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성운의 틈새에서 피어난 불꽃

고요한 암흑 속을 유영하는 거대한 요새, ‘오리진’은 별무리 사이에서 홀로 빛나는 수정 같았다. 오리진은 인류 연합과 시리안 연방이 공동 관리하는 심우주 연구 기지이자, 동시에 국경 지대의 불안정한 평화를 상징하는 거대한 중립 지대였다. 하지만 그 ‘중립’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경계와 금기가 숨겨져 있는지는, 그곳에 살아가는 자들만이 알 수 있었다.

인류 연합 소속 항성 역학 연구원 이설아는 늦은 밤까지 연구실에 홀로 남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수백 광년 떨어진 은하의 팔이 은은하게 띠를 이루고 있었고, 그 거대한 아름다움은 그녀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도 해소해주지 못했다. 오늘 낮, 그녀의 직속 상관이자 인류 측 사령관인 강한식 장군이 또다시 ‘종족 간의 명확한 선’을 강조하며 연설을 늘어놓았던 탓이었다.

“이설아 연구원, 아직 퇴근 안 했나?”

강 장군의 묵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연구실 문에 붙어있는 경고문 ‘인류와 시리안 종 간의 불필요한 교류 금지’라는 문구가 마치 자신을 감시하는 눈동자처럼 느껴졌다. 불필요한 교류라니. 이 광활한 우주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불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녀의 시선은 홀로그램 패드에 떠오른 ‘코어 드라이브 안정화 프로젝트’ 자료로 향했다. 이 프로젝트는 시리안 연방의 기술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리안의 중력 제어 장치와 인류의 차원 도약 엔진을 결합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양 종족의 협력이 필수적인 과제였다. 모순이었다.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교류를 막는 이중적인 태도.

“하아….”

설아는 길게 한숨을 쉬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때였다. 연구실 문이 스르륵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 시간까지 남아있을 인류는 거의 없었다. 혹시 강 장군이?

하지만 문틈으로 들어온 것은 강 장군의 텁텁한 군복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푸른색 비늘 피부, 길고 유연한 사지,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황금빛 눈동자. 시리안이었다.

“류엘?”

설아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떨렸다. 그는 성운 요새 오리진의 시리안 측 대표 과학자, 류엘이었다. 보통은 정해진 회의실이나 공동 연구 구역에서만 마주쳤을 그가, 지금 이설아의 개인 연구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류엘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물결 같았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조용한 걸음이었다. 그의 비늘 피부는 주변 빛을 흡수하고 다시 미묘한 색조로 반사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의 시선은 설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홀로군요, 이설아 박사.”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기계음처럼 들리지 않지만, 동시에 인간의 음성이라기엔 너무나 완벽한 음률을 가지고 있었다. 설아는 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알 수 없는 평온함을 느꼈다.

“아… 류엘 박사님도요. 무슨 일이신가요?”

설아는 당황스러움에 애써 침착한 척했다. 이곳은 인류 구역이었다. 시리안이 허가 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명백한 규칙 위반이었다. 특히, 류엘처럼 높은 직위에 있는 자라면 더더욱.

류엘은 설아의 홀로그램 패드에 띄워진 ‘코어 드라이브 안정화 프로젝트’ 자료를 힐끗 보았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일렁였다.

“제가… 이 부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정리했습니다. 지금 즉시 당신과 논의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류엘은 늘 그랬다. 어떤 영감이 떠오르면 시간을 가리지 않고 공유하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 이 장소는 너무나 위험했다.

“지금은… 좀 곤란합니다. 내일 정식 회의에서….”

설아의 말을 류엘은 가볍게 무시했다. 그는 홀로그램 패드 옆에 자신의 홀로그램 패드를 겹쳐 놓더니, 정교한 시리안 문자가 가득한 도면을 띄웠다. 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그 도면에 시선을 빼앗겼다. 류엘의 아이디어는 언제나 기발하고 통찰력이 넘쳤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에너지 역학 구조의 안정성을 3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인류의 차원 도약 엔진에 시리안의 공간 압축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죠.”

류엘은 설아의 패드에 직접 수정 사항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설아는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마디마디가 푸른빛 비늘로 덮여 있었고, 그 움직임은 마치 예술 작품 같았다. 그의 옆에 서 있자, 은은한 풀내음과 비슷한 특유의 향이 풍겨왔다.

“이건… 정말 놀랍군요.”

설아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의 연구를 한 단계 도약시킬 아이디어였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류엘은 그녀의 반응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담긴 황금빛이 더욱 깊어지는 듯했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멀리 떨어진 감시 카메라가 섬광처럼 번쩍이는 것을 설아는 보았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강 장군이 설치한, 인류 구역을 감시하는 카메라였다.

“류엘! 누가 볼 수도 있습니다!”

설아는 거의 속삭이듯 경고했다. 류엘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의 표정에서는 불안이나 공포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설아의 손등 위로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포갰다. 아주 잠깐 스치는 접촉이었지만, 설아의 심장은 격렬하게 울렸다. 차가운 비늘의 감촉이 그녀의 피부에 생생하게 각인되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류엘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의아함이 담겨 있었다.

“우리 종족 간의 ‘협력’은 장려됩니다. 하지만 ‘교류’는 금지되어 있죠. 개인적인 접촉은….” 설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벌칙은 가혹했다. 최악의 경우, 오리진 요새에서 추방당할 수도 있었다. 류엘의 직위라면 시리안 연방 내에서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었다.

“나는 당신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설아 박사.”

류엘의 황금빛 눈동자가 설아의 검은 눈동자에 깊이 박혔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계산도,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순수한 진심만이 담겨 있었다. 설아는 그의 눈 속에서 자신과 같은, 혹은 그보다 더 깊은 감정을 보았다. 금지된 갈망, 그리고 이해받고 싶은 열망.

“하지만…!”

그때, 갑작스러운 비상벨이 요새 전체에 울려 퍼졌다. 붉은색 경고등이 번쩍이며 연구실 내부를 섬뜩하게 비췄다. 비상 상황이었다.

“시스템 오류입니다! 코어 드라이브 안정화 장치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방송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설아와 류엘은 동시에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들이 방금까지 논의했던, 바로 그 ‘코어 드라이브 안정화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합니다.” 류엘이 먼저 말했다. 그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쳤지만, 동시에 결연한 의지도 보였다.

“맞아요.” 설아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 어떤 규칙도, 금기도 중요하지 않았다. 요새 전체의 안전이 걸린 문제였다.

그들은 서둘러 연구실을 나섰다. 복도에는 이미 경비병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강한식 장군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복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전 인원, 각자의 위치를 사수하라! 시리안 측은 자제력을 잃지 말고, 절대 허가 없이 인류 구역으로 진입하지 마라!”

강 장군의 말은 류엘을 향한 직접적인 경고였다. 하지만 류엘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는 오직 비상 상황을 해결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설아 역시 강 장군의 경고가 귓가에 맴돌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류엘의 옆에 서서 그와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확신에 휩싸여 있었다.

“코어 드라이브실은 저쪽입니다.”

설아는 류엘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류엘의 차가운 비늘 피부에 닿았다. 처음 닿았던 때보다 훨씬 더 길게, 훨씬 더 강렬하게. 류엘은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긴 손가락이 설아의 손을 살짝 감싸 안는 듯했다.

금지된 접촉, 금지된 감정.

하지만 이 위기의 순간, 그들의 손은 단단히 맞잡혀 있었다. 성운의 어둠 속, 오리진 요새의 심장부로 향하는 그들의 앞길에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단지 분명한 것은,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서로에게 닿으려는 두 존재의 마음이, 가장 강력하고 아름다운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