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너스-7: 유물의 속삭임】
시그너스-7의 함교는 늘 부드러운 기계음과 규칙적인 클릭 소리의 교향곡이 흘렀다. 망망한 우주의 침묵 속에서,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 박동 같았다. 하지만 오늘, 공기 중에는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존처럼 맵고 날카로운 기운이었다.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는 불길한 데이터로 번쩍였고, 승무원들의 얼굴을 병적인 녹색과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선장님.” 항해사 지아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날카로웠다. 그녀의 눈은 광활한 우주 지도를 맴돌았지만, 그 시선은 초점 없이 흔들렸다. “수신되는 신호의 주파수가… 변조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요.”
카이 선장은 굳게 다문 입술을 쓸어 올렸다. 핏발 선 그의 눈은 수면 부족의 흔적이 역력했다. “닥터 아리아는?”
“아직… 격리실입니다. 유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어요.” 렉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보안 책임자인 그의 흉터 박힌 얼굴은 언제나 돌처럼 차가웠지만, 눈빛에는 분명한 불신이 서려 있었다. “저 물건, 처음부터 폐기했어야 했습니다. 대체 뭘 하려는 거죠?”
“폐기? 렉스, 저건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발견이야.” 아리아 박사의 목소리가 통신 채널을 뚫고 들어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함께 거의 숭배에 가까운 광기가 섞여 있었다. “이 진동 패턴을 봐. 단순한 에너지 방출이 아니야. 이건… 언어야. 고도의 정보 체계라고!”
카이는 통신을 끊었다. 그들의 신경을 갉아먹는 유물의 낮은 울림은 함선 전체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미약한 저음이었지만, 이제는 뼈 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불쾌한 공명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타오.” 카이가 엔지니어 타오를 불렀다. 타오는 늘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이었지만, 오늘은 얼굴까지 시커멓게 그을린 듯했다. “주 전력에 문제가 생기고 있나?”
“간헐적인 서지 현상이 감지됩니다, 선장님.” 타오가 보고했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다. “정확히 유물이 활성화될 때마다요. 쉴드 방벽이 그걸 다 잡아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시스템에 간섭하고 있어요.”
“간섭?” 렉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
“음… 명확히 설명하긴 어렵습니다만.” 타오는 머뭇거렸다. “마치 우리 시스템이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랄까요. 아주 미세하게, 기본적인 프로토콜이 재정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였다. 함선 전체를 뒤흔드는 섬뜩한 진동과 함께 비상등이 켜졌다.
“경고! 생명 유지 장치에 오류 발생! 산소 농도 저하!” 지아의 다급한 외침이 관제실을 채웠다.
“젠장!” 카이는 손바닥으로 콘솔을 내리쳤다. “아리아, 당장 유물 연구를 중단해! 쉴드 출력을 최대로 올려!”
격리실 통신은 먹통이었다.
“아리아!” 카이가 거세게 외쳤다. 무응답.
렉스가 자신의 에너지 라이플을 집어 들었다.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선장님. 저 박사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기다려, 렉스.” 카이는 빠르게 생각했다. 유물은 이제 단순히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것처럼 반응하고, 심지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지아, 함선 내 모든 통신 채널을 감청해. 아리아 박사가 마지막으로 유물에 어떤 명령을 내렸는지 확인해.”
“알겠습니다!” 지아가 다급하게 손가락을 놀렸다.
삑—!
갑자기 메인 스크린이 지직거렸다. 시그너스-7의 로고가 일그러지며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알 수 없는 패턴의 문양이 채웠다. 어둡고, 깊은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기하학적인 형상들이 끊임없이 변형되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유물과 똑같은, 검은 균열이 새겨져 있었다.
“이게 대체…!” 타오가 경악했다. 그의 얼굴은 극심한 공포로 일그러졌다. “우리 시스템이 해킹당하고 있습니다! 외부 공격이 아니에요! 내부에서… 유물에서 시작된 겁니다!”
문양이 섬광처럼 번쩍이더니, 낯선 음성이 함선 내 모든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인간의 언어라고는 볼 수 없는,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감정 없는 속삭임이었다.
*“…우리는 듣고 있다… 너희의 소음 속에서… 진실을… 찾아낼 것이다…”*
그것은 기계적인 합성음이었지만, 그 안에는 억겁의 시간을 품은 듯한 심연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카이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유물은 소통하려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침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격리실 쪽에서 섬뜩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선장님! 아리아 박사에게서… 이상 신호가 감지됩니다!” 지아가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 “생체 신호가… 극도로 불안정해요! 그리고… 유물이… 유물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메인 스크린의 검은 균열이 더욱 선명해졌다. 그 안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자, 함선 전체가 거대한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격렬한 요동에 휩싸였다.
“모두 단단히 잡아!” 카이가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엔진의 비명 속에 묻혔다.
시그너스-7은 심우주의 어둠 속에서,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잠식당하고 있었다. 유물의 속삭임은 더 이상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시작된, 피할 수 없는 침공의 선언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