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미지와의 조우] 37화: 심연의 유혹

**[아르테미스 호] 함교**

심연과도 같은 우주. 그 끝을 알 수 없는 암흑 속을 유영하는 거대 탐사선, 아르테미스 호의 함교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감돌았다. 함장 강하준은 홀로그램 스크린 한가운데 떠오른 ‘그것’을 응시하고 있었다. 완벽한 정팔면체의 형태. 표면은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듯 검었지만, 그 내면에서는 희미하게 보랏빛 맥동이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심장처럼.

“캡틴, 스캔 데이터 업데이트입니다.”

부함장 이재현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한 정적을 갈랐다. 그의 눈은 스크린에 고정된 채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계속 보고해.” 강하준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나직이 말했다.

기술 장교 박세아가 재빨리 분석 결과를 띄웠다. “에너지 방출량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패턴은 전혀 비선형적입니다. 저희가 아는 어떤 항성 에너지원과도 다르고, 인공적인 신호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미등록된 에너지 스펙트럼입니다.”

“인공물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인가?” 이재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탐사대장 최유진이 모니터로 다가섰다. 그녀의 눈은 발견의 흥분과 경외심으로 번뜩였다. “아뇨, 부함장님. 이건 인공물에 가깝습니다. 아니, 인공물입니다. 저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를 보세요. 자연적으로 저렇게 형성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도 저희가 아는 어떤 문명의 양식과도 다릅니다. 이 정교함은… 인류의 기술로는 구현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녀의 말에 함교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다시 정팔면체에 꽂혔다. 인간의 손으로는 다듬을 수 없는 완벽한 균형미.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자,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강하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턱을 쓸어내리는 그의 손가락에는 옅은 망설임이 엿보였다. “탐사정 ‘페가수스’ 출동 준비. 최유진 대장과 박세아 장교, 보안장교 김민준이 동행한다.”

“캡틴!” 보안장교 김민준이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그의 얼굴에는 강한 우려가 스쳤다. “너무 위험합니다. 저 미지의 물체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에너지 방출량은 물론, 통신 간섭 현상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접촉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강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김 장교, 나도 알아. 하지만 저 물체를 그대로 두고 갈 수는 없어. 우리 인류가 수억 광년을 넘어 이곳까지 와서 마주한 첫 번째 ‘그것’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미지를 외면하는 건 우리의 임무가 아니야.”

그의 단호한 말에 김민준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미지의 존재를 향한 호기심과, 그 존재가 가져올지도 모르는 파멸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

**[페가수스] 탐사정 내부**

소형 탐사정 페가수스 호는 거대한 아르테미스 호를 뒤로하고, 미지의 정팔면체를 향해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탐사정 내부는 팽팽한 침묵으로 가득했다. 조종석에 앉은 김민준은 능숙하게 함체를 조종하며 계기판의 수치를 주시했다. 그의 뒤편으로는 최유진 대장과 박세아 장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거리 1000m… 500m… 200m.” 김민준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거리를 알렸다.

정팔면체는 가까워질수록 더욱 압도적인 위용을 드러냈다. 거울처럼 빛을 빨아들이는 검은 표면. 그 심연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보랏빛 맥동은 이제 더욱 선명하게, 마치 살아있는 존재의 심장 박동처럼 느껴졌다. 규칙적으로, 그리고 불길하게 뛰고 있었다.

“믿을 수 없어….” 최유진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눈을 떼지 못하고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이 정도로 정교한 가공 기술은… 인류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야. 이 모든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대장님, 스캐너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박세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녀의 스크린에는 온갖 오류 코드와 노이즈가 가득했다. “접근할수록 통신이 불안정해지고, 내부 시스템에도 간섭이 생기고 있습니다. 뭔가… 강력한 자기장 같은 것을 방출하고 있어요.”

김민준은 조타를 꽉 쥐었다. “본선! 본선! 페가수스, 응답하라! 통신 장애가 심각합니다!” 그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렸다.

그 순간, 정팔면체에서 뿜어져 나오던 보랏빛 맥동이 갑자기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심박이 급격하게 빨라지는 것처럼. 그리고 이내, 그 빛이 탐사정을 향해 맹렬하게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빛의 촉수들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페가수스 호를 감싸려 했다.

“뭐… 뭐야?!” 박세아의 비명과 함께 탐사정 내부의 조명이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경고음이 미친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최유진은 홀린 듯이, 빛의 촉수가 뻗어오는 방향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알 수 없는 황홀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름다워… 이것은….”

“대장님! 정신 차리세요!” 박세아가 최유진의 팔을 붙잡았다.

김민준은 필사적으로 조종간을 당겼다. “시스템 마비! 출력이 안 됩니다! 본선! 긴급 상황! 응답하라!”

하지만 페가수스 호는 이미 빛의 촉수들에게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다. 보랏빛 에너지가 함체를 강렬하게 때리며, 탐사정의 외부 장갑이 녹아내리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부의 모든 시스템이 비명을 지르며 셧다운되기 시작했다. 통신 스크린은 완전히 암전됐다.

***

**[아르테미스 호] 함교**

강하준은 홀로그램 스크린 속 페가수스 호의 모습이 보랏빛에 완전히 뒤덮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통신은 순간적으로 끊겼고, 탐사정의 신호는 더 이상 잡히지 않았다.

“페가수스! 응답하라! 최유진 대장! 박세아 장교! 김민준 장교! 응답하라!” 이재현 부함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함교는 얼어붙은 듯 침묵했다. 모두의 얼굴에 공포와 절망이 뒤섞였다.

강하준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스크린 속의 정팔면체를 노려봤다. 보랏빛 맥동은 다시금 차분해진 듯 보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지만 그 잔혹한 침묵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그의 목소리는 파도 없는 심해처럼 고요했지만, 그 안에는 거대한 폭풍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정적이 감돌았다. 이제 아르테미스 호는, 심연의 한가운데서 완전히 고립된 채, 미지의 존재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