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장. 증기 도시의 그림자

기어폴리스, 아니, 강철심장이라 불리는 도시의 새벽은 언제나 숨 가쁜 쇳소리와 증기 기관의 울림으로 시작됐다.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 뿜어져 나오는 하얀 증기가 새벽 공기를 가르고, 연기 굴뚝마다 피어나는 검은 연기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선들의 그림자와 얽혔다. 도시는 살아있는 거대한 기계 같았고, 그 심장은 쉬지 않고 박동했다.

카인은 이 모든 소음과 진동에 익숙한 채, 그의 작업실 창가에 서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강철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작업실은 강철심장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낡은 구역, ‘아래턱’이라 불리는 빈민가와 상업 지구의 경계에 위치했다. 건물들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고, 녹슨 배관들이 외벽을 거미줄처럼 뒤덮고 있었다. 하지만 카인에게는 그곳이야말로 자신만의 왕국이었다.

작업실 내부는 온갖 종류의 부품과 설계도, 미완성 기계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먼지 쌓인 서가에는 고대 문자 해석에 관한 책들과 사라진 문명에 대한 터무니없는 이론들이 가득했고, 작업대 위에는 정교한 황동 부품들과 알 수 없는 용도의 도구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그는 이 도시의 흔한 증기 기술자들과는 달랐다. 사람들은 그를 괴짜라고 불렀고, 그의 연구를 ‘쓸데없는 과거 집착’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카인은 확신했다. 이 거대한 기계 문명 아래, 우리가 잊고 지낸 훨씬 더 위대한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또 그 망상에 빠져 있군, 카인.”

날카로운 목소리가 카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몸을 돌리자, 릴리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릴리는 카인의 조수이자 거의 유일한 벗이었다. 짙은 갈색 작업복에 기름때가 묻어 있었지만, 그녀의 똘똘한 눈빛은 늘 생기 넘쳤다. 허리춤에는 스패너와 렌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땋아 올린 머리칼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단단해 보였다.

“망상이 아니야, 릴리. 나는 진실을 쫓고 있을 뿐이다.” 카인이 싱긋 웃었다.
“진실이 배를 채워주진 않아. 오늘 아침 일찍 ‘강철 부엉이’ 비행선의 증기 밸브를 손봐주기로 약속했잖아? 늦으면 우리가 굶어 죽는다고.” 릴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오, 이런.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카인이 탁자 위 낡은 회중시계를 보았다.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돌아가는 시계는 정확히 여섯 시 삼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 곧 나가지. 잠깐만 이것만 더 확인하고.”

카인은 작업대 위, 이제 막 조립을 마친 듯 보이는 작은 황동 기계를 가리켰다. 그것은 복잡한 다이얼과 렌즈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중앙에는 수정 구슬이 박혀 있었다. 일반적인 증기 기관과는 달리, 동력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건 또 뭐야? 새로 만든 망원경이야? 아니면 시간을 되돌리는 장치?” 릴리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고대 문명의 유물을 분석하기 위한 휴대용 복합 탐지기다. 지난 몇 달간 밤낮없이 매달린 결과물이지. 완벽하게 작동한다면, 지표면 아래에 숨겨진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 거야.”
“신호? 돌덩어리에서 무슨 신호가 나와?”
“이해할 수 없겠지.” 카인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내가 옳았다는 것을 언젠가 모두가 알게 될 거야.”

그때였다. 작업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이지만 묘하게 불길한 울림이었다. 릴리가 카인을 쳐다보았다.
“누구지? 이런 이른 시간에 손님이 올 리 없는데.”
카인도 의아했다. 그들의 작업실은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잠시 망설이던 릴리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낡은 증기 기사의 외투를 걸치고 있었지만, 등은 굽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 있었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 불안해 보였다.
“카인… 에드몬드인가?” 노인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
카인이 문으로 다가섰다. “제가 카인입니다만… 실례지만 누구신지?”
노인은 주변을 한번 쓱 둘러보더니, 안으로 들어와도 되겠냐는 듯 고갯짓했다. 카인은 그에게서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제가 한때… 당신의 아버지를 알던 사람입니다.” 노인이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엘리어스라고 합니다. 꽤 오래전 이야기지요.”

카인의 아버지는 그가 어릴 적 탐험 중 실종되었다. 사람들은 그가 미쳐서 위험한 지하 터널로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들 했다. 카인만이 그의 아버지가 미치지 않았다고 믿었다. 그의 아버지는 고대 문명의 흔적을 쫓았고, 카인도 그 발자취를 따랐다.
“아버지와 아는 사이라니…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카인의 목소리에 경계심이 스쳤다.
엘리어스는 품속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낡고 오래되어 보였지만, 겉면에는 섬세한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상자를 카인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것을… 당신 아버지께서 찾던 것입니다.” 노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며칠 전, 아래턱 깊은 곳에서 발견했습니다. 오래된 배관을 수리하다가… 우연히요.”

카인은 상자를 받아들었다. 예상보다 무거웠다. 잠금장치조차 없었지만,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게 대체… 뭡니까?”
“모릅니다. 하지만… 심장이 뛰는 것 같았어요. 이걸 쥐는 순간, 땅속 깊은 곳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목소리는…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엘리어스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누군가… 이걸 찾고 있습니다. 나 같은 늙은이가 감당할 물건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맡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 아버지를 아는 사람으로서… 당신이라면 이걸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엘리어스는 더 이상 설명할 기운도 없는 듯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어딘가에 쫓기는 듯한 공포가 역력했다.
“누가… 누가 이걸 찾는다는 말입니까?” 카인이 물었지만,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갑자기, 밖에서 무언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이어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어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들입니다! 내가 그들을… 끌고 왔어!”
“누가 온다는 겁니까!” 릴리가 황급히 렌치를 쥐었다.
“묻지 마십시오! 도망치십시오!” 엘리어스는 카인에게 상자를 꽉 쥐여주더니, 돌연 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내가 시간을 벌 테니, 자네는 이걸 가지고… 사라지게!”

문이 거칠게 열리고, 검은색 가죽 장갑을 낀 거대한 그림자 세 개가 작업실 입구를 막아섰다. 그들은 얼굴을 가린 후드 차림이었고, 손에는 차가운 금속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들의 등장과 동시에, 작업실 안의 공기는 얼어붙는 듯했다.
엘리어스는 그들을 막아서려 했지만, 가장 앞장선 그림자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노인은 허무하게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머리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 상자를 내놔라, 카인 에드몬드.” 그림자 중 한 명이 쇳소리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인은 얼어붙은 채 상자를 꽉 쥐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제야 노인이 왜 그토록 두려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건… 대체 뭡니까?” 카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알 바 아니다. 순순히 넘기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절대 못 줘!” 릴리가 소리치며 그림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손에 쥔 렌치를 휘두르며 맹렬하게 공격했지만, 그림자들은 움직임조차 없이 손쉽게 릴리를 제압했다. 릴리는 비명을 지르며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카인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는 품속에 넣어두었던 휴대용 복합 탐지기를 꺼내 들었다. 아직 제대로 사용법도 익히지 못한 미완성품이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탐지기를 든 채 상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벽을 향해 내던졌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상자는 벽에 부딪혀 열렸다.

상자 안에는 작은 금속 구체가 들어 있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올 만한 크기였지만, 그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표면에는 미세한 선들과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아주 희미한 맥동을 하고 있었다. 구체는 빛을 내뿜지 않았지만, 카인의 눈에는 그 어떤 별보다도 강렬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을 본 그림자들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저건… 신호를 방출하고 있어.” 그림자 중 한 명이 말했다.
“녀석이 어떻게 이걸 얻었지? 엘리어스 노인이…!”

카인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작업실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비상용 증기 압력 조절기를 향해 달려갔다. 거대한 밸브를 있는 힘껏 돌리자, 낡은 배관이 ‘쉬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증기를 뿜어냈다. 작업실은 순식간에 하얀 안개로 뒤덮였고, 시야는 완전히 가려졌다.

“젠장! 녀석을 놓치지 마라!” 그림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늦었다.
카인은 연막 속에서 재빨리 금속 구체를 움켜쥐었다. 구체는 손안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며, 그의 손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알 수 없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듯했다. 그는 쓰러진 릴리에게로 달려갔다. 릴리는 의식을 잃은 채였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릴리, 미안하다… 내가 널 위험에 빠뜨렸어.”
카인은 황급히 작업실 뒷문으로 향했다. 그 문은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버려진 비상 통로였다. 그는 그 문을 열고 도시의 지하 통로로 이어지는 좁고 어두운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뒤에서 그림자들의 발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미 거리는 벌어진 후였다.

어둡고 축축한 지하 통로를 달리면서, 카인은 손안의 금속 구체를 꽉 쥐었다. 구체는 희미하게 맥동하며, 그의 심장 박동과 공명하는 듯했다. 그리고 휴대용 복합 탐지기에서 ‘삐빅- 삐비빅-’ 하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분명한 신호였다. 땅속 깊은 곳에서, 금속 구체와 같은 주파수의 신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의 아버지가 쫓던 진실, 강철심장 아래 잠들어 있는 잊혀진 문명의 비밀. 이제 카인은 그 비밀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림자들은 그를 쫓고 있었고,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두려움보다 더 강렬한 탐험의 열망이 불타올랐다. 그는 마침내 그가 찾아 헤매던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에 사로잡혔다. 이 작은 금속 구체가, 거대한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열쇠임을 예감하며, 카인은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