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잿빛 도시의 숨소리

바람은 차가웠지만, 등에 짊어진 낡은 배낭의 무게는 여전히 등줄기에 땀을 배어 나오게 했다. 현우는 한 손에 녹슬었지만 날카롭게 갈아놓은 마체테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폐허가 된 건물 벽을 짚으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시멘트 조각과 유리 파편이 굴러다니는 거리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다. 한때 번화했던 도시는 이제 거대한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사흘째였다. 오른쪽 허벅지에 난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았고, 미열이 자꾸만 온몸을 끈적하게 만들었다. 덧나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구해야 할 건 소독약과 항생제, 그리고 깨끗한 붕대였다. 어제 지도 조각에서 발견한 ‘희망 복지 센터’라는 곳에 작은 의무실이 딸려 있었다는 정보를 기억해냈다.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도시에서, 역설적인 이름의 건물이었다.

“젠장….”

말라붙은 목소리가 찢어지듯 튀어나왔다. 텁텁한 입안을 침으로 겨우 적시며 현우는 낡은 운동화로 부서진 보도블록을 밟았다. 온 신경은 청각에 집중되어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신음소리, 알 수 없는 금속성 마찰음, 그리고 무엇보다 위험한, *침묵*. 고요함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법이었다. 그건 언제든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폭풍전야와 같았다.

골목을 돌아 나오자, 허물어진 육교 아래로 덩그러니 서 있는 건물이 보였다. 건물의 간판은 반쯤 부서져 ‘희망 복지 센터’라는 글자 대신 ‘희망 복’ 정도만 겨우 읽을 수 있었다. 유리창은 대부분 깨져 있었고, 마치 거대한 괴물의 눈처럼 검고 비어 있었다. 입구 쪽에는 부패한 시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일반 좀비에게 당한 건 아닌 듯했다. 아마도 약탈자들이 이미 한바탕 휩쓸고 간 흔적일 터였다.

현우는 건물 주위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창문을 통해 내부를 살펴보려 했지만, 먼지와 이물질로 뒤덮여 안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후문 쪽으로 접근했을 때, 금속 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녹슨 경첩이 삐걱이는 소리를 낼까 봐 최대한 조심하며 문을 밀었다.

안은 예상대로 어두웠다. 공기 중에는 곰팡이 냄새와 먼지, 그리고 희미한 시체 썩는 냄새가 섞여 있었다. 마체테를 든 손에 힘을 주고, 현우는 천천히 발을 들였다.

“쿨럭… 쿨럭….”

마른기침이 터져 나왔지만, 다행히 주위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는 배낭에서 낡은 손전등을 꺼내 불을 켰다. 좁은 빛줄기가 복도를 가로지르며 먼지 구름을 헤치고 나아갔다. 벽에는 한때 아이들의 그림이 붙어 있었을 법한 흔적만 남아 있었다. 복지 센터였으니,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있었을 것이다. 끔찍한 상상력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과연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의무실은 보통 1층 아니면 2층에 있었지.’

현우는 신중하게 발을 내디뎠다. 1층을 수색하기로 했다. 복도를 따라 걸어가자, 방문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문패는 대부분 떨어져 나가거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되어 있었다. 몇 개의 방은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약탈자들이 쓸어갔거나, 이곳에서 생존자들이 잠시 머물렀을 수도 있다.

세 번째 문 앞에서 현우는 멈춰 섰다. 문패가 희미하게 ‘의무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현우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안에서 뭔가 인기척이 느껴지는 듯했다. 아주 미세한, 무언가 긁는 듯한 소리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았다. 손잡이는 차가웠다. 천천히 돌리자, 삐걱거리는 소리 대신 눅눅한 마찰음이 들렸다. 문을 아주 살짝 열고 틈새로 손전등 빛을 비췄다.

안은 어둡고 혼란스러웠다. 진열장은 부서져 있었고, 약품 박스들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희뿌연 환자복을 입은 그림자가 앉아 있었다.

그것은 머리를 푹 숙이고는 무언가를 뜯어 먹고 있었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현우의 귓가에 박혔다. 분명히, 아직 살아있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좀비였다.

현우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망설일 틈도 없이 그는 문을 활짝 열고 방으로 뛰어들었다. 놈이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현우는 마체테를 휘둘렀다. 썩은 살점이 튀었다. 놈의 몸이 뒤로 크게 휘청거렸다.

“크어어어어!”

놈의 입에서 끔찍한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놈의 등 뒤에 있던 진료대 아래에서 또 다른 좀비가 불쑥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훨씬 더 빠르고 위협적이었다. 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며 공격을 피했다. 마체테가 놈의 팔을 스치며 깊은 상처를 남겼다.

두 마리. 동시에 상대하기엔 좁은 공간이었다. 현우는 뒷걸음질 치며 방 한가운데로 물러섰다. 첫 번째 놈은 느렸지만 끈질겼고, 두 번째 놈은 빠르고 민첩했다. 전형적인 조합이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현우는 주변을 살폈다. 부서진 진열장 조각, 널브러진 의자, 그리고 바닥에 뒹구는 링거대. 링거대에 시선이 닿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계산이 번개처럼 스쳤다.

첫 번째 놈이 느릿하게 다가오는 순간, 현우는 링거대를 발로 걷어차 옆으로 쓰러트렸다. 둔탁한 금속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그 소리에 이끌린 빠른 놈이 링거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현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마체테를 휘둘러 첫 번째 놈의 목을 깊게 베었다. 뼈와 살이 끊어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놈의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어 바닥에 굴렀다.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악취가 코를 찔렀다. 현우는 피를 뒤집어쓴 채 빠르게 자세를 고쳤다. 이제 남은 건 한 마리였다.

링거대에 걸려 넘어진 빠른 놈은 바닥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현우는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놈이 겨우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마체테를 놈의 머리에 사정없이 박아 넣었다.

“으읍….”

목에서 신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체테를 빼내자 놈은 미동도 없이 축 늘어졌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피와 살점이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고, 썩은 내가 더욱 진하게 풍겨왔다. 현우는 가까스로 평정심을 되찾고, 손전등으로 방을 비췄다.

진열장은 대부분 비어 있거나 부서져 있었지만, 한쪽 구석에 놓인 약품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먼지를 털어내자, ‘응급 키트’라고 적힌 글씨가 보였다. 현우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거즈, 붕대, 소독약, 그리고 항생제 몇 알이 들어 있었다. 완벽했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모든 것을 배낭에 챙겨 넣고, 현우는 더 이상 지체할 것 없이 의무실을 빠져나왔다.

건물을 나설 때까지 아무런 방해도 없었다. 어쩌면 그 두 마리가 이곳에 숨어있던 마지막 좀비였을지도 몰랐다. 그는 잿빛 하늘 아래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석양이 지평선 너머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폐허가 된 아파트 건물 옥상, 그가 임시로 머무는 은신처였다. 녹슨 철제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현우는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봤다. 불빛 하나 없는 도시, 침묵 속에 잠겨 있는 거대한 그림자.

배낭에서 응급 키트를 꺼내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았다. 따끔거렸지만, 전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또 하루를 벌었네.”

그의 목소리는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다. 내일은 또 무엇을 찾아 헤매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할까.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다시 해가 뜨면, 또다시 싸우고, 또다시 살아남아야 할 뿐이었다. 끝없는 생존의 굴레 속에서, 그는 잿빛 도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또 하나의 밤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