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이 짙게 깔린 지하, 축축한 공기가 폐부를 짓눌렀다. 강민준은 낡은 방수 재킷의 지퍼를 끝까지 올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이봐, 현우. 여기 대체 몇 층 지하야? 내 감이 말하길, 우리가 여태껏 발 디뎠던 곳보다 훨씬 더 깊어.”

최현우는 헤드램프 빛을 좁은 통로의 천장으로 향하며 무감하게 답했다. 그의 손에 들린 지질 탐사 장비가 미세한 진동을 끊임없이 내뱉고 있었다.

“센서가 맛이 가기 직전이야. 진동 패턴이 너무 불규칙해서 지층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어. 대략… 어… 건물 20층 높이 정도는 될 거야, 지하로.”

통로의 끝, 거대한 암석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표면에는 기묘하고 복잡한 문양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박지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이 오래된 먼지를 훑고 지나가자, 푸른 이끼가 뒤덮인 문양의 일부가 선명해졌다.

“이건… 내가 아는 어떤 문명 양식과도 달라. 고대 수메르나 이집트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형태야. 마치 꿈속에서 본 듯한, 잊혀진 언어 같아.”

지영의 목소리에는 학자 특유의 호기심과 함께 미약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헤드램프 불빛이 문양의 한가운데를 비추자, 그곳에 새겨진 거대한 심장 모양의 문양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민준은 자신의 허리춤에 찬 특제 나이프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주의를 주었다.

“흥분은 알겠는데, 조심해. 이런 고대 유적들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환영 인사로 가득하니까.”

현우는 작은 태블릿을 꺼내 문양을 촬영하며 분석을 시도했다.

“열쇠 구멍 같은 건 안 보여. 아무래도 이 문을 여는 건 물리적인 방식이 아닐 거야.”

“그렇다면… 정신적인 방식일까?” 지영이 문양을 응시하며 읊조렸다. 그녀의 눈빛에 몽환적인 빛이 스쳤다.

바로 그때였다.

민준의 등골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마치 존재하지 않던 시선이 그를 꿰뚫어보는 듯한 섬뜩한 감각. 그는 고개를 홱 돌려 어둠 속을 응시했다.

“뭔가… 움직이는 소리 못 들었어?”

현우와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현우가 말했다.

“착각이었을까?” 지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민준은 애써 고개를 저었다. 그의 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그는 전방의 암석 문으로 시선을 다시 돌렸다. 문양의 중앙, 심장 모양의 홈이 마치 약동하는 것처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홈 안쪽에서, 아주 희미한 붉은빛이 깜빡였다.

“잠깐, 저거 봐.” 민준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붉은빛에 집중되었다. 붉은빛은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깜빡이더니, 점차 규칙적인 박동으로 변했다. 마치 누군가의 심장이 뛰는 것처럼.

쿵… 쿵… 쿵…

그 소리가 실제 귀로 들리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정신에 직접 울려 퍼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세 사람은 동시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을 느꼈다.

“이런 씨…!” 현우가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했다. 그의 태블릿 화면이 지지직거리더니 먹통이 되었다. “내 장비가… 전파 방해인가?”

지영은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이건… 일종의 주파수야. 아주 오래된, 의식을 위한 주파수. 우리의 뇌파를 간섭하고 있어.”

쿵… 쿵… 쿵…

박동 소리는 점차 강해졌다. 붉은빛은 이제 문양 전체를 휘감았고, 그 빛은 점점 더 선명해지며 문양에 새겨진 고대 언어들을 마치 피로 쓴 것처럼 붉게 물들였다.

민준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물러서! 뭔가 잘못되고 있어!”

그가 지영과 현우를 잡아끌려 할 때였다. 암석 문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앙!

문이 활짝 열린 것이 아니었다. 문에 새겨진 문양들이 마치 살아있는 혈관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중앙의 심장 모양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붉은빛은 폭주하듯 격렬하게 번져나갔고, 곧 거대한 암석 문 전체가 붉은 에너지의 파동으로 요동쳤다.

틈새 사이로 보이는 문 너머의 공간은 아득한 어둠뿐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꿈틀거리는 듯한 형체가 아련하게 보였다.

쿵… 쿵… 쿵… 쿵!

심장 박동은 이제 그들의 심장을 뒤흔들 정도의 강력한 진동으로 변했다. 폐가 압박당하고, 호흡이 가빠졌다. 온몸의 세포들이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젠장! 도망쳐야 해!” 현우가 비틀거리며 외쳤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문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에너지가 파도처럼 그들을 덮쳤다. 그들의 몸은 마치 거대한 손아귀에 붙잡힌 듯 공중으로 붕 뜨는가 싶더니, 어둠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민준의 시야가 붉게 번쩍였다. 그의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 그는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 같은 형체가 자신들을 삼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린 것은, 심장을 꿰뚫는 듯한 끔찍한 고동 소리였다.

쿵!

모든 것이 암전되었다. 그들은 고대 유적의 심장부로,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