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도시의 기담 – 에피소드 1. 흔들리는 일상
**#1**
[어두운 거실. 노트북 화면만이 환하게 지은의 얼굴을 비춘다.]
[지은은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다. 옆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 용기가 놓여 있고, 시계는 새벽 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을 가리킨다.]
**지은 (독백):** (하품) 하아… 마감 지옥은 끝이 없어라.
**지은 (독백):** (피곤한 눈으로 스크롤을 내린다) 이 시간에 영혼을 불태워야만 한다니. 현대인의 비애인가, 프리랜서의 숙명인가.
**#2**
[갑자기 천장의 형광등이 ‘찌지직-‘ 소리를 내며 깜빡인다. 어둠이 잠깐 내려앉았다가 다시 환해진다. 지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지은:** (작게 중얼거린다) 또? 아파트가 연식이 좀 됐다지만… 벌써 이럴 일인가.
**#3**
[지은이 고개를 흔들며 다시 작업에 몰두한다. 그때, 주방 쪽에서 ‘똑… 똑…’ 하는 물방울 소리가 들린다. 규칙적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신경을 긁는 소리다.]
**지은:** (귀를 기울인다) 어라? 수도 꼭지 분명히 꽉 잠갔는데.
**#4**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한다. 컵라면 용기와 함께 어지럽혀진 주방 싱크대가 보인다. 수도꼭지는 꽉 잠겨 있고, 물이 새는 흔적도 없다.]
**지은:** 뭐야… 환청인가? 피곤해서 별소리가 다 들리네. 확실히 잠이 부족하긴 한가 보다.
**#5**
[지은이 수도꼭지를 다시 한 번 꽉 잠근다. 굳이 필요 없는 행동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뒤돌아 나오려는데, 냉장고 문이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아주 미세하게 열린다. 지은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거실로 돌아선다.]
—
**#6**
[다시 거실. 지은은 노트북 앞에 앉아 있지만, 어딘가 찜찜한 표정이다. 왠지 모를 한기가 느껴지는 듯, 팔을 문지른다. 창문은 닫혀 있다.]
**지은:** (독백) 에어컨도 안 틀었는데 왜 이렇게 으슬으슬하지. 보일러를 켤까…
**#7**
[지은의 시선이 책상 한쪽의 펜꽂이로 향한다. 방금 전까지 똑바로 꽂혀 있던 샤프펜슬이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져 있다.]
**지은:** (갸웃) 내가 잘못 꽂았나? 제대로 안 꽂았다고 하기엔 너무 쉽게 쓰러졌는데.
**#8**
[지은이 샤프를 주워들어 펜꽂이에 다시 꽂는다. 이번에는 똑바로, 더 깊숙이. 그리고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몇 초 후, ‘또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샤프가 펜꽂이 밖으로 굴러 떨어져 책상 위를 굴러간다. 이번에는 꽤 거리가 있다.]
**지은:** (확신할 수 없는 표정으로 샤프를 본다. 왠지 모르게 오싹하다.) …….?
**#9**
[지은이 샤프를 주워들고 펜꽂이에 꽂는다. 이번에는 펜꽂이 자체를 약간 밀어 책상 중앙으로 옮긴다. 마치 ‘어디 한 번 또 그래 봐라’ 하는 듯한 태도지만, 얼굴에는 미세한 긴장감이 흐른다.]
**지은 (독백):** 내가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는 거야. 착각이야, 착각.
—
**#10**
[시간이 흘러 새벽 3시 30분. 지은은 결국 잠시 눈을 붙이기로 결정했는지, 거실 소파에 담요를 덮고 누워 있다. 불은 다 껐지만, 복도 센서등이 간헐적으로 빛을 흘려 실내를 어슴푸레 비춘다.]
**지은 (독백):** 잠깐만 자자… 잠깐만… 딱 십 분만…
**#11**
[지은이 눈을 감고 잠이 들려고 할 때, 안방 쪽에서 ‘끼이익-‘ 하는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철컥 하고 잠긴 소리까지 들었던 문인데. 지은은 화들짝 눈을 뜬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지은:** (낮은 신음) …!
**#12**
[어둠 속, 안방 문이 천천히 열리는 실루엣이 보인다. 지은은 숨을 죽이고 그곳을 응시한다. 분명 아무도 들어간 적 없는 안방인데, 왜 문이 열리는 거지?]
**지은:** (공포에 질린 표정. 동공이 흔들린다.) …누구…
**#13**
[문이 완전히 열린 후, 안방 안쪽은 깊은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왠지 모를 으스스한 기운이 거실까지 밀려오는 듯하다. 방 안의 온도가 뚝 떨어진 것처럼 싸늘하다.]
**지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거… 거기 누구 있어요? 장난 그만 쳐요…
**#14**
[아무런 대답도 없다. 정적만이 흐른다. 지은은 겨우 팔을 뻗어 휴대폰을 더듬어 잡는다. 손이 떨려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폰을 켜려 해도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는다.]
**#15**
[그때, 안방 안쪽에서 ‘스으윽…’ 하는 소리와 함께 옷장 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옷장에서 무언가가 나오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지은:** (입을 틀어막는다. 눈에는 공포가 가득하다. 몸이 경직된다.) 읍…!
—
**#16**
[다음 날 아침. 거실은 햇살이 들어와 밝다. 지은은 잠옷 차림 그대로, 식탁에 앉아 커피 잔을 든 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눈 밑은 거무튀튀하고 얼굴엔 피곤함과 불안감이 역력하다.]
**지은:** (휴대폰에 대고 통화하는 목소리) …아니, 어제 진짜… 내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이 보였나 싶기도 한데… 너무 생생해서.
**#17**
[휴대폰 너머, 친구 수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걱정하는 기색보다는 ‘또 시작이네’ 하는 듯한 말투다.]
**수진 (목소리):** 야, 너 작업 때문에 며칠 밤샜잖아. 원래 피곤하면 별 이상한 꿈 다 꾸는 법이야. 심령현상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무서운 영화 그만 보고 일찍 자라.
**#18**
[지은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다. 스스로도 피곤해서 그런가 싶어 합리화하는 중이었다.]
**지은:** 근데… 내가 분명히 안방 문 닫고 잤거든? 근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활짝 열려있고… 옷장 문도…
**수진 (목소리):** 그게 뭐가 대수라고. 자면서 무의식적으로 열었겠지. 아니면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다가 그냥 둔 거 아니야? 가끔 잠결에 그런 실수도 하잖아.
**#19**
[지은은 반박하지 못한다. 왠지 모르게 수진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지은:** (한숨) 그런가… 너무 무리했나 보다. 이상한 생각 하지 말아야지.
**수진 (목소리):** 그럼. 일찍 퇴근해서 푹 자. 괜히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작업하다 스트레스 받아서 그래.
**지은:** 그래야겠다… 고마워 수진아.
**#20**
[통화를 끊고, 지은은 커피를 홀짝인다. 애써 침착하려 하지만, 마음속 깊이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그때, 주방 쪽에서 ‘짤그랑!’ 하는 소리가 들린다. 명확한 유리컵이 깨지는 소리다.]
**지은:** (정색하며 주방을 돌아본다.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날카로운 소리였다.) …!
—
**#21**
[주방. 싱크대 옆 바닥에 유리컵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분명히 싱크대 위에 똑바로 놓여있던 컵이었다. 이제는 산산조각이 나 바닥에 흩어져 섬뜩하게 빛나고 있다.]
**지은:** (경악한 표정. 심장이 다시 쿵 내려앉는다.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거짓말…
**#22**
[지은이 조심스럽게 주방으로 다가간다. 발밑에 깨진 유리 조각들이 불안하게 빛난다. 발걸음을 떼기조차 조심스럽다.]
**지은:** (독백) 바람이 불었나? 아니, 창문 닫혀 있는데. 지진인가? 아니,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어. 이건… 이건 내가 잠결에 떨어뜨린 것도 아니잖아.
**#23**
[지은의 시선이 깨진 유리컵 너머, 식탁 위에 놓인 과일 바구니로 향한다. 바구니 안의 빨간 사과 하나가 스르륵, 하고 옆으로 움직인다. 아주 미세하고 느리지만, 분명한 움직임이었다.]
**지은:** (입을 틀어막는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다.) 뭐… 뭐야…?
**#24**
[사과가 바구니 밖으로 굴러 나와 바닥으로 ‘데구르르-‘ 굴러간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지은은 굳어버린 채 그것을 지켜본다. 마치 누군가 던진 것처럼 움직인다.]
**지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선다. 극심한 공포가 온몸을 감싼다.) 거짓말… 이건… 이건 아니잖아…
**#25**
[그때, 거실 벽에 걸려있던 액자가 갑자기 삐뚤어진다. 이어서 ‘쾅!’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다. 액자 속 사진은 지은의 활짝 웃는 모습이다. 유리가 깨지며 지은의 얼굴에도 파편이 튀는 듯하다.]
**지은:** (겁에 질린 비명) 아아악!!!
**#26**
[지은이 온몸을 떨며 뒤로 물러선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 아파트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기괴한 소리들을 내기 시작한다. ‘드드득’, ‘끼이이익’, ‘쿵! 쿵!’ 천장이 울리는 듯한 소리까지 들린다.]
**지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주위를 둘러본다. 목소리가 잔뜩 쉬어 있다.) 누가… 누가 나한테 이러는 거야?!
**#27**
[주방 식탁 의자 두 개가 천천히 움직여 지은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밀고 있는 것처럼. ‘드르륵, 드르륵’ 하는 소리가 공포를 가중시킨다.]
**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숨이 가빠진다. 뒷걸음질 치다 발이 꼬인다.) 으… 읍… 흐읍…!
**#28**
[의자들이 지은의 코앞까지 다가온다. 지은은 뒷걸음질 치다 벽에 부딪힌다. 꼼짝없이 갇히는 형국. 의자 다리가 지은의 발등을 누르듯 바싹 붙어온다.]
**지은:** (눈을 질끈 감는다. 작은 목소리로 흐느낀다.) 살려줘… 제발…
**#29**
[그때, 거실 중앙의 커다란 장식장 위에 놓여있던 묵직한 도자기 화병이 공중에 ‘둥실-‘ 떠오른다. 지은의 눈이 공포에 질려 그것을 바라본다. 화병이 어딘가를 향해 천천히 움직이는 듯하다.]
**지은:** (공포에 질려 벌벌 떨며) 안 돼… 안 돼…!
**#30**
[도자기 화병이 허공에서 불규칙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지은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기 시작한다. 굉음과 함께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지은:** (비명) 아아아악!!!
**#31**
[화면 암전. ‘와장창!!!!’ 하는 거대한 파열음과 함께, 지은의 비명이 처절하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내 고요…]
**#32**
[아파트 외경. 여전히 평화로워 보이는 현대식 고층 아파트. 하지만 그 안에서는 알 수 없는 기괴한 현상이 벌어진 후의 정적이 흐르고 있다. 쨍한 햇살이 아파트 건물에 부서진다.]
**(에피소드 1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