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철골 뼈대가 앙상하게 드러난 돔형 천장에서 비상등이 붉고 위태롭게 깜빡였다. ‘낙원’이라 불리는 지하 방공호의 유일한 빛이 그 끔찍한 진실을 더욱 선명하게 비췄다. 고요해야 할 심야의 방공호는 비명과 쿵쿵거리는 발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쩌렁쩌렁 울리는 김 팀장의 고함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거리들이야! 김 경사, 통제해! 최 박사, 시신 확인해!”

김 팀장은 땀으로 번들거리는 이마를 쓸어 올리며 격분했다. 그의 눈은 방금 박 실장의 사무실에서 끌려 나온 이 경사를 향해 있었다. 앳된 얼굴의 이 경사는 핏기 하나 없이 질려서는 연신 “저는… 저는 그저…” 하고 웅얼거릴 뿐이었다.

시체를 최초로 발견한 그는 김 팀장의 거친 추궁에도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저 식량 재고를 보고하러 왔다가 잠긴 문을 열었을 뿐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발견한 것은 단순한 ‘잠긴 문’이 아니었다.

사건 현장은 방공호의 심장부, 즉 식량과 물자를 관리하는 박 실장의 사무실이었다. 묵직한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외부에는 번호 키 패드가, 내부에는 육중한 데드볼트 잠금장치가 달린 문이었다. 이 경사는 비상 시에만 사용 가능한 마스터 카드를 사용해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박 실장이 책상에 얼굴을 박고 쓰러져 있었다. 등에는 식량 창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악한 금속제 송곳, 즉 ‘쉬브(shiv)’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죽은 지 최소 세 시간. 사인은 과다 출혈.” 최 박사가 장갑 낀 손으로 시신을 조심스럽게 확인하며 말했다. 그의 안경 너머 눈빛에는 냉철한 분석과 함께 기묘한 불쾌감이 스쳐 지나갔다. “정확히는 척추를 관통, 심장까지 도달했군. 즉사했을 거야.”

“밀실 살인? 말도 안 돼!” 김 팀장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곳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방공호다! 침입자는 있을 수 없고, 문은 안에서 데드볼트로 잠겨 있었다! 그런데 대체 누가, 어떻게!”

그때, 소란스러운 현장 뒤편에서 한 인물이 조용히 나타났다. 닳아빠진 작업복 차림에 기름때 묻은 손, 무심한 듯 보이는 갈색 눈동자. 강진이었다. 그는 방공호의 망가진 기계들을 수리하고 복원하는 일이라면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지만, 이런 ‘인간적인’ 문제에 개입하는 일은 드물었다. 김 팀장은 그를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이 전례 없는 상황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직감했다.

“강진 씨! 당신이라면 뭔가 알 수도 있겠지! 이 빌어먹을 밀실의 비밀을!” 김 팀장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강진은 아무 말 없이 박 실장의 사무실로 걸어 들어갔다. 바닥에는 핏자국이 점점이 흩어져 있었고, 공기 중에는 피 냄새와 먼지, 그리고 철분 냄새가 뒤섞여 희미하게 감돌았다. 그는 먼저 문으로 향했다.

육중한 철문은 안쪽의 데드볼트가 완전히 잠겨 있었다. 외부의 번호 키 패드는 깔끔했고, 강제로 뜯긴 흔적도 없었다. 그는 손전등을 들어 문틈과 경첩 부위를 꼼꼼히 살폈다. 틈새에는 미세한 먼지가 쌓여 있었고, 억지로 벌린 흔적은 없었다.

“이 경사, 박 실장님은 평소에 사무실 문을 잠그고 일하셨습니까?” 강진이 조용히 물었다.

이 경사는 잔뜩 위축된 채로 대답했다. “아뇨… 대개는 열어 두셨어요. 귀한 물건들이 많아서 오히려 잠글 때는 늘… 긴급한 작업이 있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용무가 있을 때뿐이셨어요.”

“그렇다면, 이 문은 범행 후에 잠겼다는 뜻이군.” 최 박사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하지만 안에서 잠긴 데드볼트를 어떻게 외부에서 조작할 수 있지? 불가능해.”

강진은 대답 없이 문 아래쪽, 바닥과 문이 만나는 지점을 주시했다. 그리고는 쭈그리고 앉아 손전등 빛을 비췄다. 맨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하고 희미한 긁힌 자국이 철제 바닥에 길게 이어져 있었다. 마치 얇고 단단한 무언가가 그 위를 긁고 지나간 듯한 흔적이었다.

“이건…?” 김 팀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냥 긁힌 자국 아닌가? 여기저기 낡고 부식된 흔적은 많잖나.”

“아닙니다.”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오래된 흔적이 아니에요. 그리고 다른 긁힌 자국들과는 달라요. 매우 가늘고, 깊이가 얕지만 선명하죠. 마치… 가느다란 낚싯줄 같은 게 지나간 듯한 흔적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강진은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는 책상에 쓰러진 박 실장의 시신으로 향했다. 등에 박힌 쉬브는 거칠게 연마된 금속 조각이었다. 방공호 내에서 자가 제작한 도구인 것이 분명했다.

“쉬브… 이걸 누가 들고 다녔을까.” 윤 여사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박 실장님은 원래 물품 관리도 철저했지만, 남의 것을 빼앗는 일도 서슴지 않으셨지. 혹시 쌓인 원한 때문이 아닐까…?”

강진은 쉬브의 손잡이 부분을 살폈다. 피로 범벅된 칼날과는 달리, 손잡이는 깨끗했다. 아주 미세한 지문조차 남지 않을 만큼 말끔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강진이 모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만약 누군가 이 쉬브로 박 실장님을 찔렀다면,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지문 하나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살인할 수 있었을까요?”

모두가 침묵했다. 최 박사가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설마… 쉬브가 진짜 흉기가 아니라는 말인가?”

“아니요.” 강진은 쉬브를 바라봤다. “이건 분명 살인 도구입니다. 하지만… 이 쉬브가 박 실장님의 등을 찔렀을 때,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뭐라고?” 김 팀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박 실장이 자살이라도 했다는 건가? 등에 쉬브를 꽂고? 말도 안 돼!”

“자살은 아닙니다.” 강진은 시신에 손대지 않은 채 쉬브가 박힌 각도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살인자가 직접 이 쉬브를 들고 박 실장님을 찌른 것도 아니죠. 살인자는 문 밖에 있었으니까.”

“문 밖에?” 이 경사가 기겁했다. “그럼 대체 어떻게? 유령이라도 왔단 말입니까?”

강진은 다시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문 안쪽에 있는 데드볼트 손잡이와 그 주변을 살폈다. 손전등 빛에 반사된 철제 손잡이에는 아주 미세한 흠집 하나가 눈에 띄었다. 누군가 억지로 힘을 가해 돌린 듯한, 평소에는 생기지 않을 법한 흠집이었다.

“이 사무실의 문은… 바닥과 문 사이의 틈이 아주 미세합니다. 웬만한 끈이나 철사조차 통과하기 어렵죠.” 강진이 나지막이 설명했다. “하지만, 만약 이 틈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얇고, 동시에 데드볼트 손잡이를 걸어 당길 만큼 강도가 센 재료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의 시선이 최 박사를 향했다. 최 박사는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듯했다.

“방금 바닥에서 제가 발견한 긁힌 자국… 그리고 데드볼트 손잡이의 이 흠집… 모두 하나의 가능성을 가리킵니다. 살인자는 박 실장님을 밖에서 살해했고, 그 후에 밖에서 이 문을 잠근 겁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특별한 도구를 사용해서 말이죠.”

강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누구죠? 이곳 ‘낙원’에서 가장 섬세하고 정교한 기계 부품들을 다룰 줄 알며, 동시에 아주 얇지만 엄청난 강도를 지닌 합금 철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어두운 방공호의 비상등 아래, 강진의 질문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공기를 갈랐다. 그의 눈은 서서히 한 사람을 향해 고정되기 시작했다. 범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소리가 텅 빈 복도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