로 짧은 여유를 즐긴 뒤 현관문을 나서는 것.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이 낡은 아파트 203호는 그녀에게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 이상이었다. 온전한 자신만의 세계, 바쁜 도시의 소음으로부터 격리된 안전한 성채. 적어도 어제까지는 그랬다.

“젠장, 또 늦었잖아.”

미나는 넥타이를 거칠게 고쳐 매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졌다. 냉장고 문은 덜 닫혀 삐 소리를 내고 있었고, 분명 어제 밤 잠그고 잤던 현관문은 미세하게 열려 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서 문을 잠그지 않을 리가. 게다가… 방금 전까지 테이블 위에 있던 열쇠는 온데간데없었다.

“어디 갔지?”

그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거실을 훑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거실 탁자 위에는 어제 저녁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 하나 없이 말끔했다. 분명 열쇠를 여기 두었는데. 결국 출근길에 지갑과 휴대폰을 챙기는 것처럼 늘 손에 들고 다니는 손가방을 뒤져보니, 거기서 열쇠가 나왔다. 이런, 내가 깜빡했나? 미나는 고개를 젓고는 현관문을 닫고 나섰다. 찝찝함은 덤이었다.

밤이 되자 아파트 203호는 고요함 속에 잠겼다. 미나는 샤워를 마치고 나와 가운을 걸친 채 거실 소파에 몸을 던졌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피곤한 웃음소리가 공허한 공간을 채웠다. 한 손에는 차가운 캔맥주가 들려 있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녀는 서서히 몸의 긴장을 풀었다.

그때였다.
쿵.
아주 작고 둔탁한 소리가 주방 쪽에서 들려왔다. 미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고양이도 키우지 않는 집에 이런 소리가 날 리가 없었다. 그녀는 텔레비전 소리를 줄이고 귀를 기울였다.
다시 한번, 쿵.
이번에는 좀 더 확실했다. 마치 가벼운 물건이 바닥에 떨어진 듯한 소리. 그녀는 맥주 캔을 탁자에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주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망설여졌다.

주방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미나는 스위치를 눌렀다. 환한 형광등 불빛이 순식간에 어둠을 몰아냈다. 싱크대 위에는 깨끗이 닦인 식기들이 정돈되어 있었고, 가스레인지 위에는 냄비 하나 없었다. 아무것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착각이었나?”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거실로 향했다.
그 순간, 뒤에서 섬뜩한 냉기가 끼쳐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등 뒤에 서서 차가운 숨결을 불어넣는 듯한 오싹함이었다. 미나는 흠칫 놀라 뒤를 돌아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주방만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몸에 소름이 돋았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젠장,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미나는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 과로 때문일 거다. 늘 그렇듯. 하지만 등골을 타고 흐르는 오한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미나는 어깨가 뻐근했다. 밤새 잠을 설쳤다.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몽롱한 상태였다. 분명히 새벽에 뭔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긁히는 듯한 소리, 아니면 무언가가 벽을 기어가는 소리? 기억이 흐릿했다.
출근 준비를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을 보는 순간, 그녀의 눈이 커졌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 그 뒤로, 어렴풋이 형체가 없는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마치 공기 중의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검은 흔적. 그것은 단순히 거울에 비친 어두운 실루엣이 아니었다. 공간 자체를 왜곡시키는 듯한 일렁임이었다.
“뭐… 뭐야!”
미나가 몸을 돌리자, 그림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빠르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거울을 다시 봤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장이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
“분명 봤어… 분명히…”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그러나 불안감은 출근길 내내 그녀를 따라다녔다.

퇴근 후 아파트로 돌아온 미나는 평소와 달리 조심스러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온 집안의 불을 환하게 밝혔다. 거실, 주방, 침실, 심지어 화장실까지. 어둠이 싫었다. 어둠 속에 뭔가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마치고 나와 가운을 입었을 때였다.
“똑똑.”
아주 작고, 섬세한 노크 소리가 침실 문에서 들려왔다.
미나는 얼어붙었다. 그녀는 혼자 살고 있었다. 이 방에 그녀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세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다시 “똑똑.”
이번에는 좀 더 선명했다. 마치 손톱으로 나무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듯한 소리. 침실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미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공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거기… 누구 없어요?”
그녀는 대답 대신 심장이 발자국처럼 울리는 소리만을 들었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몇 초간의 정적. 그 몇 초는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갑자기, 침실 문고리가 삐걱이며 아래로 돌아갔다.
“아악!”
미나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문고리는 완전히 돌아갔지만, 문은 닫힌 채 그대로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것처럼. 덜컹, 덜컹. 문 전체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미나는 현관으로 내달렸다. 집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비이성적인 생각들이 난무했다. 귀신? 도둑? 아니, 이건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훨씬 더 끔찍하고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철컥.”
현관문에 다다랐을 때, 잠겨 있던 현관문이 저절로 열렸다. 밖에서 부는 한기가 순식간에 복도를 채웠다. 미나의 눈에 비친 바깥 복도는 어둡고 길게 늘어져 있었다. 저 멀리 비상등의 희미한 불빛만이 불안하게 깜빡였다.
미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평범한 아파트 복도였지만, 그녀의 눈에는 지옥으로 가는 문처럼 보였다.
그때, 열린 현관문 틈으로 들어온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치 손가락처럼 피부를 훑는 듯한 섬뜩함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과 함께, 아주 희미하지만 확실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오래… 기다렸다…”
그것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긁히는 듯하고, 여러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겹쳐지는 듯한, 심장이 찢어질 듯한 이질적인 소리였다. 인간의 언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음성이었다. 들리는 순간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불쾌감.
미나는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렸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이 꽉 막힌 것처럼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현관문이 열리며 드러난 바깥 복도의 어둠 속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거기, 무언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막 그녀의 아파트 문을 활짝 열어젖힌 참이었다.
어둠 속에서, 미지의 존재가 그녀의 작은 성채로 서서히 발을 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완전히 혼자였다.
완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