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천하제일 무도대회: 심연의 서막 (一)

**작품명:** 혼돈의 그림자 아래 (Under the Shadow of Chaos)
**회차명:** 제1화. 잊힌 맹세, 다가오는 광기

# 1. 태산(泰山)의 정상, 천공 경기장

[타이틀 컷: 웅장한 태산의 봉우리를 감싼 구름 사이로,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 드러난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그 안에는 수많은 무림인들이 운집해 있다. 경기장의 중앙에는 거대한 ‘팔괘’ 문양이 새겨져 있고, 그 주위를 기묘한 빛이 감싸고 있다.]

[내레이션]
오랜 전설이 숨 쉬는 강호.
무림의 모든 이야기는 이곳, 태산에서 시작되고 끝맺었다.
그리고 오늘, 그 모든 역사의 무게를 짊어진 채,
천하제일 무도대회가 다시 막을 올렸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수많은 무림인들. 각 문파의 깃발이 휘날리고, 환호성과 술렁임이 거대한 파도처럼 경기장을 뒤흔든다. 그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흥분, 그리고 간혹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간다.]

[컷: 관중석 한편, 늙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예리한 현무 노인(玄武老人)이 팔짱을 낀 채 경기장을 내려다본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다.]

[현무 노인]
(중얼거림)
…이리도 많은 기(氣)가 모이니, 놈들이 잠자코 있을 리 없지.
벌써부터 심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구나.

[현무 노인의 시선이 경기장 중앙의 팔괘 문양을 스친다. 순간, 문양에서 붉은 섬광이 번뜩이는 듯하지만, 이내 사라진다.]

[내레이션]
세상의 운명이 걸린 대회.
그것은 단순히 강호를 평정할 패자(覇者)를 가리는 것이 아니었다.
고대의 약속.
심연으로부터 솟아날 어둠을 막아낼 최후의 방패.
그것이 바로, 이번 무도대회의 진짜 목적이었다.

# 2. 첫 번째 대결, 무림의 위세

[장면 전환: 경기장 중앙. 심판을 맡은 무림맹의 원로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친다.]

[무림맹 원로]
자, 이제! 대망의 천하제일 무도대회, 그 서막을 연다!
첫 번째 대결!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남궁월(南宮月)!
대 일월신교(日月神敎)의 백호법왕(白虎法王)!

[환호성이 다시 폭발한다. 두 명의 무사가 경기장으로 들어선다. 남궁월은 푸른 도포를 휘날리며 검을 든 채 당당하게 서 있고, 백호법왕은 거대한 곤봉을 짊어진 채 험악한 인상을 풍긴다.]

[남궁월]
(결연한 눈빛)
남궁세가의 검술, 그 진수를 보여주마.

[백호법왕]
(비웃음)
어린아이가 장난질을 치는군. 감히 백호법왕 앞에서!

[두 사람의 기운이 충돌하며 경기장 바닥의 먼지가 소용돌이친다.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심판]
양측, 준비되었는가! 시작!

[콰앙-!]

[컷: 남궁월의 검이 번개처럼 날아간다. 푸른 검기(劍氣)가 경기장을 가로지르며, 마치 한 마리의 푸른 용이 포효하는 듯하다.]

[쉬이이익! 파창!]

[백호법왕은 곤봉을 휘둘러 검기를 쳐낸다. 곤봉에 담긴 엄청난 내력(內力)이 주변 공기를 짓누르며 묵직한 소음을 낸다.]

[백호법왕]
흐압! 고작 이 정도냐!

[백호법왕이 거대한 곤봉을 휘두르며 남궁월에게 달려든다. 곤봉이 지나가는 자리에 바람의 길이 생기고, 흙먼지가 폭풍처럼 일어난다.]

[남궁월]
(빠르게 몸을 회전하며 곤봉을 피한다. 그의 눈은 백호법왕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다.)
크으으…! 이 정도의 내력이라니!

[컷: 남궁월이 곤봉의 공격을 피해내며, 순식간에 백호법왕의 빈틈을 파고든다. 그의 검이 섬광처럼 뻗어 나가 백호법왕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간다. 피가 튀지 않았지만, 백호법왕의 도포가 찢겨 나간다.]

[백호법왕]
(격분한 얼굴)
건방진 녀석!

[백호법왕의 눈동자가 순간 붉게 빛난다. 그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그 안개가 곤봉을 휘감는다. 곤봉의 크기가 미세하게 커지고,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더욱 음습해진다.]

[관중1]
저것은… 일월신교의 금지된 마공(魔功)인가?

[관중2]
백호법왕이 제정신이 아니군!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마공을 쓰다니!

[현무 노인]
(눈살을 찌푸린다. 붉은 기운이 스쳤던 팔괘 문양을 다시 바라본다.)
아니야… 단순한 마공이 아니다.
저것은… 이계의 기운(異界의 氣運)…? 벌써부터 침범하고 있단 말인가.

[컷: 백호법왕이 광기 어린 눈으로 웃으며 곤봉을 내리친다. 곤봉에 감긴 검은 안개가 마치 촉수처럼 길게 늘어나 남궁월을 덮친다.]

[남궁월]
(경악한다)
이… 이건 대체…!

# 3. 그림자 속의 소년, 백운비

[장면 전환: 경기장 관중석의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한 젊은 사내. 앳된 얼굴이지만, 그의 눈빛은 맑고 깊다. 그의 이름은 백운비(白雲飛).]

[백운비]
(경기를 지켜보며 중얼거린다.)
저런 기운은… 처음 보는군.
단순한 사파(邪派)의 기공(氣功)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불쾌해.
마치… 심연의 악취와 같다고 해야 하나.

[백운비는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본다. 그의 손바닥에서는 옅은 푸른빛 기운이 희미하게 감돌다 사라진다. 그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경기장 바닥의 팔괘 문양을 바라본다.]

[내레이션]
백운비는 강호의 변방, 잊힌 골짜기에서 자랐다.
그의 문파는 이미 수백 년 전 멸문했다고 알려졌고,
그는 유일한 계승자로서, 잊힌 무학(武學)을 익혔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너무나도 이질적인 힘.

[컷: 백호법왕이 곤봉을 내리치고, 남궁월은 간신히 피하지만, 검은 기운이 그의 몸에 닿자마자 극심한 고통에 쓰러진다.]

[남궁월]
크으으윽…! 몸이… 몸이 타들어가는 듯하다…!

[심판]
승부… 승부 중지! 일월신교 백호법왕, 승리!

[관중들이 술렁인다. 승리했지만, 백호법왕의 모습은 승자라기보다 광기에 사로잡힌 악귀에 가까웠다. 그의 붉은 눈은 여전히 이글거리고, 검은 기운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현무 노인]
(더욱 깊어진 한숨)
예상보다 빠르군. 저 놈들이 인간의 탐욕을 이용해 무림을 오염시키고 있다.
진정한 패자는… 과연 누구일까.

[백운비]
(일어서서 경기장으로 향한다. 그의 등 뒤로, 등번호가 쓰인 천조각이 살짝 보인다. ‘237번’)
심연의 악취라…
막아야 할 것 같군.

# 4. 운비의 차례, 감춰진 비기

[장면 전환: 다음 대결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무림맹 원로]
다음 대결!
도문(道門)의 정예, 청풍자(淸風子)!
대… 백운문(白雲門)의 백운비!

[관중석에서 작은 술렁임이 인다. 백운문이라는 이름은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운비를 잡배 문파의 듣보잡 정도로 여긴다.]

[청풍자]
(경기장에 들어서며 백운비를 비웃듯이 흘긋 본다.)
백운문이라…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로군.
어린 사내여, 감히 도문의 선수를 상대로 버텨낼 수 있겠느냐?

[백운비]
(태연한 얼굴로 경기장에 들어선다. 그의 등 뒤에서 푸른 도포 자락이 살짝 휘날린다.)
버텨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요.

[심판]
양측, 준비되었는가! 시작!

[청풍자]
(도검을 뽑아들며 외친다.)
도문 십팔 나한진(十八羅漢陣)!

[컷: 청풍자의 검에서 황금빛 검기가 뿜어져 나온다. 검기는 순간 열여덟 개의 작은 검으로 분열하더니, 백운비를 향해 맹렬하게 날아간다. 마치 황금빛 별똥별들이 쏟아지는 듯하다.]

[쉬이이이익-!]

[백운비]
(눈을 가늘게 뜨고 날아오는 검기를 응시한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하찮군.

[청풍자]
(놀란다)
뭣이! 피하지 않다니!

[컷: 열여덟 개의 황금빛 검기가 백운비에게 닿으려는 순간, 백운비의 몸에서 옅은 푸른 기운이 폭발하듯 솟아오른다. 그 기운은 마치 투명한 방패처럼 그의 주위를 감싸더니, 황금빛 검기들을 모조리 튕겨낸다.]

[파아앙-! 챙강!]

[황금빛 검기들이 경기장 바닥에 박히거나 부딪히며 부서진다. 백운비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차갑다.]

[청풍자]
(경악한다)
이… 이런 기공은 처음 본다! 내 검기가 통하지 않다니!

[백운비]
(한 발짝 내딛는다. 그의 발이 닿는 곳마다 옅은 푸른 빛이 발자국처럼 남는다.)
이것이… 백운문의 무학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겠지만, 모든 것을 감싸고, 모든 것을 돌려세우는 힘.

[백운비의 손이 천천히 올라간다. 그의 손바닥에서 푸른 기운이 더욱 선명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주변의 공기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현무 노인]
(눈을 크게 뜬다)
저 기운은…! 분명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것인데…
저 소년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컷: 백운비의 손끝에서 푸른 기운이 응축되더니, 마치 작은 구슬처럼 변한다. 구슬은 미약하게 떨리고, 그 안에서 희미한 별빛 같은 것이 반짝인다.]

[백운비]
이제… 끝내자.

[그가 손목을 가볍게 휘두르자, 작은 푸른 구슬이 마치 유성처럼 청풍자를 향해 날아간다. 빠르지도, 맹렬하지도 않다. 그저 유유히, 그러나 멈출 수 없는 기세로.]

[청풍자]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황급히 방어 자세를 취한다. 자신의 온 기력을 끌어모아 검을 세워 막으려 한다.)
막… 막는다!

[푸른 구슬이 청풍자의 검에 닿는다.]

[…!]

[**사아아아아-**]

[굉음도 충격파도 없다. 푸른 구슬이 검에 닿는 순간, 청풍자의 몸을 감싸던 기운이 마치 안개처럼 스르륵 사라진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리고, 손에 들고 있던 검이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청풍자]
(눈이 풀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그대로 주저앉는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어…
내 기(氣)가… 내 내력이… 어디로 간 것이지?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관중들이 경악한다. 소리 없는 승리. 그러나 그 충격은 그 어떤 굉음보다 강렬했다. 백운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푸른 구슬이 사라진 손을 내린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게 빛난다.]

[내레이션]
모든 것을 정화하고,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리는 힘.
그것은 백운문(白雲門)의 잊힌 비기, ‘공백진경(空白眞經)’이었다.
강함은 있으나, 흔적은 남기지 않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혼돈의 시대에 홀로 떠오른, 한 줄기 푸른 빛.

# 5. 심연의 그림자

[심판]
승… 승리! 백운문 백운비, 승리!

[관중석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가 이내 거대한 술렁임으로 바뀐다. 수군거림과 놀라움이 뒤섞인다.]

[현무 노인]
(손을 턱에 괸 채 백운비를 응시한다. 그의 눈에는 깊은 의문과 함께 희미한 희망이 스친다.)
…공백진경이라니. 저것은… 전설로만 전해지던 문파의 무학이 아니던가.
놈들이 오고 있다. 심연의 문이 열리고 있다.
저 아이가… 과연 그 문을 닫을 열쇠가 될 수 있을까.

[백운비는 경기장을 내려가며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맑은 하늘에 미세하게 금이 간 듯한 착시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 금 사이로, 보아서는 안 될 듯한 검은 촉수 같은 것이 꿈틀거리는 환영이 스쳐 지나간다.]

[백운비]
(눈을 가늘게 뜬다. 심장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는군.

[경기장 한쪽, 어두운 그림자에 잠겨 있던 단상이 살짝 흔들린다. 그곳에는 거대한 흑포를 두른 사내, 혈마대사(血魔大師)가 앉아 있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흑포 사이로 비쳐 나오는 붉은 눈이 섬뜩하게 빛난다.]

[혈마대사]
(나직하고 끈적한 목소리. 그의 목소리에는 마치 수백 마리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이질적인 소리가 섞여 있다.)
흐흐흐… 흥미로운 아이로군.
심연에 잠든 존재들이 깨어나기 시작하니, 이리도 특이한 그릇들이 나타나는구나.
백운비… 네 그 공허한 기운이, 과연 심연의 부름을 거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깊이 빠져들게 될까?

[컷: 경기장 바닥의 팔괘 문양이 다시 한번 붉게, 그리고 검게 섬광을 터뜨린다. 그 빛은 경기장을 넘어 태산 전체를, 그리고 밤하늘을 일렁이게 만들려 한다. 사람들은 그저 대회의 성화(聖火)가 타오른다고 생각할 뿐, 그 안의 진정한 의미는 알지 못한다.]

[내레이션]
어둠이 드리우고, 광기가 속삭인다.
천하의 운명을 건 무도대회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혹은 애써 외면하려 하는 진실.
그것은 이 세상이 이미 심연의 그림자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최종 컷: 붉은 빛과 검은 그림자가 뒤섞여 경기장을 뒤덮는 이미지. 그 중앙에 홀로 서 있는 백운비의 뒷모습. 그의 눈동자에 드리운 알 수 없는 푸른 빛이 희미하게 깜빡인다.]


[다음 화 예고]
제2화. 혼돈의 파동

[자막: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