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저 망망대해 같은 심우주를 가르는 건,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검푸른 바닷속을 유영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인류 연합의 최첨단 심우주 탐사선, ‘별똥별호’는 끝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서 오직 빛나는 별들을 이정표 삼아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는 은하수의 가장자리에서조차 희미하게 보이는, 이름 없는 성운들의 잔해가 유령처럼 떠다녔다.

“함장님, 예정 항로 이탈 없이 항성간 공간 진입 432시간 째입니다.”

조종석에 앉은 파일럿 최류가 나긋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의 손가락은 홀로그램 패널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함선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조율하고 있었다. 짙은 남색 제복의 어깨에 박힌 은색 계급장이 희미하게 빛났다.

“좋아, 최 소위. 모두들 지쳤겠지만, 이것이 우리의 임무다. 인류의 한계를 넘어선 곳을 탐험하는 것.”

함장 이하늘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스크린을 응시했다. 은은한 광원을 머금은 백금발은 피로함 속에서도 날카로운 지성을 드러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심우주 개척자에 걸맞은 강철 같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별똥별호는 인류의 지식과 기술의 정점을 담은 결정체였다. 광대한 우주에서 인류가 찾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들의 존재 이유일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조용하던 함교에 갑작스럽게 비상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삑- 삑- 삑-!

“무슨 일이지?”

이하늘 함장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함장님! 미확인 에너지 서명이 감지됐습니다!”

최류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스크린에 붉은색 경고 메시지가 번쩍였다. “UNIDENTIFIED ENERGY SIGNATURE DETECTED.”

“위치와 종류는?”

“불명입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일치하는 기록이 전혀 없습니다. 자연 현상도, 인공 구조물의 잔해 같지도 않습니다.”

거의 동시에, 과학 부서의 김소라 박사가 통신을 연결했다. 그녀의 얼굴은 홀로그램을 통해 함교 스크린에 떠올랐다. 평소 차분하고 이지적이던 그녀의 얼굴에는 흥분과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안경이 살짝 기울어진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긴급하게 뛰쳐나왔는지를 짐작게 했다.

“함장님! 이건… 정말 믿을 수 없습니다! 감지된 에너지 패턴은 지금까지 인류가 접해본 어떤 것과도 다릅니다. 파동의 형태도, 방출되는 스펙트럼도… 마치 우주 자체의 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안정성을 보입니다!”

김소라 박사는 연구원 특유의 과장된 제스처로 열변을 토했다.

“위험한가?”

이하늘 함장이 짧게 물었다.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험하기보다는, ‘경이롭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김소라 박사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탐구욕에 활활 불타오르는 듯했다.

“함장님, 목표물까지의 거리는 약 500만 킬로미터입니다. 이동 속도는 거의 제로에 수렴합니다. 정지해 있는 것 같습니다.” 최류가 추가 정보를 제공했다.

“경계 태세 발령. 전투 인원들은 각자 위치로. 박 준 경위, 보안팀에 전파하시오.”

이하늘 함장의 지시에 보안팀장 박준 경위의 우렁찬 목소리가 통신으로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전 대원 경계 태세 유지하겠습니다!”

함선 내부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상적인 평화가 깨지고, 미지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순간이었다.

***

최대 속도로는 아니지만, 안전 거리를 유지하며 별똥별호는 미지의 존재를 향해 서서히 전진했다. 스크린에 잡힌 그것의 모습은 인류의 상상력을 아득히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건… 대체 뭐죠?”

조용히 감탄사를 내뱉는 최류의 목소리에는 경외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

메인 스크린에 잡힌 물체는 거대한 검은색 기둥 같았다. 하지만 그 표면은 어떤 빛도 반사하지 않았고, 오히려 주변의 빛을 흡수하는 듯했다. 마치 우주의 심연 그 자체가 응축된 듯한 모습이었다. 간헐적으로 표면에서 아주 미세한, 푸른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빛의 파동이 일렁였다. 기하학적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동시에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품고 있었다. 그 크기는 소행성 한 개를 통째로 삼킬 정도로 거대했다.

“초정밀 스캔 시작합니다. 표면 물질 분석, 에너지원 추적… 모든 것을 시도하겠습니다!”

김소라 박사가 흥분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녀의 연구실은 이미 온갖 기계음과 경고음으로 요란했다.

“함장님, 레이더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요. 스텔스 기술이라고 하기엔 너무 완벽합니다.” 정민 기관장이 통신으로 보고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준 경위, 외부 카메라 영상을 확보하고 있나?” 이하늘 함장이 물었다.

“네, 함장님. 초고해상도 영상입니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저건 그냥 ‘저기’ 있습니다.” 박준 경위의 목소리도 평소의 자신감을 잃고 어딘가 모르게 얼어붙은 듯했다. 그의 눈에도 메인 스크린의 ‘그것’이 담겨 있었다. 그는 보통 사람이었다면 겁에 질려 도망쳤을 법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본능적인 공포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별똥별호가 물체로부터 10만 킬로미터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함선 내부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깜빡였다. 계기판의 바늘들이 미친 듯이 춤을 추고, 함선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함장님! 알 수 없는 에너지 파동이 함선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보호막이…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최류가 소리쳤다.

“뭐라고? 보호막이?” 이하늘 함장의 목소리가 순간 높아졌다. 인류 연합 최강의 보호막 시스템이 이렇게 무력하게 무너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리적 충격은 없습니다! 하지만 함선 시스템 전체가 알 수 없는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메인 동력로가 불안정합니다!” 정민 기관장의 목소리는 패닉에 가까웠다.

그 순간, 거대한 검은 물체의 표면에서 뿜어져 나오던 미세한 빛의 파동이 갑자기 강렬해졌다. 푸른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빛은 이제 섬광처럼 번뜩이며 별똥별호를 향해 쇄도했다. 그 빛은 물리적인 공격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뇌리에 직접적으로 침투하는 정보의 흐름 같았다.

최류는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박준 경위는 주저앉아 손으로 귀를 막았고, 정민 기관장은 비명을 질렀다. 이하늘 함장마저도 무릎을 꿇고 주저앉을 뻔했지만, 겨우 이성을 붙잡았다.

수많은 영상과 소리, 감각들이 뇌리에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인류의 시작, 끝없는 전쟁, 그리고 통합, 발전, 우주로의 진출… 모든 인류의 역사가 단 한순간에 그의 의식 속에 주입되는 듯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너머에, 알 수 없는 존재의 거대한 ‘의지’가 느껴졌다.

“이것은…!” 김소라 박사의 목소리가 통신으로 들려왔다. 흥분과 공포,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경외심이 뒤섞인,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이것은… 인류의 언어가 아니에요! 인류의 의식 구조가 아니에요! 하지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주가… 우주 자체가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아요!”

그녀의 외침과 함께, 검은 물체의 한 부분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기둥의 중앙 부분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더니, 그 안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단순한 광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또 다른 우주를 응축해 놓은 듯한, 무한한 심연을 품고 있었다. 빛 속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죽어갔으며, 은하들이 춤을 추고, 시간과 공간이 뒤틀리는 듯한 환영이 펼쳐졌다.

별똥별호는 그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이하늘 함장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스크린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충격과 함께, 알 수 없는 끌림이 뒤섞여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이것은… 문이었다. 인류가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향하는 문.

그리고 그 순간, 이하늘 함장의 뇌리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류의 어떤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명확하게 이해되는 메시지였다.

— 너희는 준비가 되었는가?

별똥별호는 천천히,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열린 문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 안은 어둠도, 빛도 아닌, 그 모든 것의 경계가 사라진 공간이었다.

인류의 새로운 역사가, 지금 막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