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락시아 호의 밀실 살인> 에피소드 1: 얼어붙은 평화
**[장면 1] – 우주, 갈락시아 호의 함교**
**#1**
거대한 우주선, ‘갈락시아 호’가 칠흑 같은 우주를 가로지르고 있다. 빛나는 푸른 엔진 불꽃이 우주의 어둠을 가르고, 함선 전체에 부유하는 도시처럼 펼쳐진 창문들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갈락시아 호는 인류와 ‘크산타 연합’ 간의 역사적인 평화 조약을 위해 항해 중이다.
**[함교 내부]**
최첨단 장비들이 가득한 함교. 모니터에는 별들의 강이 흐르고, 수십 명의 승무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들 사이로 위엄 있는 함장, **김진우 (40대 후반, 날카로운 인상의 베테랑)**가 전방의 대형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다.
**김진우 함장 (나지막이)**
“이대로라면 예정 시각보다 3시간 일찍 크산타 성계에 도착하겠군. 모든 시스템 안정화에 만전을 기해라.”
**부함장 이진아 (30대 중반, 차분하고 유능해 보임)**
“예, 함장님. 현재 항로 이탈률 0.001%, 엔진 출력 최적. 조약 체결을 위한 모든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함장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스친다. 이 평화 조약은 수십 년간 이어진 인류와 크산타 연합의 갈등을 종식시킬 역사적인 사건이다. 갈락시아 호는 그 희망을 싣고 날아가는 중이었다.
**[장면 2] – 대사 에릭 로웰의 개인실 앞 복도**
**#2**
함교의 긴장감과는 달리, 대사 로웰의 개인실 앞 복도는 적막하다. 고급스러운 금속 재질의 벽과 은은한 간접조명이 복도를 비춘다.
**[개인실 문]**
육중한 방폭문처럼 보이는 개인실 문은, 생체 인식 센서와 다중 잠금장치로 무장되어 있다. ‘UNAUTHORIZED ACCESS DENIED’라는 붉은 글자가 작게 깜빡인다.
**[복도 저편]**
저 멀리서 뛰어오는 급박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함선 보안팀장 **김준호 (30대 후반, 건장한 체구, 정직한 인상)**와 몇 명의 보안요원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다. 그들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긴장이 역력하다.
**김준호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무전기에 대고)**
“함장님, 대사님 개인실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비상 상황입니다! 응답이 없습니다!”
**김진우 함장 (무전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
“무슨 말인가, 김 팀장? 로웰 대사가 왜 응답이 없어? 조약 체결이 코앞이야!”
**김준호**
“생체 인식은 작동하지 않고, 내부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보안 시스템은 완전 잠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잠근 것 같습니다.”
김준호는 문에 부착된 제어판을 다급하게 조작한다. 그러나 시스템은 완고하게 ‘ACCESS DENIED’를 외칠 뿐이다.
**김준호 (혼잣말처럼)**
“젠장, 이런 건 한 번도 없었는데…”
**[장면 3] – 대사 에릭 로웰의 개인실 내부**
**#3**
결국, 특수 도구를 이용해 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데 성공한 김준호 팀과 보안요원들. 문이 열리는 순간, 방 안의 모습이 드러난다.
**[개인실 내부]**
개인실은 고급스럽고 넓다. 푹신한 소파,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있는 작업 테이블, 그리고 침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러나 그 침대 위에, **에릭 로웰 대사 (50대 중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음)**가 누워 있었다. 그의 눈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고,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보안요원 1 (경악하며)**
“대사님…!”
김준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방 안을 둘러본다. 방 안에는 어떤 침입의 흔적도, 싸움의 흔적도 없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너무나도 완벽하게.
**김준호 (얼굴이 하얗게 질려)**
“밀실… 살인…”
**[장면 4] – 갈락시아 호의 의료실, 시신 검안**
**#4**
김준호 팀의 보고를 받은 함장이 격노한 채 의료실로 향한다. 의료실 침대 위에 로웰 대사의 시신이 덮개에 덮인 채 놓여있다. 옆에서는 의사가 검안을 마친 참이었다.
**김진우 함장 (분노와 실망)**
“사인이 뭔가, 의무관? 누가 감히 내 배에서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지!”
**의무관 박선영 (30대 후반, 침착하지만 불안한 기색)**
“함장님, 부검 결과… 심장마비로 보입니다. 외부의 물리적인 타격이나 독극물 반응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갑작스럽게 멈춘 것으로 판단됩니다.”
**김준호 (기가 막힌 듯)**
“심장마비요? 밀실에서? 대사님은 평소 지병도 없었고, 정기 검진 결과도 매우 양호했습니다!”
**김진우 함장**
“밀실 심장마비라… 크산타와의 조약 체결을 코앞에 두고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닐세. 김 팀장, 당장 전 함선에 비상령을 내리고, 모든 승무원과 탑승객의 동선을 확인해! 그리고… 강서진을 불러.”
**김준호 (의아한 듯)**
“강서진이요? 그 천재 탐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김진우 함장**
“그래. 이 상황에서 우리는 불가능을 해결할 사람이 필요해. 그는 언제나 이 배에 탑승해 있었지.”
**[장면 5] – 갈락시아 호 내부, 강서진의 개인실**
**#5**
갈락시아 호의 가장 외딴 구역에 위치한, 창문 없는 작은 개인실. 방 안은 책과 홀로그램 자료들로 빼곡하다. 빛은 간접조명만 사용되어 어두침침하다.
**[책상]**
책상 위에는 오래된 데이터 패드와 낡은 안경이 놓여 있다. 그 옆에는 커피잔과 함께, ‘우주 고대 문명론’이라는 홀로그램 서적이 공중에 떠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강서진 (30대 초반, 헝클어진 머리, 날카롭지만 피곤해 보이는 눈)**은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홀로그램 스크린에 띄워진 복잡한 우주 지도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세상의 모든 문제에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때, 문이 두드려진다.
**김준호 (문밖에서, 다소 망설이는 목소리)**
“강서진 씨, 계십니까? 김준호입니다.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강서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빛에 미세한 호기심의 불꽃이 일렁인다.
**강서진 (무미건조하게)**
“들어와요. 문은 열려 있어요.”
김준호가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선다. 강서진의 방은 예상보다 훨씬 더 어수선했고, 그녀의 모습은 전설적인 탐정이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김준호**
“강서진 씨, 죄송하지만… 잠시 시간을 내주셔야겠습니다. 대사 에릭 로웰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강서진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린다. 그녀의 표정에는 놀라움보다는 ‘흥미로운 일’이라는 듯한 기색이 스친다.
**강서진**
“밀실에서, 심장마비로, 조약 체결을 3시간 앞두고요.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극적이지 않나요, 김 팀장님?”
김준호는 놀란다. 자신은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김준호**
“어떻게… 아셨습니까?”
**강서진 (피식 웃으며)**
“함선 비상 알림 메시지가 당신이 들어오기 3분 전에 도착했거든요. ‘선내 탑승객 전원, 사유: 대사의 사망 사건’. 그리고 당신 표정에서 밀실이라는 단어가 읽히네요. 불가능에 가까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저를 찾아오는 것도 이제 습관이 되었죠.”
강서진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쓸어 올리며 낡은 안경을 코에 걸친다. 그녀의 눈빛이 방금 전과는 다르게 예리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강서진**
“자, 그럼 불가능을 해결하러 가볼까요. 안내해 주시죠, 김 팀장님.”
**[장면 6] – 대사 에릭 로웰의 개인실, 현장 조사**
**#6**
로웰 대사의 개인실. 이제는 정밀 조사를 위한 구역으로 지정되어, 보안팀과 과학수사팀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강서진은 김준호 팀장과 함께 현장에 들어선다.
**[강서진의 시야]**
강서진의 눈은 마치 스캐너처럼 방 안을 훑는다. 바닥의 미세한 먼지 입자, 벽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의 파형, 공기 중의 온도와 습도 변화까지. 그녀의 눈에는 모든 것이 데이터로 읽힌다.
**김준호**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이렇습니다. 대사님은 어제 저녁 23시 30분경 개인실로 돌아와 문을 잠그셨습니다. 그 이후로 단 한 명의 사람도 방으로 들어간 흔적이 없습니다. 생체 인식 로그 기록은 대사님 이외에는 없습니다. 에어록, 환기구, 비상 탈출구 모두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외부 침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강서진 (손가락으로 벽면을 스치며)**
“완벽한 밀실이군요. 하지만 이 우주선은 그저 강철 상자가 아니죠. 생체 유지 장치, 환경 제어 시스템, 통신 시스템… 수많은 시스템이 이 공간을 살아 숨 쉬게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었을까요?”
그녀는 방 중앙에 서서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다.
**김준호 (의아한 듯)**
“무슨 소리라도 들리십니까?”
**강서진 (눈을 뜨며)**
“미세한 진동음… 이 방의 환경 제어 시스템이 작동하는 소리군요. 늘 그렇듯, 공기 정화와 온도 유지를 위한 소리입니다.”
강서진은 침대 옆 협탁으로 다가간다. 협탁 위에는 대사의 데이터 패드, 개인용 홀로그램 프로젝터, 그리고 미개봉된 신형 ‘에어 필터링 시스템’이 놓여 있다.
**강서진**
“이건 뭔가요?”
**김준호**
“어… 대사님께서 최근에 주문하신 휴대용 공기 정화 장치입니다. 함선 내 공기는 이미 깨끗하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어제 저녁에 배송되어 개인실 앞에 놓였고, 대사님께서 직접 안으로 들이셨습니다. 아직 포장도 뜯지 않았습니다.”
강서진은 미개봉된 에어 필터링 시스템 상자를 응시한다. 그리고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방 천장에 부착된 공기 환기구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협탁을, 시신을, 그리고 방 전체를 훑어본다.
**강서진 (혼잣말처럼)**
“외부 침입이 불가능하다면… 내부에 이미 죽음이 존재했어야만 하는 건가…”
**[장면 7] – 용의자 심문실**
**#7**
강서진은 대사 로웰의 수석 보좌관인 **세라 (20대 후반, 지적이고 냉철해 보이지만 현재는 슬픔에 잠긴)**를 심문한다.
**강서진**
“로웰 대사님께서는 최근 특별히 불안해하시거나, 누군가와 갈등을 겪으신 적은 없었나요?”
**세라 (슬픔을 억누르며)**
“아닙니다. 대사님은 조약 체결을 앞두고 매우 고무되어 계셨습니다. 크산타 연합과의 평화를 누구보다 바라셨어요. 물론… 최근 환경 제어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시긴 했습니다만…”
강서진의 귀가 쫑긋 세워진다.
**강서진**
“환경 제어 시스템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불만이었습니까?”
**세라**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특정 시간대에 방 안의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하셨습니다. 환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에어 필터링 시스템을 주문하신 거고요. 하지만 저희가 점검했을 때는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사님이 너무 예민하신 거라 생각했어요.”
**강서진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다)**
“특정 시간대에… 공기가 답답하다…”
**세라**
“네. 특히 저녁 식사 후, 잠자리에 들기 전쯤에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강서진의 눈빛이 번뜩인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장면 8] – 대사 에릭 로웰의 개인실, 재방문**
**#8**
강서진은 김준호 팀장과 함께 다시 대사의 개인실로 돌아온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천장의 환기구를 가리킨다.
**강서진**
“김 팀장님, 저 환기구를 열어 내부를 확인해 주십시오.”
**김준호**
“환기구요? 이미 저희 과학수사팀에서 샅샅이 조사했습니다만, 아무런 이상도 없었습니다. 먼지 한 톨까지 분석했고요.”
**강서진**
“네, 물리적인 이상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작동 방식’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특히 이 배의 환경 제어 시스템은 ‘개인 맞춤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각 방의 공기 흐름, 온도, 습도, 심지어는 미세한 향까지 개인이 설정할 수 있죠.”
김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안요원들에게 지시한다. 특수 장비를 이용해 환기구 커버가 조심스럽게 분리된다. 내부에는 복잡한 공기 순환 파이프들이 얽혀 있었다.
**강서진 (환기구 내부를 들여다보며)**
“저기 보이는 작은 노즐… 저건 공기 정화 필터 옆에 위치한 ‘미세 입자 분사 노즐’이군요. 보통은 향기나 가습을 위해 사용되지만…”
강서진은 갑자기 자신의 데이터 패드를 꺼내더니, 방 전체의 환경 제어 시스템 로그 기록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특히 로웰 대사의 개인실에 대한 기록이다.
**강서진 (화면을 보며 읊조린다)**
“사건 발생 시각, 어젯밤 23시 30분 이후… 대사님의 환경 제어 시스템은 완벽하게 작동 중… 그런데… 이상하군요. 특정 시간대에, 공기 순환 시스템의 미세 입자 분사 노즐이 15분간 ‘최대 출력’으로 작동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즉시, 대사님의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 곧이어 멈췄습니다.”
김준호는 경악한 표정으로 강서진을 바라본다.
**김준호**
“최대 출력이라니요?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향기 분사를 그렇게 강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강서진 (비웃듯이)**
“아니요, 향기가 아닙니다. 김 팀장님. 이 우주선의 환경 제어 시스템은 ‘초고밀도 나노 분사 기술’을 이용합니다. 액체나 가스를 거의 분자 단위로 분사할 수 있죠. 밀실에서 독극물을 외부에서 주입할 수 없다면… 이미 내부에 존재하던 시스템을 이용해야겠죠.”
강서진은 시신이 누워있던 침대를 가리킨다.
**강서진**
“세라 씨의 증언에 따르면, 대사님은 특정 시간대에 공기가 답답하다고 불평했다고 했습니다. 그건 그저 불평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특정 시간대에 미량의 독극물이 은밀히 분사되고 있었던 겁니다. 마치 알레르기처럼 서서히 대사님의 몸에 축적되도록.”
**김준호 (경악)**
“독극물이라고요? 하지만 의무관은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강서진**
“네, 아주 미량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 분해되어 흔적도 남지 않는 ‘신경 독소’였을 겁니다. 혹은 특정 생체 반응을 유도하는 ‘맞춤형 바이오 독소’였을 수도 있죠. 크산타 연합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런 식의 ‘자연사’ 위장은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강서진은 다시 협탁 위에 놓여 있던 미개봉 에어 필터링 시스템 상자를 가리킨다.
**강서진**
“그리고 이것. 대사님께서 직접 방으로 들이신 ‘새로운 공기 정화 장치’는 이 모든 트릭을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입니다. 대사님은 공기가 답답하다는 불평 때문에 이걸 들였지만… 이걸 이용하면 이 방의 환경 제어 시스템이 조작되었다는 걸 알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니면 이 안에 특정 센서가 있어서, 누군가 조작한 환경 제어 시스템의 이상을 감지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범인은 대사님이 이 장치를 사용하기 전에 살해한 겁니다. 미리 독극물 살포 설정을 해놓고요.”
**[장면 9] – 함교, 사건 재구성 및 범인 지목**
**#9**
갈락시아 호의 함교. 모든 주요 승무원과 로웰 대사의 보좌관 세라, 그리고 보안 팀원들이 모여 있다. 강서진은 대형 홀로그램 스크린에 로웰 대사 개인실의 3D 모델과 환경 제어 시스템 로그를 띄운다.
**강서진 (침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
“에릭 로웰 대사님은 외부인의 침입 없이, 완벽한 밀실 속에서 살해당하셨습니다. 범인은 이 갈락시아 호의 환경 제어 시스템을 조작했습니다. 특정 시간대에 대사님의 개인실 환기 시스템을 통해 ‘신경계에 치명적인 나노 독소’를 미세하게 분사하도록 설정한 겁니다. 의무관의 검진으로는 ‘자연적인 심장마비’로 보일 만큼 빠르게 체내에서 분해되어 사라지는 독소였을 테죠.”
함교의 모든 이들이 술렁인다.
**김진우 함장 (충격에 찬 목소리)**
“시스템 조작이라니… 누가 그런 짓을 감히!”
**강서진**
“이 함선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로웰 대사님의 환경 제어 시스템은 ‘개인 맞춤형’으로 설정되어 있었죠. 누군가 대사님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 시스템에 접근, 아주 교묘하게 독소 분사 스케줄을 입력한 겁니다.”
강서진은 시선을 세라에게로 향한다. 세라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다.
**강서진**
“세라 씨, 당신은 로웰 대사님의 가장 가까운 보좌관입니다. 대사님의 생체 정보, 스케줄, 그리고 개인 환경 설정까지 모두 알고 있었겠죠. 특히, 대사님께서 공기가 답답하다고 불평하셨다는 사실을요. 그 불평은 범인에게 완벽한 타이밍과 알리바이를 제공했습니다.”
세라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세라 (떨리는 목소리로)**
“아… 아닙니다! 저는 대사님을… 대사님을 해칠 이유가 없습니다!”
**강서진**
“정말 그럴까요? 대사님께서 최근 주문하신 ‘신형 에어 필터링 시스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은 그 장치가 배송된 시점과 대사님께서 그것을 방 안으로 들이셨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사님께서 그 장치를 ‘설치하기 전’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왜일까요? 대사님이 그 장치를 작동시키면, 조작된 시스템의 이상을 감지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겠죠. 혹은 그 장치가 오히려 시스템의 이상을 감지하여, 당신의 완벽한 계획을 망가뜨릴까 봐 두려웠을 겁니다.”
강서진은 대형 스크린에 세라가 함선 중앙 시스템에 접근한 기록과 로웰 대사의 환경 제어 시스템 설정이 미묘하게 변경된 로그 기록을 띄운다. 시각은 사건 발생 3일 전이었다.
**강서진**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함선의 환경 제어 시스템에 독소를 분사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권한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당신은 과거 ‘생체 환경 공학’을 전공했고, 이 함선의 환경 제어 시스템 개발 초기 팀에 잠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 시스템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세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그녀는 더 이상 부인할 수 없었다.
**세라 (절규하듯)**
“크산타와 조약… 그건 위선이에요! 대사님은 크산타의 위협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요! 인류는… 인류는 더 강력한 대비를 해야 했습니다! 대사님은 눈이 멀어 있었어요! 그래서… 그래서…”
세라는 결국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뜨린다. 함교에는 싸늘한 침묵이 흐른다. 평화 조약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내부에 숨어있던 배신자의 존재는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김진우 함장 (심장이 쿵 내려앉는 소리를 들으며)**
“체포해.”
보안요원들이 세라에게 다가간다. 강서진은 말없이 홀로그램 스크린에 아직 떠 있는 로웰 대사의 개인실 3D 모델을 응시한다. 완벽한 밀실에서 벌어진, 완벽하게 계산된 살인. 하지만 그 어떤 완벽함도, 천재 탐정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장면 10] – 우주, 갈락시아 호의 창문**
**#10**
갈락시아 호의 거대한 창문 밖으로, 별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평화 조약을 향한 항해는 계속되지만, 그 이면에 드리워진 인간의 욕망과 배신의 그림자는 우주의 심연처럼 깊고 어두웠다.
**[강서진의 독백]**
*세상은 언제나 완벽한 밀실을 꿈꾸지만, 인간의 의지 앞에서는 그 어떤 견고함도 부서지기 마련이다. 완벽한 살인은 존재하지 않아. 존재할 수 없지. 죽음의 흔적은 아무리 지우려 해도, 언제나 어딘가에 남아 있게 되니까.*
강서진은 창밖의 별들을 보며 조용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그녀의 표정에는 사건 해결의 만족감보다는, 또 다른 불가능한 퍼즐을 기다리는 듯한 미묘한 기대감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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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