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거대한 돌기둥들이 숲처럼 솟아오른 구천비경 제12 결전장.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푸른빛을 띠는 암석 바닥은 무인들의 격렬한 내공 충돌로 인해 곳곳이 움푹 패이고 깨져 있었다. 바닥 아래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심연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싸늘하게 등골을 타고 흘렀다.

수백 명의 무림 고수들이나 그들의 대리인들이 공중에 부유하는 좌석에 앉아 숨을 죽인 채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경탄과 함께 짙은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이 대회에 걸린 것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었다. 천하의 운명 그 자체였다.

“크윽…!”

단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회색 무복은 이미 너덜너덜해졌고, 찢어진 소매 사이로 드러난 팔뚝에는 붉은 실핏줄이 터진 듯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온몸의 경락이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상대방의 공격은 마치 천근추처럼 무거웠고, 폭풍처럼 사나웠다.

그의 맞은편에는 ‘천뢰검(天雷劍)’이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북악산 천뢰문의 장문인, 진무영(陳武英)이 서 있었다. 진무영은 짙푸른 비단 무복을 입고 있었는데, 마치 벼락이 치기 직전의 먹구름처럼 음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검 ‘벽뢰(霹靂)’는 아직 칼집에서 완전히 뽑히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주변 공기마저 찢어발길 듯한 살기를 내뿜었다.

“하찮은 잔재주만으로는 나의 천뢰검을 이길 수 없다, 젊은이.” 진무영이 나직이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뇌성처럼 낮고 굵었다. “네놈의 고집도 이제 한계에 달했을 터. 여기서 멈춘다면 최소한 팔다리라도 온전히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단호는 핏기 없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찮은 잔재주’라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필사의 일격들이었다. 하지만 진무영은 단 한 번도 벽뢰를 완전히 뽑지 않은 채, 검집째로 모든 공격을 막아내거나 쳐내고 있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

‘멈출 수 없어….’

그는 비록 강호에 알려지지 않은 파락호 문파의 막내 제자였지만, 스승님의 유언을 받들어 이 대회에 참가했다. 스승님은 돌아가시기 전, 구천비경의 가장 깊은 곳에 봉인된 힘을 통제할 열쇠를 우승자가 쥐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힘이 천하를 구원할 수도, 혹은 파멸시킬 수도 있다고.

진무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 “어리석은 놈. 스스로 지옥으로 뛰어드는구나.”

그의 발끝에서부터 푸른빛 섬광이 솟아오르며 암석 바닥을 가로질러 단호에게 직진했다. 그것은 단순한 기운이 아니었다. 발이 닿는 곳마다 바닥의 암석이 푸른색으로 변하며 폭발하는 듯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천뢰답(天雷踏)!’

단호는 이를 악물고 몸을 굴려 피했지만, 푸른빛 기운이 스쳐 지나간 자리의 바위 파편들이 그의 등을 때렸다. 살점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그를 엄습했다. 이 결전장은 단순한 투기장이 아니었다. 무인들의 내공이 격해지면 바닥 자체가 살아있는 것처럼 반응했다. 특히 진무영의 천뢰기공은 주변의 암석을 전기로 변환시켜 폭발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쳇…!”

그는 다시 자세를 잡으려 했으나, 진무영은 이미 그의 등 뒤로 그림자처럼 파고들어 있었다. 진무영의 손에 들린 벽뢰가 아직 칼집에 잠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벼락이 내리꽂히는 듯한 굉음과 함께 단호의 어깨를 강타했다.

콰앙!

단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수 미터를 날아가 거대한 돌기둥에 처박혔다. 뼈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에 눈앞이 번쩍였다. 피가 울컥 역류하는 것을 간신히 삼켰다.

‘이대로… 끝인가….’

하지만 그때, 그의 뇌리를 스치는 스승님의 마지막 음성이 있었다.
*“단호야, 네 안에는 그 어떤 내공과도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잠들어 있다. 그것은 분노도, 슬픔도 아닌, 오직 순수한 의지에서만 깨어나는 불꽃이다. 그 불꽃을 두려워하지 마라…!”*

단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의 몸속 깊은 곳, 보통의 내공이 흐르는 경락이 아닌, 오직 정신과 육체의 순수한 연결점에 응축된 기운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던 혈도에서 솟아나는 듯한 이질적인 힘이었다.

그의 눈빛이 순간, 섬광처럼 번뜩였다. 푸른 돌기둥에 박혀있던 몸을 간신히 추슬러 일으킨 단호는 비틀거리는 몸으로도 꼿꼿하게 서서 진무영을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나 포기 대신, 형형한 투지가 타올랐다.

“아직… 멀었다!” 단호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외쳤다.

진무영은 단호의 변화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싸늘한 비웃음을 흘렸다. “흥, 마지막 발악인가? 좋다, 그럼 나의 천뢰검으로 그 미련을 잘라주마.”

그의 오른손이 천천히, 그러나 섬뜩한 속도로 벽뢰의 손잡이를 감쌌다. 그리고 칼집에서 단 0.1촌가량 벽뢰가 뽑히는 순간, 결전장 전체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수십 개의 벼락이 동시에 작렬하는 듯한 기운이었다.

“천뢰폭렬참(天雷爆裂斬)!”

진무영이 벽뢰를 휘두르자, 칼끝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검기가 거대한 번개 용처럼 단호를 향해 돌진했다. 검기가 지나간 자리의 모든 암석은 흔적도 없이 증발하며 거대한 협곡을 만들었다. 그 위력은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단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두 눈을 감았다. 오직 스승님의 음성만이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오직 순수한 의지에서만 깨어나는 불꽃이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이 다시 떠졌다.
회색 무복은 이미 찢겨 너덜너덜해졌지만, 그의 전신에서 희미한 무지갯빛 오로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공과는 다른, 순수한 의지의 결정체였다. 그의 주먹이 앞으로 뻗어 나가는 순간, 무지갯빛 오로라는 마치 은하수가 폭발하는 것처럼 맹렬한 섬광을 뿜어내며 진무영의 푸른 번개 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아앙!

결전장 전체가 지축을 뒤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격렬하게 요동쳤다. 무지갯빛과 푸른빛이 뒤섞인 섬광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관중석의 무인들조차 눈을 가릴 정도로 강렬했다. 바닥의 돌기둥들이 뿌리째 뽑혀나가거나 산산조각이 났고, 공중에 부유하던 좌석들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연기가 걷히자, 결전장의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구덩이가 생겨 있었다. 그 구덩이 양 끝에 단호와 진무영이 서 있었다.

단호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진무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벽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검은 칼집에서 단 1촌가량 더 뽑혀 나와 있었고, 검날 끝에서는 미세한 금이 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푸른 무복 소매는 절반쯤 소실되어 있었다. 그의 냉정했던 표정은 경악과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 이럴 수가… 감히 나의 천뢰검에…!” 진무영의 입술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말이 흘러나왔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단호는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것을 느끼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아직 승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진무영의 천뢰검을 처음으로 손상시켰다는 사실이 그에게 거대한 희망을 주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결전장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닥의 거대한 원형 구덩이가 더욱 깊고 넓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이 박동하는 것처럼, 구덩이 틈새에서 검붉은 에너지 파동이 솟아올랐다. 그 파동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고대 비경의 에너지가 수천 년간 응축되어 만들어진, 기괴하고 거대한 형태의 ‘어둠의 골렘’이었다. 골렘의 텅 빈 눈구멍에서 붉고 사악한 섬광이 번뜩이자, 단호와 진무영은 동시에 경악에 찬 시선으로 그 거대한 괴물을 올려다보았다.

어둠의 골렘의 거대한 팔이 하늘을 가를 듯 들어 올려지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비명과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것이 천위무제, 제12 결전장의 진짜 규칙이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 무인뿐만 아니라 던전 그 자체, 즉 비경이 만들어낸 수호자들과도 싸워야 했다.
어둠의 골렘이 내딛는 첫걸음에 결전장이 무너져 내릴 듯 울렸다. 그리고 단호와 진무영의 앞에, 진짜 시험이 비로소 시작되었다.