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챕터 1: 유목민의 노래
광막한 우주, 잊혀진 항로를 떠다니는 낡은 고물선 ‘유목민’의 조종석은 익숙한 침묵으로 가득했다. 선장 카이는 한 손으로 마모된 조이스틱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한 갈색 액체가 담긴 머그컵을 흔들었다. 싸구려 인스턴트 커피의 증기가 그의 거친 수염 사이로 피어올랐다. 거대한 은하의 가장자리, 성계 간의 완충 지대에 위치한 이 곳은 공식적으로는 버려진 구역이었다. 한때 번성했던 고대 문명의 유산이 잠들어 있다는 소문만이 전설처럼 떠도는 곳. 그러나 카이에게는 그저 또 하나의 텅 빈 어둠에 불과했다.
“젠장, 오늘도 꽝인가.”
카이는 중얼거렸다. 그의 유일한 동반자인 고철덩어리 탐사 드론 ‘망치’가 그의 옆자리에서 희미하게 깜빡이는 빛을 내는 것 외에는 어떤 응답도 없었다. 망치와의 교신은 언제나 일방적이었다. 카이는 이 드론을 몇 년 전, 한 고물 행성에서 발굴했는데, 녀석의 고대 인터페이스는 카이의 함선 시스템과 완전히 동기화되지 않았다. 그저 어쩌다 한 번씩, 이상한 주파수를 감지할 때만 드론의 낡은 센서가 울릴 뿐이었다.
그때였다. 조종석의 주 모니터, 평소 같으면 아무것도 없는 까만 배경만을 비추던 화면 구석에 작은 이상 신호가 깜빡였다. 카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처음에는 시스템 오류인 줄 알았다. 이 낡은 배는 언제나 오류투성이였으니까. 하지만 신호는 사라지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울렸다.
“뭐지? 망치, 너냐?”
카이는 망치 드론을 툭 쳤다. 드론의 빛이 더욱 격렬하게 깜빡였다.
[삐빅. 미확인 신호 감지. 주기성 패턴. 인공적 특성 추정.]
정박된 지 수십 년은 된 것 같은 낡은 음성이 조종석에 울려 퍼졌다. 망치 드론의 고대 시스템이 보낸 신호였다. 카이는 곧장 모니터를 확대했다. 신호는 멀리 떨어진 한 행성에서 발신되고 있었다. 그 행성은 공식적으로는 ‘황무지 7번’이라는 코드명으로 불렸으며, 수백 년 전 자원 고갈로 버려진 불모의 행성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황무지 7번? 거기서 뭐가 나온다는 거지?”
카이는 의아했다. 황무지 7번은 과거 몇 차례 발굴 작업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아 버려진 행성이었다. 행성 표면은 끝없이 펼쳐진 붉은 모래와 강철처럼 단단한 암석으로 덮여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망치 드론은 달랐다. 녀석의 고대 센서는 일반적인 탐사 장비로는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에너지 흐름이나 주파수를 찾아내는 데 탁월했다. 간혹 엉뚱한 것만 찾아내긴 했지만.
“진짜 뭐가 있긴 한 모양이군. 가보자, 뭐라도 찾으면 대박이고, 아니면… 그냥 시간 낭비지.”
카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유목민’의 낡은 엔진을 최대 출력으로 끌어올렸다. 낡은 함선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방향을 틀었다. 희미한 붉은색 먼지구름처럼 보이는 황무지 7번 행성이 서서히 다가왔다.
수십 분 후, ‘유목민’은 황무지 7번의 대기권에 진입했다. 행성 표면은 예상대로 황량했다. 붉은 모래폭풍이 끝없이 몰아치고 있었고, 뾰족한 암석들이 허공으로 치솟아 있었다. 망치 드론의 신호는 더욱 강해졌다. 행성의 한 지점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꽤 깊숙한 곳이군. 에너지 반응이 없다는 건 뭔가로 잘 가려져 있다는 뜻이고.”
카이는 ‘유목민’을 조심스럽게 착륙시켰다. 낡은 랜딩 기어가 모래바람에 흔들리며 겨우 균형을 잡았다. 카이는 두꺼운 탐사복을 입고, 등 뒤에 휴대용 레이저 드릴과 스캐너를 짊어졌다. 망치 드론이 그의 어깨에 달라붙었다.
행성 표면에 발을 디디자마자, 날카로운 모래바람이 그의 온몸을 강타했다. 시야는 흐릿했고, 귀를 찢는 듯한 바람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망치 드론은 쉴 새 없이 삐빅거리며 한 지점을 가리켰다. 거대한 암석이 솟아오른 곳이었다.
“이봐, 망치. 여기가 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돌멩이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카이는 불평했지만, 망치 드론은 고집스럽게 한 방향을 가리켰다. 카이는 망치 드론의 센서를 믿기로 했다. 그는 레이저 드릴을 꺼내 들고 암석 표면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스캐너로는 단순한 암석으로만 인식되었지만, 망치 드론의 고대 센서가 미세한 에너지 왜곡을 감지했다.
[삐빅. 인공 구조물. 고밀도 물질. 표면 위장.]
망치 드론의 음성이 울렸다. 카이는 그제야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는 레이저 드릴의 출력을 최대로 올리고, 망치 드론이 지시하는 지점에 드릴을 갖다 댔다. 붉은 암석이 녹아내리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단단한 암반층을 뚫고 들어가자, 이내 검은색의 매끄러운 금속 패널이 드러났다.
“세상에… 진짜였잖아.”
카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수백 년간 모래와 암석 속에 파묻혀 있었을 이 구조물은 놀랍도록 보존되어 있었다. 금속 패널은 주변의 붉은 암석과는 이질적인, 어둡고 깊은 광택을 띠고 있었다. 고대 문명의 유적이라는 증거였다.
카이는 조심스럽게 패널 주변의 흙과 암석을 제거했다.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패널이 드러났다. 표면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빛바랜 고대어였다. 그는 휴대용 스캐너로 패널을 스캔했다. 스캐너는 패널이 거대한 지하 구조물의 입구임을 알려주었다.
[삐빅. 고대 에너지원 감지. 작동 가능성 높음.]
망치 드론이 흥분한 듯 소리를 냈다. 카이는 패널 중앙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푸른 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패널 표면에 새겨진 고대 문자 중 일부가 반응하듯 빛을 발했다. 이어서, 거대한 구조물이 굉음을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익-!**
마치 수백 년간 잠들어 있던 거인이 기지개를 켜는 듯한 끔찍한 소음이 모래바람을 뚫고 울려 퍼졌다. 거대한 금속 패널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패널이 완전히 내려가자, 그 아래에는 어둠만이 존재하는 깊은 구멍이 드러났다.
입구 너머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심연이었다. 알 수 없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흙먼지와 오래된 금속, 그리고 미약하지만 섬뜩한 무언가의 기운이 뒤섞인 냄새였다. 카이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발견했던 고대 유물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거대한 비밀의 입구였다.
“이봐, 망치. 우리, 뭔가 엄청난 걸 찾은 것 같지 않아?”
카이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렸다. 망치 드론은 대답 대신, 입구 너머의 어둠을 향해 희미한 빛을 내뿜었다. 카이는 탐사복 헬멧의 조명을 최대로 밝히고, 어둠 속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의 발밑에서 알 수 없는 고대 문명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듯했다.
과연 이 어둠 속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잊혀진 문명의 보물? 아니면 영원히 잠들어야 할 공포스러운 진실?
카이는 숨을 들이쉬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뒤로 닫히는 입구는 마치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듯했다. 미지의 모험이 지금 막 시작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