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 웹툰 에피소드 대본
**제목:** 심연의 각인
**부제:** 첫 만남, 균열
**등장인물:**
* **강휘 (Kang-hwi):** 인간 던전 탐험가. 20대 후반. 날카로운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은 그가 겪어온 수많은 전투와 고독한 탐험의 흔적이다. ‘멸문의 발톱’이라 불리는 대검을 능숙하게 다루며,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보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강한 호기심을 지녔다.
* **엘라나 (Ellana):** 던전 최하층에 봉인된 마족 여왕. 겉모습은 20대 초반의 고혹적인 여인이나, 수백 년의 시간을 초월한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백금발과 보랏빛이 감도는 눈동자, 이마에 희미하게 새겨진 뿔 문양이 특징. 인간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나, 본래는 고결하고 지혜로운 존재.
**장소:** ‘심연의 회랑’ 최심부, 고대 마석으로 이루어진 봉인 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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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심연의 각인)**
**장면 1**
* **패널 묘사:** 짙은 암흑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듯한 ‘심연의 회랑’. 마법 램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휘의 발치에만 희미한 빛이 닿는다. 웅장한 아치형 통로의 벽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음각되어 있고, 그 위로 차가운 습기가 서려있다. 강휘의 거친 숨소리가 적막을 가른다. 어깨에 멘 거대한 대검, ‘멸문의 발톱’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낮게 울린다.
* **강휘 (내레이션):** 또 다시, 이 지독한 어둠 속이다. ‘심연의 회랑’. 미지의 유물을 쫓아 여기까지 온 게 벌써 몇 번째인지.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했다. 던전의 최하층은 그 어떤 보물이나 영광도 보장하지 않는, 그저 죽음으로 이끄는 길일 뿐이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어둠 속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 **강휘:**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손에 쥔 램프를 살짝 들어 올린다. 빛이 닿는 곳마다 미약한 마법진의 잔해가 번뜩인다.) 이번엔 뭔가 다르군. 공기가… 이상해. 마력의 흐름이 불규칙하다.
* **효과음:** (발밑에서 작은 돌멩이가 미끄러지는 소리. 멀리서 마치 심장이 뛰는 듯한, 낮고 불규칙한 울림.) 쿵… 쿵…
* **강휘 (내레이션):** 저 기운… 단순히 마물 무리가 내뿜는 것이 아니야. 이건… 훨씬 더 깊고, 오래된 무언가다. 던전 그 자체의… 생명력과도 같은.
* **강휘:** (전방의 어둠 속을 예리하게 응시한다. 그의 눈동자에 희미한 푸른빛이 감돌며, 주위의 마력 흐름을 감지한다. ‘탐색의 시야’ 발동.)
**장면 2**
* **패널 묘사:** 강휘의 ‘탐색의 시야’에 비친 광경.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공간이 드러난다. 돔 형태로 이루어진 동굴 천장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검은 수정들이 박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중앙에, 고대 마석으로 이루어진 둥근 제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단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검은 봉인석이 박혀있고, 그 주변으로 신비로운 푸른 마력이 일렁였다. 그리고 그 봉인석 위에,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는 흩날리는 백금발 머리카락이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다.
* **강휘 (내레이션):** …여자? 착각인가. 이 던전의 최하층에, 인간이 있을 리 없어. 이건… 분명히 함정이다. 하지만… 저 이질적인 마력은 대체…
* **강휘:** (은밀하게 제단 근처로 다가간다. 자신의 모든 기척을 죽이며,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듯 움직인다.)
* **엘라나:** (봉인석 위에 앉아 눈을 감고 있던 여인. 강휘의 기척을 느낀 듯, 천천히 눈을 뜬다.)
* **패널 묘사:** 클로즈업 된 엘라나의 얼굴. 그녀의 눈은 깊은 밤하늘의 색깔을 닮아 있었다. 검은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오묘한 색. 그 눈동자가 강휘를 향한다. 그녀의 백금발은 검은 수정이 박힌 천장의 희미한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그녀가 입은 낡았지만 우아한 드레스는 고대의 영롱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마에는 마치 작은 뿔이 있었던 자리처럼 보이는 기묘한 문양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그 문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로운 기운이 강휘의 시야에도 명확히 잡혔다.
* **강휘:** (순간 멈칫한다. 뿔 문양을 확인하고 표정이 굳는다.) 마족… 최하층의 수호자? 아니, 이 정도 마력이면… 여왕급인가?
* **엘라나:** (강휘를 말없이 응시한다. 그녀의 시선은 호기심과 함께, 흐릿한 경계심을 담고 있었다.) 침입자… 인간인가. 오랜만이군. 이곳에 인간의 발길이 닿은 것은… 몇 세기 만인지.
* **강휘 (내레이션):** 내 언어를 사용한다… 보통의 마물과는 달라. 이건 단순한 수호자가 아니야. 저 눈빛은… 감정을 읽을 수 있다.
* **강휘:** (자신의 검을 움켜쥐며 자세를 낮춘다. 금방이라도 베어버릴 듯한 자세.) 네 정체는 뭐지? 그리고 이 봉인석은 또 뭐고. 굳이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는 이유도.
* **엘라나:** (얕게 미소 짓는다. 그 미소는 차갑기보다, 무한한 시간을 견뎌낸 존재의 쓸쓸함에 가까웠다.) 정체? 너희 인간들이 부르는 이름으로 말하자면… 이 심연의 주인, 혹은 봉인된 마족의 마지막 후예 정도가 되겠지. 봉인석은… 나의 감옥이자, 동시에 이 던전의 심장이다. 나는 이곳에 속박되어 있지.
* **강휘 (내레이션):** 감옥이자 심장… 이건 내가 알던 던전의 상식과는 다르다. 그녀의 말에는 거짓이 없는 듯한 진중함이 배어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져 온 듯한… 깊이.
* **엘라나:** (봉인석에서 천천히 내려와 강휘에게로 한 걸음 다가선다.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물 위를 걷는 듯 가벼웠다. 발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꽤나 깊숙이도 들어왔군. 인간치고는 대담한 자로다. 무엇을 찾으러 왔지? 명예? 재물? 아니면… 힘? 네 눈은 그 모든 것을 갈구하는 듯 빛나는군.
**장면 3**
* **패널 묘사:** 제단 주변의 어둠이 더욱 짙어지고,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강휘와 엘라나의 대치. 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지만, 동시에 묘한 정적도 존재한다. 강휘는 엘라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엘라나는 강휘의 속내를 꿰뚫어 보려는 듯 응시한다.
* **강휘:** (검을 엘라나에게 겨누며.)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내 목적은 네가 아니니, 방해하지 않는다면 지나가겠다. 쓸데없는 싸움을 원치 않아.
* **엘라나:** (강휘의 검 끝을 쳐다본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네가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더는 ‘방해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어져. 이 심연은 침입자를 용납하지 않으니까. 특히 이 제단은.
* **효과음:** (제단 주변에서 희미한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한다. 봉인석의 푸른 기운이 더욱 강해지며 주변의 검은 수정들도 파르르 떨린다.)
* **강휘:** (주변을 둘러보며.) 함정인가… 역시.
* **엘라나:** (팔을 들어 올리자, 그녀의 손끝에서 어둠의 기운이 뭉쳐진다. 차가운 마력이 공간을 압도한다.) 이곳의 모든 것은… 나의 의지대로 움직인다. 허나, 난 너와 싸울 생각이 없어. 무의미한 소모전은 원치 않으니.
* **강휘:** (의아한 표정. 검을 거두지는 않았으나, 약간의 경계를 푼다.) 싸울 생각이 없는데… 그럼 뭘 하려는 거지?
* **엘라나:** (슬픈 눈으로 강휘를 바라본다. 그녀의 시선은 강휘의 깊은 곳을 꿰뚫는 듯했다.) 너는 너무나 강하고… 그리고… 너무나 외로워 보이는군, 인간. 마치… 나처럼.
* **강휘 (내레이션):** 외로워 보인다고? 일평생 칼과 피 속에서 살아온 나에게… 저 마족이 감히?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말은 내 심장을 꿰뚫는 듯한 울림이 있었다. 수많은 전리품과 경험치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던, 그 공허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낸 것처럼.
* **효과음:** (갑자기 제단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천장에서 굵은 돌멩이가 ‘툭’ 하고 떨어지며, 주변의 검은 수정들이 흔들린다.) 콰르르릉!
* **강휘:** (당황하며 주위를 살핀다.) 무슨 일이지? 네가 조작하는 것인가?
* **엘라나:** (눈살을 찌푸리며 봉인석을 바라본다. 그녀의 표정에 처음으로 동요가 스친다.) 이럴 리가… 외부의 침입? 아니… 봉인이 흔들리고 있어! 심연의 압력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 **강휘:** 봉인? 네 감옥이라는 그 봉인 말인가? 대체 무슨 일이…
* **엘라나:** (표정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진다. 강휘를 향해 손을 뻗는다.) 이대로는 위험해! 너도, 나도! 이 심연 전체가 무너져 내릴지도 몰라!
* **효과음:** (제단 바닥에서 검은 균열이 ‘쩍’ 하고 생기며, 그 균열 속에서 섬뜩한 기운을 내뿜는 검은 촉수들이 솟아나오기 시작한다. 촉수들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주변을 탐색한다.) 슈우우욱!
* **강휘 (내레이션):** 이건… 또 다른 위험! 던전의 불안정화인가? 내가 알던 마물과는 차원이 다른, 순수한 파괴력.
* **강휘:** (순식간에 ‘멸문의 발톱’을 휘둘러 촉수 하나를 잘라낸다. 검은 피가 튀지만, 촉수는 금세 다시 재생한다.) 엘라나, 이건 뭐지? 네가 만든 게 아닌가?
* **엘라나:**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봉인석을 응시한다.) 봉인이 약해지면서… 던전의 심연 속에 잠들어 있던 ‘부정(不淨)한 것’들이 깨어나고 있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것들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심연의 혼돈 그 자체다!
* **패널 묘사:** 엘라나의 뒤로 봉인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안개가 제단 전체를 뒤덮기 시작한다. 촉수들이 미친 듯이 솟아나며 강휘와 엘라나를 공격한다. 공포스럽고 압도적인 분위기.
* **강휘:** (촉수들을 베어내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이대로는 버틸 수 없어!
* **엘라나:** (강휘를 붙잡고 자신의 뒤로 끌어당긴다. 그녀의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강휘를 단단히 지탱했다.) 봉인을… 다시 강화해야 해!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야. 나의 힘만으로는… 부족해. 이대로라면… 우리 둘 다 죽을 것이다!
* **강휘 (내레이션):** 마족인 그녀가, 인간인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건 완전히 상식을 벗어난 상황이다. 내가 알던 마족은 오직 파괴와 죽음만을 가져오는 존재였다. 하지만… 저 검은 촉수들이 내뿜는 살기는, 이대로 두면 이곳 자체가 무너져 내릴 것임을 직감하게 했다. 무엇보다… 그녀의 눈빛에서 읽은 절박함이, 나의 본능적인 경계를 무너뜨렸다.
* **강휘:** (엘라나를 쳐다본다. 그녀의 눈빛에는 절박함과 함께, 기묘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어떻게 하면 되지? 방법이 있나?
* **엘라나:**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그것은 체념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듯한 미소였다.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마력 속에서 그녀의 얼굴은 더욱 신비롭게 빛났다.) 나의 핵과… 너의 생명력을 잠시 연결해야 해. 너의 기운으로 봉인을 안정화시켜야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어. 인간의 생명력은 마족과는 다른 방식으로 봉인석에 작용할 수 있을 거야.
**장면 4**
* **패널 묘사:** 거대한 봉인석 앞에서, 강휘와 엘라나가 마주보고 서 있다. 사방에서 촉수들이 더욱 거세게 공격해오고, 제단은 무너져 내릴 듯 격렬하게 흔들린다. 천장의 검은 수정들도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긴박하고 절박한 분위기.
* **강휘 (내레이션):** 마족과 인간의 기운을 연결한다고? 미친 짓이다. 내 몸이 마족의 기운에 오염될 수도, 혹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 하지만… 이 상황에서 망설이는 것은 곧 죽음이다. 그녀의 눈빛… 그녀의 신뢰…
* **강휘:** (엘라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의 눈동자에 결단이 서린다.) 망설일 시간이 없군. 방법을 말해. 지체할 틈이 없어!
* **엘라나:** (강휘의 양 손을 붙잡는다. 그녀의 손에서 봉인석과 같은 푸른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온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으나, 묘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나를 믿어, 인간. 이것이 우리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니까. 마음을 열어. 너의 기운을 나에게 흘려보내.
* **패널 묘사:** 강휘와 엘라나의 손이 맞닿는 순간, 봉인석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 마력이 폭발하듯 그들을 감싼다. 거대한 마법진이 그들의 발밑에서 빛나며 확장된다. 엘라나의 푸른 마력이 강휘의 몸속으로 파고들고, 강휘의 인간다운 강인한 생명력이 엘라나에게로 전해진다. 두 사람의 기운이 섞이며 봉인석으로 흡수된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비명을 참는 강휘, 그리고 점차 안정되어 가는 엘라나의 얼굴. 둘의 연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주변의 촉수들을 불태우는 듯하다.
* **효과음:** (강렬한 마력의 폭풍, 봉인석에서 섬광이 ‘쾅!’ 하고 터져 나오며 주변을 덮쳤던 촉수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난다. 흔들리던 제단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다. 거대한 폭발음.) 콰아아앙!
* **강휘:** (고통으로 신음한다.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이질적인 감각과 함께, 알 수 없는 힘이 몸속을 휘젓는 듯하다.) 윽… 이런… 엄청난… 마력의 역류인가…
* **엘라나:** (눈을 감고 마력을 집중한다. 그녀의 백금발 머리카락과 드레스가 푸른빛으로 물든다. 이마의 뿔 문양이 더욱 선명해진다.) 조금만 더… 버텨줘… 거의 다 되었어…
* **강휘 (내레이션):** 그녀의 손이, 그녀의 기운이… 내 안에 흐른다. 이질적이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내가 알던 마족과는 다르다. 그녀의 절박함, 그녀의 생명력, 그리고… 그녀의 외로움. 모든 것이 내 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듯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 **효과음:** (봉인석이 강렬하게 빛나며 ‘쉬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촉수가 사라지고 균열이 완전히 메워진다. 제단은 고요함을 되찾는다.)
**장면 5**
* **패널 묘사:** 모든 것이 안정된 제단. 고요함 속에 강휘와 엘라나가 마주보고 서 있다. 두 사람의 손은 여전히 맞닿아 있다. 이제 빛은 사라지고, 오직 램프의 희미한 불빛만이 그들을 비춘다. 엘라나의 얼굴에 핏기가 없고, 강휘 역시 잔뜩 지쳐 보인다.
* **엘라나:** (가쁜 숨을 내쉬며 눈을 뜬다. 얼굴에 피로감이 역력하지만, 안도하는 표정이다.) 성공했어… 고맙다, 인간. 네가 아니었다면…
* **강휘:** (여전히 몸이 얼얼하다. 엘라나의 손을 본다. 손끝에서 희미한 푸른 기운이 남아있다. 그것은 마치 낙인처럼 그의 손에 찍혀있는 듯했다.) 너… 대체… 이 기운은…
* **엘라나:** (강휘의 손을 놓는다. 아쉬운 듯, 그녀의 손끝이 잠시 허공을 맴돈다. 그 순간, 강휘는 알 수 없는 상실감을 느낀다.) 나의 이름은 엘라나. 네가 살던 세상에서는… 금지된 존재로 불리겠지. 너희에게는 파괴와 죽음의 상징인 마족.
* **강휘 (내레이션):** 금지된 존재… 마족. 나를 키워낸 세상에서는 척결해야 할 대상이었다. 인류의 적. 하지만 방금 전, 나는 그 금지된 존재와 손을 맞잡고 생사를 함께 했다. 그녀의 차가웠던 체온, 그녀의 희미한 숨결, 그리고 그녀의 절박함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내 심장에 새겨진 듯.
* **엘라나:** (다시 봉인석 위로 올라가 앉는다. 그 모습이 더욱 쓸쓸해 보인다.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이제 이곳은 다시 평온을 되찾을 거야. 너도… 돌아가야 할 때다, 인간. 이곳은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너와 나는… 함께 할 수 없는 존재.
* **강휘:** (혼란스러운 눈으로 엘라나를 바라본다. 그녀의 말에 반발심이 솟아오른다.) 돌아가? 네가 이곳에 혼자 남는다고? 방금 전, 우리가 뭘 했는지 잊었나? 우리는 서로의 생명을 연결했어!
* **엘라나:** (강휘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그녀의 눈빛에 언뜻 슬픔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이곳의 심장과도 같으니. 이곳을 벗어날 수 없어. 그리고 너와 나는… 애초에 섞일 수 없는 존재다. 너의 세상과 나의 세상은, 영원히 이어질 수 없는 강을 사이에 두고 있어.
* **강휘 (내레이션):** 섞일 수 없는 존재… 그 말이 칼날처럼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방금 전, 우리의 기운은 분명히 하나가 되었으니까. 그녀의 말은 이성이었지만, 내 가슴은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 **강휘:** (엘라나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선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난 아직 할 이야기가 많아. 너에 대해, 그리고 이 던전에 대해… 네가 금지된 존재이든 아니든, 나는 네 진실을 알고 싶어.
* **엘라나:** (강휘의 눈을 다시 마주본다. 그녀의 눈빛은 복잡한 감정으로 물들어 있었다. 경계, 슬픔, 그리고… 아주 희미한 기대와 두려움.) 다음 만남이… 허락될지는 미지수다, 인간. 이곳의 심연은 너를 다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너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 **강휘:** (강단 있는 목소리로. 그의 눈은 엘라나의 눈동자를 꿰뚫어 보듯 강렬했다.) 나는 다시 올 거다. 네가 금지된 존재든, 이 던전의 심장이든… 나는 네 이야기를 듣고 싶다. 네가 이곳에 홀로 갇혀 있는 이유까지도.
* **엘라나:** (말없이 강휘를 응시한다. 그녀의 입가에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미소가 번진다. 그러나 그 미소는 곧 사라지고, 그녀의 주변에 짙은 푸른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 **효과음:** (안개가 짙어지며 엘라나의 형체가 희미해진다. 멀어져 가는 듯한 효과음.) 쉬이이이…
* **강휘:** (놀라며 손을 뻗지만, 이미 엘라나는 안개 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던 것처럼.) 엘라나!
* **강휘 (내레이션):** 그녀는 홀연히 사라졌다. 마치 꿈처럼. 하지만 내 손에 남아있는 희미한 푸른 기운과, 내 심장에 깊이 각인된 그녀의 존재가, 이 모든 것이 현실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돌아갈 수 없었다. 이곳의 진실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녀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 **패널 묘사:** 강휘가 홀로 남은 제단에서 사라진 엘라나가 있던 곳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의 등 뒤로, 봉인석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푸른빛이 그의 어깨를 감싼다. 그의 눈빛은 결의와 함께, 깊은 고민을 담고 있었다.
* **강휘 (내레이션):** 금지된 사랑? 그래, 어쩌면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 이 심연의 끝에서… 나는 내가 찾던 고대의 유물이 아닌, 또 다른 ‘진실’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내 세계를 송두리째 흔들, 그런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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