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에피소드 1: 썩어가는 잿빛 새벽

**[프롤로그]**

**[내레이션]**
세상은 죽음으로 뒤덮였다.
아니, 정확히는 두 가지 죽음으로.
하나는 살과 뼈를 탐하는 괴물들의 굶주린 입에서 나왔고,
다른 하나는, 살아남은 자들의 등골을 부러뜨리는 대제국의 탐욕스러운 손에서 나왔다.
우리는 괴물에게서 도망쳤고, 제국에게서도 도망쳐야 했다.
어쩌면 제국이야말로 가장 거대한 괴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SCENE 1: 강철의 장막, 제17구역 – 새벽**

**[PANEL 1]**
거친 잿빛 하늘 아래, 낡고 녹슨 철판과 폐기물로 얼기설기 엮인 거대한 장벽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장벽 안쪽으로는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판자촌 건물들이 거대한 무덤처럼 웅크리고 있다. 곳곳에 불씨가 꺼져가는 모닥불 연기가 피어오르고, 싸늘한 새벽 공기가 감돈다. 멀리서 괴물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내레이션)**
대제국이 ‘안전 구역’이라 명명한 이 거대한 수용소는 사실 거대한 감옥이었다.
외부의 괴물들과, 내부의 불평분자들을 한꺼번에 가두는.

**[PANEL 2]**
혁이 낡은 공구로 깨진 수도관을 수리하고 있다. 손에는 기름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고, 얼굴은 며칠 밤낮을 새운 듯 피곤에 절어 있지만, 눈빛만은 날카롭게 살아있다. 그의 옆에는 허리까지 오는 폐철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혁]**
젠장, 또 터졌군. 이대로 가다간 물 한 방울도 못 마시게 생겼어.

**[PANEL 3]**
어둠 속에서 유진이 다가온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매와 굳게 다문 입술을 지녔다. 손에는 낡은 천으로 싼 보따리를 들고 있다.

**[유진]**
혁 씨, 밤새도록 그러고 있었어요? 이마에 열이 나요.

**[혁]**
별것 아니야. 물이라도 틀어야 굶주린 이들이 버틸 수 있지. 다른 구역은 어떤가?

**[유진]**
다를 게 없어요. 식량 배급은 절반으로 줄었고, 약품은 씨가 말랐어요. 아이들이 기침을 멈추지 않는데…

**[혁]**
황제군은? 어제 정찰 나간다고 들쑤셨다던데.

**[유진]**
네. 식량 창고를 뒤지고, 우리 구역의 얼마 안 되는 의료품까지 싹 가져갔어요. ‘안전 구역 유지를 위한 필수품’이라고. 필수품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데.

**[혁]**
(공구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필요 없어 보이는 자들을 정리하는 데는 필수품이겠지.

**[PANEL 4]**
혁과 유진의 뒷모습. 멀리서 황제군 위병들이 횃불을 들고 순찰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갑옷은 이 잿빛 세상과 어울리지 않게 번쩍거린다.

**(SFX: 으르렁- 멀리서 들려오는 괴물의 소리)**
**(SFX: 발소리- 황제군 병사들의 규칙적인 발소리)**

**[혁]**
(낮게 읊조리듯)
괴물들보다 더한 놈들.

**SCENE 2: 식량 배급소 앞 – 한낮**

**[PANEL 5]**
배급소 앞에 줄을 선 수백 명의 사람들. 깡마른 얼굴, 퀭한 눈빛. 그들의 앞에는 황제군 병사 두 명이 무심한 표정으로 묽은 죽을 한 국자씩 퍼주고 있다. 양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SFX: 웅성웅성- 불만 섞인 낮은 웅성거림)**

**[할머니]**
(병사에게 애원하듯)
저기… 병사님. 제 손주가 며칠째 앓아누웠는데, 이것 가지고는… 제발 조금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PANEL 6]**
황제군 병사(키 큰 병사)가 멸시하는 표정으로 할머니를 내려다본다. 다른 병사(덩치 큰 병사)는 옆에서 흥미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키 큰 병사]**
닥쳐라 노인네. 이만큼 주는 것도 감지덕지해야지. 불만 있으면 괴물들 밥이 되든가.

**[할머니]**
(눈물을 글썽이며)
하지만… 하지만 너무 부족해요. 저희는 굶어 죽으라는 겁니까?

**[PANEL 7]**
키 큰 병사가 쥐고 있던 곤봉을 치켜든다. 할머니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다.

**[키 큰 병사]**
(매섭게)
개소리 집어치우지 못할까! 황제 폐하의 자비로운 배려를 모욕하는 불순분자는 가차 없이 처리한다!

**[PANEL 8]**
웅이 분노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려 한다. 그의 거대한 체격이 위압감을 풍긴다.

**[웅]**
이 개자식들이! 노인네를 건드려?!

**[PANEL 9]**
혁이 웅의 팔을 강하게 붙잡아 제지한다. 혁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웅은 혁을 돌아보며 이를 악문다.

**[혁]**
(낮게, 웅에게만 들리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참아.

**[웅]**
(신음하듯)
저들을 그냥 둬?!

**[혁]**
(할머니를 향해 곁눈질하며)
여기서 난동을 부리면, 저 할머니는 더 큰 고초를 겪을 거야.

**[PANEL 10]**
키 큰 병사가 할머니를 발로 찬다. 할머니가 억센 기침을 하며 바닥에 쓰러진다. 웅은 분노에 온몸을 떨지만, 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두려움에 떨며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덩치 큰 병사]**
(무전기를 들고)
본부, 제17구역 식량 배급 완료. 특이사항, 불순분자 한 명 진압. 추가로, 순찰 중 발견한 의료품과 공구류, 본부로 이송 대기 중.

**[PANEL 11]**
배급소 뒤편으로 황제군 보급 차량이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차량 위에는 천으로 덮인 상자들이 수북이 실려 있다. 그중 일부는 ‘의료품’이라고 적힌 상자임을 알 수 있다.

**[유진]**
(혁에게 다가와 속삭이듯)
저게 그 물건들이에요. 저대로 ‘안전 구역’ 내부로 가져가겠군요.

**[혁]**
(차가운 시선으로 보급 차량을 응시하며)
그래. 그리고 우린 또 한 번 죽음의 문턱에 서겠지.

**SCENE 3: 혁의 은신처 (폐건물 내부) – 저녁**

**[PANEL 12]**
혁, 유진, 웅, 그리고 몇 명의 구역 대표들이 혁의 폐건물 은신처에 모여 있다. 낡은 탁자 위에는 조악한 등유 램프가 놓여 있고, 그 불빛 아래로 모두의 얼굴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침묵 속에 무거운 공기가 흐른다.

**[유진]**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식량도, 약도,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그저 죽어가라고 강요하고 있어요. 이러다간 괴물에게 죽기 전에 제국에게 살해당할 거예요.

**[웅]**
(주먹으로 탁자를 치며)
그냥 힘으로 밀어붙여야 합니다! 이대로는 안 돼!

**[혁]**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힘으로만 밀어붙여서는 안 돼. 저들의 병력은 우리보다 수십 배는 많고, 무기도 비교가 안 돼. 무모한 죽음만 늘릴 뿐이야.

**[구역 대표 1]**
그럼 대체 뭘 어쩌자는 겁니까? 이대로 손 놓고 당해야만 한다는 말입니까?

**[할머니]**
(희미한 불빛 아래, 주름진 얼굴에 비장한 결의가 떠오른다)
아니, 그럴 수는 없다. 고통 속에서, 희망도 없이 죽어가느니, 차라리 인간답게 싸우다 죽는 게 낫지 않겠니. 최소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희망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PANEL 13]**
모두가 할머니를 돌아본다. 그녀의 말은 모두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불씨를 지핀다.

**[혁]**
(할머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든다. 그의 눈빛이 흔들림 없이 빛난다.)
맞아요.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싸워야겠죠.

**[유진]**
(굳은 표정으로)
어떻게요?

**[혁]**
(탁자에 놓인 낡은 지도 조각을 펼친다)
저들은 우리가 길들여진 가축인 줄 알아. 자신들의 우월한 힘에 안주하고 있지. 그 방심을 파고들어야 해.
첫 목표는 오늘 빼앗긴 물자다. 그것들은 17구역과 18구역의 경계, 폐쇄된 제2초소 창고에 보관될 거야. 내일 아침, ‘안전 구역’ 내부로 정식 이송되기 전까지.

**[웅]**
습격하자는 말입니까?

**[혁]**
그래. 우리는 무모한 반란을 일으키는 게 아니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되찾을 뿐이지. 정당한 권리다.

**[PANEL 14]**
혁의 강렬한 눈빛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얼굴에 비장한 각오가 서려 있다.

**[혁]**
이제 더 이상, 우리는 그들의 가축이 아니다.

**SCENE 4: 황제군 보급 차량 습격 준비 – 깊은 밤**

**[PANEL 15]**
어둠이 짙게 깔린 강철의 장막 외곽. 폐기물 더미 사이를 혁과 웅, 그리고 네 명의 동료가 은밀하게 움직인다. 그들의 손에는 녹슨 철근, 낡은 도끼, 그리고 혁이 개조한 사제 총기가 들려 있다. 조심스러운 발걸음.

**(SFX: 사각사각- 모래 밟는 소리)**

**[웅]**
(낮게 속삭이듯)
괴물들이 이 근처에 몰려들 때도 됐는데, 조용합니다.

**[혁]**
(수풀 속을 응시하며)
제국이 ‘안전 구역’ 바깥쪽 괴물들을 제거하는 데 신경 썼겠지. 덕분에 우리는 잠시 한숨 돌릴 수 있어.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PANEL 16]**
혁이 낡은 전선과 폐타이어를 이용해 길목에 조악한 함정을 설치한다. 웅은 주변을 경계하며 망을 본다.

**[혁]**
유진은 준비됐나?

**[유진]**
(혁의 귀에 꽂힌 낡은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완료했어요. 제2초소는 현재 위병 두 명. 보급 차량은 약 10분 후 도착 예정. 주변에 다른 황제군 순찰대는 없어요. 하지만…

**[혁]**
하지만?

**[유진]**
이상하게 고요해요. 평소보다 더. 꼭… 우리를 기다리는 것 같아요.

**[PANEL 17]**
혁의 얼굴에 미묘한 긴장감이 스쳐 지나간다. 그는 무전기를 끄고 주변을 다시 한번 살핀다.

**[혁]**
(낮게 읊조리듯)
함정일 수도 있겠군.

**[웅]**
그럼 어떻게 하죠?

**[혁]**
(굳은 결의의 눈빛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계획대로 진행한다. 다만… 각자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여.

**SCENE 5: 황제군 보급 차량 습격 – 한밤중**

**[PANEL 18]**
어둠 속, 황제군 보급 차량 한 대가 덜컹거리며 제2초소로 향하는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차량 뒤에는 컨테이너가 연결되어 있다. 병사 두 명이 차량 앞에서 곤봉을 들고 졸린 눈으로 주변을 살핀다.

**(SFX: 덜컹덜컹- 차량의 흔들리는 소리)**

**[운전병]**
(하품하며)
아, 지겨워 죽겠네. 이 밤중에 뭔 배달이야. 그냥 내일 아침에 해도 될 것을.

**[옆자리 병사]**
황제군 간부들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거지 뭐. 쓸모없는 것들한테 뭘 그렇게 자비랍시고.

**[PANEL 19]**
갑자기 차량의 앞바퀴가 펑 소리를 내며 혁이 설치한 함정에 빠진다. 차량이 크게 흔들리며 멈춰 선다. 운전병과 옆자리 병사가 놀라 비명을 지른다.

**(SFX: 펑! – 타이어 터지는 소리)**
**(SFX: 끼이익- 급정거 소리)**
**(SFX: 으악! – 병사들의 비명)**

**[PANEL 20]**
웅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운전석 문을 박살 내고 운전병을 끌어낸다. 동시에 다른 동료들이 컨테이너 문을 부수기 시작한다. 혁은 재빠르게 옆자리 병사의 목을 팔로 조른다.

**[웅]**
(으르렁거리며)
감히 할머니를 발로 차?! 이 개자식!

**[운전병]**
(목을 졸린 채 허우적거린다)
크헉… 크헉…

**[PANEL 21]**
혁이 병사의 목을 조르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주변을 살핀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초소 내부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혁]**
(낮게 읊조리듯)
너무 쉬운데…?

**(SFX: 빠직- 혁이 병사의 목을 부러뜨리는 소리)**

**[PANEL 22]**
그때, 저 멀리서 섬광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괴물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급격히 가까워진다.

**(SFX: 콰광! – 섬광탄 터지는 소리)**
**(SFX: 끼아아아악! – 괴물들의 울음소리, 수십 마리 이상)**

**[유진]**
(무전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
혁 씨! 함정이에요! 서쪽에서 괴물들이 몰려와요! 황제군이 괴물들을 유인했어요!

**[PANEL 23]**
혁이 주변을 돌아본다. 서쪽 폐허에서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괴물들의 눈은 붉게 빛나고, 그들의 굶주린 이빨이 섬뜩하다. 제2초소의 위병들이 그들을 유인한 후, 초소 내부로 도망치는 모습도 언뜻 보인다.

**[혁]**
(이를 악물며)
젠장! 예상보다 빠르잖아! 웅! 빨리 물자 챙겨! 시간 없어!

**[웅]**
알겠습니다!

**[PANEL 24]**
웅과 동료들이 컨테이너에서 상자들을 끌어내기 시작한다. ‘의료품’ 상자가 눈에 띈다. 혁은 사제 총을 들고 괴물들을 향해 조준한다.

**(SFX: 탕! 탕! – 사제 총기 발사 소리)**

**[혁]**
(비장하게)
이곳에 발이 묶이면 끝이다! 물자 챙기는 대로 후퇴!

**SCENE 6: 난민촌 외곽, 은신처 복귀 – 새벽녘**

**[PANEL 25]**
괴물들의 쫓김을 가까스로 따돌린 혁과 동료들이 간신히 은신처로 돌아온다. 그들의 얼굴은 흙투성이에 땀범벅이지만, 품에 안은 물자 상자를 보면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린다. 새벽이 밝아오면서 하늘은 아직 잿빛이지만, 동쪽 지평선에는 붉은빛이 번져오고 있다.

**[유진]**
(안도의 한숨을 쉬며)
무사히 돌아왔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할머니]**
(혁이 가져온 의료품 상자를 보며 눈물을 글썽인다)
이게… 이게 얼마만이니. 이제 아이들이 살 수 있겠구나.

**[PANEL 26]**
혁이 침착하게 물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동료들에게 분배를 지시한다. 사람들의 얼굴에 희미하지만 확실한 희망의 빛이 돈다.

**[혁]**
(숨을 고르며)
모두 수고했다. 이제 이것들을 필요한 곳에 나눠줘.

**[유진]**
(혁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정말 대단했어요. 당신 덕분에, 우리 정말 해냈어요.

**[혁]**
(혁은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응시한다)
겨우 시작일 뿐이야. 저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PANEL 27]**
혁이 쓰러뜨린 황제군 병사에게서 빼앗은 낡은 군용 단검을 만진다. 단검의 차가운 감촉이 손끝에 전해진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어둡지만, 그 안에 새로운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혁]**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어. 그들의 손에 죽느니, 우리의 손으로 살길을 찾아야지.

**[PANEL 28 – 마지막 패널]**
어둠 속, 강철의 장막 가장 높은 감시탑 위. 한 인물이 난민촌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의 복장은 황제군 고위 간부의 것이다. 그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지는 듯하다.

**[황제군 ‘대장’]**
(섬뜩하게 낮은 목소리)
건방진 쥐새끼들. 겨우 발톱 하나 드러냈다고 착각하는군.
재미있어졌어.

**(내레이션)**
잿빛 새벽은 붉은 피를 머금고 떠오르고 있었다.
우리의 첫 발걸음은, 거대한 폭풍의 전조가 될 것이었다.


**[다음 화 예고]**
혁의 계획은 황제군 ‘대장’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인가?
점점 더 조여오는 제국의 압박 속에서, 혁과 동료들은 다음 도전을 준비한다.
‘강철의 심장’을 향한 그들의 여정은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