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밀폐된 금고
**장르:** 좀비 아포칼립스, 추리/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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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장면 1**
**배경:** 잿빛 도시. 폐허가 된 마천루 사이로 핏빛 노을이 쏟아져 내린다. 거리에 흩뿌려진 좀비들이 비틀거리며 느릿한 걸음으로 어둠 속을 헤맨다. 그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멀리까지 울려 퍼진다.
**내레이션 (이한결):** 세상은 변했다. 익숙했던 풍경은 낯선 지옥으로 변모했고, 삶의 모든 규칙은 무의미해졌다. 우리는 멸망의 문턱에서 간신히 생존을 이어가고 있지만… 인간의 본성은 놀랍도록 끈질기다. 폐허 속에서도 욕망은 사라지지 않고, 생존을 위한 발버둥 속에서도 질서는 다시 만들어진다. 그리고… 살인 역시. 좀비가 아닌 인간의 손에 의한 살인. 그것은 세상의 종말보다 더 차가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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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에피소드]**
**장면 2**
**배경:** ‘쉘터 제3구역’ 내부. 두껍고 견고한 강철 문들이 이어진 복도. 비상등의 붉은 불빛이 간헐적으로 깜빡이며 긴박한 분위기를 더한다. 복도 한편에는 쉘터 보안팀원들이 무언가를 에워싸고 서성이고 있다.
**등장인물:** 유나, 박 경위, 이한결.
**유나:** (한결에게 낮은 목소리로) 팀장님, 또 이런 일이… 이번엔 심상치 않습니다.
**박 경위:** (얼굴이 굳어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이 쉘터에서, 그것도 최 팀장님 사무실에서 밀실 살인이라니… 이건 외부에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입니다. 모두의 불안을 조장할 겁니다.
**이한결:** (흥미로운 듯 눈을 빛내며) 좀비는 예측 가능한 존재니까. 배고프면 달려들고, 머리를 부수면 죽고.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는 게 흥미롭지 않나? 끊임없이 변수와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존재.
**유나:** (한숨을 쉬며) 지금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보다 명확한 해결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장면 3**
**배경:** 살인 사건 현장. 굳게 닫혔던 최 팀장의 개인 사무실 문이 부서져 활짝 열려 있다. 강화 강철로 된 문짝은 경첩 부분이 심하게 훼손되어 삐걱거리고, 닫힘 방지 핀은 완전히 뽑혀나가 있었다. 문틈 사이로는 핏자국이 묻어난다.
**등장인물:** 이한결, 유나, 박 경위.
**내레이션 (유나):** 최 팀장은 이 쉘터의 총 책임자였다. 질서와 규율을 중요시하는 엄격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리더십 덕분에 쉘터는 여전히 안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개인 사무실은 쉘터 내에서도 가장 보안이 삼엄한 곳이었다. 폭동을 진압할 때도 쓰이던 강화 강철 문은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팀장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였다. 그런데…
**유나:** (부서진 문을 가리키며) 박 경위님이 직접 도끼로 부수고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안에서 잠겨 있었다면서요?
**박 경위:** 네. 제가 야간 순찰 중 복도에서 둔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분명히 최 팀장 사무실에서 나는 소리였죠.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열어보려 했는데,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육중한 강철 문이라 제아무리 제가 발로 차고 몸으로 부딪쳐도 꼼짝 않더군요. 결국 보안팀원들과 도끼로 부수고 들어갔습니다.
**이한결:** (사무실 안을 쓱 훑어본다. 피 묻은 바닥, 엎어진 의자, 벽에 걸린 쉘터 설계도 등) 안에서 잠겨 있었다, 그리고 도끼로 부수고 들어갔다… (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시신은?
**장면 4**
**배경:** 최 팀장의 사무실 내부. 최 팀장이 책상 위에 엎드려 쓰러져 있다. 등에는 쉘터 표준형 다용도 나이프가 깊이 박혀 있고, 피가 흥건하게 책상과 바닥을 적시고 있다. 사무실은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의자가 뒤집혀 있고 서류가 흩어져 있는 등 격투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등장인물:** 이한결, 유나, 박 경위.
**내레이션 (이한결):** 시신을 본 순간, 나는 직감했다. 이건 단순한 우발적 살인이 아니다. 범인은 치밀하고, 대담하며, 무엇보다 이 쉘터의 구조를 꿰뚫고 있었다.
**이한결:** (시신을 꼼꼼히 살핀다. 칼의 종류, 상처의 깊이, 피의 흔적, 주변 물건들의 위치 등) 칼은… 쉘터 내에서 지급되는 표준형 다용도 나이프군. 이 쉘터의 모든 대원이 가지고 있는.
**유나:** 네,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대원에게 하나씩 지급됩니다. 하지만 팀장님은… 평소에 자기 물건은 철저하게 관리하는 분이셨습니다. 이 칼이 팀장님 것이었을까요?
**박 경위:** (고개를 젓는다) 최 팀장님의 칼은 항상 허리춤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한결:** (칼자루에 지문 같은 건 없나 손전등으로 비춰본다)
**유나:** 이미 보안팀에서 채취했지만, 마땅한 지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장갑을 끼고 있었거나, 아니면 칼자루를 깨끗이 닦았거나 둘 중 하나겠죠.
**이한결:** (피 묻은 바닥을 바라본다) 문이 부서지기 전,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전혀 없었나? 환기구, 벽, 천장… 심지어 바닥까지.
**박 경위:** 모두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벽은 강화 콘크리트, 천장은 철골 구조입니다. 환기구는 성인 남자가 통과하기엔 너무 작고요. 게다가 사무실 전체에 센서가 설치되어 있어서 작은 움직임도 감지합니다. 사건 발생 시점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습니다.
**이한결:** 창문은?
**박 경위:** 없습니다. 이 방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밀폐 공간입니다. 외부 좀비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창문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한결:** (문 쪽으로 걸어간다. 부서진 문틀을 살핀다)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다… (그는 문 안쪽에 붙어있던 자물쇠 부분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잠금쇠는 이중 볼트식. 문손잡이에 있는 래치 볼트와 아래쪽에 있는 데드 볼트. 박 경위님은 무엇이 잠겨 있었다는 건가?
**박 경위:** 데드 볼트입니다. 제가 문을 부수기 전, 손잡이는 돌려봐서 래치 볼트는 잠기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드 볼트는 깊숙이 잠겨 있었죠. 열쇠도 안쪽에 그대로 꽂혀 있었고요.
**이한결:**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열쇠가 안쪽에 꽂혀 있었다… 그럼 범인은 어떻게 밖으로 나갔다는 거지?
**장면 5**
**배경:** 복도. 이한결은 아무 말 없이 복도 바닥을 걷는다. 유나와 박 경위가 초조한 표정으로 그를 따른다.
**등장인물:** 이한결, 유나, 박 경위.
**유나:** 팀장님, 설마 자살은 아니겠죠? 최 팀장님은 자살할 분이 아닙니다. 이 쉘터를 자기 목숨처럼 여겼던 분이거든요.
**이한결:** (고개를 젓는다) 등을 찔렀군. 자살이라면 칼의 각도나 자세가 부자연스럽지. 누군가 찔렀고, 그 과정에서 저항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무실이 어지러워진 건 그 흔적일 테고.
**박 경위:** 그럼 범인은 대체 어떻게 사라졌을까요? 귀신이라도 되는 겁니까?
**이한결:** (갑자기 멈춰 선다) 박 경위님. 복도 CCTV 기록은 확인했나?
**박 경위:** 물론입니다. 사건 발생 10분 전부터 정확히 사망자가 발견될 때까지, 이 복도 전체의 CCTV가 고장 나 있었습니다.
**이한결:** (픽 웃는다) 그래, 역시. 아주 고전적이지만 효과적인 수법이지.
**유나:** 그럼 고장 낸 사람이 범인이라는 건가요?
**이한결:** 유력한 용의자겠지. 이 복도 카메라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일 텐데.
**박 경위:** (미간을 찌푸리며) 쉘터 시스템 관리 책임자는 김 박사입니다. 하지만 그는 사건 발생 시각에 자신의 연구실에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리고 정 실장도… 당시 자신의 집무실에서 보고서를 작성 중이었다고 하고요. 둘 다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이한결:** (시선을 돌려 김 박사와 정 실장이 있는 쉘터 중앙 홀 쪽을 응시한다) 흐음…
**장면 6**
**배경:** 쉘터 중앙 홀. 생존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표정으로 웅성거린다. 한결은 그들 사이를 지나쳐 김 박사와 정 실장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향한다.
**등장인물:** 이한결, 유나, 박 경위, 김 박사, 정 실장.
**이한결:** (김 박사와 정 실장에게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김 박사님. 정 실장님.
**김 박사:** (안경을 고쳐 쓰며,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한결 씨… 박 경위님께 다 들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최 팀장님은… 이 쉘터의 기둥 같은 분이셨는데.
**정 실장:** (냉철하고 침착한 표정으로) 쉘터 시스템 보안에 대해선 제가 최 팀장님 다음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범인이 어떻게 침입했는지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군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밀폐되어 있었는데.
**이한결:** (정 실장의 눈을 똑바로 보며) 정 실장님. 복도 CCTV 고장에 대해 아는 바가 있습니까?
**정 실장:** (순간적으로 눈을 피하는 듯 보였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는다) 저는 CCTV 시스템 관리 권한이 없습니다. 그건 김 박사님의 소관이죠. 하지만… 이 복도 CCTV는 최 팀장님 방 바로 앞이라서, 유독 민감하게 관리되었습니다. 평소 고장이 잦은 곳은 아닙니다.
**이한결:** (김 박사를 보며) 김 박사님. 그 카메라가 왜 고장 났다고 생각하십니까?
**김 박사:** (말을 더듬으며,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 그건… 아마도 전력 과부하… 혹은… 노후화… 이 쉘터의 시스템도 워낙 오래되어…
**이한결:** (손을 젓는다) 노후화나 과부하로 특정 구간의 카메라만 정확히 10분간 꺼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죠. 그리고 그 시간대가 정확히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와 겹친다면…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기묘합니다.
**김 박사:** (얼굴이 창백해진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 연구실은 복도 끝에 있고, 저는 그곳에서 실험 중이었습니다!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정 실장:** (김 박사 옆에 앉아 그를 변호하듯) 김 박사님은 시스템 전문가지만, 직접 카메라를 조작할 수 있는 권한은 최 팀장님과 저, 그리고 박 경위님에게도 있습니다. 하지만 셋 다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박 경위님과 함께 문을 부쉈습니다.
**이한결:**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알리바이라… 흥미롭군요.
**장면 7**
**배경:** 최 팀장의 사무실. 이한결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데드 볼트 잠금장치를 유심히 관찰한다.
**등장인물:** 이한결, 유나, 박 경위.
**이한결:** (문고리 아래 데드 볼트 잠금장치를 손으로 만져본다) 이거… 이 잠금쇠는 내부에서 잠그면, 열쇠를 꽂은 채로도 외부에서 열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지. 쉘터 보안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견고해.
**박 경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도끼로 문을 부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열쇠가 안쪽에 꽂혀있으니 외부에서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한결:** (턱을 만지작거린다) 그럼 범인은 어떻게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갔지? 열쇠는 안쪽에 꽂혀 있는데 말이야.
**유나:** 혹시 다른 통로가… 정말 없을까요? 아무리 작아도, 사람이 통과할 수 없어도 다른 방법으로…
**이한결:** (고개를 젓는다) 불가능해. 이 사무실은 외부의 좀비 침입을 막기 위해 모든 통로가 완벽하게 밀폐되어 있어. 환기구도 너무 작고, 다른 통로는 없어. 이 방은 말 그대로 ‘밀폐된 금고’야. 완벽하게 밀봉된 공간.
**내레이션 (이한결):** 모든 상황은 범인이 사라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체는 명백하게 그 자리에 존재했다. 그렇다면 범인은 밀폐된 공간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인 것이다. 트릭은 늘 가장 사소한 곳에 숨어있는 법이다.
**장면 8**
**배경:** 최 팀장의 사무실. 이한결은 시신이 있던 책상 쪽으로 다시 다가간다. 그는 책상 아래, 그리고 책상 다리 부분을 유심히 살펴본다. 이내 그의 눈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가늘어진다.
**등장인물:** 이한결, 유나, 박 경위.
**이한결:** (바닥에 쪼그려 앉아 책상 다리 부근을 가리킨다) 유나 씨, 여기를 봐.
**유나:** (한결이 가리키는 곳을 본다) 이건… 스크래치? 아주 미세하고 희미한데요?
**이한결:** 아주 미세한 스크래치. 눈에 잘 띄지 않지. 특히 피와 흙먼지가 뒤섞인 이런 바닥에서는. 하지만 이건 분명… 무언가가 바닥을 긁고 지나간 흔적이야.
**박 경위:** (다가와서 확인한다) 흠, 워낙 바닥이 지저분해서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의미가 있죠?
**이한결:** (미소 짓는다) 아주 중요한 의미지. 그리고 이 스크래치는… 데드 볼트가 잠겨 있던 방향, 즉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어.
**유나:**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뜬다) 설마…
**이한결:** (일어서며) 그래. 범인은 문이 잠긴 후에, 혹은 잠긴 것처럼 보이게 한 후에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열쇠는 안쪽에 그대로 꽂혀 있었고. 범인은 귀신이 아니야. 그저 아주 사소한 속임수를 썼을 뿐이다.
**박 경위:** 속임수요? 대체 어떻게…
**이한결:** (그는 문쪽으로 다시 걸어간다. 그리고는 부서진 문틀의 아래쪽 틈새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자, 이 틈새를 봐.
**유나:** (틈새를 들여다본다) 문이 부서지면서 생긴 틈새 같습니다.
**이한결:** 아니, 문이 부서지기 전부터 있었던 아주 미세한 틈새야. 이런 육중한 강철 문이라도, 완벽하게 밀봉되기는 어렵지. 아주 미세한 틈새는 언제나 존재해. 특히 문지방과 문 사이 아래쪽은 더욱. 그리고 그 틈새는… 열쇠가 간신히 통과할 만큼은 아니었겠지만, 아주 얇고 유연한 선이 통과하기에는 충분했을 거야.
**장면 9**
**배경:** 최 팀장의 사무실. 이한결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한다. 유나와 박 경위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한다.
**등장인물:** 이한결, 유나, 박 경위.
**이한결:** 범인은 이 미세한 틈새를 이용했다. 먼저, 최 팀장을 살해한 후, 그는 문을 잠갔다. 안쪽에서 열쇠로 데드 볼트를 잠근 거야.
**박 경위:** 하지만 열쇠가 안쪽에 꽂혀 있었고, 범인은 밖으로 나갔어야 하는데요!
**이한결:** (미소 짓는다) 바로 그게 트릭이다. 범인은 데드 볼트를 잠근 후, 열쇠에… 가느다란 낚싯줄 같은 것을 묶었을 거야. 아니면 아주 얇고 질긴 케이블 선, 혹은 해체된 통신선 같은 것을 이용했을 수도 있고. 쉘터 내부에서는 귀하겠지만, 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유나:** 낚싯줄이요?
**이한결:** 그래. 그 선을 이용해 열쇠를 문 아래쪽 미세한 틈새로 빼낸 다음, 문을 살짝 열고 자신은 밖으로 나온 거야.
**박 경위:** 하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이한결:**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그 찰나의 순간에 그는 문밖으로 빠져나온다. 그리고는 밖에서 그 줄을 이용해 안쪽에 있는 열쇠를 잡아당겨 데드 볼트를 잠근 거지.
**유나:**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뜬다) 그럼 열쇠는… 밖에서 안쪽으로 다시 밀어 넣은 건가요?
**이한결:** 정확해. 잠금장치에 열쇠를 꽂은 채로 문 아래 틈새로 살며시 밀어 넣고, 낚싯줄은 다시 회수했겠지. 책상 다리의 스크래치는 바로 그 줄이 바닥을 긁고 지나간 흔적이야. 범인이 열쇠를 빼내고 다시 밀어 넣는 과정에서 발생한 거지. 범인은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이 작업을 매우 신중하게 했을 거야.
**박 경위:**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하지만 가능하군요! 밀폐된 공간에서라면 완벽한 밀실 살인을 연출할 수 있었겠군요!
**이한결:** (미소 짓는다) 물론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이런 짓을 하려면 상당한 연습과 시간이 필요했겠지. 그래서 복도 CCTV가 10분간 꺼졌던 거야. 범인은 그 시간을 벌기 위해 카메라를 조작했고, 그 시간 동안 완벽하게 이 밀실 트릭을 수행한 거지.
**장면 10**
**배경:** 쉘터 중앙 홀. 이한결은 다시 김 박사와 정 실장에게 다가간다. 이제 그의 눈빛에는 범인을 향한 확신이 서려 있다.
**등장인물:** 이한결, 유나, 박 경위, 김 박사, 정 실장.
**이한결:** 김 박사님. 낚싯줄이나 그와 비슷한 얇고 질긴 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쉘터 내부에선 그런 물건들이 귀할 텐데.
**김 박사:** (얼굴이 굳어진다) 낚싯줄이라… 저희 연구실에 특수 섬유 샘플이 있습니다. 아주 가늘고 질기죠. 하지만… 보안 때문에 외부인은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한결:** (정 실장에게 시선을 돌린다) 정 실장님. 김 박사님의 연구실 출입 기록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정 실장님의 지문은 발견된 칼자루에 없었지만, 연구실에 있는 특수 섬유 샘플 상자에서 발견될 가능성은 없었을까요?
**정 실장:** (순간 움찔한다. 그의 냉철했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출입 기록이요? 제가 왜… 제가 감히 김 박사님의 연구실에…
**이한결:** (정 실장의 눈을 꿰뚫어본다) 최 팀장 사무실 CCTV를 조작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던 사람. 그리고 김 박사의 연구실 특수 섬유 샘플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최 팀장에게 불만이 많았던 사람. 쉘터의 2인자로서 항상 최 팀장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사람.
**유나:** (놀라며) 정 실장님…!
**박 경위:** (정 실장을 경계하며 한 발짝 다가선다) 정 실장,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 실장:** (얼굴이 사색이 된다. 그는 순간적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 하지만 저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저는 제 집무실에서…
**이한결:** (말을 끊으며) 알리바이? 물론이죠. 김 박사가 시스템을 오작동시키는 동안, 당신은 최 팀장을 찾아갔을 겁니다. 그리고 둘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었겠지. 아마 쉘터 운영권 문제나 자원 분배 문제였을 겁니다. 결국 당신은 칼을 휘둘렀고, 밀실 살인을 연출해 모든 의심을 피하려 했을 겁니다. CCTV를 조작하고, 김 박사를 끌어들여 의심을 분산시키려 했겠지. 하지만 당신의 트릭은 너무 고전적이었어.
**이한결:** 당신이 복도 CCTV를 고장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김 박사에게서 보안 패스워드를 알아냈기 때문일 겁니다. 아니면… 김 박사를 협박해서 시켰거나.
**김 박사:**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글썽이며) 정 실장님이… 저에게… 부탁했습니다. 최 팀장님 몰래 시스템 테스트를 해달라고… 그래서 잠시… 꺼달라고… 저는 그게 이런 일에 쓰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정 실장:** (벌떡 일어선다. 그의 표정은 이미 포기한 듯, 절망감과 분노로 일그러져 있다) 젠장! 망할 최 팀장! 그 작자가 다 독점하고 있었어! 자원도, 권력도! 이 쉘터는 내 것이었어야 했어! 나는… 나는 이 지옥에서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싶었단 말이야!
**박 경위:** (정 실장에게 다가가 제압한다. 보안팀원들이 정 실장을 붙잡는다) 정 실장, 체포합니다! 모든 진술은 법정에서 하십시오!
**내레이션 (이한결):** 인간의 욕망은 폐허 속에서도 죽지 않는다. 오히려 더 거칠고 치열하게 타오른다.
**장면 11**
**배경:** 최 팀장의 사무실. 보안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현장을 정리한다. 부서진 문은 임시로 고정되어 있고, 바닥의 핏자국도 일부 치워졌다. 이한결은 부서진 문틀에 기대어 멀리 창밖의 핏빛 노을을 바라본다.
**등장인물:** 이한결, 유나.
**유나:** (한숨을 쉬며 한결 옆에 선다) 또 한 번, 팀장님이 해냈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이 밀실 살인을 풀어낼 사람은 팀장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한결:** (시선을 돌리지 않고) 대단할 것도 없지. 인간은… 변하지 않아. 세상이 멸망해도, 그 욕망은 그대로니까. 그리고 그 욕망이 향하는 곳에… 언제나 시체가 있지. 좀비가 만들지 않은, 인간이 만든 시체가.
**유나:** (한결의 옆모습을 본다) 하지만 팀장님이 있으니, 적어도 이 쉘터는 좀비가 아닌 인간의 손에 의해 무너지진 않을 겁니다.
**이한결:** (피식 웃는다) 글쎄. 인간은 좀비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잔인한 법이니까. 이 밀폐된 금고가 영원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내부의 균열은 언제든 외부의 위협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는 법이니까.
**[에필로그]**
**장면 12**
**배경:** 쉘터 외부. 좀비들이 쉘터의 거대한 철문을 향해 비틀거리며 다가온다. 그들의 손길이 철문에 닿자, 긁히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진다. 문에는 이미 수많은 좀비들의 손자국과 핏자국이 얼룩져 있다. 하늘은 이제 완전히 어둠에 잠겨, 거대한 쉘터만이 홀로 빛을 발하고 있다.
**내레이션 (이한결):** 밀폐된 금고는 겉으로는 안전해 보인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견고한 요새.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언제나 내부에 잠복해 있는 법이다. 탐욕과 증오, 권력에 대한 갈망. 그리고 그 바이러스는… 언젠가 이 금고를 열어젖힐 것이다. 바깥세상의 지옥을 향해, 스스로의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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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