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제1장: 운명을 건 발차기, 그리고 예기치 못한 스킨십?

거대한 비무장의 중앙에 선 순간, 강도하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수십만 관중의 열기가 뿜어내는 함성과 환호성은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온몸을 덮쳐왔다. 오늘, 이 운명 비무제의 본선 32강전에서 자신이 마주할 상대는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다음 대결! 동쪽 비무대, 북천문의 강도하! 그리고… 빙화문의 설아린입니다!”

경기 해설을 맡은 우렁찬 목소리가 비무장에 울려 퍼지자, 관중석에서 또 한 번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중 절반은 ‘강도하’라는 이름에 대한 궁금증이었고, 나머지 절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은 ‘설아린’이라는 이름에 대한 열광이었다.

강도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무대 반대편을 응시했다. 은빛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고, 푸른 도복은 마치 얼음 결정처럼 차가운 기품을 뿜어냈다. 빙화문의 차기 문주이자, 천하 미인으로 손꼽히는 설아린. 그녀는 뭇 사내들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드는 냉미인이었다. 지금도 수많은 남성 관중들이 그녀의 이름만으로 혼절 직전이었다.

‘젠장, 하필 설아린이라니….’

강도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그녀의 시선은 비무대 위에 선 강도하에게 잠시 머물렀으나, 이내 아무런 감정 없는 무심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 시선은 마치 ‘넌 내 상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솔직히 부정할 수 없었다. 지난 예선전에서 겨우겨우 올라온 강도하와, 모든 상대를 압도적인 실력으로 제압하며 올라온 설아린은 그 격차가 너무나도 명확했다.

“저기, 설아린 사저!” 강도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손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다음 라운드 진출하면, 제가 밥 한 번 살게요!”

비무장 전체가 일순간 정지했다. 수십만 관중의 시선이 강도하에게 박혔다. 해설자는 입을 다물었고, 심판은 눈을 껌뻑였다. 그리고 설아린은… 설아린은 천천히 강도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번득였다.

“……지금… 감히 내게 승부를 조작하라는 말이냐?”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속에 담긴 분노는 활화산과 같았다.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제가 좀 약해서….” 강도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이거… 운명을 건 비무라고 하는데, 제가 여기서 바로 탈락하면… 세상 운명이고 뭐고… 제 운명이 먼저 망할 것 같아서요.”

‘강도하!’ 비무장 가장 앞줄에 앉아있던 북천문 문주, 강도하의 스승은 이마를 짚었다. ‘저 녀석이… 언제쯤 철이 들까!’

설아린은 그 말을 듣자 오히려 차분해졌다. 그녀의 입가에 옅은 비웃음이 걸렸다.

“걱정 마라, 강도하. 네 운명이 망할지 말지는… 내 알 바 아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심판의 징이 울렸다. 대결 시작을 알리는 맑고도 날카로운 소리였다.

강도하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비록 약자라고 놀림 받을지언정, 그의 스승은 분명 ‘강하고 부드러운 흐름’을 가르쳤다. 절대 물러서지 않고, 기회를 노리는 것이 그의 무술 철학이었다.

설아린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의 발걸음은 마치 얼음 위를 스치는 듯 미끄러웠지만, 그 속도와 기세는 폭풍과 같았다. 빙화문의 특기인 ‘설화무영보(雪花無影步)’였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옅은 한기가 감돌았다. 강도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움직임을 쫓았다.

‘엄청 빠르다… 이건 거의 순간 이동 수준이잖아?!’

설아린은 순식간에 강도하의 코앞까지 다가섰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손바닥을 내질렀다. ‘빙화장(氷花掌)!’ 차가운 기운이 응축된 장풍이 강도하의 명치를 향해 날아왔다.

강도하는 순간적으로 옆으로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의 볼을 스쳐 지나간 냉기만으로도 피부가 따끔거렸다.

“크윽… 너무 강력하잖아!”

그녀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강도하가 피할 때마다 그녀의 손끝에서는 얼음 가루가 흩날렸고, 발차기는 바람을 갈랐다.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운 움직임이었다. 강도하는 오직 방어와 회피에만 집중했다. 그의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저거 분명 대련이 아니라 날 죽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설아린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 그녀의 동작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했다. 강도하는 문득, 그녀의 공격에 어떤 패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매번 정면에서 시작해 좌측으로, 다시 우측으로 이동하며 공격을 퍼부었다.

‘좋아… 이번엔 내가 먼저 움직여본다!’

설아린이 다시 빙화장을 날리려는 순간, 강도하는 갑자기 전방으로 튀어나갔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었다.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에 살짝 당혹감이 스쳤다.

“뭐… 뭐냐?!” 해설자가 놀라 소리쳤다. “강도하 선수, 설아린 선수의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돌진합니다! 과연 그의 노림수는?!”

강도하가 노린 것은 바로 설아린의 품이었다. 그녀의 공격이 끝난 직후, 균형이 살짝 무너지는 그 찰나의 순간을 노린 것이다. 그는 있는 힘껏 팔을 뻗어 설아린의 어깨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설아린은 역시 달랐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강도하의 손길을 피했다. 하지만 강도하의 뻗은 팔은 이미 멈출 수 없었고, 예상치 못한 곳으로 향했다.

“어?!”

파바박!

강도하의 손이 설아린의… 가슴에 닿았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그녀의 단단하고 차가운 가슴을 움켜쥐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비무장 전체가 정지했다. 시간마저 멈춘 듯한 침묵이 흘렀다.

강도하의 눈은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그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묘한 탄력과 차가운 감촉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는 허둥지둥 손을 떼려 했지만, 그의 손은 마치 자석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설아린의 얼굴도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차가웠던 푸른 눈동자가 흔들렸고, 입술은 미세하게 떨렸다.

“이… 이… 이 변태 자식아!!!!”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차가운 얼음 공격이 아니라, 듣는 이의 고막을 찢을 듯한 분노의 비명이었다. 동시에 그녀의 온몸에서 강렬한 한기가 폭발했다. 비무장 바닥에 서리가 맺히고, 강도하의 머리카락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크아아악! 잠깐만요! 오해예요! 이거 진짜 오해입니다!!!”

강도하는 있는 힘껏 뒷걸음질 쳤지만, 이미 늦었다. 설아린의 얼어붙은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서 순식간에 날카로운 얼음 칼날이 형성되었다.

“죽어라!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백빙난무(百氷亂舞)!!!”

수십 개의 얼음 칼날이 강도하를 향해 빗발치듯 쏟아졌다. 강도하는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피했다. 얼음 칼날이 그의 도복을 찢고, 팔을 스치며 따끔한 통증을 안겼다.

‘맙소사! 이건 경기 이전에 살인 미수 아니야?!’

관중석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폭소가 터져 나왔다. 해설자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아아! 강도하 선수, 예기치 못한 스킨십으로 설아린 선수의 분노를 샀습니다! 저것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복수! 복수입니다!”

강도하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며 생각했다. ‘운명을 건 비무? 흥! 난 지금 내 목숨을 건 비무 중이라고!’

이대로 가다가는 비무에서 패배하는 것을 넘어, 정말로 저 얼음 미녀의 손에 얼어 죽을 것 같았다. 그의 등 뒤로 차가운 한기가 계속해서 쇄도했고, 설아린의 분노는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저, 진정하세요! 제가 죽으면 저희 문주님이 슬퍼하실 거예요!”

“죽어라! 죽어!!!”

설아린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했다. 강도하는 눈앞이 캄캄했다.
과연 강도하는 이 위기에서 벗어나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는 것은 둘째치고, 과연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을까?
운명을 건 비무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쩌다 보니 얼음 미녀의 심장을 움켜쥔 한 얼빵한 사내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