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1화: 침묵하는 도시, 속삭이는 벽

**등장인물:**
* **지훈:** 30대 초반의 생존자. 과거 건축 설계사였으며,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성격이지만 극한 상황에서 점차 불안과 공포에 잠식되어간다.

**# 1. 낡은 아파트 내부 – 주방 (낮)**

[화면: 낡고 황폐해진 아파트의 주방. 창문은 금이 가고 먼지로 뒤덮여 바깥 풍경이 뿌옇게 보인다. 녹슨 싱크대, 벗겨진 벽지. 그 한가운데 지훈이 낡은 버너 위에 작은 냄비를 올려두고 있다. 그의 얼굴은 피곤에 절어 있고, 옷은 헤져 있다. 주변은 완벽한 정적.]

**내레이션 (지훈):**
[세상이 멈춘 지 얼마나 되었을까. 시계는 이미 오래전에 멈췄고, 달력은 의미를 잃었다. 그저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시간을 가늠할 뿐.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고요한 투쟁이었다.]

[지훈은 낡은 통조림을 따서 냄비에 붓는다. 끈적한 내용물이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익어간다. 그의 시선은 멍하니 냄비를 응시한다.]

**내레이션 (지훈):**
[가장 안전한 곳은, 역설적으로 가장 고립된 곳이었다. 이 12층 아파트. 밖은 이미 죽음의 세상. 하지만 여기만큼은… 아직까지는 조용했다.]

(끼이익…)
(작은 마찰음이 들린다. 지훈은 고개를 살짝 돌린다.)

[화면: 주방 한쪽에 쌓아둔 낡은 책 더미. 그중 가장 위에 있던 얇은 책 한 권이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떨어진다. 먼지가 작게 피어오른다.]

**지훈:**
(피식)
(떨어진 책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하도 조용하니 별게 다 신경 쓰이네. 낡은 건물이라 그래.”

[지훈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다시 냄비로 시선을 돌린다. 김이 한층 더 짙어진다. 그는 주걱으로 내용물을 휘젓는다.]

**# 2. 낡은 아파트 내부 – 거실 (저녁)**

[화면: 해가 지평선 너머로 기울고, 아파트 거실은 어둠에 잠식되어간다. 깨진 창문 틈으로 붉은 노을이 길게 드리운다. 지훈은 낡은 소파에 앉아 캔들을 켜고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 주변은 여전히 고요하다.]

(바스락…)
(작은 소리가 들린다. 지훈은 읽던 책에서 시선을 들어 주변을 살핀다. 아무것도 없다.)

**지훈:**
(낮은 목소리로)
“쥐인가…”

[지훈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번엔 거실 창문 밖에서,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묘한 소리가 들린다.]

(휘이잉- 쓱삭…)
(바람 소리 사이로, 무언가 쓸리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들린다.)

**지훈:**
(미간을 찌푸리며)
“바람인가… 창문 틈이 벌어져서…”

[그는 신경을 끄려 노력하며 다시 책에 집중한다. 하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더 가까이 들리는 것 같다. 마치 낡은 가구가 스스로 움직이는 듯한 소리.]

(끼이이익… 슥슥…)

[지훈은 책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손에 들린 캔들의 불꽃이 흔들리며 벽에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다.]

**지훈:**
“누구… 있어?”
(말하고 나서 스스로도 허탈한 듯 피식 웃는다. 아무도 없을 것을 안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는 쪽, 즉 주방과 연결된 복도 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그림자가 그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린다.]

**# 3. 낡은 아파트 내부 – 주방/복도 (밤)**

[화면: 지훈이 캔들을 들고 주방 입구에 서 있다. 주방은 어둠에 잠겨 있고, 캔들 불빛이 닿는 곳만 희미하게 비춘다. 냉장고, 싱크대, 찬장…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 특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지훈:**
“아무것도 없잖아.”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 주방 찬장 중 하나가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미세하게 열린다. 틈새로 어둠이 보인다.]

**지훈:**
(눈을 가늘게 뜨며)
“이런… 문이 낡아서 저절로 열리나?”

[지훈은 찬장 문을 손으로 닫으려고 다가간다. 손이 채 닿기도 전에, 찬장 문이 ‘쾅!’ 하고 다시 닫힌다. 엄청난 소리였다. 캔들 불꽃이 크게 흔들리며 꺼진다.]

(쾅!)
(쉬이이이이익-)
(캔들 불꽃이 꺼지는 소리)

[화면: 주방은 완벽한 어둠에 잠긴다. 지훈의 실루엣만 희미하게 보인다. 그는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한다.]

**지훈:**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소리)
(입술을 깨물며)
‘착각일 거야… 분명… 바람… 이 건물은 워낙 낡았으니까…’

[지훈은 떨리는 손으로 라이터를 꺼내 캔들에 다시 불을 붙인다. 불꽃이 다시 피어오르자, 그는 주방 구석을 응시한다. 찬장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내레이션 (지훈):**
[하지만… 바람치고는 너무… 정확했다. 마치 누군가 내 움직임을 보고 있다가… 놀래키려는 것처럼.]

(스윽… 스윽…)
(다시 희미하게 무언가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엔 그의 발밑, 거실 쪽에서 들려온다.)

[화면: 지훈의 발밑 바닥. 낡은 마룻바닥에 희미하게 먼지가 쓸린 자국이 천천히 생긴다. 마치 투명한 손이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것처럼.]

**지훈:**
(공포에 질린 표정. 뒷걸음질 치며)
“뭐… 뭐야…!”

[지훈이 뒷걸음질 칠수록, 쓸린 자국은 점점 더 길어진다. 자국은 거실 한가운데, 그의 눈앞에서 멈춘다.]

(쉬이이이이익-)
(갑자기 거실 창문이 쾅, 하고 활짝 열린다. 거센 바람이 불어닥치며 캔들 불꽃을 또다시 꺼트린다.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쾅!)
(휘이이이이잉!)
(쉬이이이이익-)

**# 4. 낡은 아파트 내부 – 거실 (완전한 어둠)**

[화면: 완전한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지훈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린다. 그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울린다.]

**지훈:**
(거친 숨소리, 떨리는 목소리)
“…젠장… 이게… 뭐야…”

(스륵… 스륵… 스르륵…)
(어둠 속에서, 무언가 질질 끌리는 듯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마치 무거운 천 조각이 바닥에 끌리는 것 같다.)

**지훈:**
(몸을 웅크리며)
“오지 마… 오지 마…!”

(철컥!)
(갑자기 거실 한가운데 놓여있던 낡은 서랍장이 거친 소리를 내며 열린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온갖 잡동사니들이 와르르 바닥으로 쏟아진다. 깡통, 낡은 도구들, 유리 조각… 온갖 파열음.)

(와르르르!)
(쨍그랑!)

[화면: 순간, 어둠 속에서 지훈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눈은 공포로 가득하다.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의 등 뒤로, 방금 쏟아진 물건들이 마치 중력에 반하듯 허공으로 떠오르는 듯한 희미한 실루엣이 보인다.]

**내레이션 (지훈):**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도 없어야 했다. 나는 분명, 혼자였다. 이 고요한 폐허 속에서, 나만이 유일한 생존자여야 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갑자기 거실 벽면 전체에서 낮고 음산한 울림이 시작된다. 벽이 살아있는 것처럼 진동하고, 알 수 없는 낮은 소리가 벽 안쪽에서부터 터져 나온다.)

**지훈:**
(절규하듯)
“으아아아악!!”

[화면: 벽의 진동이 심해지며 낡은 벽지들이 찢어져 떨어지고, 벽에 걸려있던 액자들이 와장창 깨지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공중에 떠오른 물건들이 굉음과 함께 지훈을 향해 날아온다.]

(콰과과과광!)
(쨍그랑!)
(투두두두두두!)

[지훈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웅크린다. 물건들이 그의 주변을 스치듯 날아다니고, 벽에서는 여전히 기분 나쁜 울림이 계속된다. 아파트는 마치 거대한 생물처럼 숨 쉬고, 포효하는 듯하다.]

**내레이션 (지훈):**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이 작은 성채가, 날 집어삼키려 한다. 나를… 죽이려 한다.]

[화면: 바닥에 웅크린 지훈의 등 뒤로, 벽에서 뜯어져 나간 벽지 잔해와 깨진 유리 조각들이 소용돌이치듯 솟구쳐 오른다. 그 사이로, 희미하게 빛나는 두 개의 붉은 눈동자가 지훈을 응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 에필로그 (내레이션)**

**내레이션 (지훈):**
[침묵하는 도시 속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혼자이고 싶었다. 나를 쫓는 것이 과연 귀신일까, 아니면… 미쳐가는 나의 광기일까.]

[화면: 먼지 가득한 아파트 복도가 끝없이 이어진다. 복도 저 끝,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그림자가 보인다. 다음 순간, 그림자는 빠르게 복도를 가로질러 달려온다.]

(쉬이이이익-!!!!)

[화면은 그렇게 어둠 속으로 잠식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