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독립적인 단편 소설

회색빛 하늘 아래, 금속성 삐걱임과 증기 배출음이 섞인 만성적인 소음이 지배하는 제국의 심장이었다. 강철과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 ‘테르미눔’. 이곳의 모든 것은 거대한 제국의 이빨처럼 맞물려 돌아갔고, 그 톱니바퀴의 가장 하단에는 언제나 평민들의 땀과 한숨이 고여 있었다.

강하늘은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거대한 증기 기관의 복잡한 밸브들을 조이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증기가 땀으로 축축한 그의 얼굴을 때렸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손은 마치 기계와 한 몸인 양 정확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앞에는 높다란 굴뚝들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하늘을 영원히 흐릿하게 만들었고, 그 연기는 햇빛마저 삼켜버렸다.

“젠장, 또 압력이 불안정해. 제국놈들이 또 에테르 가스 배급량을 줄였군.”

동료 작업자, 덩치 큰 노인이 툴툴거렸다. 그의 얼굴은 세월의 주름과 함께 석탄 먼지로 검게 그을려 있었다. 강하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은 에테르 가스, 즉 증기 기관의 핵심 연료를 독점하고 있었고, 그 배급량은 언제나 제국 병사들의 보급과 귀족들의 사치를 위해 우선적으로 할당되었다. 평민들의 삶은 얇은 증기처럼 위태로웠다.

그때,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낡은 공장 문이 열렸다. 굉음을 내며 등장한 것은 제국의 ‘강철 파수꾼’이었다. 팔과 다리, 몸통이 모두 황동과 강철로 된 거대한 자동인형 병사들은 삐걱거리는 걸음으로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따라 제국 관리로 보이는 남자가 날카로운 눈으로 공장 내부를 훑었다.

“이봐, 노동자들! 잘 들어라! 새로운 칙령이다! 제국의 재정 안정을 위해, 모든 개인 소유의 에테르 가스 변환기는 즉시 몰수된다! 또한, 각 구역의 증기 배급량은 20% 삭감된다! 위반 시, 반역죄로 다스릴 것이다!”

남자의 목소리가 차가운 금속처럼 울렸다. 공장 안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일렁이는 분노가 고요하게 퍼져나갔다. 강하늘의 주먹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에테르 가스 변환기는 평민들의 난방과 최소한의 동력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것마저 빼앗아간다는 것은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죽으라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그날 밤, 강하늘은 도시의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은신처로 향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기름 냄새가 섞인 공기가 그를 감쌌다. 그의 발걸음은 익숙한 듯 막힘이 없었다. 낡은 철문을 열자, 작지만 활기찬 작업장이 나타났다. 복잡한 기계 부품들과 설계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한쪽에서는 젊은 여성 유진이 복잡한 지도를 펼쳐놓고 있었다. 그녀는 차분했지만, 눈빛에는 강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하늘이 왔구나. 소식은 들었겠지?” 유진이 고개를 들어 강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하늘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변환기 몰수와 증기 배급량 삭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그래, 더 이상은 안 돼.” 유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우리는 계획을 앞당겨야 해. 놈들은 우리의 모든 것을 쥐고 흔들고 있어. 테르미눔 중앙 에테르 가스 저장 및 분배 허브. 제국 에너지의 심장부다. 거기를 쳐야 해.”

강하늘의 눈이 번뜩였다. 중앙 허브는 제국 방어의 요새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강철 파수꾼과 제국 병사들로 삼엄하게 경비되는 곳. 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기도 했다.

“방법이 있습니까?” 강하늘이 물었다.

유진은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중앙 허브의 모든 에테르 가스 압력은 단 하나의 거대한 주 밸브로 통제돼. 이 밸브가 망가지면, 테르미눔 전체의 에너지 공급이 마비될 거야. 적어도 며칠 동안은.”

“하지만 그 밸브는 단순한 기계가 아닙니다. 복잡한 자동 제어 시스템과 비상 차단 장치가 연결되어 있어요. 억지로 파괴하면 전체 시설이 폭발할 겁니다. 우리도 위험해요.” 강하늘이 지적했다.

“그래서 자네가 필요한 거야, 하늘아.” 유진이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강제 파괴가 아니라, 내부 교란. 제어 시스템을 속여서 밸브를 과도하게 열거나 닫도록 유도하는 장치. 압력을 급격하게 변화시켜 제국의 심장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거야. 자네의 ‘접압기’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강하늘은 자신의 가슴팍을 만졌다. 그가 밤마다 몰래 만들고 있던 손바닥만 한 기계. 다양한 톱니바퀴와 미세한 회로, 그리고 압력 측정기와 연결된 소형 에테르 증폭기가 결합된 장치였다. 그는 이 장치를 이용해 복잡한 기계 시스템의 압력을 미묘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간이 얼마나 필요합니까?” 강하늘이 물었다.

“정비 명목으로 제국의 보급선이 허브에 들어가는 날이 3일 뒤야. 그때 침투한다. 그전까지 접압기를 완성하고, 잠입 경로를 익혀야 해.”

“알겠습니다.” 강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결의가 서려 있었다. “제국의 심장을 멈추게 하겠습니다.”

***

사흘 뒤, 테르미눔의 새벽은 여전히 연기에 휩싸여 있었다. 제국의 보급선은 거대한 증기 엔진의 굉음을 내며 중앙 허브의 좁은 진입로로 들어섰다. 낡은 화물칸 속에는 강하늘과 유진을 포함한 10여 명의 저항군이 숨죽인 채 잠입해 있었다. 그들의 장비는 낡았지만, 정교하게 개조된 증기총과 강하늘이 만든 접이식 갈고리, 그리고 유진이 고안한 소형 연막탄 등이 전부였다.

“침투 개시.” 유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렸다.

화물칸 문이 열리자, 그들은 지하의 거대한 파이프 라인이 얽히고설킨 통로에 발을 디뎠다. 습하고 어두운 통로에는 뜨거운 증기가 쉬지 않고 뿜어져 나왔다. 강철 파수꾼들의 순찰 경로를 피하며, 그들은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저항군 중 한 명이 무심코 밟은 낡은 강철판이 삐걱이는 소리를 냈고, 멀리서 철컥거리는 파수꾼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들켰다! 교전!”

유진의 외침과 함께, 저항군이 은신처에서 튀어나와 증기총을 발사했다. 증기압으로 발사되는 탄환이 강철 파수꾼의 외장을 때렸지만, 두꺼운 장갑에는 거의 흠집도 나지 않았다. 강하늘은 재빨리 좁은 파이프 라인을 타고 올라가 몸을 숨겼다. 그의 손에는 접압기가 쥐어져 있었다.

그는 파수꾼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기회를 엿보았다. 파수꾼들이 시야에서 벗어난 틈을 타, 강하늘은 갈고리를 던져 천장의 낡은 밸브에 고정시켰다. 쉭,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몸을 띄워 파이프 위로 올라섰다. 아래에서는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늘아! 중앙 밸브실까지 버틸게! 서둘러!” 유진의 외침이 폭음 속에서 들려왔다.

강하늘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진했다. 좁고 복잡한 파이프 라인을 거미처럼 기어 올라가며, 그는 마침내 거대한 중앙 밸브실 입구에 도착했다. 육중한 강철문 앞에는 두 명의 제국 병사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자동화된 감시 장치보다 훨씬 위험했다.

강하늘은 주머니에서 작은 연막탄을 꺼내 던졌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순식간에 시야를 가렸다. 병사들이 기침하며 총을 난사하는 사이, 강하늘은 그림자처럼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밸브실 내부는 그 자체로 거대한 기계의 심장이었다. 거대한 황동 밸브가 천장까지 닿아 있었고, 셀 수 없이 많은 파이프와 게이지, 그리고 복잡한 제어반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끊임없이 맞물려 돌아가며 굉음을 내고 있었다. 강하늘은 이 모든 것을 한눈에 스캔했다.

그는 곧바로 주 밸브의 핵심 제어반으로 향했다. 그때,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미롭군. 쥐새끼 한 마리가 제국의 심장을 건드리려 하는가?”

강하늘은 돌아보았다. 제복을 완벽하게 차려입은 집정관 칼데론이 냉철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뒤에는 세 명의 ‘강철 파수꾼’보다 훨씬 크고 강력해 보이는, 검은 강철로 만들어진 ‘정예 파수꾼’들이 위압적인 자세로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눈은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칼데론…” 강하늘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제국을 통치하는 잔혹한 집정관이었다.

“네놈들의 어설픈 저항은 매번 제국을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 미천한 평민들이 감히 질서에 도전하는가? 모든 시도는 결국 허무한 파열음이 될 뿐.” 칼데론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뼈를 에는 듯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

강하늘은 접압기를 꽉 쥐었다. “우리는 파열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증기 나팔 소리가 될 겁니다!”

“어리석은 놈!” 칼데론이 손을 휘두르자, 정예 파수꾼들이 굉음을 내며 강하늘에게 달려들었다.

강하늘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파수꾼의 거대한 팔이 그가 서 있던 자리를 부쉈다. 그는 재빨리 제어반으로 달려가 접압기를 연결하려 했다. 하지만 정예 파수꾼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놈들의 묵직한 공격이 계속해서 그를 위협했다.

그때, 밸브실 입구에서 총소리와 함께 유진과 몇 명의 저항군이 나타났다.

“하늘아! 우리가 막을게! 서둘러!” 유진이 소리쳤다. 그녀는 증기총을 난사하며 정예 파수꾼의 주의를 끌었다.

저항군과 정예 파수꾼 사이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밸브실 안은 총성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비명으로 가득 찼다. 강하늘은 이 아수라장 속에서 오직 주 밸브와 접압기에만 집중했다.

“젠장, 전압이 부족해! 시스템이 거부하고 있어!”

접압기를 제어반에 연결했지만, 주 밸브의 복잡한 보안 시스템은 그의 장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대한 밸브는 요지부동이었다. 칼데론은 팔짱을 낀 채 이 모든 광경을 비웃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보이지? 네놈들의 노력은 무의미하다. 제국의 기술은 너희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강하늘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제어반의 낡은 보조 전력 단자를 발견했다. 이곳에 에테르 가스 증폭기를 직렬로 연결하면 순간적인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험한 도박이었다. 잘못하면 밸브실 전체가 폭발할 수도 있었다.

“미안해, 유진…” 강하늘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는 주저 없이 접압기에 연결된 보조 에테르 가스 증폭기를 보조 전력 단자에 꽂았다. 쉬이이익-! 하는 격렬한 증기음과 함께, 접압기의 게이지가 미친 듯이 치솟았다. 붉은색 경고등이 요란하게 깜빡였다.

“무슨 짓이냐, 멈춰라!” 칼데론의 표정에서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강하늘은 모든 힘을 다해 접압기의 주 레버를 끝까지 당겼다. 지이잉-! 하는 거대한 금속음과 함께, 주 밸브의 톱니바퀴들이 격렬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밸브가 요동치며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에테르 가스 파이프 전체에서 격렬한 압력 변화가 일어났다.

쾅! 쾅! 쾅!

밸브실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천장에서 파이프 조각과 잔해가 떨어져 내렸다. 강하늘은 파편을 피하며 몸을 웅크렸다. 정예 파수꾼들도 불안정한 진동에 휘청거렸다.

“성공했어…!” 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하늘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유진을 향해 손짓했다. “이만하면 충분해! 후퇴!”

그들은 혼란에 빠진 칼데론과 파수꾼들을 뒤로하고 밸브실을 빠져나왔다. 지하 통로는 이미 연기와 증기로 가득 차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저항군은 남은 힘을 다해 도주했다. 뒤에서는 칼데론의 분노에 찬 고함소리가 쫓아왔다.

***

도시의 가장 낮은 곳, 낡은 주거지의 옥상. 저항군은 지친 몸을 이끌고 올라와 서로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검댕과 피가 엉망으로 뒤섞여 있었지만,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강하늘은 옥상 난간에 기대어 테르미눔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연기로 희뿌옇기는 했지만, 도시의 풍경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봐, 하늘아…” 유진이 그의 옆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도시 전체를 비추던 거대한 에테르 등대와 강철 파수꾼들의 붉은 눈이 일제히 깜빡였다. 거대한 공장들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던 연기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었고, 멈춰선 증기 차량들의 경적이 멀리서 들려왔다. 제국의 심장이 잠시 멈췄다는 증거였다.

강하늘은 주먹을 쥐었다. 그들의 작은 저항이 거대한 제국에 균열을 낸 순간이었다. 완전한 승리는 아니었다. 제국은 다시 심장을 뛰게 할 것이고, 더욱 잔인하게 이들을 짓밟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테르미눔의 평민들은 이 밤을 기억할 것이다. 자신들도 거대한 제국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을.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강하늘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 속에서도 강한 희망과 결의가 담겨 있었다. “이제, 제국은 더 이상 우리를 어둠 속에 가둘 수 없을 겁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늘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깜빡이는 도시의 불빛을 향하고 있었다. 저항의 불꽃은 이제 막 피어올랐고, 그 불꽃은 이 거대한 강철 도시에 스며들어 언젠가 거대한 화염이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