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학원. 그 이름처럼 하늘 아래 가장 고귀한 영기와 지식을 갈고닦는 곳.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학원은 세상 모든 선인 지망생들의 꿈이자 목표였다. 나는 강휘. 천상학원에서 손꼽히는 수재였지만, 동시에 가장 ‘문제아’ 딱지를 달고 다니는 학생이기도 했다. 학원의 규율보다는 금지된 고서의 먼지 쌓인 페이지에, 선배들의 자랑스러운 무용담보다는 감춰진 전설의 조각들에 더 흥미를 느꼈으니까.
“강휘, 또 그 잡다한 영환술 서적에 코를 박고 있더냐? 너의 타고난 영맥으로 그리 낭비할 시간이 없다.”
현 교수의 호통에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는 언제나처럼 학원의 정통 심법(心法)과 올바른 수련법을 강조했다. 그의 눈에는 내가 그저 잠재력을 허비하는 방랑자로 보일 뿐일 테지.
“교수님. 이 책에 묘사된 ‘영맥의 심연을 더듬는 법’이 흥미로워서요. 평범한 영기 순환과는 다른 흐름을 말하고 있습니다.”
현 교수가 혀를 찼다. “그것은 금서다. 애초에 학원 도서관에 있어서는 안 될 것. 오래전 폐기되었어야 할 사악한 잡기술에 불과해. 천상학원의 영기는 태초부터 순수하고 맑은 자연의 숨결이며, 우리의 심법은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알겠느냐?”
“네, 교수님.” 나는 순순히 대답했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는 씨앗 하나가 심겼다. ‘심연을 더듬는 법’이라… 어쩌면 천상학원의 완벽함 아래 감춰진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
며칠 후, 나는 의도적으로 금지된 구역, 즉 학원의 가장 오래된 하부 영맥 수련실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사색의 전당’이라 불리는 그곳은 천 년 전 천상학원을 처음 세운 선조들이 영기를 수련하던 곳이라고 전해졌지만,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폐쇄된 공간이었다. 고요하고, 축축하며, 곰팡이 냄새가 났다.
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현 교수가 그토록 경멸했던 그 ‘잡기술’을 펼쳤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영맥을 따라 흐르는 영기를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려보냈다. 보통 영기는 몸 밖으로 나선형으로 퍼져나가지만, 나는 의식을 더 깊이, 아래로, 땅속으로 파고들게 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차갑고 굳건한 땅의 기운뿐. 그러나 수련이 깊어질수록,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주 희미하고 불규칙한, 마치 먼 곳에서 들려오는 맥동 같은 진동이었다.
그 진동은 학원의 영맥 흐름과 완전히 달랐다. 학원 전체를 지탱하는 영기는 맑고 힘찼지만, 이 진동은 어딘가 탁하고, 고통스러웠다. 나는 그 진동을 따라 내 의식을 더욱 밀어 넣었다. 의식이 심연으로 추락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쿵- 쿵- 쿵-.
진동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것은 더 이상 희미한 맥동이 아니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심장처럼 뛰는 소리였다. 나의 영기가 그 소리에 이끌려 자석처럼 빨려 들어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낡은 수련실 바닥이 아니라, 기이하게 뒤틀린 바위로 이루어진 동굴 같은 공간에 서 있었다. 사방이 암흑이었으나, 벽면에 새겨진 고대 문양들이 희미하게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문양들은… 학원 도서관의 어떤 금서에서도 본 적 없는, 알 수 없는 언어와 상징들이었다.
“이게 대체… 어디지?”
내 목소리가 동굴 속으로 메아리쳤다. 동굴의 끝에는 거대한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 문은 영기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는데, 그 봉인의 기운 또한 학원의 것과는 달랐다. 차갑고, 날카로우며, 어딘가 잔혹한 기운이었다. 나는 문에 손을 대보았다. 금속의 냉기가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그 순간, 나는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영기의 파동을 감지했다. 그것은 순수함을 넘어선, 너무나도 거대하고 압도적인 영기였다. 천상학원의 모든 영기를 합친 것보다도 더 강렬한.
하지만 그 영기 안에는… 분명히 고통이 서려 있었다. 비명과 탄식, 절규가 뒤섞인 듯한 감정의 소용돌이.
나는 망설였다. 현 교수의 경고, 금서의 위험성. 그러나 나의 타고난 호기심과 그 압도적인 영기에 대한 갈망이 나를 밀어붙였다. 나는 고대 주술을 이용해 봉인을 약화시키기 시작했다. 주술은 나의 영기를 엄청나게 소모했지만, 문은 서서히 빛을 잃어가며 그 잠금을 풀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익-.
수천 년 동안 닫혀 있던 문이 마침내 열렸다.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나의 영혼까지 얼어붙게 하는 듯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곳은 거대한 지하 공간이었다. 푸른빛을 내는 수정들이 천장을 뒤덮고 있었고, 그 수정들에서 뻗어 나온 수많은 영기 사슬이 중앙의 거대한 구조물을 붙잡고 있었다. 구조물은 마치 살아있는 제단 같았다. 검은색의 불길한 광택을 띠는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형용할 수 없는 존재였다. 거대한, 하지만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검은 덩어리. 무수히 많은 눈과 입이 뒤틀린 채 박혀 있는 듯했고, 그 모든 것에서 끊임없이 영기가 흘러나와 사슬을 타고 수정들을 통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흡사 거대한 영혼 착취 장치 같았다.
그리고 그 검은 덩어리 안에서, 나는 무수히 많은 생명의 빛을 보았다. 작고 희미한 빛들이 덩어리 속에서 고통스럽게 꿈틀대고 있었다. 그것들은 흡수되고, 정제되어, 깨끗한 영기로 변환되고 있었다.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천상학원의 풍부하고 순수한 영기, 학생들의 빠른 수련 속도, 선인들이 도달했다는 궁극의 경지… 이 모든 것이 저 지하의 끔찍한 존재로부터, 혹은 그 존재에게서 추출된 수많은 생명 정수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건… 제물이야. 영혼… 혹은 존재 자체를 갈아 넣어 만들어진 영기…!”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동안 내가 마시고, 수련하며, 나의 영맥을 채웠던 ‘순수한’ 영기가 사실은 이런 끔찍한 희생 위에서 세워진 것이었다니. 천상학원은 영기를 정화하는 곳이 아니었다. 영혼을 갈아 영기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영혼 동력로였다.
그 순간, 검은 덩어리 속에서 가장 큰 눈 하나가 나를 향해 번뜩였다.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그러나 동시에 엄청난 고통이 담긴 시선이었다. 나는 마치 심장을 움켜쥐어진 듯한 고통에 비틀거렸다. 내 몸 안의 영기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누가… 누가 감히 이곳에…!”
갑자기 공간이 일그러지며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 교수의 목소리였다. 그는 순식간에 내 뒤에 나타나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강휘! 감히 금지된 봉인을 풀고 이곳에 발을 들여놓다니! 네놈이 천상학원의 오랜 비밀을 깨뜨리려 하는구나!”
“교수님… 이, 이게 대체…!”
“쉿!” 현 교수가 단호하게 내 입을 막았다. “네놈의 어리석은 호기심이 감당할 수 있는 진실이 아니다. 천상학원이 수천 년간 이어진 이유, 수많은 선인이 탄생한 이유. 이 모든 것은 바로 이 ‘존재’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영원한 영기의 원천이자,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학원을 지키는 최종 방어선이기도 하다. 너 같은 어린애가 감히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의 눈은 광기로 번득였다. 평소의 현 교수의 온화함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마치 광신도처럼 보였다.
“이 끔찍한 제물 위에서 천상학원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현 교수가 비웃었다. “제물? 무지한 소리! 이것은 우주의 균형을 위한 위대한 희생이자, 더 많은 생명들이 선도(仙道)에 오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너처럼 감정적인 꼬마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너는 이 진실을 보지 못했어야 했다.”
그의 손에서 푸른 영기가 섬광처럼 뿜어져 나왔다. 내가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강렬한 충격이 내 몸을 덮쳤다. 나는 뒤로 나가떨어지며, 거대한 존재가 뿜어내는 고통의 비명과 현 교수의 광기 어린 눈빛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의식이 멀어지는 와중에도, 내 몸을 채웠던 ‘순수한’ 영기가 이제는 더럽고 역겨운 피 냄새를 풍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천상학원. 그 완벽한 이름 아래 숨겨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금기. 나는 보았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것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