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 137화: 검은 심장부의 그림자

축축한 공기가 폐부를 짓눌렀다. 낡은 철제 복도를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심장박동처럼 울렸다. 강하준은 숨을 죽인 채 손목에 찬 조악한 야광석 나침반을 응시했다. 제국력 503년, 수도 아델라를 중심으로 번성하던 대제국 ‘아스타르’는 이제 끝없는 탐욕과 부패로 곪아 터진 거대한 시체나 다름없었다. 평민들의 고혈을 빨아 지은 황궁의 금빛 지붕 아래, 수많은 이들이 굶주리고 죽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체의 심장부로 걸어 들어가는 중이었다.

“하준님, 이쪽입니다.”

앞서가던 이설아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그녀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불과 스무 살 남짓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설아는 붉은 새벽의 가장 유능한 척후병이었다. 타고난 은신술과 예리한 감각은 우리가 이 지옥 같은 곳을 헤쳐 나가는 유일한 길잡이였다.

우리가 들어선 곳은 제국이 수십 년 전 봉인했던 고대 유적, ‘검은 심장부’라 불리는 던전의 최하층이었다. 겉으로는 단순한 폐광처럼 보였지만, 이곳은 한때 제국의 잔혹한 실험과 기밀 병기 개발이 이루어지던 비밀 연구 시설이었다. 반란군 ‘붉은 새벽’이 이곳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었다. 제국의 숨겨진 치명적인 약점, 혹은 그들의 기반을 뒤흔들 만한 기밀 문서가 이곳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기 때문이다.

“복도 끝에 감지 장치 잔해가 보입니다. 작동하진 않는 것 같지만……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설아의 말에 뒤따르던 박웅철이 묵직한 거한의 몸을 낮췄다. 한때 제국군의 강철 방패로 불렸던 그는, 자신의 상관이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을 보고는 제국에 등을 돌렸다. 그 후 붉은 새벽의 가장 강력한 창이자 방패가 되어주었다.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양날 도끼는 녹슬었지만, 여전히 위압적인 기운을 풍겼다.

“젠장, 여기 공기는 여전히 지독하군. 쇠 냄새에… 뭔가 타는 듯한 냄새까지.”

웅철이 낮게 투덜거렸다. 그 냄새는 단순히 녹슨 철의 냄새가 아니었다. 낡은 전선이 타는 듯한 고약한 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과거 이곳에서 희생된 수많은 생명들의 잔재일까.

하준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제국의 최신 병기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구식 무기였지만, 수많은 전투를 겪으며 그의 손에 완벽하게 길들여진 친구였다.

“발소리 조심해. 아무리 폐쇄된 곳이라지만, 제국 놈들이 이곳을 완전히 포기했을 리 없어. 분명히 뭔가 남겨두었을 거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서가던 설아가 멈칫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끼이익…… 철컹.’
어둠 속에서 희미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마치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소리 같았다.

“어… 움직입니다. 복도 저편에서.” 설아의 목소리에 미약한 떨림이 섞였다.

하준은 재빨리 몸을 벽에 붙였다. 웅철 역시 그의 거대한 도끼를 앞으로 내세우며 자세를 잡았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다가오는 그림자. 점차 형태를 갖춰가는 그것은 제국의 자동 방어 병기인 ‘철혈 감시병’이었다. 녹슬고 낡았지만, 여전히 두 개의 붉은 센서 눈은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철혈 감시병.’ 과거 제국이 반란군 토벌에 사용했던 무인 기동 병기다. 단단한 강철 장갑과 팔에 달린 기관총은 웬만한 보병 분대를 단숨에 갈아버릴 수 있었다. 이곳에 이렇게 낡은 구형 병기가 아직 남아있을 줄이야.

“망할, 작동 정지된 줄 알았는데!” 웅철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감시병의 붉은 눈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우리 쪽으로 고정되었다. 이내 경고음이 낮게 울리기 시작했다.
‘삐이이- 위협 감지. 제거 프로토콜 가동.’
기계적인 목소리가 음산하게 복도를 울렸다.

“젠장! 설아, 후퇴 준비!” 하준이 외쳤다. “웅철, 시선 끌어! 내가 약점 노린다!”

웅철은 이미 망설임 없이 앞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철혈 감시병의 주의를 끌었다.
“이 망할 깡통! 죽은 지 수십 년은 되었어야지!”
웅철의 도끼가 감시병의 강철 장갑에 부딪히며 ‘꽝!’ 하는 둔탁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감시병은 미동도 없이 팔을 들어 올렸다. ‘드르륵륵!’ 기관총 포구가 회전하며 불을 뿜으려는 찰나였다.

그 순간, 하준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탕! 탕!’ 연속된 총성이 복도를 가로질렀다. 하준이 노린 곳은 철혈 감시병의 붉은 센서 눈이었다. 두 발의 총알이 정확히 센서 눈을 꿰뚫었다.

‘지이잉- 에러 발생. 시야 손실.’

감시병의 움직임이 순간 멈칫했다. 붉은 눈이 사라진 자리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하지만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었다. 시야를 잃은 감시병은 마치 짐승처럼 무작위로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기관총이 웅철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웅철이 간발의 차이로 몸을 숙였다.

“하준님, 이쪽입니다! 비상 통로!”

설아가 복도 벽에 숨겨져 있던 낡은 철문 하나를 찾아냈다. 녹슬었지만, 제국군 비상 탈출 표식이 희미하게 보였다.
하준은 남은 총알 두 발을 감시병의 동체 중앙, 낡은 전원 코어로 보이는 부분에 박아 넣었다. ‘팟!’ 하는 짧은 폭발음과 함께 감시병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다. ‘스으으….’ 하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빨리! 시간 없어!”

셋은 재빨리 비상 통로로 몸을 피했다. 철문이 ‘쾅!’ 하고 닫히자, 바깥의 소음이 아득해졌다. 복도 안은 훨씬 좁고, 더욱 깊은 어둠이 지배하고 있었다. 공기는 여전히 축축하고 답답했다. 이곳은 비상 통로라기보다는 단순한 환기구에 가까웠다.

“휴…… 망할. 이런 낡은 것까지 작동하고 있을 줄이야.” 웅철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에 기댔다.

“제국은 망해가도, 그들이 만든 살상 병기는 끈질기게 살아남는군요.” 설아가 씁쓸하게 말했다.

하준은 권총의 탄창을 교체하며 주위를 살폈다. 이 비상 통로는 완만한 경사를 따라 아래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전에 우리가 파악했던 지도에는 없는 길이었다.
“이쪽이 더 깊은 곳으로 가는 길인 것 같습니다. 설아, 탐지.”

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닥에 웅크려 앉아 작은 광물을 내려놓았다. 광물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의 공간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고대 유물을 분석해 만든 탐지석으로, 미약한 마력이나 에너지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래쪽에서 강한 에너지 반응이 감지됩니다. 이전에 감지된 반응과는 다른 종류의 에너지입니다.” 설아가 눈을 감고 탐지석의 파동에 집중하며 말했다. “지… 지상에서 감지된 제국의 마력로는 아닙니다. 훨씬 오래되고, 강력한… 하지만 어딘가 뒤틀린.”

하준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전에 이곳에 잠들어 있다고 알려진 것은 ‘문서’였다. 하지만 설아가 감지한 것은 ‘에너지’. 게다가 ‘뒤틀렸다’는 표현은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뒤틀렸다니? 위험한 건가?” 웅철이 물었다.

설아가 눈을 떴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는 명백한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생명체와 기계의 혼합체 같은 느낌입니다. 이전에 제국이 생체 실험을 했다는 보고가 있었죠… 혹시 이 아래에.”

“제국은 늘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것을 탐했지.” 하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평민들을 쥐어짜 실험 대상으로 삼고, 금지된 지식에 손을 댔어. 어쩌면 우리가 찾던 것이 단순한 문서가 아닐지도 모르겠군.”

그들의 시선은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비상 통로의 끝을 향했다. 미지의 위협, 그리고 반란의 희망이 공존하는 그곳.
우리는 과연 이 검은 심장부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그리고 그 발견은, 과연 붉은 새벽에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하준은 권총을 단단히 고쳐 쥐었다.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망설일 틈은 없었다.

“가자.”

나직이 내뱉은 그의 말에, 셋은 다시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지만, 그들에게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제국의 심장을 파헤쳐, 세상을 뒤바꿀 그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했다. 그들의 어깨에는 굶주린 백성들의 절규와 피 묻은 희망이 짊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그것은 제국의 마지막 비밀이자, 동시에 그들의 가장 잔혹한 함정일 수도 있었다.
통로 끝에서, 섬뜩한 붉은빛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피 묻은 제국의 눈동자처럼,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