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이 뼈저리게 시린 지하 통로를 따라 흐느적거렸다. 습기 찬 벽은 곰팡이와 퀴퀴한 흙냄새를 뿜어냈고, 간간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횃불의 희미한 불꽃만이 좁은 통로를 가로지르는 그림자들을 더욱 기괴하게 만들었다.

“모두 들었겠지. 오늘 밤이다.”

강하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강철 같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의 얼굴은 횃불 불빛 아래 더욱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고, 굳게 다문 입술은 지쳐 보였지만 단단했다. 스무 명이 채 안 되는 사내와 여인들이 그의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희망,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 대한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모두가 흑염 제국의 채찍 아래 신음하던 평범한 이들이었다. 광부, 농부, 장인, 그리고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이들까지.

“황금 손의 전당은 경비가 삼엄해.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저들이 우리의 마지막 식량까지 빼앗아 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다.” 하준이 말을 이었다. “저 전당 안에 갇힌 건 식량만이 아니야. 우리들의 희망, 우리들의 미래도 저 안에 갇혀 있어.”

유나, 하준의 옆에 앉은 젊은 여인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에는 녹슨 단검이 쥐여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흑염 제국의 탐욕스러운 세금 징수에 항의하다 매질을 당해 죽었다. 그 후로 유나는 복수를 위한 불꽃을 가슴에 품었다.

“우린 이미 다 잃었어, 대장. 더 잃을 것도 없어.” 한 사내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영양실조로 움푹 들어가 있었고, 뼈만 남은 손은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그의 눈만은 맹렬한 불꽃을 품고 있었다.

“그래, 맞아. 그래서 우리가 이기는 거다.” 하준은 그 사내의 어깨를 두드렸다. “놈들은 가진 게 너무 많아서 잃을 게 없다는 걸 상상도 못 해. 놈들은 우리의 이빨이 부러져도 계속 물어뜯을 줄은 모른다.”

계획은 단순했다. 도시 변두리에 위치한 ‘황금 손의 전당’은 제국의 상징적인 식량 창고이자 세금 징수처였다. 그곳을 습격하여 식량을 탈취하고, 제국의 허를 찌르는 것이 목표였다. 비록 작은 불씨였지만, 하준은 이 불씨가 언젠가 흑염 제국의 거대한 장막을 태워버릴 불길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하준의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흑염 제국은 단순한 폭력과 탐욕으로만 유지되는 제국이 아니었다. 종종 제국의 고위 관리들이나 심지어 일부 병사들에게서도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 그들의 눈빛은 때때로 공허했고, 그들의 힘은 인간의 것이라 하기엔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갈림터 도시 지하에는 수백 년 된 고대 유적들이 묻혀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유적에서 올라오는 불길한 속삭임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광부였던 하준은 지하 깊숙한 곳에서 일하며 가끔 기분 나쁜 진동과 알 수 없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 땅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한 소리였다. 그는 그것이 단순한 광기 어린 상상이라고 애써 무시했지만, 그 소리는 여전히 그의 귓가에 남아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그들은 지하 통로를 통해 지상으로 기어 나왔다. 밤의 장막이 갈림터 도시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칙칙한 건물들은 그림자 속에 잠겨 있었고,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가축의 울음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제국 병사들의 발소리가 소름 끼치게 들려왔다.

황금 손의 전당은 예상대로 굳건히 서 있었다. 높다란 벽은 밤하늘을 찌를 듯했고, 정문 앞에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횃불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전당 뒤편의 담벼락을 넘기로 했다.

“셋, 둘, 하나!”

하준의 신호와 함께, 미리 준비해 둔 갈고리 밧줄이 담벼락 위로 날아올랐다. 금속이 벽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유나가 재빨리 밧줄을 타고 올라갔고, 그녀의 뒤를 이어 다른 이들도 조심스럽게 담을 넘었다. 하준이 마지막으로 담을 넘자, 그들은 전당의 거대한 안뜰에 발을 디뎠다.

안뜰은 놀랍도록 조용했다. 이 정도 규모의 전당이라면 더 많은 병사가 있어야 정상이었다. 불길한 예감이 하준의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무 조용해… 함정인가?” 유나가 속삭였다.

“아니, 뭔가 이상해.” 하준은 주위를 둘러보며 주변의 공기가 묘하게 바뀌었음을 감지했다. 평소의 어둡고 습한 밤공기가 아니었다. 미묘한 비린내와 함께, 알 수 없는 끈적함이 피부에 와 닿았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내부로 침투했다. 좁은 복도를 따라 걸어가자, 거대한 창고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예상대로 산더미 같은 곡식 자루와 보급품들이 쌓여 있었다. 한밤중에 이 정도의 보급품은 엄청난 유혹이었다. 일행의 눈에는 희망과 탐욕이 스쳤다.

“어서, 최대한 많이 가져가!” 하준이 명령했다.

그들이 곡식 자루를 옮기기 시작했을 때였다. 창고 저편, 거대한 곡식 더미 뒤에 숨겨진 듯한 철문이 눈에 들어왔다. 문은 검고 육중했으며, 표면에는 기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하준은 본능적으로 그 문에 이끌렸다.

“잠깐. 저 문은 뭐지?”

그는 일행에게 식량 운반을 멈추게 하고 그 철문으로 다가갔다. 문에는 자물쇠조차 없었다. 아니, 자물쇠가 있어야 할 자리에 녹슨 쇠붙이들이 문과 일체화되어 있었다.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유나가 옆에서 조심스럽게 문양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이런 문양은 본 적이 없어요. 제국의 어떤 문양과도 달라요.”

하준이 문에 귀를 기울였다. 희미하지만, 그의 귀에 닿은 것은 바람 소리도, 물소리도 아니었다.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듯한 쿵, 쿵, 쿵 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 사이로, 이해할 수 없는 속삭임이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그의 뇌리를 파고들어, 미칠 듯한 두통을 유발했다.

“대장, 괜찮아요?” 유나가 그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지 않아. 저 문 너머에 뭔가 있어. 식량보다 훨씬 더 중요한, 아니… 훨씬 더 위험한 것이.”

그는 주먹으로 문을 두드렸다. 쿵, 쿵. 문은 단단했다. 그러나 그가 문을 두드릴 때마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심장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렸다. 그리고 속삭임은 더욱 또렷해졌다. 그것은 언어가 아니었다. 형용할 수 없는 존재의 의지가 그의 정신을 잠식하려 드는 듯했다.

그때, 갑자기 창고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렸다. 그들은 놀라 몸을 돌렸다.
창고의 입구가 부서지고 있었다. 단순한 병사들이 아니었다. 흑염 제국의 특별 감시병들이었다. 그들은 일반 병사들과는 다른 갑옷을 입고 있었고, 헬멧 아래로 보이는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기괴하게 생긴 무기들이 들려 있었다.

“놈들이 눈치챘다! 후퇴!” 하준이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감시병들은 엄청난 속도로 창고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의 움직임은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기계적인 인형에 가까웠다. 그들의 수는 적었지만, 그들에게서는 압도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그때, 철문 너머에서 들려오던 심장 소리가 최고조에 달했다. 쿵! 거대한 진동이 창고 바닥을 흔들었다. 그리고 철문의 중앙에 새겨진 가장 큰 문양이 붉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붉은 빛은 마치 혈관처럼 문양을 따라 퍼져나갔다.

“저… 저건 뭐야…?” 유나가 경악하며 철문을 가리켰다.

붉은 빛이 문양 전체를 뒤덮자, 육중한 철문이 천천히,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모든 색깔을 집어삼키는, 원초적인 공허 그 자체였다. 그 공허 속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비명이 아니었다. 수천, 수만 개의 영혼이 동시에 고통받는 듯한, 광기를 자극하는 소리였다.

하준은 그 소리에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그의 동지 중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에 질려 있었고, 입에서는 알 수 없는 헛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는 순식간에 미쳐버린 것이다.

“도망쳐! 모두 도망쳐!” 하준이 절규했다.

하지만 감시병들은 이미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텅 빈 눈동자의 병사들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그들의 움직임은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고 빨랐다. 저항군 몇몇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준은 유나를 밀치며 외쳤다. “나가! 어떻게든 빠져나가!”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감시병들에게 맞섰다. 그의 눈은 철문 안쪽의 공허를 향했다. 그리고 그 공허 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였다. 거대한, 형언할 수 없는 존재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그것은 차갑고 끈적했으며, 수억 년의 어둠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것은 흑염 제국이 숭배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진정으로 섬기는 존재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는 듯했다.

그것의 일부가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순간, 하준의 정신에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쳤다. 머릿속에는 알 수 없는 형상들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촉수, 셀 수 없는 눈동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듯한 냉혹한 지성.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가 그의 영혼을 꿰뚫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는 이미 한 명의 감시병이 무기를 치켜들고 있었다. 하준은 마지막으로 유나가 창고의 다른 쪽 문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철문 안쪽의 공허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인지할 수 없는 형태의 존재가, 흑염 제국의 진정한 지배자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준의 귀에는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그 존재의 웃음소리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절규였을까.
창고의 모든 빛이 꺼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