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귀자의 칼날] – 에피소드 1: 깨어난 지옥
—
**[장면 1]**
**#1. 흐릿한 시야, 흔들리는 병원 천장**
* 카메라는 천장을 향해 천천히 포커스 아웃된다. 빛이 강렬하게 시야를 채운다.
* 삑—, 삑—, 삑—… 규칙적인 기계음이 고요한 공간을 가른다.
* 지우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힘겹게 열린다.
**지우 (내레이션):**
…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 내 심장 박동인가? 아니… 내 것이 아니야. 차갑고, 날카로운… 마치 부러진 유리 조각처럼 온몸을 꿰뚫는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이미 끝난 일 아니었나? 나는… 나는 분명히 죽었어.
**#2. 지우의 얼굴 (클로즈업)**
* 땀으로 젖은 얼굴, 창백하게 질린 입술.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린다.
*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 하얀 침대 시트, 깨끗한 환자복, 그리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병실의 풍경.
**지우 (내레이션):**
그 빌어먹을 배신자의 손에…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가면 속에서 빛나던 그 끔찍한 미소를 생생히 기억해. 내 모든 것을 앗아간 그 악마의 미소를…
**#3. 과거 회상 (삽입컷, 빠르게 전환)**
**[장면 1-1] (회상)**
* **어두운 골목길.** 비가 쏟아지고, 물웅덩이에 네온사인 불빛이 섬뜩하게 번진다.
* 지우가 무릎을 꿇고 쓰러져 있다. 몸은 피투성이. 그녀의 흐린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민준의 반짝이는 구두.
**민준 (회상, 냉정하고 차가운 목소리):**
미안하게 됐어, 지우야. 하지만 너도 알잖아. 이 세상은 원래… 힘 있는 자의 편이라는 걸. 네가 너무 순진했지.
**#4. 민준의 얼굴 (회상, 클로즈업)**
*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 감정 없는 눈빛. 그의 입술은 비릿하게 웃고 있다.
* 손에 들린 서류 뭉치. ‘솔라리스 테크놀로지’ 로고가 선명하다. 그 아래, 지우의 서명이 희미하게 보인다. 위조된 서명, 혹은 강요된 서명.
**지우 (회상, 쉰 목소리):**
민… 민준아… 우린… 우린 함께 꿈꿨잖아…! 이 회사는… 우리의… 우리의 것이었잖아…!
**민준 (회상, 킬킬 웃으며):**
꿈? 응, 네 꿈이었겠지. 나한테는… 그냥 발판이었어. 네 천재적인 아이디어와… 너의 순진함이 아주 좋은 발판이 되어줬지. 고마워. 덕분에 난 이제… 원하는 모든 걸 가질 수 있게 됐어. 너 같은 건 필요 없어.
**#5. 민준이 지우를 발로 차는 모습 (회상)**
* 지우는 웅크린 채 고통에 신음한다. 흐려지는 시야.
* 민준은 그녀를 깔아뭉개듯 내려다보며 뒤돌아선다.
**민준 (회상):**
잘 가라, 지우야. 이 세상에서 네 흔적은… 완벽하게 지워질 거야. 아무도 널 기억하지 못하게 될 거야.
**#6. 지우의 시야가 암전되고, 빗소리, 천둥 소리가 멀어진다.**
**지우 (내레이션, 떨리는 목소리):**
그가 등 돌리던 순간, 내 머리 위로 떨어진 마지막 조롱.
그리고… 지옥 같은 어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대체…
—
**[장면 2]**
**#7. 다시 병실.**
* 지우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 손등은 깨끗하다. 작은 흉터 하나 없다. 팔을 걷어보니, 어깨에 있었던 어린 시절의 흉터마저 사라졌다.
* 경악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시트가 바스락거린다.
**지우 (내레이션):**
이건… 내 몸이 아니야. 아니, 내 몸은 맞는데… 너무나 깨끗해. 상처 하나 없어. 그 지옥 같던 밤의 흔적이… 모두 사라졌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8. 병실 창밖 풍경.**
* 높은 건물들, 맑은 하늘. 지나가는 차들의 경적 소리.
* 갑자기, 창밖 대형 전광판에 비치는 뉴스 속보. 시선을 잡아끈다.
**전광판 (뉴스 캐스터 음성):**
“…오늘로 창립 1주년을 맞은 ‘솔라리스 테크놀로지’는, 지능형 운영체제 ‘아크로스’의 성공적인 베타 테스트를 마치며, 다가오는 신기술 시대를 선도할 혁신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민준 씨는 이번 인터뷰에서…”
**#9. 지우의 얼굴 (클로즈업)**
* 뉴스 속보를 본 지우의 눈이 크게 뜨인다. 동공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초점을 잃는 듯하다.
* ‘솔라리스 테크놀로지’? ‘아크로스’? ‘민준’…?
* 그 모든 단어가 낯설지 않다. 아니, 너무나 익숙하다.
* 그것은… 그녀의 꿈이었고, 그녀의 열정이었고, 그녀의 전부였다. 그녀의 기술로 만들어진, 그녀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어야 할…
**지우 (내레이션, 핏기 없는 목소리):**
아크로스… 내가 밤낮없이 매달렸던 그 시스템… 내 모든 것을 갈아 넣었던…
솔라리스 테크놀로지… 나와 민준이가 함께 시작했던… 아니, 내가 시작하고 민준이가 합류했던…
그런데 왜… 민준이 혼자 대표이사…? 그리고 창립 1주년…? 이 모든 게… 대체 무슨…
**#10. 지우, 날짜를 확인하려 병실 탁상 시계를 찾는다.**
* 시계에 찍힌 날짜: “20XX년 5월 12일”
**지우 (내레이션):**
20XX년… 5월… 12일…?
내가 죽던 해는 20XY년… 민준이가 ‘솔라리스’를 독차지하고 상장 직전이던 해였어.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고작… 3년 전?
내가 민준이에게 내 아이디어를 처음 공유했던 바로 그 시점…
아니, 그가 내게 공동창업을 제안했던 시점보다도 훨씬 이전이야!
**#11. 지우의 입술이 비틀린다.**
* 웃음인지, 비명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목구멍에서 터져 나온다. 광기 어린 표정.
**지우 (내레이션):**
…돌아왔어. 내가 죽기 전… 그 모든 비극이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온 거야.
이 지옥 같은 기회… 신이 내게 준 건가, 아니면 악마의 저주인가?
**#12. 지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는다.**
* 그녀의 눈에 순진함은 찾아볼 수 없다. 맑았던 눈동자는 사라지고, 오직 차갑고 날카로운 증오만이 가득하다.
* 병실 안의 맑은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지만, 그녀의 내면은 심연처럼 어둡다.
**지우 (내레이션, 단호하고 서늘하게):**
민준… 네가 내게서 앗아간 모든 것…
내 인생, 내 꿈, 내 미래… 그리고 내 목숨.
이번엔… 네 차례야.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하나씩, 전부 다 찢어발겨 줄게. 네가 느꼈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선사할 거야.
**#13. 지우가 침대에서 내려와 얇은 환자복 차림으로 창가로 다가선다.**
* 창밖을 내려다보는 지우의 뒷모습. 그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지우 (내레이션):**
그때의 나는 너무 어리석었지. 널 믿었고… 네 거짓된 미소에 속아 넘어갔어.
하지만 이제 달라. 나는 네가 어떤 괴물인지 알아. 네가 어떤 식으로 내 등에 칼을 꽂을지 알아.
네게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이번엔… 내가 칼을 쥘 테니까.
—
**[장면 3]**
**#14. 병실 문이 열리고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온다.**
**의사 (친절하고 걱정스러운 얼굴):**
어떠세요, 지우 씨? 어지럼증은 좀 나아지셨어요? 과로로 쓰러지셔서 많이 놀라셨죠?
**간호사:**
담당 교수님께서 곧 회진 오실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15. 지우, 의사와 간호사를 돌아본다.**
*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방금 전의 광기 어린 눈빛은 사라졌다.
* 다시금, 과거의 ‘순진하고 여린 지우’의 얼굴이 덧씌워진 듯하다. 완벽한 가면.
**지우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긋한 목소리):**
네, 선생님. 덕분에 많이 괜찮아졌어요. 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정신이 없었나 봐요.
**의사:**
아닙니다. 건강이 최고죠. 당분간은 무리하지 마세요. 특히 그 프로젝트… 너무 열정적이신 건 알지만,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지우 (내심 비웃으며, 하지만 겉으로는 온화하게):**
프로젝트… 그래. 내가 ‘솔라리스 테크놀로지’를 구상하고, ‘아크로스’의 기초를 만들던 바로 그때로 돌아온 거야. 내가 모든 걸 바치고,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던… 그 시절로.
**지우 (아주 작게 중얼거리는 듯, 아무도 듣지 못하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16. 지우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눈을 내리깐다.**
* 그녀의 눈빛 속에서, 순종적인 표정 뒤에 감춰진 섬뜩한 결의가 스쳐 지나간다. 싸늘하게 빛나는 두 눈.
* 새하얀 병실은 더 이상 그녀에게 안식처가 아니다. 복수를 위한 새로운 전장일 뿐.
**지우 (내레이션, 결연하고 얼어붙은 목소리):**
이번엔… 내가 칼을 쥐어줄 차례야.
네 목에 들이댈… 가장 날카롭고 잔인한 칼날을. 기대해도 좋을 거야, 민준.
—
**[에피소드 1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