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제목: 공간의 표류자 (The Drifter of Space)

### 시놉시스
밤이 깊은 현대 도시의 한 아파트. 평범한 직장인 이서진은 어느 날부터 집에서 기묘한 현상들을 겪기 시작한다. 움직이는 물건, 뒤틀린 공간, 들리지 않는 속삭임. 처음엔 피로와 착각이라 생각했던 서진은 점차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아파트에 깃든 미지의 SF적 존재, 즉 ‘공간의 표류자’의 소행임을 깨닫는다. 그것은 유령이 아닌, 현실의 물리 법칙을 비틀어버리는 이계의 에너지체였다. 서진은 이 불가해한 현상에 맞서 아파트의 평화를 지키고, ‘표류자’의 기원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 캐릭터 소개

* **이서진 (30대 초반, 여성):** IT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성격으로, 처음에는 모든 기이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애쓴다.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 **박현수 (30대 초반, 남성):** 서진의 대학 동창이자 절친. 웹툰 작가 지망생으로, 오컬트나 미스터리한 현상에 관심이 많다. 서진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흥미로워하다가 점차 함께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시작]**

**Scene 1**

**시간:** 늦은 밤
**장소:** 서진의 아파트 거실

**(화면 설명)**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의 풍경. 높은 아파트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창문마다 작은 불빛이 점점이 박혀있다. 그중 한 아파트의 창문이 클로즈업된다.

**CUT TO:**

서진의 아파트 거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약간의 생활감이 느껴진다. 벽 한쪽에는 캣타워가 놓여있고, 그 위에서 회색 고양이 ‘모모’가 곤히 잠들어있다.
서진은 노트북 앞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 화면에는 복잡한 데이터 그래프들이 가득하다. 눈 밑에는 희미한 다크서클이 보인다.

**서진 (내레이션, 나른하고 피곤한 목소리):**
또 야근. 매일 똑같은 패턴. 복잡한 숫자들, 얽히고설킨 코드들. 가끔은 내가 이 세상의 모든 데이터들을 다 집어삼키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화면 설명)**
서진이 긴 한숨을 내쉬며 헤드폰을 벗는다. 목을 주무르며 기지개를 켠다. 그때, 캣타워 아래에 놓여있던 모모의 밥그릇이, 아주 미세하게, 몇 밀리미터 정도 옆으로 ‘스윽’하고 움직인다.

**서진:**
응?

**(화면 설명)**
서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밥그릇을 본다. 밥그릇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 듯, 아무런 움직임 없이 얌전히 놓여있다. 모모는 여전히 곤히 자고 있다.

**서진 (작게 중얼거림):**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화면 설명)**
서진이 밥그릇을 손으로 툭 쳐본다. 아무런 이상도 없다. 거실의 스탠드 조명이 아주 짧게 ‘깜빡’하고 꺼졌다가 다시 켜진다. 서진은 눈을 한 번 감았다 뜬다.

**서진:**
…낡아서 그러나.

**(화면 설명)**
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향한다. 냉장고 문을 열자, 안쪽에 붙어있던 자석들이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우수수 떨어져 바닥에 흩어진다. 서진은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뜬다.

**서진:**
아니, 이게 뭐야!

**(화면 설명)**
서진이 당황하며 바닥에 떨어진 자석들을 줍는다. 냉장고 문은 닫혀있었는데, 자석들이 제자리에 붙어있던 것이 신기할 정도로 강한 충격이 느껴진 듯하다.

**서진 (내레이션):**
그날은 그냥 피곤해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Scene 2**

**시간:** 며칠 후, 아침
**장소:** 서진의 아파트 주방

**(화면 설명)**
서진이 막 토스트를 굽고 커피를 내리고 있다. 모모가 서진의 다리 사이를 비비적거린다. 식탁 위에는 어제 먹고 남은 과일 접시와 컵들이 놓여있다.

**서진:**
모모, 밥 먹자.

**(화면 설명)**
서진이 모모의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준다. 모모가 맛있게 사료를 먹는 동안, 서진은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그때, 식탁 위에 놓여있던 컵 하나가 갑자기 ‘드르륵’ 소리를 내며 옆으로 미끄러진다. 컵 안에 들어있던 스푼이 ‘짤랑’하며 튀어 오르고, 다시 컵 속으로 떨어진다.

**서진:**
…!

**(화면 설명)**
서진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컵을 노려본다. 컵은 마치 누군가 잡고 움직인 것처럼 식탁 가장자리까지 미끄러져 있다. 서진이 조심스럽게 컵을 잡고 원래 자리로 옮겨 놓는다.

**서진 (자신에게 말하듯):**
아니, 식탁이 기울어진 건가? 내가 어제 뭘 잘못 놨나?

**(화면 설명)**
서진이 식탁 표면을 만져본다. 평평하다. 수평계 어플을 켜서 확인해봐도 완벽한 수평이다. 서진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불안한 시선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CUT TO:**

서진이 출근 준비를 하고 있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묶는 중이다.
거울 속 서진의 뒤편, 희미하게 비치는 방의 모습이 일렁인다. 마치 열기로 인해 상이 일그러지는 것처럼. 벽지가 흐느적거리고, 가구의 윤곽이 뒤틀린다.

**서진:**
…?!

**(화면 설명)**
서진이 깜짝 놀라 거울 뒤편을 돌아본다. 방은 완벽히 멀쩡하다. 아무런 뒤틀림도, 일렁임도 없다. 서진은 다시 거울을 본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 역시 아무런 이상이 없다.

**서진 (속으로):**
아냐. 이건 분명… 뭔가 이상해.

**Scene 3**

**시간:** 점심시간
**장소:** 서진의 회사 구내식당

**(화면 설명)**
서진과 현수가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고 있다. 현수는 서진의 이야기를 듣고 눈을 반짝거린다.

**현수:**
대박! 서진아, 너 혹시… 유령 들린 집에 사는 거 아니냐?

**서진:**
(찌푸린 얼굴로) 야, 박현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그걸 믿게 생겼어?
(한숨) 분명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거야. 노후된 건물이라 배관이 흔들리거나, 아니면…

**현수:**
아니면? 아니면 뭔데? 진공 상태에서 물건이 이동하거나, 거울이 일그러지거나?
(흥분해서) 그거 딱 폴터가이스트 현상이잖아! 영혼들이 물건을 던지고, 공간을 왜곡시키는!

**서진:**
(짜증) 폴터가이스트는 없어. 과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건 그냥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현상일 뿐이야.
난 지금 진짜 심각하다고. 밤에는 삐걱거리는 소리랑… 가끔은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은 소리도 들려.

**현수:**
속삭이는 소리? 뭐라고?

**서진:**
(미간을 찌푸리며)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 그냥… 스스스… 웅얼웅얼…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그래서 말인데, 혹시 너 집에 안 쓰는 액션캠이나 센서 같은 거 있어? 나 좀 빌려줄 수 있을까?

**현수:**
오, 드디어 내 덕 볼 일이 생긴다고? 좋아, 좋아! 나 집에 사운드 센서랑 적외선 카메라, 심지어 진동 감지 센서도 있다?
(어깨를 으쓱) 내 미스터리 연구에 필요할 것 같아서 사뒀었지. 설마 진짜 쓰게 될 줄이야.

**서진:**
(한숨) 농담 따먹기 할 상황 아니거든. 나 진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어.

**Scene 4**

**시간:** 밤
**장소:** 서진의 아파트 거실, 침실

**(화면 설명)**
서진의 아파트 내부 곳곳에 현수가 설치해 준 장비들이 놓여있다. 거실에는 액션캠이 캣타워 쪽을 향하고 있고, 침실에는 적외선 카메라가 침대를 비추고 있다. 각 방마다 사운드 센서와 진동 감지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서진이 노트북 화면을 보며 센서 값을 확인하고 있다. 화면에는 아무런 특이점도 없다. 그래프는 평탄하고, 소리 감지 레벨은 ‘0’이다.

**서진 (내레이션):**
신기하게도, 장비를 설치한 날 밤부터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그 ‘무언가’가 내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화면 설명)**
서진이 피곤한 얼굴로 침대에 눕는다. 모모가 서진의 옆구리에 기대어 잠든다.
시간이 흐르고, 새벽 2시. 서진은 잠들어있다.
그때, 침실의 적외선 카메라 화면에 미세한 노이즈가 발생한다. 화면의 가장자리가 뿌옇게 변한다.
그리고 침대 발치 쪽 허공에서, 희미하게, 검은 그림자 같은 것이 형태를 갖추려 하는 것처럼 일렁인다.
그것은 마치 뜨거운 아지랑이 같기도 하고, 투명한 막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림자는 점차 짙어지고, 마치 ‘사람’의 윤곽처럼 변하려는 듯 보인다.

**사운드 (아주 희미하게, 마치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우우우… 스스스…

**(화면 설명)**
모모가 갑자기 ‘하악질’을 하며 잠에서 깨어난다. 침대 발치 쪽을 노려보며 털을 곤두세운다.
모모의 하악질 소리에 서진이 잠에서 깬다.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다.

**서진:**
모모? 왜 그래?

**(화면 설명)**
서진의 시선이 모모가 노려보는 침대 발치 쪽으로 향한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적외선 카메라 화면도 다시 깨끗해져 있다.
하지만 모모는 여전히 으르렁거리고 있다. 서진의 등골에 소름이 돋는다.

**서진 (내레이션):**
그것은 분명히 존재했다. 내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

**Scene 5**

**시간:** 다음 날 오후
**장소:** 서진의 아파트 거실

**(화면 설명)**
서진이 노트북 앞에 앉아 전날 밤 녹화된 영상들을 돌려보고 있다.
침실 적외선 카메라 영상. 새벽 2시 13분 42초.
영상에서 노이즈가 시작되고, 서진의 침대 발치에 희미한 그림자가 일렁이는 장면이 다시 재생된다.

**서진 (놀라서 숨을 들이쉼):**
…이게 뭐야…

**(화면 설명)**
서진은 영상을 일시정지하고, 화면을 확대한다.
흐릿하지만 분명히, 그 그림자는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완벽한 사람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마치 인간의 실루엣이 공간 속에서 찢겨져 나가는 것 같은 기괴한 모습.

**서진:**
(현수에게 전화 거는 소리) 현수야! 당장 우리 집으로 와! 지금 당장!

**(화면 설명)**
잠시 후, 현수가 서진의 집에 도착한다. 현수는 서진이 보여주는 영상을 보고 경악한다.

**현수:**
(입을 다물지 못하며) 서진아… 이거… 진짜… 진짜네?
내가 살면서 이런 걸 다 보게 될 줄이야. 진짜 유령인가?

**서진:**
(단호하게) 아니. 유령은 아니야. 잘 봐. 이 노이즈. 그리고 저 그림자.
어떤 에너지장이 주변 공간을 왜곡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마치 현실이 깨지는 것처럼.

**(화면 설명)**
서진이 노트북 화면을 옆으로 넘긴다. 이번에는 사운드 센서의 기록.
새벽 2시 13분 42초. 그 순간, 지극히 미세한, 그러나 분명히 감지된 소리 기록이 나타난다.
서진이 그 소리를 재생한다. 스피커에서 ‘스스스… 웅얼웅얼…’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수:**
(몸서리치며) 젠장! 귀신 소리 같잖아!

**서진:**
(생각에 잠겨) 아니… 달라. 이건…
(다시 영상을 확대하며) 형태가 계속 변해. 마치 고정되지 않는 물체처럼.
그리고 저 주변의 공간. 왜곡된 시각적 효과가 마치…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평행 우주나 다차원 같은 개념에서 오는 시공간의 뒤틀림을 연상시켜.

**현수:**
평행 우주? 다차원? 야, 갑자기 SF 찍냐?

**서진:**
(진지하게) SF가 아니라, 설명 가능한 유일한 가설일 수 있어.
어쩌면 우리 아파트에… 말 그대로 ‘균열’이 생긴 걸지도 몰라.
그리고 그 균열을 통해, 우리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의 ‘무언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야.
이건 영적인 존재가 아니라, 차원을 넘나드는… ‘공간의 표류자’ 같은 거지.

**(화면 설명)**
서진의 눈빛이 깊어진다. 그녀의 표정에서 공포보다는 탐구심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때, 거실 한쪽 벽에 걸려있던 액자 하나가 갑자기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유리가 산산조각 난다.
서진과 현수가 동시에 그쪽을 돌아본다.
액자가 떨어졌던 자리의 벽지 위로, 검은색 액체가 스며든 것처럼 희미하게 얼룩이 퍼져나간다. 얼룩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린다.

**현수:**
(겁에 질려) 야, 서진아! 저건… 저건 진짜 아니잖아!

**서진:**
(놀랐지만 침착하게) 저게… 저 표류자의 ‘흔적’인가? 아니면… 본질인가?

**Scene 6**

**시간:** 같은 날 밤
**장소:** 서진의 아파트 거실

**(화면 설명)**
아파트 전체에 기이한 긴장감이 감돈다. 방 안의 조명이 간헐적으로 깜빡인다.
서진은 노트북 앞에 앉아 분석에 몰두하고 있다. 현수는 서진의 옆에서 불안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모모는 소파 밑에 숨어 나오지 않고 있다.
서진의 노트북 화면에는 센서에서 감지되는 수치들이 실시간으로 요동치고 있다.
온도, 습도, 전자기장, 진동, 소리. 모든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치솟고 있다.

**서진:**
(초조하게) 이상해. 갑자기 모든 센서가 폭주하고 있어.
전자기장 수치가… 이 정도면 이 근방 모든 통신망이 마비될 정도인데.

**(화면 설명)**
거실의 모든 가구들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벽에 걸려있던 시계가 ‘삐걱’거리더니, 갑자기 시곗바늘이 미친 듯이 뱅글뱅글 돈다.
유리 테이블 위에서는 펜들이 춤을 추듯 굴러다닌다.

**현수:**
(겁에 질려 서진의 팔을 잡고) 서진아! 뭔가 더 심해지고 있어!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야?

**서진:**
(고개를 흔들며) 아니, 지금 도망쳐도 소용없어. 이게 왜 이렇게 활성화되는지 알아내야 해.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며) 모든 수치가 거실 중앙, 정확히 저 캣타워 주변에서 가장 높게 감지되고 있어.

**(화면 설명)**
서진의 시선이 캣타워로 향한다. 캣타워 꼭대기에 놓인 모모의 장난감 쥐가 공중에 떠오르더니,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매달린 것처럼.
그리고 캣타워 주변의 공간이 다시 일렁인다. 이번에는 훨씬 더 강하게.
공기가 진동하고, 마치 아지랑이 너머를 보는 것처럼 공간이 왜곡된다.
그 왜곡된 공간 속에서, 희미하지만 확연하게, 거대한 그림자 같은 것이 형태를 갖춘다.
그것은 마치 검은 안개가 뭉쳐져 만들어진 거대한 구체 같기도 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대한 심장 같기도 하다.
그 중심부에서, 어두운 에너지가 꿈틀거린다. 그 에너지는 주변의 빛을 흡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운드:**
(웅장하고 기분 나쁜 저음의 진동음. 공기 자체가 울리는 소리)
(사운드 센서에서 감지된 ‘스스스… 웅얼웅얼…’ 소리가 이번에는 훨씬 선명하고 크게 들린다.)

**현수:**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짐) 으아악! 뭐야 저게!

**서진:**
(놀랐지만, 눈을 떼지 못한다) 저게… 표류자…

**(화면 설명)**
표류자가 있는 공간의 일렁임이 더욱 거세진다. 거실의 모든 물건들이 공중에 뜨기 시작한다.
책들이 책장에서 튀어나와 둥둥 떠다니고, 의자들이 공중으로 부양한다. 심지어 모모의 캣타워도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공중에 뜬다.
강력한 전자기장 때문에 노트북 화면이 일그러지며 지지직거린다.

**서진:**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진동 패턴을 봐…
이건 공격이 아니야. 안정화를 시도하는… 불안정한 에너지의 발산이야.
마치 이곳의 물리 법칙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화면 설명)**
떠오른 물건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액자 파편, 책, 잡동사니들이 서진과 현수를 향해 날아온다.
현수는 간신히 몸을 웅크려 피한다.
서진은 노트북을 사수하며 데이터를 계속 본다.

**서진:**
(외침) 패턴이 있어! 특정 주파수와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주변의 전자기장 변화에 따라 활성화되는 게 분명해!
아파트 전체의 전원! 메인 차단기를 내려야 해!

**현수:**
(소리 지름) 차단기? 어디 있는데?!

**서진:**
복도 끝! 배전반! 빨리!

**(화면 설명)**
현수가 비틀거리며 복도로 향한다. 공중을 떠다니는 물건들이 현수의 앞을 가로막는다.
거실 중앙의 표류자는 더욱 거대한 형태로 부풀어 오른다. 마치 검은색 블랙홀처럼 빛을 흡수하며,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하다.

**사운드:**
(점점 커지는 왜곡된 진동음과 알 수 없는 속삭임)

**(화면 설명)**
현수가 겨우 배전반에 도착한다. 배전반의 문이 ‘쿵’하고 저절로 닫히더니, 움직이지 않는다.
현수가 문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기지만, 열리지 않는다.

**현수:**
(절규) 안 열려! 이게 나를 방해하고 있어!

**(화면 설명)**
거실의 서진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상황. 그녀의 노트북 화면은 이제 완전히 지지직거리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표류자의 에너지가 너무 강해져서, 주변의 공간이 균열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거실 한쪽 벽에 미세하게 금이 가고, 그 금 사이로 어두운 심연이 언뜻 비치는 듯하다.
표류자의 한 촉수 같은 것이 서진을 향해 뻗어오는 것처럼 움직인다.

**서진:**
(현수에게 소리침) 안 돼! 그럼… (주변을 둘러봄)
우리 집 모든 기기의 전원을… 내가 직접 꺼야 해!

**(화면 설명)**
서진이 다급하게 노트북 충전기를 뽑는다. 모니터 전원을 끈다.
방 안의 모든 전자기기들, TV, 에어컨, 심지어 모모의 자동 급식기까지 전원을 뽑거나 끈다.
그러나 표류자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거세진다.

**서진 (속으로):**
아니야… 뭔가 더 있어. 단순한 전자기장이 아니야.
이건…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게 아니야. ‘흡수’하고 있는 거야.
내가 방금 끈 모든 기기에서 나오는 잔여 전자기 에너지를…

**(화면 설명)**
서진의 눈이 번뜩인다. 그녀의 시선이 거실 한쪽에 놓인 ‘무선 충전 패드’로 향한다.
작고 동그란 무선 충전 패드. 그 위에는 서진의 스마트폰이 놓여있었다.
패드의 작은 LED가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다.

**서진 (외침):**
저거다! 무선 충전 패드! 미세한 전자기파를 계속 발생시키고 있어!
표류자가 그것을 증폭시키고 있는 거야!

**(화면 설명)**
서진이 날아오는 물건들을 피하며 무선 충전 패드를 향해 돌진한다.
표류자는 마치 서진의 움직임을 인지한 것처럼, 더욱 격렬하게 움직인다.
공중의 가구들이 서진의 길을 막아서고, 벽의 균열이 더욱 커진다.

**현수:**
(문 틈으로 간신히 외침) 서진아! 위험해!

**(화면 설명)**
서진이 날아오는 책들을 간신히 피하고, 공중에 뜬 의자 밑을 기어서 통과한다.
마침내 무선 충전 패드 앞에 다다른 서진.
그녀가 손을 뻗어 패드의 전원 코드를 뽑으려 할 때, 표류자의 검은 촉수가 그녀의 팔을 향해 빠르게 뻗어온다.
촉수는 마치 고무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며, 서진의 손목을 휘감으려 한다.

**서진:**
(이를 악물고) 젠장!

**(화면 설명)**
서진이 손목을 재빨리 빼내고, 다른 손으로 무선 충전 패드의 전원 코드를 ‘퍽’ 소리와 함께 뽑아버린다.
코드가 뽑히는 순간, 패드의 LED가 꺼진다.

**(화면 효과)**
‘쉬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거실 중앙의 표류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에너지가 삽시간에 사그라진다.
공간의 뒤틀림이 풀리고, 떠다니던 모든 물건들이 ‘와르르’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벽에 난 균열도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정적.

**사운드:**
(모든 기괴한 소음이 멎고, 고요함만이 남는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의 작은 잔향만 들린다.)

**(화면 설명)**
서진은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표류자가 있던 자리를 향하고 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애초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현수가 조심스럽게 배전반 문을 연다. 문이 쉽게 열린다. 현수는 서둘러 서진에게 다가온다.

**현수:**
(떨리는 목소리로) 서진아… 괜찮아?
(주변을 둘러보며) …이게… 끝난 거야?

**서진:**
(고개를 들어 현수를 본다. 그녀의 눈은 어딘가 텅 비어있는 듯하다)
끝…났나?

**Scene 7**

**시간:** 다음 날 오후
**장소:** 서진의 아파트 거실

**(화면 설명)**
거실은 어제 밤의 난장판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깨진 액자는 치워졌고, 흩어진 책들도 제자리를 찾았다.
서진은 깨끗해진 거실에 앉아, 어제 밤 뽑아버린 무선 충전 패드를 응시하고 있다.
패드의 LED는 꺼져있고, 아무런 반응도 없다.

**서진:**
(현수에게) 정말 신기하지 않아? 저 작은 패드 하나가…
우리 차원의 물리 법칙을 무너뜨릴 뻔했다는 게.

**현수:**
(고개를 끄덕이며) 상상도 못 했지. 진짜 SF 영화 속 이야기 같았어.
그럼… 그 표류자라는 건 이제 완전히 사라진 거야?

**서진:**
(한숨) 그건 나도 장담할 수 없어. 어쩌면 잠시… 잠잠해진 것뿐일지도.
아니면, 다른 에너지원을 찾아 다른 곳으로 ‘표류’했을 수도 있고.

**(화면 설명)**
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본다. 도시의 풍경은 어제와 다름없이 평화롭다.
하지만 서진의 눈에는 이제 그 평범한 풍경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균열들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만 같다.
세상은 그녀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미지의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은 눈빛이다.

**서진 (내레이션):**
어쩌면 이 세상은, 우리가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차원과 에너지가 겹쳐져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저, 그 거대한 미지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에서 살고 있을 뿐.
가끔은, 그 바다의 파도가 우리 섬까지 밀려오기도 하는 것이고.

**(화면 설명)**
서진이 창문에서 몸을 돌린다.
그녀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오른다. 공포가 아닌, 새로운 호기심과 지적 탐구심이 담긴 미소다.
어쩌면 그녀의 삶은 이제, 평범했던 데이터 분석가의 삶에서 벗어나, 미지의 존재들을 탐구하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CUT TO:**

아파트 건물의 외관이 보인다. 수많은 창문들 중, 서진의 아파트 창문이 클로즈업된다.
그 창문 너머의 어둠 속에서, 아주 미세하게, 검은 그림자 같은 것이 순간적으로 ‘일렁’하고 사라지는 듯한 착시가 스친다.

**서진 (내레이션):**
그리고 나는, 이제 더 이상 잠시 표류해 온 손님이 아닌, 이 미지의 바다를 탐험할 준비가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