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에피소드 대본]**
**제목:** 심연의 메아리 – 첫 번째 접촉
**장르:** 사이버펑크 SF 스릴러
**로그라인:**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은 심우주, 낡은 탐사선 ‘블랙 오키드’의 승무원들은 연료와 희망이 고갈되어 가는 절망 속에서,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완벽한 외계 유물을 발견한다. 그들의 일상은 한순간에 지워지고, 미지의 공포와 인류의 미래를 건 첫 번째 접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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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장면 1: 어둠 속의 낡은 함선**
**#1.1**
[짙은 암흑의 우주 공간. 수십억 년의 역사를 간직한 별들이 먼지처럼 흩뿌려져 있다. 그 속을, 뼈대만 남은 듯 낡은 우주선 ‘블랙 오키드’가 느리게 움직인다. 선체는 온갖 긁힌 자국과 거친 용접 흔적들로 가득하다. 몇몇 패널에서는 희미하게 전기가 스파크 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그야말로 한 점의 고철 덩어리처럼 초라하고 위태롭게 보인다.]
**내레이션 (에이단):**
인류는 늘 더 넓은 곳을 꿈꿨다. 더 많은 자원, 더 많은 영토, 더 많은 생존 가능성을 찾아서. 하지만 그 광활함의 끝은 언제나 똑같았다. 지독한 침묵과, 존재의 무의미함.
**#1.2**
[블랙 오키드 호의 함교. 금속과 전선이 엉켜 복잡하게 구성된 공간이다. 전면의 거대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너머로 광대한 우주가 펼쳐져 있지만, 그곳에 비치는 건 오직 별들의 차가운 빛뿐이다. 내부 조명은 낮게 깔려있고, 공기는 습하며 퀴퀴한 냄새가 섞여 있다. 승무원들의 얼굴은 피로와 지루함으로 얼룩져 있다. 이들의 피부 곳곳에는 싸구려 사이버네틱 임플란트나 통신 장비의 흔적이 보인다. 이들은 최첨단 기술의 수혜자라기보다는, 그저 소모품처럼 보인다.]
**내레이션 (에이단):**
우리는 그 끝없는 침묵 속을 떠도는 작은 조각배였다. 언제 좌초될지 모르는 낡은 선박에 몸을 싣고, 오로지 살기 위해, 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임무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우리가 찾던 건 늘 명확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자원. 하지만 심우주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았다.
**#1.3**
[함장석에 앉은 에이단(30대 후반, 여성). 날카로운 턱선과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이 그녀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눈동자 안에는 오랜 시간 이어진 고독과 피로가 짙게 깔려있다. 그녀의 귓바퀴에는 통신 단말이 매립되어 있다. 그녀는 홀로그램 모니터 위로 춤추는 데이터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에이단 (나직이 읊조리듯):**
…보급선은 언제쯤 도착할까. 아니, 오기는 할까.
**장면 2: 희망 없는 보고**
**#2.1**
[함교 한편, 항해 및 탐사관 세라(20대 중반, 여성)가 여러 개의 홀로그램 창을 띄워 놓고 집중하고 있다. 그녀의 한쪽 눈에는 정보성 AR 렌즈가 끼워져 있어, 시야에 그래픽이 덧씌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그녀는 팔꿈치로 책상을 괴고 눈을 비비며 피곤해하고 있다.]
**세라 (하품을 간신히 참으며):**
선장님, 이번 섹터도 탐색 완료했습니다. 스캔 결과는… 변함없이 ‘공허’입니다. 최소 한 달은 더 가야 다음 소행성대가 나타날 것 같아요. 연료는…
**#2.2**
[에이단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세라를 바라본다. 그녀의 표정은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에이단:**
연료 효율 최대로 낮춰. 이대로라면 다음 보급 지점까지 갈 수도 없을 거야. 본사에서는 뭐라고 하나?
**세라 (한숨을 쉬며):**
늘 같은 답입니다. “예정대로 임무를 완수하고 복귀하라.” 추가 지원 요청은 묵살됐고요.
**#2.3**
[에이단은 눈을 감는다. 눈꺼풀 아래로 잔뜩 지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연료 고갈로 인한 표류, 그리고 그 끝에 있을 비참한 결말이 스쳐 지나간다. 인류는 우주를 정복하려 했지만, 결국 우주는 인류의 욕망을 삼킬 거대한 무덤이었다.]
**에이단:**
젠장. (다시 눈을 뜨며) 어쩔 수 없지. 직진 코스 유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연료를 쥐어짜 내서라도, 다음 항성계까지 간다. 탐색 범위는 좁히지 마.
**세라:**
…알겠습니다, 선장님.
**장면 3: 어둠 속의 신호**
**#3.1**
[정적만이 감도는 함교. 오직 기계음만이 공허함을 채우고 있다. 그때, 한쪽에서 기계음을 듣고 있던 엔지니어 강진호(40대 초반, 남성)의 미간이 좁혀진다. 그의 턱에는 며칠 깎지 않은 거뭇한 수염이 자라 있고, 작업복은 기름때로 얼룩져 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늘 기계처럼 정확하다.]
**강진호 (모니터를 확대하며):**
선장님, 레이더에… 뭔가 잡혔습니다.
**#3.2**
[강진호의 말에 함교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향한다. 지쳐있던 세라의 눈동자가 번뜩인다. 에이단의 표정에도 미세한 긴장감이 흐른다.]
**에이단:**
소행성인가? 아니면… 우리 회사가 보냈다고 착각하고 있는 그 허상뿐인 보급선인가?
**강진호:**
아뇨, 선장님. 둘 다 아닙니다. 크기는… 일반적인 소행성보다 훨씬 작습니다. 하지만 금속성 반사파가 잡히고… 형태가, 너무… 규칙적입니다.
**#3.3**
[세라가 자신의 모니터로 강진호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한다. 그녀의 손이 빠르게 홀로그램 키보드를 두드린다. 화면에 나타난 신호의 그래프를 보며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세라:**
이건… 자연적인 형태가 아니에요. 맙소사. 마치 누가 일부러 깎아 만든 것처럼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인공 구조물입니다!
**#3.4**
[에이단이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녀의 눈빛에서 지루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날카로운 경계심이 번뜩인다. 그녀는 빠르게 홀로그램 지도를 펼쳐 해당 좌표를 확인한다.]
**에이단:**
이 섹터는 인류의 활동 범위 밖이야. 혹시 이전에 탐사 기록이라도 있나? 아니면 오래된 기업의 비밀 기지 같은 건가?
**세라 (데이터베이스를 빠르게 검색하며):**
없습니다. 이 지역은 ‘미개척 심연’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인류 항로는 여기서 최소 30광년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완전히 고립된 심연입니다.
**#3.5**
[함교의 벽에 기대어 무기를 정비하고 있던 보안관 류민준(30대 중반, 남성)이 고개를 든다. 그의 얼굴은 침착하고 무뚝뚝하지만,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어깨에 걸린 자동소총의 개머리판을 쥐고 있다.]
**류민준:**
외계 생명체의 흔적일 가능성은?
**강진호:**
생체 반응은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기계적인… 아니, 건축적인 신호에 가깝습니다. 어떤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완벽한 침묵입니다.
**에이단 (잠시 침묵하다가):**
속도를 최대로 올려. 좌표로 접근한다. 모든 시스템 점검, 특히 방어막과 무기는 최적 상태로 유지해. 민준 씨, 방어 태세 갖추고. 만약 저게 적대적이라면…
**류민준:**
알겠습니다, 선장님.
**장면 4: 검은 정육면체의 그림자**
**#4.1**
[블랙 오키드 호가 미지의 신호가 있는 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나아간다. 함교의 대형 디스플레이에 희미했던 점이 점점 커지며, 이내 거대한 그림자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의 별빛조차 흡수해 버릴 듯한 검은 존재감이 우주를 가득 채운다.]
**강진호:**
선장님, 거리가 500킬로미터 이내로 좁혀졌습니다. 육안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4.2**
[디스플레이에 비친 물체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거대한 검은색 정육면체. 그 크기는 소형 우주 도시만 하다. 표면은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듯하다. 이음새도, 문도, 아무런 패턴이나 글자도 없는 완벽하게 매끄러운 단일 물질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 존재감만으로 주변 공간을 압도하며, 마치 우주 자체가 거부하는 이질적인 존재처럼 군림하고 있다.]
**세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맙소사… 이게… 이게 대체 뭐야? 완벽한… 정육면체잖아?
**강진호:**
아무리 봐도 자연적인 건 아닙니다. 우리 인류의 기술로는 저렇게 완벽한 기하학적 구조물을 저만한 크기로 만들 수 없습니다. 재질도 보통 금속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스캐너에 잡히는 모든 파장을 흡수해요.
**#4.3**
[에이단이 턱을 괴고 물체를 응시한다. 그녀의 눈에는 경외감과 함께 섬뜩한 경계심이 동시에 스쳐 지나간다. 인류의 상식을 뛰어넘는 존재 앞에서 그녀의 이성이 경고음을 울린다.]
**에이단:**
‘블랙 오키드’, 이 이상 접근하지 마. 현재 위치에서 정지. 모든 스캔 시도는 중지.
**#4.4**
[류민준이 조용히 자신의 무장을 확인한다. 그의 손이 총 손잡이를 꽉 쥐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결의가 엿보인다.]
**류민준:**
저 물체… 아무런 전력 반응도, 통신 신호도 없습니다. 완전히 죽은 건가요?
**세라:**
아니요, 민준 씨.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합니다. 이 정도 규모의 인공 구조물이라면 최소한의 에너지 반응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마치 모든 것을 차단한 듯, 완전한 침묵입니다.
**강진호:**
마치… 존재 자체가 모든 것을 거부하고, 동시에 모든 것을 응시하는 듯하네요.
**장면 5: 깨어나는 심연**
**#5.1**
[에이단이 잠시 고민에 잠긴다. 선내의 모든 승무원들이 숨죽인 채 그녀의 다음 명령을 기다린다. 우주의 차가운 정적이 그들을 압박한다.]
**에이단:**
탐사 드론을 보낸다. 근접 스캔 시도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드론에 자폭 장치 활성화시켜.
**세라:**
알겠습니다, 선장님.
**#5.2**
[블랙 오키드 호의 격납고에서 소형 탐사 드론 한 대가 분리되어 발사된다. 드론은 정육면체 구조물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함교 모니터에 드론의 시야가 공유된다. 드론이 정육면체 주변을 맴돌며 스캔을 시도하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다.]
**세라:**
드론 시야 공유합니다. 스캔… 실패. 모든 스캔 파장이 흡수됩니다. 아무런 내부 정보도 얻을 수 없습니다. 표면은 완벽하게 매끄럽습니다.
**강진호 (놀란 듯):**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우리 스캐너가 이렇게 무력할 수가 없는데… 마치 ‘없는’ 것처럼 반응합니다.
**#5.3**
[드론이 정육면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 드론의 카메라가 정육면체의 완벽하게 매끄러운 표면을 클로즈업한다. 이음새도, 패턴도, 문양도 없는 순수한 검은색 벽만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에이단:**
표면에 뭔가 변화가 있나? 미세한 균열이라도?
**세라:**
아니요. 아무것도…
**#5.4**
[바로 그때, 정육면체의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희미한 균열이 생기더니, 그 균열 사이로 강렬하고 눈부신 푸른 빛이 터져 나온다. 빛은 빠르게 퍼져나가며 정육면체 전체를 휘감는다. 드론의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고, 곧이어 치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신호가 완전히 끊어진다.]
**세라:**
드론 신호 유실! 드론 파괴된 것 같습니다!
**강진호:**
에너지 반응 급상승! 믿을 수 없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방출됐습니다! 이건 단순한 폭발이 아닙니다! 마치… 저 물체가 깨어난 것 같습니다!
**#5.5**
[블랙 오키드 호의 함교 전체가 붉은 경고등으로 번쩍인다. 긴급 알람이 귀청을 찢을 듯 울려 퍼지고, 스크린에는 ‘경고! 알 수 없는 에너지 서지 감지! 방어막 충격!’이라는 문구가 뜬다.]
**류민준:**
방어막! 방어막 상태는?
**강진호:**
경미한 충격이 있었지만, 방어막은 버텼습니다! 하지만… 저건 공격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저 정육면체가…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5.6**
[강렬한 푸른 빛이 사라진 정육면체는 다시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균열이 사라진 자리에, 마치 열린 눈처럼, 강렬하고 섬뜩한 푸른 빛이 깜빡이고 있다. 그 빛은 블랙 오키드 호를 똑바로 응시하는 듯하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나 자신을 방해한 존재를 꿰뚫어 보는 것처럼.]
**세라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선장님! 저것 좀 보세요! 우리를… 보고 있어요!
**#5.7**
[에이단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 푸른 빛을 응시한다. 그녀의 심장이 불안하게 쿵쾅거린다. 차가운 우주의 심연 속에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존재가 마침내 눈을 떴다. 그 푸른 빛 속에서, 마치 자신을 부르는 듯한, 아니, 자신을 속박하는 듯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는 착각에 빠진다. 인류의 운명을 뒤흔들 미지의 존재가, 지금 막 그들의 존재를 인지한 것이다.]
**내레이션 (에이단):**
우리는 고요한 심연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생각했다. 하지만, 침묵 속에는 언제나 거대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진실은… 인류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경을 품고, 마침내 우리를 향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에피소드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