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챕터 1: 달콤한 밀실, 씁쓸한 진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차창을 비집고 들어와 눈부시게 부서졌다. 하지만 조수석에 앉은 강지훈 탐정님의 얼굴은 햇살만큼이나 밝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평소보다 세 배는 더 심술궂은 표정이었다.

“이지은 형사님. 제발 좀 진정하시고 차 좀 똑바로 운전해 주시겠습니까? 이대로 가다간 사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멀미로 제가 먼저 살해당할 것 같군요.”

나는 핸들을 꽉 쥔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탐정님, 지금 시속 40km로 가고 있거든요? 게다가 방금 속도위반 카메라까지 지났어요. 대체 뭘 어떻게 더 천천히 가라는 거예요?”

“천천히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삐걱거리는 움직임. 마치 갓난아이가 처음 걷는 것처럼 좌우로 흔들리는 이 불균형한 주행! 제 섬세한 신경계에 극심한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 초콜릿 바도 없지 않습니까. 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달래줄 유일한 위안마저 없으니, 저는 지금 최악의 컨디션이라고요!”

나는 이를 악물었다. 초콜릿 바 타령이라니.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초호화 펜트하우스에서 발생한 밀실 살인 사건 현장이었다. 강지훈 탐정은 범죄 현장 분석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였지만, 일상생활, 특히 사소한 불만에 있어서는 세 살배기 어린아이보다 더 유치한 면모를 보였다.

“탐정님, 초콜릿 바는 제가 어제 사 드린 거 다 드셨잖아요! 그리고 어제 분명히 말씀드렸죠, 오늘은 제가 차를 몰아야 한다고요. 그렇게 제 운전 실력이 마음에 안 드시면 택시 타고 오시든가요!”

“택시 기사들은 대체로 조수석에 이런 미모의 형사님을 태우고 다니지 않습니다. 이지은 형사님 덕분에 그나마 지루함이 덜하다는 점은 인정하죠. 물론 제 초콜릿 바만큼은 아니지만.”

망할. 나는 욱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애써 미소 지었다. 이 남자와 대화할 때마다 내 수명은 1년씩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가 이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어쩌면 유일무이한 ‘문제 해결사’인 것을.

드디어 차는 도심 외곽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웅장한 로비와 최고급 자재로 마감된 복도를 지나, 우리는 현장 통제선이 쳐진 펜트하우스 문 앞에 섰다. 최강식 씨, 50대 초반의 유명 미술품 딜러가 자택 서재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는 신고였다.

“팀장님! 이지은 형사입니다. 강지훈 탐정님 모시고 왔습니다.”
현장 총책임자인 최 팀장님이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셨군요, 강 탐정님. 이번 사건, 골치가 좀 아픕니다.”

지훈 탐정은 자신의 트렌치코트 깃을 올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늘 그에게는 조금 커 보이는 갈색 트렌치코트.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삐딱하게 걸친 안경은 천재적인 두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딘가 허술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얼마나 날카롭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지를.

“골치 아프다는 건, 밀실이라는 뜻이겠군요.” 지훈 탐정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최 팀장님이 한숨을 쉬었다. “정확합니다. 피해자 최강식 씨는 자신의 서재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은 어젯밤 10시에서 12시 사이. 문은 안에서 빗장이 걸려 있었고, 열쇠는 책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모든 창문은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고요.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나는 브리핑을 들으며 서재 내부를 훑어봤다. 고가의 골동품과 희귀한 미술품이 가득한, 마치 작은 박물관 같은 공간이었다. 한가운데 놓인 육중한 마호가니 책상 위에는 정교한 문진과 함께, 섬뜩하리만치 선명한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그 옆에 피해자의 시신이 처참하게 쓰러져 있었다.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은 어떻습니까? 원한 관계나 금전적인 문제는 없었고요?” 지훈 탐정이 물었다. 그의 시선은 시신이 아니라, 창틀의 먼지 한 톨에 머물러 있었다.

“용의자는 세 명으로 압축됩니다. 첫째, 김민준 비서실장. 피해자와 횡령 문제로 갈등이 있었습니다. 어제 밤 9시경까지 피해자와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고요. 둘째, 박준영 조카. 피해자의 유산을 노리고 있었으나, 최근 관계가 틀어져 유산 상속에서 제외될 위기였습니다. 셋째, 한수연 미술 딜러. 피해자와 사업적으로 오랜 라이벌 관계였고, 어제 저녁 격렬한 말다툼을 벌였다는 목격자가 있습니다.” 최 팀장님이 보고서를 훑으며 말했다.

“흥미롭군요. 셋 다 동기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밀실이라는 장벽 앞에서, 모든 동기는 무의미해지죠.” 지훈 탐정이 시큰둥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느릿하게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지만, 눈빛은 예리한 레이저처럼 공간의 모든 미세한 부분을 훑고 있었다. 그는 바닥의 카펫을 응시하고, 책장의 먼지를 손가락으로 훔치고, 심지어 천장의 샹들리에까지 올려다봤다.

“탐정님, 대체 뭘 보시는 거예요? 시신은 저기 있고, 칼은 저기에… 아, 저기 있네요.” 나는 발견된 흉기를 가리켰다. 피해자의 손에 쥐여 있던 작은 서류용 칼이었다.

“이지은 형사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본질을 꿰뚫어 보셔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죠. 예를 들어… 저 창틀의 먼지는 누가 언제 닦았을까요? 저 카펫의 문양은 어느 방향에서 봐야 가장 아름답게 보일까요? 그리고… 이 공기 중에는 미세하게… 쌉쌀한 초콜릿 향이 나지 않습니까?”

마지막 말에 나는 기가 막혔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게다가 초콜릿 향이요? 여긴 죽은 사람 냄새밖에 안 나는데요!”

“형사님은 훈련이 덜 됐군요. 제 후각은 이미 수십 년간 초콜릿의 미묘한 향을 감별하기 위해 단련되었습니다. 분명히 미세한… 아니, 어쩌면 제가 너무 배가 고파서 환각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런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도 저런 소리를 해대다니. 정말이지 속세의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람 같았다.

지훈 탐정은 시신 옆에 웅크리고 앉아 피해자의 손을 유심히 살폈다. 아니, 손에 쥐여 있던 칼날이 아니라, 그 옆의 미세한 자국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는 책상 위를 잠시 살피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서재의 문으로 향했다.

“문? 문은 아까 다 확인했습니다. 안에서 빗장이 걸려 있었고, 잠금장치도 멀쩡했어요.” 최 팀장님이 말했다.

지훈 탐정은 아무 말 없이 문에 손을 댔다. 정확히는 문고리가 아니라, 문틈을 유심히 살폈다. 그의 코가 문틈에 거의 닿을 듯이 가까이 갔다. 마치 문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 것처럼.

“음… 역시. 형사님, 혹시 여기서 방금 전까지 아주 얇은 실 같은 것을 보신 분 있습니까?”

모두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 건 못 봤습니다만.”

“그렇다면 됐습니다.” 지훈 탐정은 득의양양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얼굴에 드디어 초콜릿 바를 찾은 아이 같은 환한 빛이 돌았다.

“여러분, 이 밀실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존재했지만, 아주 간단한 트릭에 불과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나 역시 숨을 죽였다. 드디어 그의 추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그의 모든 기행이 용서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피해자는 어젯밤 10시에서 12시 사이 살해당했습니다. 흉기는 이 서류용 칼이죠. 범인은 피해자를 찌른 후, 이 방을 밀실로 꾸몄습니다.” 지훈 탐정은 문틈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 방의 문에는 안쪽에서 잠그는 빗장과 함께, 열쇠로 잠그는 잠금장치가 있습니다. 열쇠는 책상 위에서 발견되었으니, 열쇠 잠금은 피해자가 평소처럼 안에서 잠갔거나, 혹은 범인이 닫을 때 자동으로 잠기는 구조였을 겁니다. 문제는 빗장입니다. 안에서 걸려 있던 빗장. 범인은 어떻게 빗장을 걸고 이 방을 나갈 수 있었을까요?”

최 팀장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바로 저희가 풀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아니요, 아주 간단합니다.” 지훈 탐정이 씩 웃었다. “범인은 빗장을 걸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빗장을 걸고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범인은 방을 나간 후에 빗장을 걸었습니다.”

모두가 술렁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는데, 어떻게 밖에서 빗장을 건다는 말입니까?” 내가 의아하게 물었다.

지훈 탐정은 문 옆에 놓인 작은 화분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다. 그리고는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 손을 움직였다.

“범인은 이 문틈을 이용했습니다. 이 문틈은 아주 미세하지만, 완벽히 밀봉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아주 얇고 탄성이 좋은, 예를 들어… 낚싯줄보다도 얇은 특수 와이어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범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후, 이 방을 나가기 전, 문 안쪽 빗장 손잡이에 그 와이어를 단단히 묶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갔죠.”

“하지만 문이 열리면 빗장이 풀려 있잖아요!” 내가 외쳤다.

“맞습니다. 그때는 빗장이 풀려 있었죠. 범인이 방 밖으로 나온 후, 그는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는 문틈 사이로 와이어를 다시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했을까요?” 지훈 탐정이 우리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와이어를 당겼나요?” 최 팀장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답입니다! 빗장 손잡이에 묶여 있던 와이어를 바깥쪽에서 당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빗장은 안쪽에서 걸리는 것처럼 보이며 움직입니다. 즉, 범인은 밖에서 문을 닫은 후, 와이어를 이용해 빗장을 걸고, 그 와이어를 다시 문틈 사이로 빼낸 것입니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겠죠. 완벽하게 안에서 잠긴 것처럼 보이는 밀실을 연출하면서!”

모두가 경악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봤다. 너무나 간단하고도 기발한 트릭이었다. 그제야 나는 지훈 탐정이 왜 그렇게 문틈과 바닥의 먼지, 그리고 공기 중의 미세한 ‘실’의 흔적을 찾았던 건지 이해가 되었다. 그 와이어가 드나들면서 문틈에 아주 미세한 스크래치나 흔적을 남겼을 것이고, 그가 본 것은 그 흔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와이어를 누가 가지고 다닙니까? 그리고 어떻게 그런 정교한 작업을 하죠?” 내가 물었다.

지훈 탐정은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늘 그랬듯 내 얼굴이 아니라, 내 뒤에 서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여기 있는 용의자 중 한수연 씨는 유명한 미술품 복원 전문가이자 딜러입니다. 그녀는 고가의 미술품을 섬세하게 다루는 일에 능숙하죠. 게다가 그녀의 작업실에는 다양한 두께의 특수 와이어와 가는 도구들이 즐비할 겁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런 정교한 작업을 해낼 수 있죠.”

최 팀장님이 무릎을 탁 쳤다. “한수연! 그녀는 피해자와 사업적으로 앙숙이었고, 어제 밤에 격렬하게 다퉜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자신의 범행이 흔적을 남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을 겁니다. 때문에 방을 나간 후, 빗장을 걸고 와이어를 회수한 뒤, 와이어가 지나간 문틈에 혹시라도 흔적이 남았을까봐 손수건 같은 것으로 닦아냈겠죠. 그 흔적마저 없애기 위해서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아까 그가 유심히 보았던 창틀의 먼지 흔적이 생각났다. 그리고 문틈 주변에서 다른 곳보다 유독 깨끗했던 바닥의 미세한 부분도. 그는 모든 것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최 팀장님은 즉시 한수연에게 출동할 것을 지시했다. 현장은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고, 침묵하던 경찰관들은 지훈 탐정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지훈 탐정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트렌치코트 주머니를 뒤적였다. 물론 그 안에는 초콜릿 바가 없었다. 그는 아쉬운 듯 혀를 찼다.

“강 탐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나는 진심으로 존경심을 담아 말했다. 방금 전까지 그를 향했던 모든 짜증과 불평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지훈 탐정은 내 어깨를 툭 쳤다. “이지은 형사님, 이제 제 배고픔을 해결해줄 영광스러운 임무가 당신에게 주어졌군요. 저는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초콜릿 바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알겠어요. 원하시는 만큼 사 드릴게요. 다음 사건 현장에서는 초콜릿 바 산으로 만들어 드릴 테니까, 제발 징징거리지 좀 마세요!”

“오, 그거 좋은데요? 역시 제 파트너다운 배려심입니다. 자, 그럼 가실까요? 제 위장이 지금 밀실처럼 텅 비어 비명을 지르고 있거든요.”

그는 빙긋 웃으며 먼저 현장을 나섰다. 그 웃음은 여전히 능글맞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소년 같은 해맑음이 섞여 있었다. 그의 넓은 등짝을 보며 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이 괴팍한 천재 탐정님 덕분에 내 하루는 매번 시끄럽고, 피곤하고, 예측 불가능했지만… 동시에,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어쩌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두근거리는 순간들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 그의 뒤를 따랐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밀실과, 초콜릿 바 타령을 감당해야 할까.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적어도 트럭 한 대 분량의 초콜릿 바는 필요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