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제1장: 균열**

폐허가 된 도시의 그림자 아래, 녹슨 철골들이 앙상한 뼈대처럼 하늘을 찔렀다. 잿빛 하늘은 언제나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고, 부서진 콘크리트 바닥에는 이름 모를 잡초들이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강현은 무너진 백화점 건물의 옥상 가장자리에 엎드려 먼지 낀 망원경으로 아래를 살폈다. 희뿌연 시야 너머, 한때는 번화했을 대로변이 이제는 흉터처럼 뻥 뚫린 채 침묵하고 있었다.

목마름이 혀를 바싹 마르게 했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낡고 닳은 가죽 장갑을 낀 손은 망원경을 꽉 쥐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 둘러멘 낡은 소총은 수많은 밤들을 함께하며 온갖 고난을 이겨낸 그의 유일한 벗이었다. 햇빛은 희미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맹수처럼 번뜩였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의지와, 그보다 더 짙은, 꺼지지 않는 증오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지훈…….”

메마른 입술 사이로 그의 이름이 찢어지듯 흘러나왔다. 지난 2년, 그 이름은 강현의 삶의 유일한 이정표였다. 피가 끓고 살이 찢기는 고통 속에서도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 그 이름의 주인을 자신의 손으로 파멸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망원경을 움직여 한때 중앙 은행이었을 건물의 잔해를 스캔했다. 다른 생존자 집단들의 은신처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인간은 서로에게 가장 큰 위협이었다. 굶주림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동족의 배신이었다. 강현은 그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다.

그때였다. 망원경 렌즈 너머로 희미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은행 건물 뒤편의 막다른 골목에서, 낡은 트럭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몇 명의 사람들이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주위를 살폈다. 강현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익숙한 문양이었다. 트럭 문에 대충 그려진, 늑대 형상의 문양.

그것은 지훈이 이끄는 ‘하울링 팩’의 문장이었다.

강현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망원경의 금속 프레임이 삐걱거렸다. 젠장, 드디어 나타났군.

그는 망원경을 들어 트럭에서 내리는 이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총기를 든 건장한 남자들. 그들 중 한 명, 유난히 어깨가 넓고 걸음걸이에 거만함이 묻어나는 인물이 강현의 시야에 들어왔다. 단단한 철판을 덧댄 가죽 재킷. 허리에 찬 번쩍이는 총집.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듯한, 그의 차가운 눈빛.

지훈이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폐허가 된 도시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강현의 거친 숨소리만이 귓가에 울렸다. 지훈은 다른 대원들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가득했다. 마치 이 세상이 온전히 제 것이라도 되는 양, 그는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강현의 내면 깊숙이 잠들어 있던 상처를 다시 찢어발겼다.

* * *

2년 전, 모든 것이 무너지던 그 밤이 스쳐 지나갔다. 괴물들의 습격으로 도시가 불바다가 되고, 살아남은 이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아비규환의 순간. 강현과 지훈은 피를 나눈 형제나 다름없었다. 서로의 등에 칼이 꽂혀도 대신 맞아줄 수 있다고 맹세했던 사이다.

그들은 작은 생존자 캠프를 꾸려 함께 버텼다. 식량도, 물도, 의료품도 부족했지만, 서로의 존재는 어떤 보물보다 값졌다. 지훈은 리더십이 있었고, 강현은 싸움에 능했다. 완벽한 조합이었다.

어느 날, 괴물들의 대규모 습격이 시작됐다. 미쳐 날뛰는 거대한 짐승들이 캠프를 덮쳤고,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강현은 지훈과 함께 방어선을 지켰다. 맹렬한 전투 속에서, 강현은 지훈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그의 다리에 찢어지는 고통이 밀려왔다. 날카로운 발톱에 허벅지가 깊게 베인 것이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지훈아! 먼저 가! 난… 난 안 돼…!”

피범벅이 된 강현이 외쳤다. 지훈의 얼굴에는 절망과 망설임이 스쳤다. 강현은 그 순간에도 지훈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형제였으니까.

“미안하다, 강현아.”

그것이 지훈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결심한 듯 단호했다. 지훈은 강현의 어깨를 꽉 쥐고는, “살아남아라, 내 몫까지…”라고 속삭인 후 뒤돌아섰다. 그리고는 다른 생존자들을 이끌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강현은 그 자리에서 피를 흘리며 혼자 남겨졌다. 그의 비명은 괴물들의 울음소리에 묻혀버렸다. 버려진 것이다. 죽으라고 버려진 것이다.

그날 밤, 강현은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폐허 속에서 발견한 낡은 응급처치 키트로 상처를 겨우 지혈했고, 며칠을 기어 다니며 먹을 것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은 육체의 상처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심장에는 지훈의 배신이라는 깊은 상처가 새겨졌다. 모든 고통을 버티게 해준 것은 복수심이었다. 지훈에게 똑같이 갚아줄 것이라는 맹세.

* * *

“젠장….”

강현의 손톱이 망원경의 금속에 깊이 박혔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에 지훈의 무리가 보였다. 그들은 능숙하게 건물의 입구를 확보하고, 주변을 경계하며 짐을 옮기고 있었다. 그들의 장비는 강현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잘 정비된 소총, 방호복, 심지어는 작은 무전기까지. 지훈이 그들을 이끌고 생존자들을 규합해 하나의 세력을 구축한 것이 분명했다.

강현은 천천히 망원경을 내리고 폐허의 벽에 등을 기댔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수년간 찾아 헤매던 증오의 대상이 눈앞에 있었다. 충동적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는 지난 시간을 통해 얻은 교훈을 기억했다. 성급함은 죽음을 부른다.

강현은 심호흡을 했다. 계획이 필요했다. 놈들은 대략 열 명이 넘었다. 강현은 혼자였다. 정면 대결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지훈은 이제 그의 심장 깊이 파고들었던 악몽 같은 상처가 되었다. 이 상처를 도려내려면, 그 어떤 고통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배낭에서 낡은 지도 한 조각을 꺼냈다. 이 도시의 대략적인 지형이 손으로 그려져 있었다. 지훈의 무리가 자리 잡은 은행 건물 주변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건물의 구조, 주변의 엄폐물, 도주 경로… 모든 것을 고려해야 했다.

“내 몫까지 살라고? 그래, 네 몫까지 살아서, 네 숨통을 끊어줄게.”

강현의 입술 사이에서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복수는 차갑게 식혀 먹어야 제맛이라고 했던가. 그는 이미 충분히 오랜 시간 인내했다. 이제 그의 칼날은 복수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녹슨 칼날을 꺼내 들었다. 칼날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는 마치 불타는 숯처럼 검붉게 빛났다. 지훈은 강현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사실이 강현에게는 최고의 무기였다.

어둠이 빠르게 내려앉았다. 폐허는 거대한 그림자 속에 잠겼고, 희미한 달빛만이 부서진 건물들의 실루엣을 비췄다. 강현은 옥상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발걸음은 조용하고 결연했다. 놈들에게 다가갈 시간이었다.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존재는 마치 굶주린 그림자처럼, 이제 막 시작될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의 서막을 알리는 침묵의 전주곡이었다. 강현은 알고 있었다. 이 밤은 길고, 고통스러울 것이며, 반드시 피로 물들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피는… 오직 지훈의 것이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