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웹소설 연재작 『잊혀진 불꽃의 유산』

**1화. 폐허 속 불꽃**

김현우, 스물여덟. 그의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무미건조’였다. 고만고만한 성적, 그저 그런 대학 졸업, 간신히 구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삶이었다. 밤마다 스마트폰 화면에 코를 박고 유행하는 웹소설이나 웹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면 낙이었다.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 도피하는 달콤한 순간.

오늘도 어김없이, 찌뿌드드한 몸을 이끌고 편의점 문을 닫았다. 새벽 세 시. 공기는 제법 차가웠지만, 그는 익숙하게 몸을 웅크리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퇴근길, 골목길은 늘 똑같았다. 낡은 상점 간판들이 어슴푸레한 불빛을 내뿜고, 쓰레기 더미에서는 알 수 없는 냄새가 났다.

그때였다. 늘 지나치던 좁은 골목길 어귀, 낡은 담벼락 아래에서 희미한 빛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마치 오래된 거울 조각처럼 불규칙한 모양이었지만, 분명 평범한 돌멩이는 아니었다. 안에서부터 은은하게 푸른빛이 새어 나왔고, 그 빛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깜빡였다.

“뭐지, 이건?”

현우는 이어폰을 빼고 빛나는 조각에 다가갔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그 푸른빛은 더욱 영롱하게 빛났다. 호기심은 평소의 귀차니즘을 압도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빛나는 조각을 집어 들었다. 차가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손에 닿는 순간 기묘한 온기가 느껴졌다. 조약돌보다는 훨씬 큰, 어른 주먹만 한 크기였다. 매끄럽지만 어딘가 거친 질감, 그리고 표면에 새겨진 복잡하고 기이한 문양들. 그는 그것이 고대 문명의 유물이나 어떤 주술적인 물건 같다고 직감했다.

그 순간, 그의 손 안에서 조각이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푸른빛은 순식간에 눈을 멀게 할 정도로 폭발했고, 현우는 저절로 눈을 감았다. 그의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 귓가에는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마치 폭풍의 한가운데 던져진 작은 배처럼, 그의 몸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기이한 압력과 함께, 온몸의 세포가 분해되었다가 재조합되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크윽!”

비명조차 제대로 지를 수 없었다. 정신은 혼미해지고 의식은 아득한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몇 초였을까, 아니면 몇 년이었을까.

***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습하고 차가운 공기였다.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흙먼지와 오래된 돌의 비릿한 냄새. 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익숙한 골목길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가 누워있던 곳은 거대한 석판 위였다. 주변은 온통 무너진 건축물의 잔해들로 가득했다. 거대한 기둥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러져 있거나 넝쿨에 휘감겨 있었다.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벽들은 허물어져 있었고, 오래된 신전의 흔적처럼 보이는 거대한 아치형 구조물들이 그의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사방은 고요했다. 오직 바람 소리만이 으스스하게 윙윙거릴 뿐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익숙한 북극성 대신 난생 처음 보는 수많은 별들이 은하수처럼 펼쳐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밤하늘에 보석을 뿌려놓은 듯,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였다.

“여, 여긴… 어디지?”

현우는 자신의 두 손을 바라봤다. 긁힌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주머니를 뒤져봤지만 스마트폰도, 지갑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편의점 유니폼을 확인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하지만 분명, 그는 다른 세상에 와 있었다. 웹소설에서나 보던, 소위 ‘이세계’라는 곳에.

그는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폐허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위압적이었다. 폐허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돌무더기와 무너진 건물들. 분명 한때는 웅장한 문명을 자랑했을 곳임이 틀림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폐허의 중심부에 다다르자, 다른 곳보다 더 온전하게 보존된 듯한 거대한 제단이 눈에 들어왔다. 제단은 수십 개의 계단 위에 솟아 있었고, 중앙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원형의 석판이 박혀 있었다. 석판 위에는 고대어로 보이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현우는 홀린 듯 제단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심장이 더욱 격렬하게 뛰었다. 마치 무언가 그를 이끄는 듯했다. 제단 중앙의 석판 앞에 섰을 때, 그는 직감적으로 그곳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에 이끌린 듯, 그는 석판에 새겨진 가장 크고 복잡한 문양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돌의 감촉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그 순간, 그의 몸속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마치 잠자고 있던 거대한 에너지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손바닥 아래의 석판에서부터 섬광이 터져 나왔고, 그 빛은 현우의 팔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의 몸에서는 푸른색 섬광이 번개처럼 뿜어져 나왔고, 제단 전체가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며 공명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그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힘이 몸속을 가득 채우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폐허의 모든 돌멩이들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현우의 몸은 거대한 에너지의 통로가 된 듯했다. 그의 시야에는 온통 푸른색 빛만이 가득했다.

잠시 후,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 공중에 떠 있던 돌멩이들은 바닥으로 떨어져 둔탁한 소리를 냈다. 현우는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주저앉았다.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아까 그 빛나는 조각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손바닥 한가운데에는 옅은 푸른색 문양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몸속에는 방금 전까지 경험했던 그 거대한 에너지가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작은 불씨처럼, 그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다시 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현우는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빛….’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에서 다시금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처음엔 작은 반딧불처럼 여리던 빛은, 그의 집중력에 따라 점점 커져갔다. 마침내 그의 손바닥 위에는 작은 구슬 형태의 푸른 빛덩어리가 둥실 떠올랐다.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오묘한 감각의 빛이었다.

“이게… 마법?”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현우는 넋을 잃었다. 웹소설에서나 보던 마법을, 자신이 직접 구현하다니. 그는 빛덩어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봤다. 마치 자신의 손가락을 움직이듯 자연스럽게 제어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어둠이 깔린 폐허의 가장자리, 무너진 석상 너머에서 낮게 깔리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고독하고 음산하여 현우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어,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듯한 소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 붉은 두 개의 눈이 번뜩였다.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이곳에 오고 있다.’

현우는 자신이 방금 만들어낸 빛덩어리를 꽉 쥐었다. 놀라움과 경이로움은 순식간에 공포와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곳이 어디인지, 왜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이 알 수 없는 힘이, 그의 유일한 생존 도구가 될 터였다. 폐허 속에서 피어난 작은 불꽃이, 그의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