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부우우우웅—!”

묵직한 쇳소리와 함께 거대한 증기 배관에서 뿌연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강철 외골격을 두른 ‘떠돌이 기어’는 낡아빠진 엔진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토해내며 잿빛 황무지를 가로질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끝없이 펼쳐진 회색빛 폐허였다. 한때 하늘을 찌르던 도시의 마천루들은 뼈대만 앙상히 남은 채 묵묵히 서 있었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모래폭풍이 쉴 새 없이 창문에 부딪혔다.

조종석에 앉은 카인은 익숙한 손길로 수십 개의 압력 게이지와 온도계를 확인했다. 증기압은 불안정했고, 연료 효율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젠장, 이 정도로는 이틀도 못 버티겠는데.” 그의 마른 입술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낡은 고글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끈질긴 생명력이 감돌았다.

옆자리에 앉아 망원경으로 바깥 풍경을 살피던 세라가 무심한 듯 툭 던졌다. “엔진이 곧 멈추면, 그때는 이 낡은 고철 덩어리도 버려야겠네.”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어딘가 냉랭한 기운이 맴돌았다. 검게 그을린 가죽 코트와 단단한 팔뚝에 감긴 쇠줄, 허리에 찬 여러 개의 공구 주머니가 그녀가 겪어온 세월을 말해주는 듯했다.

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아직 ‘강철 심장 공장’은 멀지 않아.”

세라가 망원경을 접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 폐허에서 뭔가 대단한 게 나올 거라고 믿는 건가? 거긴 십 년 전에 이미 샅샅이 뒤졌던 곳이야, 카인. 남은 건 고작 녹슨 쇳덩어리들뿐일걸.”

“고철이라도 괜찮아. 우리 ‘떠돌이 기어’의 주 엔진 증기 압력 조절기가 필요해. 아무리 낡았어도 강철 심장 공장이라면… 그 거대한 엔진의 심장이었던 곳이라면 하나쯤은 남아있을 거야.” 카인의 말에는 희망보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 낡은 이동 요새는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삶의 전부였다. 이게 멈춘다면, 황무지 한가운데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몇 시간의 고통스러운 여정 끝에, 떠돌이 기어는 거대한 그림자 앞에 멈춰 섰다. 강철 심장 공장이었다.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굴뚝들은 마치 거인의 뼈대처럼 잿빛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그 밑으로 펼쳐진 공장 건물들은 톱니바퀴와 증기 파이프가 얽힌 채 거대한 미궁을 이루고 있었다. 부식된 금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릿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네.” 세라의 목소리에 미묘한 긴장감이 실렸다.

“여긴 이 황무지에서 가장 거대한 생산 기지였어. 전쟁 전에 온 세상의 동력을 여기서 만들었다고 했지.” 카인은 조종석에서 일어나 허리에 찬 공구 주머니를 고쳐 맸다. 그의 손에는 낡았지만 잘 관리된 랜턴이 들려 있었다. “엔진은 내가 직접 손볼게. 넌 입구를 지켜줘.”

두 사람은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떠돌이 기어의 강철 문을 열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금속 부식 냄새가 섞인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공장 내부는 외부보다 더 황량했다. 거대한 기계 설비들이 부서진 채 나뒹굴고 있었고, 천장에 매달린 낡은 크레인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조심해, 카인. 오래된 공장들은 가끔… 손님을 좋아하지 않거든.” 세라가 뒤에서 묵묵히 낡은 레버액션 소총을 고쳐 쥐며 말했다. 그녀의 예리한 시선은 어둠 속에 숨겨진 모든 그림자를 훑고 있었다.

카인은 랜턴을 들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철제 발판을 밟을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가 공장 내부의 적막을 찢었다. 그는 한때 거대한 엔진이 돌아가던 중앙 제어실로 향했다. 그곳에 고성능 증기 압력 조절기가 있을 확률이 가장 높았다.

수십 개의 낡은 파이프와 밸브를 지나 미로 같은 통로를 헤쳐나갈 때였다.
“크르르르… 켁, 켁….”
어둠 속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마치 녹슨 톱니바퀴가 억지로 돌아가는 듯한 소리였다.

카인이 랜턴을 비추자,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거미처럼 수많은 기계 팔을 가진 고철 덩어리였다. 낡은 증기 엔진이 몸통에 박혀 있었고, 붉게 빛나는 광학 센서가 섬뜩하게 깜빡였다. 버려진 공장의 보안 시스템, ‘감시자’였다.

“젠장, 이런 게 아직도 작동한다고?” 카인은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세라! 감시자야!”

세라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들려왔다. “알아! 내가 시간을 벌게! 넌 조절기를 찾아!”

감시자는 느릿하지만 꾸준히 카인을 향해 다가왔다. 녹슨 기계 팔들이 바닥을 긁으며 찢어지는 쇳소리를 냈다. 카인은 벽에 붙어 있던 낡은 철제 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압력 조절기가 필요했다. 다른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크르르르… 침입자… 제거….” 감시자의 기계음이 더욱 거칠어졌다.

그때였다. “탕! 탕!”
섬광과 함께 두 발의 총성이 감시자의 몸통에 박혔다. 그러나 낡은 소총의 총알로는 그 두꺼운 강철 장갑을 뚫기 역부족이었다. 총알은 튕겨져 나갔고, 감시자의 광학 센서는 더욱 붉게 빛났다.

“빌어먹을! 이 녀석, 생각보다 단단하잖아!” 세라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어 그녀가 쏘아댄 몇 발의 총알이 감시자의 다리를 노렸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카인은 이를 악물었다. 감시자가 기계 팔을 뻗어 그를 향해 휘둘렀다. 낡은 파이프를 든 카인은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피했다. ‘저 녀석의 약점은 어디지? 압력 조절기? 아니면 동력원?’ 그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했다. 감시자의 몸통에서 뿌옇게 새어 나오는 증기가 그의 눈에 띄었다. 저기였다. 핵심 증기 파이프!

“세라! 동력원 파이프를 노려! 몸통에 있는 큰 파이프!” 카인이 외쳤다.

“알았어!” 세라는 위험한 위치로 이동하며 감시자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끌었다. 그녀가 총을 난사하는 동안, 카인은 감시자의 뒤를 잡으려 했다. 그는 파이프를 휘둘러 감시자의 기계 팔 하나를 강타했다. ‘끼이이이익!’ 하는 비명 같은 쇳소리와 함께 팔 하나가 부러져 나갔다.

하지만 감시자는 멈추지 않았다. 나머지 팔들로 카인을 덮치려 했고, 그 순간 세라의 총성이 다시 한번 울렸다. 이번에는 정확히 감시자의 몸통 중앙에 박힌, 가장 굵은 증기 파이프를 노렸다.

“펑!”
낡은 파이프가 터지며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감시자의 광학 센서가 깜빡이더니 이내 꺼졌다. 거대한 기계 덩어리는 힘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카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감시자를 바라봤다. “해냈어….”

“시간 없어, 카인! 뭔가 더 오고 있어!” 세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공장 바깥에서 희미하게 들리던 기계음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카인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재빨리 중앙 제어실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방은 예상보다 깔끔했다. 거대한 제어반과 복잡한 파이프들이 얽혀 있었고, 그 중심에 그들이 찾던 물건이 있었다. 녹슬었지만 온전히 보존된 거대한 증기 압력 조절기였다.

“찾았다…!” 카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조절기를 분해하기 위해 공구들을 꺼냈다. 작업은 능숙했지만, 시간은 부족했다. 공장 외부의 기계음은 이제 확연히 들릴 정도였다. 세라가 경계를 서는 동안, 카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조절기의 볼트 하나하나를 풀어냈다.

“거의 다 됐어…!” 마지막 볼트가 풀리자, 거대한 증기 압력 조절기가 통째로 분리되었다. 그의 어깨에 짊어진 조절기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카인! 빨리 나와! 최소한 다섯 대 이상이야!” 세라의 목소리가 절규에 가까웠다.

카인은 조절기를 짊어진 채 힘겹게 달리기 시작했다. ‘떠돌이 기어’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 이미 다른 감시자들이 그들의 길을 막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이 무거운 조절기를 가지고 저것들을 뚫고 나갈 수 있을까?
공장 외부에서는 이미 다른 감시자들이 떠돌이 기어를 에워싸고 있었다. 철컹거리는 쇳소리가 황무지를 뒤덮었다. 그들은 사냥꾼이 아니라, 이제 사냥감이 된 것이다.
탈출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