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한유리의 스물세 번째 생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평범한 어느 화요일 밤이었다. 아파트 12층, 그녀의 작은 투룸에서 유리는 늦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따닥따닥 타일 위를 걷는 발소리조차 유난히 크게 울리는 고요한 밤이었다. 도시의 불빛은 창밖으로 바둑판처럼 펼쳐져 있었지만, 그녀의 방 안은 이상하게도 정적에 잠겨 있었다.

“흐음, 오늘 반찬은 뭘 하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텅 비어가는 냉장고를 보며 한숨을 쉬던 그때였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냉장고 문이 저절로 닫혔다.

“어라?”

분명히 활짝 열어두었던 문이었다. 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람이 불 리도 없는데. 설마, 내가 깜빡하고 덜 열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시 문을 열었다. 이번엔 꼼꼼히 활짝 열린 것을 확인하고 잠시 냉장고 속을 들여다봤다. 그러자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더니, 다시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이번에는 꽤 큰 소리였다.

“젠장, 이게 무슨 일이야?”

유리는 움찔하며 뒤를 돌아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주방에는 그녀 혼자뿐. 낡은 아파트라 그런가? 현관문이 덜 닫혔나? 아님, 위층에서 공사를 하나? 여러 가지 추측을 해보려 했지만, 이내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이건 뭔가 이상했다.

식사를 포기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핸드폰을 들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낼까 하다가, 괜히 웃음거리가 될까 싶어 망설였다. ‘냉장고 문이 저절로 닫혔어!’라고 하면 미쳤냐고 할 게 뻔했다. 그때, 거실의 스탠드 조명이 깜빡거렸다.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장난스럽게 껐다 켰다 하는 것처럼.

“무슨…”

유리는 숨을 들이켰다. 분명히 몇 달 전 새로 갈아 끼운 전구였다. 고장 날 리가 없었다. 깜빡임은 점점 더 빠르고 격렬해졌다. 어둠과 빛이 번갈아 가며 방을 뒤덮었다. 그리고 스탠드 옆에 놓인 작은 탁자 위, 유리컵이 덜컹거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컵을 흔드는 것처럼. 컵 안의 물이 출렁거렸다.

유리는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에 뇌가 사고를 멈췄다. 이건 꿈인가? 환상인가?

콰당!

갑자기 유리컵이 탁자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혔다. 산산조각이 나며 날카로운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유리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누, 누구야! 거기 누구 있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애써 용기를 냈다. 떨리는 목소리가 빈 공간을 헤매다 돌아왔다. 답은 없었다. 하지만 섬뜩한 기운은 더욱 짙어졌다. 이번에는 거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책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낡은 나무에서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책들이 한 권씩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가 공포를 극대화했다.

유리는 침대 모서리로 기어가 몸을 웅크렸다. 등 뒤에 차가운 벽이 느껴졌다. 눈을 질끈 감았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제발!

하지만 현상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과격해졌다. 책장 위의 작은 화분 하나가 공중에 둥실 떠오르더니, 이내 회전하기 시작했다. 흙이 흩뿌려지고, 식물 줄기가 마치 목을 조이는 뱀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화분은 유리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날아왔다!

“으아악!”

유리는 몸을 돌려 피했다. 화분은 그녀의 머리맡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흙과 깨진 도자기 파편이 침대 위로 쏟아졌다.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녀를 해치려 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이 아파트에서 그녀를 공격하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녀의 시선이 화장대 위에 멈췄다. 얼마 전 생일 선물로 받은, 반짝이는 은색 나비 모양의 머리핀. 평소엔 그저 예쁜 장식품이었지만, 지금은 희미하게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알려주는 등대처럼.

“이게… 뭐야…?”

홀린 듯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머리핀에 닿는 순간, 차가운 금속에서 따뜻한 온기가 솟아났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핀에서 눈부신 섬광이 터져 나왔다. 푸른빛이 방 전체를 뒤덮었고, 유리의 시야는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눈을 제대로 뜨기도 전에, 몸 안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마치 오랜 시간 잠자고 있던 거대한 힘이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팔다리에 힘이 넘치고, 시야가 선명해졌다. 머리칼이 허리까지 길게 늘어지고, 손끝에서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이건… 설마…”

섬광이 걷히고, 유리는 거실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몸을 내려다봤다. 칙칙한 잠옷 대신, 은색 장식이 박힌 푸른색 드레스가 몸을 감싸고 있었다. 발에는 무릎까지 오는 흰색 부츠가 신겨 있었고, 어깨에는 은은한 광택이 흐르는 망토가 드리워져 있었다. 머리에는 아까 그 나비 머리핀이 박혀 있었고, 손에는 처음 보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지팡이 끝에는 푸른 보석이 박혀 있었다.

거울을 찾아 달려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럴 틈도 없었다.

끼이익… 콰당!

싱크대 찬장 문이 활짝 열리더니, 안에 있던 그릇과 냄비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마치 유리를 향해 발사되는 투사체처럼 맹렬하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푸른 보석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눈앞에 투명한 장벽이 형성되었다. 쨍그랑! 쨍그랑! 그릇들이 장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냄비들은 찌그러졌지만, 그녀에게 닿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만들어낸 현상이 믿기지 않았다.

“내가… 내가 이걸…?”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모든 소란의 원인에게 말이다.

“너, 나와! 감히 이 밤에 남의 집에서 소란을 피워? 잘도 재밌게 놀았겠다!”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그러자 방 안의 모든 가구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침대, 옷장, 소파, 심지어 TV까지 공중에 붕 떠올랐다. 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마치 거대한 폭풍이 방 안에서 휘몰아치는 듯했다. 그리고 모든 가구들이 그녀를 향해 빠르게 돌진해왔다.

“이런… 빌어먹을!”

유리는 지팡이를 두 손으로 단단히 잡았다. 심장이 격렬하게 울렸다. 지금 이 힘은 도대체 무엇이며, 이 변신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 모든 의문은 일단 접어두어야 했다.

그녀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푸른 보석이 더욱 강렬하게 반짝였다.

“감히 내 집에서… 내 공간을 침범해? 절대 용서 못 해!”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며 온몸의 힘을 집중했다. 입술을 앙다물고, 자신도 모르게 주문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빛의 방패여, 모든 악을 정화하고, 평화를 찾아라! **세이프티 가드!**”

지팡이 끝에서 거대한 푸른빛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거실의 모든 가구를 집어삼키고 있던 혼탁한 어둠이 그 빛에 닿자 비명을 지르는 듯 움츠러들었다. 가구들은 힘을 잃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푸른 파동은 어둠을 밀어내며 아파트 복도 쪽으로 향했다. 스르륵, 하고 유리의 눈앞에서 어둠의 형체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끈적거리는 검은 안개 같기도 하고, 뒤틀린 사람의 형상 같기도 한 그것은, 빛에 닿자마자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멈췄다. 방 안은 아까 전의 아수라장처럼 보였지만,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유리는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변신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지팡이에서 푸른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온통 뒤집어지고 파괴된 자신의 아파트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망토를 휘날리며 서 있는 이질적인 자신의 모습.

“이게… 도대체… 뭐지?”

그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제 막 시작된 기묘한 밤은, 그녀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