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별이 녹아내린 유리 잔에 담긴 얼음 조각처럼, 짙푸른 어둠 속에서 수많은 항성들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광대한 우주의 무한함은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았지만, 카이의 시선은 언제나 그 너머, 혹은 그 이면에 숨겨진 미세한 균열을 쫓았다. 그는 우아하게 기울어진 크리스탈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토록 완벽한 유람선에서, 그 흔한 잡음조차 허락되지 않는 무중력 스위트룸에서, 그는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카이 님, 다음 정거장인 에테르포트까지는 32시간 17분 남았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점은 없으십니까?”

천장에 매립된 AI ‘오라’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렸다. 금속성이라기보다는, 섬세하게 조율된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소리에 가까웠다.

“아니, 오라. 완벽하군. 너무 완벽해서 문제지.”

카이의 중얼거림에 오라는 기계적인 침묵으로 답했다. 우주선 ‘별무리호’는 은하계 최고의 호화 유람선답게 최첨단 기술의 정수였다. 자동 조종 시스템, 인공지능 관리, 개인 맞춤형 서비스,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편의 시설이 탑재되어 있었다. 이곳은 범죄와는 거리가 먼, 안전하고 평화로운 별들의 낙원이었다. 적어도, 몇 시간 전까지는 그랬다.

복도를 따라 울리는 긴급 호출 알림은 별무리호의 완벽한 정적을 깨뜨리는 첫 불협화음이었다. 곧이어 비상사태를 알리는 선내 방송이 울려 퍼졌고, 카이는 그제야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피식 웃었다. 지루함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가 스위트룸을 나서자마자, 복도 저편에서 뛰어오는 이사벨라 함장과 최 대위의 모습이 보였다. 이사벨라 함장은 이 우주선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베테랑이었고, 최 대위는 함내 보안 총책임자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함께 짙은 피로가 역력했다.

“카이 님! 이런 상황에서 불쑥 찾아뵙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사벨라 함장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하긴, 이런 일로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카이는 그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무슨 일인가, 함장님? 별무리호의 완벽한 항해에 오점이 생긴 모양이군.”

최 대위가 당황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별무리호의 VIP 펜트하우스 스위트룸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갤럭시 코퍼레이션의 CEO, 엘런 킴입니다.”

카이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엘런 킴. 이름만 들어도 은하계 금융 시장의 지도가 바뀌는 거물이었다. 그가 이 별무리호에 타고 있었을 줄이야.

“살인? 별무리호에서? 이곳은 모든 구역이 완벽하게 밀폐되고 감시되는 곳 아닌가?” 카이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이사벨라 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그 방은…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밀실입니다.”

그들은 카이를 이끌고 별무리호 최상층에 위치한 VIP 펜트하우스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복도는 평소의 화려함과는 달리, 긴장감으로 얼어붙은 듯했다. 보안 요원들이 문 앞에 삼엄하게 서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이곳입니다.” 최 대위가 거대한 홀로그램 잠금장치가 달린 문을 가리켰다. “최첨단 바이오 인식 잠금장치이며, 외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제할 수 없습니다. 엘런 킴의 생체 정보 없이는요. 내부에서는 수동으로 잠금 해제 스위치를 누르면 되지만… 시신은 문 바로 안쪽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스위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카이는 말이 없었다. 그저 문을 뚫어져라 응시할 뿐이었다. 그의 눈에는 이미 사건 현장의 윤곽이 그려지는 듯했다.

“저희는 비상 잠금 해제 프로토콜을 사용해서 문을 열었습니다. 그때는 이미 늦었지만… 다른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강제 개방 흔적도 없고, 기술적 해킹 시도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환기 덕트나 비상 탈출구도 모두 안에서 완벽하게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이사벨라 함장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덧붙였다.

“감시 카메라 기록은?” 카이가 짧게 물었다.

“펜트하우스 내부에는 VIP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모든 감시 장치가 꺼져 있었습니다. 복도 카메라에는 엘런 킴이 어젯밤 자정경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후, 그 누구도 그 방 근처에 접근한 기록이 없습니다. 완벽하게 고립된 상태였습니다.”

카이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다시 뜨며, 그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펜트하우스는 상상 이상으로 넓고 호화로웠다. 창문 너머로는 거대한 우주의 장관이 펼쳐져 있었지만, 지금은 그 아름다움이 잔혹하게 느껴졌다.

거실 중앙, 홀로그램 테이블 옆에 엘런 킴의 시신이 쓰러져 있었다. 그는 최첨단 비단 잠옷 차림이었고, 어떤 외상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얼굴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고, 눈은 감겨 있었다. 마치 잠든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피부는 창백했고, 미약한 생체 신호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사인은 아직 불명입니다.” 최 대위가 설명했다. “외부의 물리적 충격은 없었고, 독극물 반응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치… 심장이 갑자기 멈춘 것처럼 보입니다.”

카이는 시신 주위를 천천히 돌며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의 시선은 엘런 킴의 손끝, 머리카락 한 올, 그리고 바닥의 미세한 먼지 입자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는 무릎을 굽혀 시신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살짝 들어 올려 손목시계처럼 착용된 스마트 밴드를 확인했다. 밴드는 모든 생체 정보를 기록하는 장치였다.

“최종 생체 기록을 확인했나?” 카이가 물었다.

“네, 방금 확인했습니다. 어젯밤 1시 23분, 모든 생체 활동이 정지되었습니다. 심장마비로 추정됩니다.” 이사벨라 함장의 목소리가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방을 훑어보았다. 완벽하게 정돈된 가구들, 먼지 한 점 없는 바닥, 그리고 차분한 푸른색 조명. 모든 것이 질서 정연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의 눈길이 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방의 반대편 끝에 있는 거대한 투명 패널을 바라보았다. 그 패널은 우주 공간을 통유리로 보여주는 것처럼 설계되어 있었고, 그 너머로는 별무리호의 거대한 엔진부가 아득하게 보였다.

“이 방은 완전히 밀폐되어 있었고, 어떤 침입자도 없었으며, 엘런 킴은 마치 평화롭게 잠들 듯이 죽었다는 것이군.” 카이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모든 증거는 그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가리키고 있다. 완벽한 밀실 속에서, 완벽한 자연사.”

이사벨라 함장과 최 대위는 말없이 그를 지켜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희미한 희망과 함께 여전한 의문이 서려 있었다.

카이는 잠시 침묵하더니, 엘런 킴의 시신을 다시 한 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함장님, 최 대위. 제가 이 별무리호에 탑승한 것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은 제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선물을 안겨주었군요.”

그의 시선은 엘런 킴의 굳게 감긴 눈꺼풀에 머물렀다.

“밀실에서 벌어진 자연사처럼 보이는 살인 사건. 과연, 누가 이런 완벽한 트릭을 꾸며냈을까.”

카이는 손가락으로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 입자를 가볍게 튕겼다. 그의 눈빛은 이미 수많은 별들을 헤치고, 그 너머에 숨겨진 진실의 실마리를 쫓기 시작한 듯 빛나고 있었다. 별무리호의 완벽한 밀실은, 이제 그의 놀이터가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