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아르카디움 마법 학원.
이름만 들어도 고고한 마법의 정수가 흐르는 듯한 곳.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흑요석 첨탑과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들은 밤이면 푸른색 마법진 빛을 뿜어내며 신비로운 위용을 자랑했다. 마법사 가문의 자제들, 각국의 후원자들이 보내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이 발을 들일 수 있는 꿈의 요람.

그리고 나는, 그 꿈의 요람에 오직 ‘재능’이라는 칼날 하나만으로 비집고 들어온 서은우였다.

마법이라고는 지팡이를 든 노인이 주문을 외우는 그림책에서나 보던 내가 아르카디움에 입학했을 때, 나는 마치 다른 차원에 던져진 듯한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경이로웠고, 모든 것이 압도적이었다. 허나 그 경이로움은 이내 날카로운 자격지심으로 변질되었다. 이 학원에는 은은한 계급이 존재했다. 마법의 대가문에서 태어난 자들은 타고난 우월감과 여유를, 나 같은 장학생들은 매 순간 증명해야 하는 불안감과 날 선 긴장을 안고 살았다.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마법 역사학 강의 시간, 유독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다. 오래된 마법 문헌들이 가득한 강의실은 늘 곰팡이 냄새와 먼지 냄새가 뒤섞인 특유의 향을 풍겼다. 교수님은 평소처럼 고대 마법 문명의 흥망성쇠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지만, 학생들의 시선은 온통 한곳에 쏠려 있었다.

박하율.

그는 늘 도서관에 파묻혀 살다시피 하는 아이였다. 존재감이 희미할 정도로 조용하고 성실했다. 하지만 몇 주 전부터 하율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밤마다 악몽을 꾼다고 했고, 며칠 전부터는 수업 도중 갑자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차가워… 너무 차가워…”

하율의 얼굴은 유령처럼 창백했고, 눈 밑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마른 입술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읊조리는 듯 움직였다. 그의 자리 주위로 묘한 냉기가 퍼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시험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 아니면 주화 마법 연습을 너무 무리하게 한 게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건 단순히 스트레스나 피로 따위가 아니었다.

하율의 시선은 늘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때로는 바닥을 뚫어져라 노려보기도 했다. 마치 땅 밑에서 무언가 그를 부르는 소리라도 듣는 것처럼.

“지하에서… 자꾸만, 자꾸만…”

갑자기 하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동자는 핏발이 서 있었고, 몸은 경련하듯 떨렸다. 쿵, 하고 의자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강의실 안의 모든 시선이 하율에게 꽂혔다. 교수님의 설명도 뚝 끊겼다.

“하율 군, 무슨 문제라도 있나?”

교수님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하율은 듣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팔로 머리를 감싸 안고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거기 있어… 저 밑에…”

그리고는 미친 듯이 웃었다. 섬뜩할 정도로 건조하고 공허한 웃음이었다.

“으하하하하! 너희는 몰라! 아무도 몰라! 저 밑바닥에 뭐가 잠들어 있는지…!”

정적이 흘렀다. 웃음소리가 멎자, 학원장이 갑자기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는 늘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오늘 그의 얼굴에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학원장 뒤로는 두 명의 마법사 교관이 따라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푸른색 마법진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학원장은 하율에게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하율 군, 괜찮아. 잠시 쉬어야 할 것 같구나.”

그 말과 동시에 교관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마법진이 하율의 몸을 감쌌다. 하율은 옅은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몸에서 마력이 새어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수면 마법이었다.

학원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하, 우리 하율 군이 근래 마법 연구에 너무 매진한 모양이군. 잠시 요양을 보내야겠습니다. 다들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는 쓰러진 하율을 교관들에게 맡기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강의실을 나섰다. 그의 얼굴에서는 방금 전의 딱딱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학원장의 말은 설득력이 없었다. 하율의 비명과 그 서늘한 웃음은 단순한 과로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학원장이 이 타이밍에 강의실에 나타난 것도 이상했다. 마치 하율이 언제 폭주할지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하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복도를 걷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내가 향한 곳은 학원 구석에 위치한 낡은 도서관이었다. 일반 학생들이 잘 찾지 않는 폐쇄적인 공간. 층계를 내려가면 마법진으로 굳게 잠긴 철문이 나왔다. 학원 초기부터 금지된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다는 ‘지하 서고’의 입구였다.

“이곳은 학원 개교 이래 접근이 엄격히 금지된 구역입니다. 접근 시 즉각적인 퇴학 조치와 강력한 마법적 처벌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철문 옆에는 경고문이 걸려 있었다. 경고문 너머, 차가운 철문 안쪽에서 희미하게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환청일까? 아니면 하율이 말했던 ‘지하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정말로 존재하는 걸까?

나는 손을 뻗어 차가운 철문에 살며시 댔다. 금속의 냉기가 손끝으로 스며들었다. 동시에,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뭔가가 심장을 옥죄는 듯한 섬뜩한 감각이 밀려왔다. 마치 철문 너머에 살아있는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그 순간, 내 머릿속에 하율의 말이 다시 울렸다.

‘저 밑바닥에 뭐가 잠들어 있는지…!’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분명 뭔가가 있다. 학원장이 감추고 싶어 하는 무언가가. 그리고 박하율은 그 무언가와 접촉했고, 그 때문에 실려 나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이 이상한 학원에서 ‘어쩌면 나만의 착각’이라고 애써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하율의 진실을, 그리고 아르카디움 마법 학원 지하에 숨겨진 그 끔찍한 금기를 파헤쳐야만 했다.

나의 손전등이 철문에 가려진 어둠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침묵 속에서, 나는 그 어둠 너머의 비밀을 향해 첫발을 내딛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