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각의 심연 (Abyss of Oblivion)
**장르: 다크 판타지**
**에피소드 제목: 첫 번째 밀실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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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어둠이 짙게 깔린 지하 유적의 깊은 통로. 축축한 바위 벽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다. 엘라라가 손에 든 마법 램프에서 푸른빛이 희미하게 퍼져나가고, 그 빛을 따라 카엘이 묵묵히 뒤따르고 있다. 바닥에는 부서진 돌 조각들과 알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흐릿하게 새겨져 있다.]**
**엘라라:**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램프를 바위에 가까이 댄다) 흐음… 이 문양은 역시 ‘기억’을 뜻하는 상형 문자인데… 옆의 조각들은 ‘상실’과 ‘재생’인가.
**카엘:** (허리에 찬 검집을 살짝 매만지며, 주변을 경계한다) 엘라라. 너무 깊이 들어왔습니다. 이 근처부터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숨 쉬는 것 같습니다.
**엘라라:** (미간을 찌푸리며) 카엘, 벌써 몇 번째 듣는 소리야? 고대 유적을 탐험하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이곳은 단순한 폐허가 아니야. 대륙의 역사를 뒤흔들 비밀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 직감이 말하고 있어.
**카엘:** (무표정한 얼굴로) 비밀이 잠들어 있다면, 대개 그 비밀을 지키는 존재 또한 함께 잠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손님을 반기지 않죠. 특히, 호기심 많은 손님은 더더욱.
**엘라라 독백:** (카엘의 걱정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이 심장을 옥죄는 미지의 끌림은 결코 거부할 수 없어. 이곳의 시간은 과연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장면 2]**
**[엘라라가 램프를 들고 좁은 통로의 끝에 다다른다. 낡은 돌문 하나가 거대한 바위 틈새에 숨겨져 있다. 문은 마모되어 형태가 불분명하지만, 문틀 주변에는 복잡하고 섬뜩한 문양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엘라라:** (눈을 반짝이며) 찾았어! 드디어 첫 번째 밀실의 입구야! 이 문양들… ‘망각의 맹세’를 형상화한 것 같아. 이토록 완벽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니…
**카엘:** (문을 한 번 훑어본다) 평범한 돌문이 아닙니다. 강한 마력이 느껴집니다. 잠들어 있는 마력이랄까요.
**엘라라:** 당연하지. 이 문은 단순히 닫혀 있는 게 아니야. ‘잊혀짐’ 그 자체로 봉인되어 있는 거야. 이 문을 여는 열쇠는… (손가락으로 문양을 훑으며, 희미하게 손끝에서 마나를 끌어올린다) ‘잃어버린 기억’이야.
**카엘:** 잃어버린 기억이라니… 그걸 어떻게 찾습니까? 이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죽은 땅입니다.
**엘라라:** (씨익 웃으며, 희열에 찬 표정으로) 고대 마법은 심오하지만, 때로는 상상 이상으로 단순해. 이 유적은 ‘기억’과 관련된 곳이야. 이곳을 지키는 자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잊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그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했지. 그 모순이 바로 이 문의 열쇠야.
**[장면 3]**
**[엘라라가 손가락 끝에서 푸른 마나를 끌어올려 문양 위에 가져간다. 문양들이 서서히 빛을 발하더니, 이내 거대한 문 전체가 미약하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웅- 진동 소리]**
**[휘이이잉- 차가운 바람이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
**카엘:** (경계 태세를 취하며 검에 손을 올린다)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이 진동은 단순한 문의 움직임이 아닙니다.
**엘라라:**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 그래야지! 이 정도는 되어야지, 고대 유적 탐사답지! 드디어… 저 너머에 잠들어 있던 시간의 심장을 볼 수 있겠어!
**[장면 4]**
**[무거운 돌문이 느릿하게 안쪽으로 열린다. 문이 열리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공기가 엘라라와 카엘의 머리카락을 흩날린다. 안쪽은 완전히 어둡지만, 엘라라의 램프 빛이 닿는 곳에 거대한 공간의 윤곽이 드러난다. 넓은 원형의 방, 중앙에는 깨져나간 거대한 제단이 웅장하게 서 있다. 제단 주변에는 낡은 석상들이 부서진 채 널브러져 있고, 벽에는 섬뜩한 내용의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공기에서 쇠비린내와 곰팡이 냄새가 섞여 풍겨온다.]**
**엘라라:** (숨을 들이쉬며, 경외감에 찬 목소리) 세상에… 이걸 봐, 카엘. 완벽해… 완벽한 고대 지식의 보고야! 이 규모와 보존 상태라니!
**카엘:** (제단과 벽화를 응시하며, 표정이 굳어진다) 벽화의 내용이 심상치 않습니다. 저것은… 인간의 형상이 아닙니다. 제단 주변의 돌 조각들은… 마치 제물처럼 널려 있습니다.
**[장면 5]**
**[엘라라가 제단으로 향한다. 제단 위에는 먼지 쌓인 석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석판에는 기괴하고 복잡한 문자가 새겨져 있다. 석판 주변에는 말라붙은 검붉은 흔적들이 핏자국처럼 남아있다.]**
**엘라라:** (석판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며) 드디어… ‘기억의 핵’. 이곳 유적의 핵심이야. 이 문자들이 모든 비밀을 담고 있어. 이 핏자국은… 의식을 위한 것이었나?
**카엘:** (벽화를 자세히 본다. 벽화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존재들이 기이한 의식을 행하고 있고, 그 위로는 거대한 촉수가 달린 끔찍한 형상의 존재가 그려져 있다. 벽화의 색은 검붉은 핏빛으로 칠해져 있다.) 저 존재는… 이성을 가진 생명체 같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던 곳이죠, 이곳은? 대체 무엇을 바라고 이토록 잔혹한 의식을 치렀다는 말입니까?
**엘라라:** (석판의 문자를 해독하기 시작한다) … ‘잊혀진 자들의 영혼을 모아… 지배의 고리를 완성한다…’ ‘피와 기억으로… 심연의 문을 열어라…’
**[장면 6]**
**[엘라라가 문자를 해독할수록, 방 전체에 미약한 진동이 시작된다. 제단에 올려진 석판에서 검붉은 빛이 희미하게 피어오른다. 벽화 속 촉수 괴물의 눈이 순간적으로 붉게 빛나는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공기 중의 쇠비린내가 더욱 짙어진다.]**
**[웅- 진동 소리, 점차 강해진다]**
**[끼이이이익- 벽을 긁는 듯한 불쾌한 소리]**
**카엘:** (검을 뽑아들고) 엘라라! 멈추십시오! 무언가가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 유적 전체가… 깨어나려 합니다!
**엘라라:** (손을 뻗어 석판을 만지려는 찰나, 동공이 흔들린다) 아니야, 카엘. 이건 단순한 함정이 아니야. ‘기억’ 그 자체를 재생시키고 있는 거야! 과거의 비극을 반복하려는 건가…
**[장면 7]**
**[석판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붉은 빛이 점점 강렬해지더니, 제단 중앙의 깨진 틈새에서 검은 액체가 스며 나오기 시작한다. 액체는 바닥으로 흘러내려가며, 그 주변의 모든 것을 부식시키는 듯한 섬뜩한 소리를 낸다. 빛을 삼키는 듯한 어둠이 액체 주변을 감싼다.]**
**[쉬이이익- 액체가 부식되는 소리, 독한 악취가 퍼진다]**
**엘라라:**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한다) 이게… 기억의 핵의 진짜 모습이라고? 불길해… 너무 불길해… 이건 생명의 힘이 아니야…
**카엘:** (엘라라를 붙잡고 뒤로 물러선다) 어서 물러서십시오! 저건 단순한 액체가 아닙니다! 생명을 위협합니다! 저것은 죽음 그 자체입니다!
**[장면 8]**
**[검은 액체가 바닥에 고여 웅덩이를 이루자, 그 안에서 희미하게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내 웅덩이 속에서 수많은 검은 형상들이 꿈틀거리며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그것들은 형체 없는 그림자 같지만, 인간의 형상을 띠려 애쓰는 듯한 끔찍한 모습이다. 괴로운 듯 몸부림치며, 손을 뻗어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하다.]**
**[끼이이이익- 흐느끼는 듯한 비명 소리]**
**[차르륵- 그림자들이 액체 속에서 솟아오르는 소리]**
**엘라라:** (뒷걸음질 치며, 얼굴이 창백해진다) 이건… 잊혀진 영혼들의… 잔재? 이들이 제물이었던 건가…?
**카엘:** (검을 휘둘러 그림자 형상 하나를 베어낸다. 하지만 그림자는 연기처럼 흩어졌다가 이내 다시 뭉친다) 무의미합니다!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저것들은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닙니다!
**[장면 9]**
**[검은 그림자들이 빠르게 두 사람을 에워싼다. 방 안의 온도도 급격히 떨어지는 듯하다. 엘라라의 마법 램프 빛조차 힘을 잃어가는 것 같다. 그림자들에게서 퍼져 나오는 한기가 살을 에는 듯하다.]**
**엘라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저것들은… 유적의 비밀을 지키는 존재가 아니야. 저건… 유적 자체가 뱉어내는 망각 그 자체야! 이곳은 무덤이 아니라… 지옥이었어!
**카엘:** (엘라라를 등 뒤로 숨기며, 검을 단단히 잡는다) 빠져나가야 합니다! 이곳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저 망각이 우리를 집어삼키기 전에!
**[장면 10]**
**[검은 그림자들 중 가장 거대한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마치 수천 개의 팔을 가진 듯한 형상으로, 끔찍하게 일그러진 인간의 얼굴들이 무수히 박혀 있다. 그 형상에서 낮은 울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는 방 전체를 뒤흔들며, 듣는 자의 정신을 좀먹는 듯하다.]**
**망각의 존재:** (깊고 서늘한 목소리, 방 전체에 울려 퍼진다) … 기억하려 드는 자여… 너희 또한… 망각될지어다… 너희의 존재마저… 이 심연에 흡수될 것이다…
**[장면 11]**
**[망각의 존재가 촉수 같은 팔을 휘둘러 엘라라와 카엘을 향해 돌진한다. 그 속도는 번개 같고, 형체는 유령처럼 흔들린다. 카엘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지만, 검은 형상은 그를 꿰뚫고 지나갈 뿐이다. 그림자 촉수 하나가 엘라라의 램프를 강타하고, 마법 램프 빛이 완전히 꺼져버리고, 방 안은 암흑에 잠긴다. 어둠 속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콰앙-! 강렬한 충격음]**
**[엘라라의 짧고 고통스러운 비명]**
**[카엘의 거친 숨소리, 곧이어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신음]**
**엘라라 독백:** (이 모든 것이… 기억의 저주란 말인가… 나는 과연… 무엇을 깨운 것인가… 우리가 깨운 것은… 영원히 잊혔어야 할 존재였던가…)
**[장면 12 – 마지막 패널]**
**[완전한 암흑 속, 엘라라가 떨어뜨린 마법 램프가 깨져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유리 파편 사이로 검붉은 액체가 흐르고, 그 액체 속에서 수많은 붉은 눈동자들이 엘라라와 카엘의 방향을 향해 섬뜩하게 빛나고 있다. 그들의 숨소리만이 고요한 어둠 속에서 거칠게 울려 퍼진다.]**
**카엘 목소리:** (고통에 찬, 그러나 단단한 목소리) 엘라라! 괜찮으십니까?!
**엘라라 목소리:** (떨리는 목소리, 숨을 헐떡이며) … 카엘… 이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우리의 기억을… 먹으려 하고 있어…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