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1화: 닫힌 문 뒤의 그림자**

장대비가 쏟아지던 밤이었다. 비는 마치 하늘이 통곡이라도 하는 듯이, 멈출 줄 모르고 거칠게 지면을 때렸다. 그 빗줄기 사이로 낡았지만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저택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드러났다. 한서윤 형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저택 앞으로 달려갔다. 경찰 통제선은 이미 쳐져 있었고, 선배 형사들의 무전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어지럽게 들려왔다.

“한 형사, 빨리 와! 망할, 이건 도대체…!”

박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서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후텁지근하고 곰팡이 냄새 섞인 퀴퀴한 공기가 그녀의 폐부를 찔렀다. 외부는 낡았어도 내부는 한때 화려했을 법한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복도를 따라 걸어가자, 가장 안쪽에 위치한 서재 앞에 다다랐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앞에는 이미 여러 명의 형사들이 심각한 얼굴로 서 있었다.

“팀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 서윤이 속삭이듯 물었다.

박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다.
“시신이 발견됐어. 건축가 박건우 씨야. 그런데… 이게 밀실 살인이다.”

서윤은 눈을 크게 떴다. 밀실 살인이라니. 그런 사건은 책이나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것 아니었던가.
“밀실이요? 어떻게… 문이 잠겨 있었습니까?”

“그래. 이중 잠금장치로 안에서 완벽하게 잠겨 있었어. 창문도 마찬가지고. 빗장까지 굳게 걸려 있었지. 부수고 들어간 흔적도, 외부 침입 흔적도 전혀 없어. 모든 게 완벽하게 봉쇄된 채였다고.”

그들의 대화는 서재 문이 열리면서 잠시 중단되었다. 안에 있던 감식반 요원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오자, 서재 내부의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묵직한 서가에 가득 찬 책들, 고풍스러운 가구들, 그리고 그 중심에 쓰러져 있는 한 남자의 형체.

서윤은 조심스럽게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냄새는 안으로 들어서자 더욱 심해졌다. 아마도 오랫동안 환기되지 않은 탓일 터였다. 바닥에는 핏자국이 흥건했고, 그 가운데 앙상한 체구의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나이 지긋한 중년의 남자, 박건우 씨는 가슴팍에 깊이 박힌 칼날을 간직한 채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칼은 그가 사용하던 문진용 나이프 같았다.

“사인은 과다출혈. 흉기로 보아 아마도 이 나이프가 범행 도구인 듯합니다. 지문은… 아직 판독 중입니다만, 현장에서 발견된 모든 잠금장치는 안쪽에서 잠겼고,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감식반 팀장의 보고에 박 팀장은 다시금 이마를 짚었다.
“피해자의 지문 외에는 다른 지문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자살인가? 하지만 저렇게 깊게 찔렀는데, 흉기가 그대로 박힌 채라면… 도저히 자살로는 보이지 않아.”

서윤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자살이라기엔 너무나 처참했고, 격렬한 저항의 흔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한 모습도 아니었다. 피해자의 눈은 크게 뜨여 있었고, 얼굴에는 고통과 함께 마지막 순간의 어떤 강렬한 의문이 서려 있는 듯했다.

“그럼 범인은 어떻게 나갔을까요? 벽을 뚫고 나갔을 리도 없고, 하늘을 날아간 것도 아닐 텐데…” 서윤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서재 문 밖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글쎄요. 하늘을 날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범인이 날개 달린 존재는 아닐 테니, 물리적인 방법으로 이 방을 나갔을 겁니다.”

모든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키가 크고, 깔끔한 검은색 수트를 입은 남자가 문가에 서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이미 방 안의 모든 것을 훑어보고 있는 듯했다.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흥미와 더불어 차가운 이성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박 팀장은 남자를 보자마자 얼굴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강 이안 씨… 벌써 오셨습니까.”

‘강 이안?’ 서윤은 속으로 되뇌었다. ‘그 유명한 천재 탐정 강 이안?’
그의 이름은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경찰이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기가 막힌 통찰력으로 해결해낸다는, 전설 같은 인물. 하지만 그의 명성만큼이나 괴팍하고 예측 불가능한 성격으로도 유명했다.

강 이안은 아무 말 없이 서재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다른 형사들이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거침없이 걸어 들어왔다. 그가 발을 딛는 곳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이 열리는 듯했다.

그는 시신에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서재의 벽을 훑고, 책장의 책들을 무심하게 응시하고,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서윤은 그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일반인들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사소한 디테일에 멈추는 듯했다.

“박 팀장, 이 방의 모든 잠금장치가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 했죠?” 강 이안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렇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박 팀장이 답했다.

강 이안은 창문 앞에 섰다. 밖에서는 여전히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고 있었다. 그는 창틀에 손을 얹고 조용히 창밖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흥미롭군요.”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차분했지만, 듣는 이에게는 묘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살인 사건 현장에서 ‘흥미롭다’는 표현이라니.

“뭐가 흥미롭다는 겁니까?” 서윤이 무심결에 물었다.

강 이안은 서윤을 흘긋 보더니, 다시 시선을 창문에 고정했다.
“이 창문, 꽤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던 것 같군요.”

서윤은 창틀을 자세히 보았다. 과연, 창틀에는 묵은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창문이 전혀 젖지 않은 걸 보면, 최근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잠금장치도 완벽했습니다.” 박 팀장이 덧붙였다.

“음…” 강 이안은 짧게 콧소리를 냈다. “그럼 모든 것이 완벽하게 봉쇄된 밀실에서, 피해자는 가슴에 칼을 맞고 죽었고, 범인은 사라졌다는 말이군요.”

그는 빙긋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차가웠고, 어떤 비밀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는 듯했다.
“사람들은 종종 눈앞의 보이는 것에 현혹됩니다. 이 서재는 분명 ‘밀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 그 밀실을 만들었는가 하는 거죠.”

그의 말에 서윤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졌다. 누가 밀실을 만들었다니?
강 이안은 시신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시신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그는 피 묻은 바닥을 응시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천장의 어느 한 곳에 닿았다.

“밀실 살인? 아닙니다.”

강 이안의 단호한 목소리가 서재에 울려 퍼졌다. 모든 형사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이건 ‘밀실’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범인에게는요. 이 방은 처음부터,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한 ‘덫’이었을 뿐입니다.”

그의 말은 뇌리 속에 번개처럼 박혔다. 덫? 누가, 누구를 위한 덫이었을까?
그는 다시금 창밖을 응시했다. 쏟아지는 빗줄기는 여전히 모든 것을 덮어버릴 듯이 거셌다.
“범인은 이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단지, 문이 닫히도록 유도했을 뿐이죠.”

그의 마지막 말은 서윤의 가슴을 세차게 울렸다. 닫히도록 유도했다니? 그건 무슨 의미일까?
이 서재는 밀실이 아니었다는 그의 말은 과연 어떤 진실을 품고 있는 걸까?
강 이안의 눈빛은 비에 젖은 밤하늘처럼 깊고 알 수 없는 빛을 띠고 있었다.
밀실 살인 사건의 베일은 이제 막 걷히기 시작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