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제12화: 잊힌 신전의 속삭임**

무게로 가라앉은 고대 흙먼지와 어딘가 모르게 금속성 향이 뒤섞인 공기가 태오의 손전등 빛에 의해 춤을 추었다. 한유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좁은 통로 끝에 다다랐다. 그녀의 눈은 반짝이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앞을 막아선 거대한 돌문. 문양은 닳아 있었지만,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봐요, 한유진 씨. 제발, 제발 아무거나 만지지 마세요.”
강태오가 그녀의 뒤를 바싹 따라붙으며 신경질적으로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는 경고와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유진이 또 어떤 사고를 칠지 불안한 눈빛으로 살폈다.

유진은 그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낡은 문을 손으로 쓸었다. “강태오 씨, 보세요! 이 문양, 분명히… ‘시간을 잊은 자들의 문’이라고 쓰여 있어요. 여기 이 선은 강물을 뜻하고, 이 원은…”

“네, 네, 알겠으니까 제발 손 좀 치우세요. 지난번엔 그림에 손대서 벽에서 독침 날아왔잖아요.”
태오가 급하게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의 손아귀는 단단했고, 유진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때는 제가 그 그림이 그렇게 도발적인 그림일 줄 몰랐죠! 누가 봐도 그냥 꽃 그림이었는데…”
유진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잔뜩 불퉁했지만, 여전히 문을 향한 시선은 매혹에 젖어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크으으으으응-!**

돌문에서 낮고 깊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태오와 유진은 동시에 흠칫 놀라 서로를 바라봤다. 유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가 아무것도 안 만졌는데…?”

“젠장.”
태오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의 손전등 불빛이 흔들리며 문득 시선이 문 위쪽 천장에 닿았다. 거대한 돌덩이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도망쳐!”

“도망치긴 어딜 도망쳐요! 이건 함정이 아니라 문이 열리는 소리라고요!”
유진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봐요! 문이… 문이 열리고 있어요!”

태오가 다시 시선을 돌리자, 거짓말처럼 육중한 돌문이 조금씩 옆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 어둠 속에 감춰져 있던 또 다른 통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안쪽에서는 묘한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어… 진짜네.”
태오가 멋쩍게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으로 굳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멍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진은 뿌듯하게 으쓱거리며 태오를 쳐다봤다. “보세요, 제가 뭐랬어요! 이건 단순한 함정이 아니라… 이 유적의 비밀을 여는 열쇠라고요!” 그녀는 태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태오는 유진의 손목을 놓아주지 않은 채, 천천히 문 안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열쇠가 됐든 뭐가 됐든, 조심하는 게 상책이야.” 그는 유진의 손목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마치 그녀를 놓치면 곧바로 사고를 칠 것 같다는 듯이.

문틈이 완전히 열리고, 그 안쪽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은 지금까지 지나온 통로와는 차원이 다른 곳이었다. 사방이 깎아 만든 듯한 매끄러운 벽면, 그리고 중앙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검은색 기둥이 서 있었다. 기둥의 표면에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푸른빛이 약하게 깜빡였다.

“세상에…”
유진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녀는 홀린 듯 기둥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멈춰!”
태오가 그녀를 잡아당겼다. 유진은 중심을 잃고 휘청이며 그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쿵-!**

단단한 그의 가슴에 부딪히며 유진의 코끝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얏! 강태오 씨, 좀 살살 잡아요!”

“살살 잡다가 당신이 또 뭔 사고를 치면 어떡할 건데.”
태오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의 눈빛에는 걱정이 배어 있었다. 그는 유진을 자신의 뒤로 살짝 밀어내며 기둥을 경계했다. “이 기둥… 뭔가 심상치 않아. 저 푸른빛, 분명 마력을 띠고 있어.”

유진은 코를 문지르며 그의 넓은 어깨 너머로 기둥을 훔쳐봤다. “마력이라뇨? 여기는 과학 기술이 발달했던 고대 문명의 유적이에요. 마력은 환타지 소설에나 나오는 거죠!”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야. 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과학 기술’이 우리가 아는 과학 기술과 같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지.”
태오는 그렇게 말하며 손전등으로 기둥의 바닥을 비췄다. 바닥에는 또 다른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손바닥 크기의 오목한 홈이 있었다.

“이건…”
유진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이 홈은… 뭔가 꽂아 넣는 자리 같아요! 혹시, 우리가 ‘그것’을 찾아야 하는 걸까요?”

“아마도.”
태오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들고 조심스럽게 기둥 주변을 살폈다. “문제는 ‘그것’이 뭔지, 그리고 어디에 있느냐는 거지.”

그때였다. 거대한 기둥의 푸른빛이 갑자기 강렬하게 번쩍였다. 동시에 기둥 표면에 새겨진 문양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잉-!**

기둥에서 고주파음이 울려 퍼지며 공간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푸른빛은 더욱 거세져 그들의 시야를 잠식했다.

“으악! 눈부셔!”
유진은 손으로 눈을 가렸다.

태오는 본능적으로 유진의 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작은 몸이 그의 품에 완전히 안겼다. 그의 단단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젠장! 또 시작이군!”

그 순간, 기둥에서 빛줄기가 뻗어 나와 천장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그 빛줄기가 닿은 천장 부분에서 거대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천장에서 돌덩이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태오 씨! 천장이 무너지고 있어요!”
유진의 비명과 함께 그녀는 본능적으로 태오의 품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태오는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이번엔 또 무슨 장난질이야!” 그는 유진을 안은 채 몸을 돌려 무너지는 돌덩이를 피했다. 돌 파편들이 그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리 와! 저쪽으로 피해야 해!”

그가 유진을 끌고 통로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들이 방금 들어왔던 돌문은 다시 육중하게 닫히고 있었다.

**크으으으으응-!**

닫히는 문의 굉음과 함께 마지막 틈새가 사라지는 순간, 그들은 완전히 갇히게 되었다.

유진은 사색이 되었다. “문이… 닫혔어요! 강태오 씨! 우리, 우리 갇힌 거예요?”

태오는 한숨을 쉬었다. 그의 얼굴은 차분했지만, 눈빛은 예리하게 빛났다. “아니, 갇힌 게 아니라… 아마도 다음 단계로 안내된 걸 거야.” 그는 다시 기둥을 노려봤다. 거세던 푸른빛은 다시 약해져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기둥의 바닥에 있던 오목한 홈 안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돌 조각 하나가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짤랑-!**

유진과 태오의 시선이 동시에 그 작은 돌 조각에 향했다. 푸른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손톱만 한 크기의 육각형 보석이었다.

“이건…”
유진이 조심스럽게 돌 조각을 주웠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보석은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이게… 그 ‘열쇠’인가요?”

태오의 눈빛이 복잡하게 일렁였다. “열쇠… 혹은 미끼겠지.” 그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다. “어쨌든, 이걸 손에 넣었으니 다음 단계가 열린 건 분명해.”

그의 말처럼, 기둥이 멈추고 정적이 찾아왔을 때, 그들의 뒤편 벽면에서 또 다른 작은 문이 스르륵 열렸다. 이번에는 거창한 굉음도, 위험한 함정도 없었다. 그저 작은 문이었다.

하지만 그 문 안쪽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그곳은 마치 정원처럼 꾸며져 있었고, 희미한 빛을 내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세상에…”
유진의 입에서 다시 한번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태오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그 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런 곳이 지하에 숨겨져 있었다니…”

태오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묵묵히 따랐다.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거대한 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에 닿았다. 그곳에는, 작은 새장 안에 갇힌 듯한, 영롱하게 빛나는 황금빛 구슬이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정원의 모든 빛을 압도하는 강렬한 빛이 황금빛 구슬에서 뿜어져 나왔다.

**콰앙-!**

눈부신 빛과 함께, 그들의 귀에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했다.

‘…잊혀진… 지혜…’

유진은 눈을 감았다. 태오는 그녀의 손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그들의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그들을 이 황금빛 구슬로 이끌기 위한 거대한 장치였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왠지 모르게, 그들의 심장을 동시에 울렸다.

“태오 씨… 저것 봐요.”
유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눈을 뜨자, 황금 구슬의 빛 너머로, 희미한 글자들이 공중에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고대어로 쓰인, 알 수 없는 메시지였다.

태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 아직도 비밀 투성이잖아.” 그는 유진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굳건히 잡았다.

유진은 태오를 힐끗 올려다봤다. 그의 옆모습은 여전히 긴장감으로 가득했지만, 묘하게 듬직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감싼 그의 온기는, 차가운 지하 유적 속에서 유일한 안식처처럼 느껴졌다.

‘잊혀진 지혜… 도대체 뭘까?’

그녀의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새로운 미지의 문이 열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