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심연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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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우주선 내부 – 함교**
**[컷 1]**
거대한 창밖으로 무한히 펼쳐진 심우주의 냉혹한 아름다움. 이름 없는 성운들의 희미한 빛이 아틀라스호의 함교를 은은하게 비춘다. 함교는 최첨단 장비들로 가득하지만, 깊은 우주의 침묵 속에서 기계음조차 나른하게 느껴진다.
<내레이션> (선장 이현우): 탐사 임무 127일째. 정해진 항로를 이탈한 적 없음. 특이 사항 없음. 여전히 우리만 남은 고독한 바다.
**[컷 2]**
선장석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는 이현우 선장 (40대 후반, 침착하고 노련해 보인다). 옆에는 부함장 박지영 (30대 후반, 날카로운 인상의 여성). 두 사람의 표정에서 지루함과 익숙함이 엿보인다.
<이현우> (나른한 목소리): 박 부함장, 아직도 특별한 것 없나? 슬슬 지루해지는군.
<박지영>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보시다시피. 잡동사니 소행성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번 섹터는 실망스럽네요.
**[컷 3]**
통신병 서윤아 (20대 중반, 비교적 신참)가 자신의 콘솔 앞에서 하품을 참는 모습. 그녀의 눈은 피곤해 보이지만, 모니터에 스쳐 지나가는 데이터에는 여전히 집중하려 애쓴다.
<서윤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언제쯤 ‘미지의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
<효과음> (기계음): 삐익-! (갑작스럽게 울리는 경고음)
**[컷 4]**
함교 전체가 순간적으로 긴장한다. 이현우 선장이 몸을 곧추세우고, 박지영 부함장이 빠르게 자신의 모니터를 확인한다. 서윤아는 놀라서 몸을 움찔한다.
<이현우>: 무슨 일이지?!
<박지영>: …미확인 물체 감지! 좌표 델타-77, 예상 경로 이탈.
**[컷 5]**
박지영의 모니터에 희미한 점이 나타나고, 곧 자세한 정보가 분석되어 올라온다. 점의 형체는 불분명하며, 일반적인 소행성이나 우주 파편과는 다른 에너지 반응을 보인다.
<박지영>: 에너지 스펙트럼이… 비정형적입니다. 생체 반응은 아닌데… 그렇다고 무기물도 아니고…
<이현우> (미간을 찌푸리며): 더 자세히 분석해봐. 김 박사에게도 연락하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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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우주선 내부 – 분석실**
**[컷 6]**
분석실은 각종 센서와 샘플 보관함으로 가득하다. 탐사대장 김민준 (30대 후반, 호기심 넘치는 과학자)이 열정적으로 모니터 앞에 서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그의 눈은 흥분으로 빛난다.
<김민준> (들뜬 목소리로): 대단합니다! 이런 스펙트럼은 처음 봅니다! 기존의 어떤 물질과도 일치하지 않아요!
<내레이션> (김민준): 우주를 수없이 탐사했지만, 진정으로 ‘새로운’ 것을 만나는 순간은 극히 드물다. 이 탐사선 아틀라스가 존재하는 이유.
**[컷 7]**
이현우 선장과 박지영 부함장이 분석실로 들어선다. 김민준은 그들에게 미확인 물체의 데이터를 보여준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물체는 불규칙한 형태를 띠며, 내부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인다.
<이현우>: 그래서, 저게 대체 뭐지?
<김민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지의 문명, 아니 어쩌면 더 오래된 존재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이걸 ‘원점’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 혹은 끝.
**[컷 8]**
홀로그램이 클로즈업된다. 물체는 매끄러운 검은색 재질로 되어 있지만, 표면에는 불규칙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 마치 어둠 속에 잠든 심해 생물의 피부 같기도 하다.
<박지영>: 위험성은요? 접촉해도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김민준>: 현재까지 유해한 에너지 방출은 없습니다. 오히려… 아주 미약한 ‘흡수’ 반응이 감지됩니다. 주변의 암흑 물질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컷 9]**
이현우 선장이 홀로그램을 유심히 본다. 그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함께 미묘한 불안감이 스친다.
<이현우>: 흡수? 무엇을 흡수한다는 건가?
<김민준>: 글쎄요… 어쩌면… 존재 자체를 흡수하는 건지도요.
**[컷 10]**
이현우 선장이 잠시 침묵하다가 결정을 내린다.
<이현우>: 탐사대를 꾸려 저 물체에 직접 접근한다. 김 박사는 외부 탐사팀과 동행해서 현장 연구를 지휘하고. 안전에 최우선을 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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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소행성 지대 – 외부 탐사**
**[컷 11]**
어둡고 험준한 소행성 지대. 아틀라스호의 셔틀 ‘헤르메스’가 조심스럽게 비행하고 있다. 주변의 소행성들은 얼음과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빛이 닿지 않아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내레이션> (이현우): 우주의 수많은 죽은 잔해들 속에서, 우리는 생명보다 더 생명 같은 무언가를 향해 나아갔다.
**[컷 12]**
셔틀 내부. 김민준 박사, 그리고 숙련된 탐사대원 두 명이 우주복을 입고 앉아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한다는 기대감이 서려 있다.
<김민준> (마이크에 대고): 선장님, 저희는 목표 지점 500미터 전방에 도달했습니다. 시각 확인했습니다.
**[컷 13]**
셔틀 전면 스크린에 미확인 물체 ‘원점’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소행성들 사이에 박혀 있는 거대한 흑요석 같은 형태로, 주변의 모든 빛을 삼키는 듯한 어둠을 발산한다. 그 크기는 소형 우주선만 하다.
<효과음> (무전음): 지지직… (잡음)
<이현우> (무전으로): 상태는 어떤가?
<김민준> (숨을 들이쉬며):…경이롭습니다. 어떤 기하학적 규칙도 따르지 않는 형태… 그리고 표면의 문양들은 마치… 움직이는 것 같아요.
**[컷 14]**
‘원점’의 표면 문양이 클로즈업된다. 그것들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미세하게, 마치 피부 아래 혈관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탐사대원 1> (무전으로, 떨리는 목소리): 소름 돋네요. 저건 대체… 살아있는 건가요?
<김민준> (흥분하며): 스캐너를 작동해! 근접 스캔을 시작한다!
**[컷 15]**
셔틀에서 작은 탐사 드론이 발사되어 ‘원점’에 접근한다. 드론에서 발사된 스캔 광선이 물체에 닿자, 물체의 표면에서 붉은색과 보라색의 희미한 섬광이 뿜어져 나온다.
<효과음> (기계음): 삐이익-! (드론에서 경고음)
<김민준>: 뭐지?! 드론이 간섭받고 있어!
**[컷 16]**
드론의 영상이 지직거리며 왜곡된다. 화면 속 ‘원점’의 문양들이 더욱 빠르게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섬광이 더욱 강렬해진다.
<탐사대원 2> (놀란 목소리): 드론의 제어 시스템이… 먹통이 됩니다!
<이현우> (무전으로): 탐사대, 즉시 철수! 드론은 포기해!
**[컷 17]**
드론의 영상이 완전히 끊기고, ‘원점’은 다시 어둠 속에 잠긴다. 하지만 그 주변에는 미약한 잔광이 남아 있다.
<김민준> (아쉬움과 당혹감에 휩싸여): 이런… 하지만 전자기 간섭이 이렇게 강하다니… 분명 심상치 않습니다.
<내레이션> (이현우): 우리는 그때 알지 못했다. 그저 단순한 전자기 간섭이 아니었음을. 그것은 저 너머로부터의 첫 번째 ‘인사’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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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우주선 내부 – 격리실**
**[컷 18]**
‘원점’이 아틀라스호의 격리실 중앙에 놓여 있다. 특수 자기장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어둠을 품은 그 존재감은 여전히 위압적이다. 김민준 박사, 이현우 선장, 박지영 부함장, 기관장 최상현 (50대 초반, 무뚝뚝한 베테랑)이 유리벽 너머로 그것을 지켜본다.
<최상현> (팔짱을 끼고): 빌어먹을. 저게 저렇게 큰데… 어떻게 실어 올린 건가? 엔진에 무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김민준> (광학 센서를 조정하며): 질량은 크지만… 중력 특성이 일반 물질과 다릅니다. 이 또한 미스터리죠.
**[컷 19]**
‘원점’의 표면에서 희미한 맥동이 감지된다. 격리실 내부의 공기가 미묘하게 떨리는 듯하다.
<박지영>: 선장님, 함선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전력 이상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약하지만, 지속적으로요.
<이현우>: 최 기관장,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겠나?
<최상현> (미간을 찌푸리며): 이놈의 함선이 갑자기 지랄을 하는 건 저 괴물 때문일 겁니다. 저것이 에너지를 빨아먹고 있거나… 아니면…
**[컷 20]**
최상현이 말을 흐린다. 그의 얼굴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최상현>: …아니면… 우리 함선이 저놈에게 맞춰서 ‘변하고’ 있거나…
**[컷 21]**
선장과 부함장의 시선이 ‘원점’에 고정된다. ‘원점’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어둠을 뿜어낸다. 그 안에서 아까 드론 스캔 때와 비슷한 붉은색과 보라색 섬광이 아주 미세하게 깜빡인다.
<김민준>: 제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유물입니다. 생체 반응은 없는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어쩌면…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생명체일지도…
<내레이션> (박지영): 나는 이 ‘발견’이 탐사대의 가장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것이 가장 끔찍한 실수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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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개인 숙소 – 밤**
**[컷 22]**
서윤아의 좁은 개인 숙소. 어둠 속에서 그녀는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고, 눈빛은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서윤아> (혼잣말): 환청이야… 피곤해서 그래…
**[컷 23]**
어둠 속에서 희미한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불규칙하고 알 수 없는 언어의 나열 같기도 하고, 바람 소리 같기도 하다. 서윤아는 귀를 막고 몸을 움츠린다.
<효과음> (속삭임): 쉬이이… 지이이… (기이하고 불분명한 속삭임)
<서윤아> (눈을 질끈 감으며): 제발… 사라져…
**[컷 24]**
숙소 벽면이 일렁이는 듯한 착시 현상. 마치 벽 너머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윤아는 떨리는 손으로 손전등을 켜서 벽을 비춘다. 벽은 멀쩡하다.
<서윤아>: 착각이야… 다 환각일 뿐이야…
**[컷 25]**
하지만 그녀의 등 뒤, 어두운 숙소 문틈 사이로 붉은색과 보라색의 섬광이 아주 미세하게 깜빡인다. ‘원점’에서 보았던 그 섬광과 똑같다.
<내레이션> (서윤아): 그것은 내 안에 있었다. 내 시야에, 내 청각에, 내 심장 소리에 섞여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컷 26]**
서윤아가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문틈에서 흘러나오는 섬광은 어느새 그녀의 시선이 닿지 않는 천장 구석에서 거대한 눈동자처럼 섬뜩하게 빛나고 있다. 그 눈동자는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보는 듯하다.
<효과음> (쿵-! 쿵-! 쿵-!): (심장이 격렬하게 울리는 소리)
<내레이션> (미지의 존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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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