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뒤틀린 공간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김준호는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며 식은땀으로 축축한 베개를 밀어냈다. 어젯밤, 아니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을 때부터 아파트 전체가 거대한 존재의 폐처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꿈을 꾸었다. 창밖은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침실 벽시계는 벌써 새벽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똑, 똑, 똑.

귓가를 파고드는 희미한 소리. 처음에는 심장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리는 점점 규칙적이고 선명해졌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은 준호의 시선이 움직였다. 소리의 근원은 분명 천장이었다. 정확히는 침대 바로 위, 희끄무레한 천장 벽지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저 윗집의 생활 소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음산했다. 마치 거대한 곤충이 콘크리트 속을 갉아먹는 듯한, 혹은 뼈마디가 어딘가에 부딪히는 듯한 소리였다.

준호는 애써 침착하려 했다. 최근 들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은 그의 이성을 조금씩 잠식해 들어가고 있었다. 식탁에 놓아둔 열쇠가 다음 날 아침 신발장 위에 있거나, 분명히 닫았던 창문이 활짝 열려 있는 정도는 애교였다. 며칠 전에는 욕실 거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고, 어제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려는데 현관문이 미세하게 뒤틀려 보이는 기시감을 느끼기도 했다.

“젠장….”

나지막이 욕설을 읊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맨발이 닿는 마룻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천장에서 나는 소리는 이제 멈춘 듯했다. 그 대신, 주방 쪽에서 무언가 긁히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천천히 침실 문을 열었다. 복도는 어둠 속에 잠겨 있었지만,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불빛이 불안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보아하니 인덕션의 잔열 표시등이었다. 아무도 쓰지 않은 인덕션에서 왜?

준호는 마른침을 삼키며 주방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룻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원래 이런 소리가 나던가?

주방에 들어서자마 인덕션 위로 시선이 고정됐다. 잔열 표시등은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고, 그 옆에는 며칠 전 선물 받은 머그컵이 놓여 있었다. 평범한 머그컵이었다. 하지만 컵 안쪽을 들여다본 순간, 준호는 저절로 숨을 들이켰다. 컵 바닥에 검고 끈적한 액체가 고여 있었다. 마치 녹아내린 타르처럼 불쾌한 광택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주 작게,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준호는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플래시가 터지자 머그컵 속의 액체가 순간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듯했다. 그리고 그 찰나, 액체 표면 위로 수많은 눈동자가 비쳤다. 작고, 붉고, 끈적이는, 마치 심해의 괴물처럼 기괴한 눈동자들이었다. 그 눈동자들이 동시에 준호를 응시하는 착각에 빠졌다.

준호는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컵을 내려다보고 있던 시선을 황급히 거두었다. 그 순간, 주방 벽면의 타일들이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마치 벽지 밑으로 살아있는 근육이 경련하는 것처럼, 타일 사이의 백색 줄눈이 검게 변하며 뒤틀리고 있었다.

“안 돼… 이건 아니야….”

준호는 뒷걸음질 쳤다. 벽에서 시선을 떼려는데, 타일 틈새에서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웅얼거리는 듯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하지만 그 소리에는 분명 준호의 이름이 섞여 있었다. 낯설고 이질적인 발음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김…준…호….”*

벽 속에서, 천장 속에서, 바닥 속에서, 아파트의 모든 틈새에서 속삭임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의식 속으로 직접 파고드는 듯한 압박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앞이 흐릿해졌다.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한 섬뜩한 감각이 전신을 마비시켰다.

“닥쳐! 닥치라고!”

그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소리는 더욱 커질 뿐이었다. 벽면의 타일들이 이제는 아예 물결치듯 일렁였다. 딱, 딱, 딱! 거대한 균열이 벽을 타고 번지기 시작했다. 그 틈새에서 검고 끈적이는 무언가가 스며 나왔다.

그것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그림자처럼 형태를 갖췄다가도 이내 무너져 내리는, 실체가 없는 듯하면서도 끔찍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무언가’였다. 그것은 액체도, 기체도, 고체도 아니었다. 그저 ‘있었다’. 준호의 눈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 검은 그림자가 벽을 타고 흐느적거리며 준호에게 다가왔다. 차가운 악취가 코를 찔렀다. 썩어가는 고기와 먼지,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쇠붙이가 부식되는 듯한 끔찍한 냄새였다.

준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아파트가, 이 집이, 더 이상 자신이 살던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생물처럼 숨을 쉬고, 무언가 이질적인 존재로 변모해 있었다. 이 모든 기이한 현상들은, 단지 서막에 불과했던 것이다.

검은 그림자가 손을 뻗었다. 아니, 손처럼 *보이는*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수많은 촉수로 이루어진 듯했고, 끝은 날카롭게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촉수 끝에서, 다시 한번, 준호의 이름이 속삭여졌다.

*“김…준…호…. 우리와… 함께….”*

그 소리와 함께, 준호의 시야가 기이하게 뒤틀렸다. 주방의 천장이 갑자기 멀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다. 바닥은 한없이 깊은 심연으로 변해가는 듯했다. 공간 자체가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휘어지는 현상 속에서, 준호는 자신의 몸이 중력을 잃고 부유하는 것을 느꼈다.

공포는 이제 그의 이성을 지배했다. 그에게는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이 아파트는 이미 그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입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준호는 거울처럼 매끄럽던 냉장고 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절규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 뒤편으로는 냉장고에 비칠 리 없는, 무수히 많은 촉수와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눈동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존재해서는 안 될, 우주의 어떤 심연으로부터 온 존재가 바로 그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냉장고 문이, 조용히, 안쪽으로 *움푹* 파고들었다. 마치 부드러운 진흙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