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제127화: 강철 심장과 증기의 춤**

거대한 황동 경기장은 비명처럼 울리는 증기기관의 압력 배출음과 수만 관중의 열기로 가득했다. 천하제일기계무투회, 그 대장정의 준결승, 두 영웅의 맞대결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중앙 전광판에는 격렬하게 부딪히는 두 인영의 잔상이 홀로그램으로 번쩍였다. 한쪽은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순수한 무(武)의 정수를 보여주는 ‘철권’ 강호. 다른 한쪽은 증기와 기어의 조화로 새로운 무를 창조한 ‘기계화신’ 류진.

경기장 바닥은 거대한 톱니바퀴 문양이 새겨진 강화 강철판으로 되어 있었고, 곳곳에서 가느다란 증기 파이프가 솟아나 독특한 장관을 연출했다. 류진은 경량화된 합금 갑주를 입고 있었다. 그의 팔과 다리에는 시계태엽처럼 정교하게 움직이는 보조 장치들이 달려 있었고, 등 뒤에서는 소형 증기 추진기가 낮은 굉음을 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강철 나비처럼 가볍고 빨랐다.

“크윽…!”

강호의 거대한 철권이 허공을 가르며 류진이 방금 서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강철 바닥이 푹 파이며 거친 굉음이 울렸지만, 류진은 이미 수 미터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의 손목에 달린 작은 증기 분사기가 푸쉬익 소리를 내며 연막을 토해냈다. 흰 증기가 순식간에 경기장 일부분을 뒤덮었다.

“흐흐… 늙은 호랑이여, 눈이 침침해진 모양이군.” 류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증기 너머에서 울렸다.

강호는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눈앞의 증기막은 시야를 완전히 가렸지만, 그의 귀는 증기 속에서 미묘하게 움직이는 금속음과, 바닥을 긁는 류진의 발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오랜 세월 단련된 그의 몸은 이미 단순한 감각기관을 넘어선 존재였다. 그는 마치 안개 속의 등대처럼, 고요한 기운을 발산하며 다음 움직임을 기다렸다.

갑자기, 증기 속에서 수십 개의 작은 금속 조각들이 튀어나왔다. 류진의 손목과 무릎에 장착된 소형 발사장치에서 뿜어져 나온 것들이었다. 작은 톱니바퀴 모양의 조각들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강호를 향해 돌진했다.

“쳇, 잔재주가 많군!”

강호는 크게 호통치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단순한 주먹질이었지만, 그 속에는 천근을 누르는 듯한 무게와, 모든 것을 꿰뚫는 강렬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철산고(鐵山靠)’! 그의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압력파가 공기를 왜곡시키며 금속 조각들을 산산조각 냈다. 파편들이 비처럼 흩뿌려지자, 증기막 너머에서 류진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류진은 당황한 기색 없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의 등 뒤 소형 증기 추진기가 최고 출력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는 어림없지, 노인장!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미래의 무(武)다!”

그의 몸이 갑자기 지면에서 솟아올랐다. 증기 추진기가 내뿜는 뜨거운 공기가 바닥을 그을리며 검게 만들었다. 류진은 공중에서 회전하며 수십 발의 증기탄을 발사했다. 증기탄은 강호의 머리 위에서 폭발하며 거대한 증기 구름을 만들어냈고, 그 안에서 날카로운 금속 파편들이 비 오듯 쏟아졌다. 파편 하나하나가 사람의 손톱만 한 크기였지만, 강철판도 뚫을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강호는 눈을 감았다. 모든 감각을 오직 한곳에 집중했다. 그의 몸에서 은은한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강호가 수십 년간 수련해 온 ‘청강기(靑鋼氣)’였다. 무형의 기운이 그의 몸을 감싸자, 금속 파편들이 피부에 닿는 순간 튕겨져 나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방어막을 두른 듯했다.

류진은 상공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제법이군…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는 재빨리 착지하며 손목의 장치를 조작했다. 손목 장치에서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강철 날개가 솟아났다. ‘회전강검(回轉鋼劍)’! 증기압력으로 회전하는 강철 날개는 마치 소형 톱날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했다. 류진은 그 회전강검을 들고 강호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움직임은 더욱 빠르고 예측 불가능해졌다.

“이야압!”

류진은 강호의 옆구리를 노려 날카로운 회전강검을 휘둘렀다. 강호는 몸을 살짝 비틀어 공격을 피했지만, 칼날은 그의 허리춤을 스치며 한 줌의 옷자락을 잘라냈다. 그 순간, 강호의 눈이 번뜩였다.

“그래, 겨우 이 정도인가!”

강호는 주춤하는 류진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손바닥 안에서 미세한 기운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탈기천풍(奪氣穿風)’! 마치 진공 상태를 만들어낸 듯, 류진의 몸이 한순간 앞으로 끌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류진은 당황하여 증기 추진기를 역분사했지만, 강호의 기운은 그보다 빨랐다.

류진의 눈이 커졌다. 강호의 거대한 오른 주먹이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일격이었다. 류진은 본능적으로 양팔을 교차시켜 막았다.

**콰앙!**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경기장이 흔들렸다. 류진의 몸이 수 미터 뒤로 튕겨나가며 강철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의 팔을 보호하던 합금 갑주가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류진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이전의 여유만만함 대신, 냉혹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늙은이가… 감히…!”

류진은 이를 악물고 손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그의 팔뚝 전체를 감싸는 증기 엔진이 ‘쉬이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최고출력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푸른색 증기가 그의 팔 전체를 감쌌고, 팔뚝에 박힌 거대한 황동 너클에서 붉은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강철 심장을 품은 듯한 팔이었다.

“좋다… 나 역시 모든 것을 걸겠다!”

강호 역시 자세를 낮췄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강기가 더욱 짙어졌다. 주변의 공기가 그의 기운에 압도되어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다. 그의 시선은 오직 류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수만 관중의 숨소리마저 멎은 순간, 두 영웅의 마지막 격돌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경기장 중앙에 거대한 에너지의 폭풍이 휘몰아칠 것만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음 순간, 승패는 결정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